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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구시-사회서비스원’ 삼각지대 빠진 희망원, 거주인들은 죽어가고 있다
앞다투어 ‘문제 해결’ 약속해놓고 ‘희망원 탈시설 예산=0원’
책임 주체 외면 속에 희망원 인원 감소 1순위는 ‘사망’
등록일 [ 2019년05월14일 15시45분 ]

지난 36년간 벌어져 온 인권침해와 비리 사실이 드러난 2016년 이래 대구시립희망원(아래 시립희망원)은 꾸준히 사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시립희망원 문제 해결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2017년 당선되었다. 권영진 대구시장 역시 두 번째 시장 출마 당시 시립희망원 문제 해결과 탈시설 정책 수립을 약속했고, 당선되어 2018년부터 두 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다.

 

지난 3년간, 시립희망원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운영 재단이 천주교대구대교구에서 전석복지재단으로, 그리고 지금은 전국 최초로 출범한 사회서비스원으로 변해왔다. 시립희망원 내 시설 이름도 바뀌어 이전에는 ‘글라라의 집’이었던 장애인 거주시설은 ‘시민마을’이 되었고, 시민마을은 지난 2018년 12월 31일 자로 폐쇄되었다. 시립희망원에는 이제 희망원*(노숙인 재활시설), 보석마을(노숙인 요양시설), 그리고 아름마을(정신장애인 요양시설)이 남았다. 표면적으로는 많은 것이 변했는데, 그 변화는 정말로 시립희망원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을 수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을까.

 

*대구시립희망원 산하 모든 복지시설을 칭할 때는 시립희망원, 노숙인 재활시설만을 칭할 때는 희망원이라고 표기

 

대통령 공약사항이지만 3년째 예산 0원, 복지부는 “공약이 한둘인 줄 아냐”

 

‘범죄시설 폐지 및 탈시설 정책 추진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대구시립희망원 문제 해결’은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공약집에 담겨있다. 2017년 장애인의 날 다음날인 4월 2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은 이 공약을 끌어내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기도 했다. 장애계가 이렇게까지 시립희망원 문제 해결을 대통령 공약에 넣고자 했던 것은 당연히 대통령이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신뢰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더민주 당사 앞에서 '수용시설 정책 폐기' 목소리가 짓밟히다)

 

2017년 4월 21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 바닥에 나뒹구는 ‘근조 화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사망한 309명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은 ‘근조 화환’을 더불어민주당 등 5개 정당에 전달할 예정이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임기 2년 차인 지금까지, 시립희망원 예산은 단 한 푼도 책정되지 않았다. 반면, 시립희망원 거주시설 운영비는 꼬박꼬박 책정되었는데, 대구시와 정부는 2018년까지 폐쇄하기로 했던 시민마을 운영비 예산을 올해에도 22억 원 책정했다. 22억원 중 15억 원이 국비 예산인데, ‘폐쇄 여부가 확실치 않아서’라는 이유만으로도 거주시설 운영비 예산 15억 원을 책정한 정부는, 공약사항인 데다 지역사회에서 새로이 자리 잡아야 하는 현실을 확실히 마주해야 하는 시립희망원 탈시설 당사자 지원 예산은 1원도 추가하지 않았다.

 

문제는 22억 원이 써보지도 못한 채 증발해버릴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운영비 예산은 책정했으나 시민마을이 없어졌으니, 이 예산은 고스란히 ‘불용처리’되어 국가 창고로 돌아간다. ‘대구시립희망원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아래 희망원대책위)’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이 예산을 시민마을에서 탈시설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자립을 위한 시범사업에 사용하도록 전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이 시민마을 거주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책정되었다면, 시민마을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그 예산이 계속해서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거주시설 운영비 용도로 잡은 예산이기 때문에 자립생활 지원이라는, 단위사업 자체가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재정법 47조에 따르면, 예산이 정한 기관 간 또는 장ㆍ관ㆍ항 간에 상호 이용(移用)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목적이 다른 사업 간의 예산을 바꿀 수는 없다. 국민 세금으로 편성된 예산인만큼, 그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재정건전성 확보가 원칙”이라며 “탈시설 정책도 무척 중요하지만, 예산 사용의 원칙을 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립희망원 탈시설 예산 신규 편성에 관해서는 여전히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 공약 사항에 ‘시립희망원 문제 해결’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시립희망원에 아직 거주하고 있는 800명의 탈시설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마련 계획은 없다. 현재 대구시 남구에서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을 하고 있고, 커뮤니티케어가 탈시설을 지향하는 만큼, 시립희망원 관련 예산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복지부의 해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립희망원 문제 해결이 대통령 공약인 것은 맞지만, 공약이 한두 개도 아니고 모든 공약에 처음부터 큰 규모의 예산이 책정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며 “우선 커뮤니티케어라는 큰 방향이 잡혔고, 대구시 남구에서 장애인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더구나 현재 사회서비스원이 희망원을 운영하고 있으니, 시립희망원 문제는 커뮤니티케어를 통해 해결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시립희망원 거주인들이) 강제로 들어갔다고 나올 때도 강제로 나오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커뮤니티케어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면서 자립에 대한 의지가 생겨 나올 수 있을 때까지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립희망원 전경. 빨간색으로 테두리 친 곳까지가 시립희망원 건물이다. 사진 박승원

 

대구사회서비스원과 커뮤니티케어, 대구시립희망원 문제해결의 열쇠 될 수 있나

 

