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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장애인 지원, 민간 차원 벗어나 공공 영역으로 확장돼야
‘화상 경험자의 화상 이후의 삶의 경험과 사회복지서비스 욕구’ 주제로 토론회 열려
막대한 의료비, 달라진 외형으로 사회복귀 어려워… 화상장애인, 장애 등록 가능해야
등록일 [ 2019년06월01일 14시21분 ]

“피부에 울퉁불퉁 튀어나온 살들도 각자 위치에서 살고자 나온 게 아닐까요. 이 ‘떡살’이 내 삶인 것처럼 보였어요… 정상적인 피부 옆에 이 징그러운 떡살이 서로 상반된 모습으로 싸우지도 않고 편안하게 있는 모습이 제 미래의 모습처럼 느껴졌어요. 어울리지는 않지만 서로 공존하는 모습이 나를 보는 것 같아요.”(‘화상 장애인의 사회복구 경험 연구’ 참여자 인터뷰 인용)

 

5월 3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19 한국장애인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 화상장애인 세션에서 ‘화상 경험자의 화상 이후의 삶의 경험과 사회복지서비스 욕구’라는 주제로 토론이 이뤄졌다. 사진 허현덕


화상 경험자들은 외모의 변화로 자신감을 상실하고, 학업과 취업 등에서 사회적 고립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연구와 제도적 지원 마련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화상 경험자들의 자·타의적 사회성 획득에 도움을 주기 위해 현재 민간 차원에서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민간 지원 특성상 지속적이고 보편적으로 활용하기는 힘들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5년 통계에 의하면 화상 진료자 수는 50만 명으로 이 중 중증화상 환자 수는 9234명이다. ‘국민 100명 중 1명은 화상 경험자’라는 의미다. 이 중에서 지속적인 치료와 사회적 배제를 경험하는 화상장애인에게는 의료지원을 비롯한 사회복귀 프로그램이 공공의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월 3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2019 한국장애인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에 따른 공공과 민간의 역할’ 화상장애인 세션에서 ‘화상 경험자의 화상 이후의 삶의 경험과 사회복지서비스 욕구’라는 주제로 토론이 이뤄졌다.

 

화상 경험자들 달라진 외모에서 좌절감, 사회적 단절 등 사회적 고립감 겪어

 

화상 경험자들은 흔히 ‘떡살’이라고 부르는 외부로 돌출된 피부조직이 생긴다. 따라서 얼굴, 손, 팔, 다리 등에 떡살이 있으면 이를 외부로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리게 된다. 관절 부위에 화상을 입은 경우에는 인대와 근육 등이 수축되어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이 외에도 면상반흔, 색소침착, 모발 결손 등의 신체적 문제가 발생한다. 치료 후에도 화상 흉터가 가렵고, 긁고 싶은 충동을 빈번히 느낀다.

 

신체와 외모의 변화로 화상 경험자들은 자존감이 저하되고, 대인관계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심한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지기도 한다. 양정빈 남서울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여성 화상 경험자의 경우 PTSD 증상과 함께 울분을 토로하고 자살 충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얼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경우에는 은둔생활과 대인기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선 한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청소년 화상 경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39%가 PTSD로 의심이 되었다”며 “중화상보다 경화상인 그룹이 오히려 PTSD가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고 짚었다.

 

양희택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PTSD 중에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사건, 사고 경험을 사회에 되갚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며 “이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의 경우 학교생활이 원활하지 않고, 성인의 경우에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화상 경험자인 김은채 한국장애인개발원 직업재활부 일자리개발팀 대리는 “(화상 경험 후) 이 자리에 서는 데까지 1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며 “취업을 하려고 해도 고용해주는 곳이 없을 때의 좌절감은 설명하기 힘들다”며 사회복귀를 위한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막대한 의료비 부담으로 생계 막막한데, 지원제도 마련도 요원해

 

토론자들은 화상 경험자들의 의료비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화상 치료는 반복적인 수술이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되고 생계 곤란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현재는 보험 또는 가족의 도움, 후원 등 개인 부담으로 떠안고 있다. 

 

김은채 대리는 “한림화상재단 등에서 의료비 지원을 받았음에도 의료비로 1억 원 가까이 자부담이 들었다”며 “여전히 수술이 필요하지만 의료비 문제로 고통을 참고 있는 화상 경험자들이 많다”며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상 경험자의 화상 이후의 삶의 경험과 사회복지서비스 욕구’ 토론회를 듣고 있는 참석자들의 모습. 사진 허현덕


그러나 현재는 화상장애인에 대한 정확한 통계도 없고, 제도적 기반도 허약해 정책을 통한 지원은 요원하다. ‘화상장애인’은 ‘화상으로 인한 손상에 대해 치료를 받고, 퇴원 후 6개월이 지난 이후에도 의료적 기준의 장애 자체뿐 아니라 사회와 환경으로부터 불리와 일상생활 활동 및 사회적 참여에 제약을 받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하는 15개 장애유형에는 포함돼 있지 않기에 이들은 안면장애와 지체장애 등에 분포돼 있다. 따라서 화상장애인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다. 2018 소방방재청의 통계에는 약 23만여 명이 화상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화상장애인이 사회·환경적 요소도 고려한 개념임을 상기하면 이러한 수치 자체를 화상장애인 수치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화상장애인에 대한 기초 연구부터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임수철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안면장애도 지난 2013년에야 비로소 장애유형으로 인정을 받았고 당시 230명이 등록했는데, 최근 조사에서는 2600명으로 나타났다”며 “장애의 양상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만큼, 화상장애인에 대한 전수조사와 피부결손에 의한 화상장애인을 장애유형 범주에 둘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화상장애인 지원, 민간 차원 벗어나 공공 영역으로 확장돼야

 

이처럼 화상 경험자들은 고립감, 사회적 배제, 장애인 제도에서의 배제 등 이중, 삼중의 배제를 경험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한림대학교 한강성심병원, 베스티안 병원, 부산 하나병원, 대구 푸른병원 등에서 화상장애인을 위한 사회복귀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영역의 지원이라 지속적이거나 통합적이지 않으며,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없는 문제도 발생한다.

 

임수철 소장은 이러한 부분을 지적하며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화상장애인 등 소수장애인을 위한 공적 전달체계 구축을 고민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화상장애인은 교육, 의료, 노동이라는 사회권이 보장돼 있지 않은데, 2010년에 요구했던 내용과 오늘의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며 “그때 화상장애인이 안고 있었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견고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채 대리도 “10년 전과 변한 게 없다는 지적은 당사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제도적 정책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화상장애인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화상장애 당사자들이 제도와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욕구를 이야기하고 스스로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며 당사자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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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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