그렇다면 복지부가 시립희망원 문제 해결을 통째로 맡긴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과 사회서비스원은 어느 정도로 힘있게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남구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 예산은 총 17억 원. 그중 탈시설 자립주택 지원 예산은 5억5천만 원(5가구 지원 및 관리비) 정도이다. 통상 자립주택 한 채당 2~3명이 거주하는 점을 감안하면, 10~15명의 탈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마저도 탈시설 초기 정착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활동지원 추가 예산은 별도로 책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턱없이 적은 예산이 아니다. 이마저도 시립희망원에서 앞으로 나오게 될 이들에게는 전혀 해당 사항이 없다. 복지부가 장애인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 대상자를 ‘법정 장애인거주시설 거주자’로 못 박아 두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시민마을의 폐쇄로 현재 시립희망원에는 장애인거주시설이 없다. 노숙인 재활시설인 희망원, 노숙인 요양시설인 보석마을, 그리고 정신요양시설인 아름마을만 남은 상태다. 그럼에도 2018년 12월 31일 기준 시립희망원 전체 거주인은 861명이고, 그중 장애등급을 받은 사람은 이 중 62%인 541명이다.

 

전근배 희망원대책위 집행위원은 “많은 장애인이 노숙인 시설에 가게 된 것은 시립희망원이 부랑인시설이었다가 2006년 정신요양시설과 장애인시설이 분화하고, 2013년에는 노숙인요양시설이 분화되는 과정에서 시설 관리 편의에 따라 배치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대구시와 시립희망원 측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즉, 어느 날 당사자 동의도 없이 이뤄진 시설의 결정에 따라, 어떤 장애인은 탈시설을 할 수 있었고, 다른 이는 앞으로도 시설에서 나올 시기가 요원해진 것이다.


전 집행위원은 “‘복지 사업간 칸막이를 없애겠다’며 커뮤니티 케어를 시작해 놓고 정작 시범사업은 노인, 노숙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대상자를 나누고 그 구획 안에서만 지원하고 있다”라며 “이 때문에 거주인들은 장애인이지만 노숙인시설에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 대상 시범사업에 진입조차 할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커뮤니티 케어 시범사업으로 희망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복지부의 주장은 거짓말에 불과한 셈이 된다.

 

2017년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죽어간 309명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분향소.

 

그렇다면 이제 시립희망원 문제는 고스란히 대구시 정책으로 풀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대구시는 전국 최초로 사회서비스원을 세웠다. 그리고 여기에는 시립희망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시립희망원 사태 발생 이후, 대구시는 시립희망원을 공공차원에서 운영하면서 점차 규모를 줄여간다는 구상에 합의했다. 민간 재단에서 거주시설을 운영할 때 인권침해와 비리가 발생하기 쉽다는 점에 착안해서다. 대구시가 시립희망원을 운영해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사회서비스공단’도 포함되었다. 대구시는 이러한 공약에 착안해 사회서비스원을 최초로 출범, 시립희망원을 운영하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시립희망원을 운영하는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은 대구시의 시립희망원 축소 및 탈시설 지원의 연착륙에 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지난 4월 1일 부임한 시립희망원 원장들의 발언을 볼 때,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지난 4월 29일 대구사회서비스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호준 희망원 원장은 “대구시에서 시립희망원을 2030년까지 200명 규모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러한 수치적 계산에만 입각해 탈시설을 진행하다 보면 거주인들의 자립 실패만 낳게 될 것”이라며 “겉으로 볼 때는 일반인들과 차이가 없어 보여도, 지적 능력이 떨어지거나 몸이 불편한 거주인들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천천히 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 원장은 보호작업장을 만들어 직업 재활을 하고, 체험홈, 중간의 집, 공동생활 가정 등을 통해 '사회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임은자 보석마을 원장 역시 탈시설에 대한 점진적 접근을 강조했다. '탈시설'은 “당사자의 주거선택권을 보장하고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어떠한 삶의 모습을 특정 유형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선택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탈시설은 장애인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지 목표가 아니므로 시설-탈시설 이분법적 논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거주인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전국 최초 출범 대구사회서비스원 둘러싼 ‘동상이몽’)

 

지난 4월 29일 대구사회서비스원 교육장에서 대구사회서비스 개원기념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박승원

 

이러한 발언들을 통해 볼 때, 사회서비스원을 통해 부임한 원장들은 시립희망원 축소와 탈시설 지원이라는 역할보다는 시립희망원이라는 시설 자체를 보강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본인의 소임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구시가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시립희망원을 공공운영 함으로써 ‘2030년까지 200명 규모로 희망원을 축소한다’는 시민단체와의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취지와 동떨어져 보인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는 시립희망원 신임 원장들의 발언과 향후 운영 구상에 대한 시민사회의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중앙정부도 지자체도 시립희망원 문제 해결에 뒷짐만 지고 있고, 사회서비스원까지 속도감 있는 시설 규모 축소와 탈시설 지원에 부정적인 가운데, 거주자들은 여전히 인권침해의 경험이 알알이 박혀있는 공간에서 살다 죽어가고 있다. 2017년 1월 1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시립희망원 거주인 78명이 사망했다. ‘사망’은 시립희망원 인원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다. 국회는 물론, 대통령과 지자체까지 나서서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불과 3년 전의 시간이 무색하게도, 수십년간 부당함을 견뎌내고, 시설의 결정과 시간표에 종속되어 갇힌 채 살아야 했던 이들이 아직도 기약 없이 그 공간에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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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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