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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케어와 장애인 탈시설,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지역사회 통합돌봄 고민하는 정부, ‘장애인 거주시설’ 지역 안착에 전전긍긍
장애계 “정부, 시설을 탈시설의 주체로 보고 있어… 깊은 우려” 질타
등록일 [ 2019년06월01일 18시06분 ]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커뮤니티 케어’ 시범사업이 행정편의적이고 여전히 거주시설을 중심에 두고 있으며, 예산 확보 없이 계획들만 무성하다는 장애계의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장애인복지학회는 5월 31일 이룸센터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실천분과 중 하나로 ‘커뮤니티 케어, 내가 정말 행복할 수 있나요?’라는 제목으로 커뮤니티 케어의 기본계획 쟁점과 과제를 살피는 토론회를 열었다.

 

- 지역사회 통합돌봄 고민하는 정부, ‘장애인 거주시설’ 지역 안착에 전전긍긍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돌봄 수요 증가로 사회적 돌봄이 요구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 돌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커뮤니티 케어는 노인, 장애인 등과 같이 돌봄이 필요한 시민이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에서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보건의료·요양·돌봄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사회서비스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커뮤니티 케어 제공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애인의 경우엔 탈시설 흐름에 맞춰,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지역정착 지원 모델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유동철 부산복지개발원 원장은 “정부가 장애인용 통합돌봄모델을 개발하고 있는데 늦어지는 이유는 커뮤니티 케어 관점에서 장애인거주시설을 어떻게 안착시킬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라면서 “정부는 모든 시설을 없애기보다는 소규모화하고 시설 기능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주시설의 기능 전환으로, 시설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체험주택, 케어안심주택 등을 운영하도록 지원해 장애인의 거주권을 실현하겠다는 방안이다.

 

한국장애인복지학회는 5월 31일 이룸센터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실천분과 중 하나로 ‘커뮤니티 케어, 내가 정말 행복할 수 있나요?’라는 제목으로 커뮤니티 케어의 기본계획 쟁점과 과제를 살피는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유동철 부산복지개발원 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 강혜민
 

탈시설 모델에서 장애계가 요구하는 것 중 하나는 시·도에 탈시설지원센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 원장은 “복지부가 설립을 부담스러워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전달체계 구축과 함께 중요한 것은 탈시설 시, 모든 서비스가 연계되어 집중 지원하는 것이다. 유 원장은 “정부에서 제공하는 게 있고 지방정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는데, 이러한 칸막이 정책을 개인 욕구 수준에 맞춰 조절할 수 있는 권한이 어느 곳에도 없다. 이것을 조정·연계할 수 있어야 욕구에 맞춰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논쟁들도 있다. 유 원장은 “‘탈시설 욕구조사를 해야 한다’는 게 복지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라면서 “그러나 ‘모든 이들이 탈시설 한다는 것을 전제로 접근해야지 왜 굳이 욕구 조사를 하느냐’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며 정부와 장애계 간의 갈등 지점을 짚었다. 실제 인권침해와 시설 비리 문제로 시설 폐쇄와 함께 탈시설이 진행되고 있는 대구시립희망원의 경우에도 당사자의 탈시설 욕구가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대구시 등은 탈시설 욕구에 대한 의사표현한 이들만 탈시설 시키려는 반면, 장애계는 ‘오랜 시간 시설의 삶이 익숙해진 이에게 확고한 자립의지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현재 커뮤니티 케어 장애인 선도사업을 하는 지역은 대구 남구와 제주 제주시이다. 유 원장은 “대구는 시립희망원이 있어서 그나마 탈시설이 진행되고 있으나, 제주의 경우 시설에서 이미 나온 사람과 입소 대기자를 중심으로 ‘탈시설 하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탈시설 관점이 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 원장은 “탈시설이라는 단어를 강화하면서 그 안에 커뮤니티 케어를 받아들일지, 커뮤니티 케어 전체 틀 속에서 탈시설을 받아들일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이 안에서 탈시설지원센터의 적절한 위치는 무엇인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케어를 지칭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라는 용어 사용도 검토가 필요하다. 장애계쪽에서는 ‘돌봄’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존성 때문에 이러한 단어 사용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 원장은 “돌봄 윤리는 인간에게 있어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것”이라면서 “이를 거부하면 안 된다. 이를 통해 오히려 돌봄의 공공성, 사회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 민간에 복지 떠맡겼던 ‘과거와 단절’해야… 시혜적 관점 버리고 ‘시민권 보장’으로

 

노금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토론자로 나선 노금호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커뮤니티 케어는 단순한 정책 도입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포괄적인 사회서비스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과거에 복지를 민간에 떠넘기기만 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복지예산 확보 없이 커뮤니티 케어를 한다고 하니 솔직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는 “과거와 단절해야 한다”면서 “수용시설 중심의 비정상적인 구조를 탈피하여 장애인도 온전히 시민권을 누릴 수 있는, ‘보장의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소장은 ‘돌봄’이라는 단어 사용도 이러한 차원에서 접근했다. 그는 “돌봄은 권력의 문제다. 돌봄이라는 단어가 갖는 권력 관계의 비대칭성 때문에 장애인 자립생활운동에서 거부해왔던 것”이라면서 “장애인도 권리보장의 주체임에도 ‘돌봐야 한다’는 시혜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정부 정책이 불편하다는 의미”라고 일침을 가했다.

 

나아가 시설 소규모화와 기능 전환에 대해서도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노 소장은 “서비스 공급자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이런 방식으로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지역사회에 나온 장애인에게 단순히 주거를 제공하고 돌봄인력을 어떻게 파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이것은 패러다임의 변화”라며 시설 폐쇄를 주장했다.

 

노 소장은 현재 진행되는 대구시립희망원 탈시설 상황을 전하며 정부가 추진 중인 커뮤니티 케어의 한계점을 짚기도 했다. 대구시립희망원 내 장애인거주시설 시민마을(구 글라라의집)이 2018년 12월 31일 자로 폐쇄되어 현재는 노숙인 재활시설, 노숙인 요양시설, 정신장애인 요양시설만이 남았다. 대구시는 남은 시설은 커뮤니티 케어 시범사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했으나, 복지부가 장애인 커뮤니티 케어 시범사업 대상자를 ‘법정 장애인거주시설 거주자’로 제한하고 있어 노숙인 재활시설 등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들은 시범사업 적용을 받지 못한다.

 

노 소장은 “이는 현재 정부의 커뮤니티 케어 정책이 얼마나 행정편의적이고 이율배반적인지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현재 커뮤니티 케어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정부는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시작부터 노인/정신질환/노숙인/장애인으로 칸막이를 두고, 대상 구분도 기존 시설 유형이나 정책대상 유형에 기준을 두고 있다”고 질타했다.

 

탈시설지원센터 관련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책임 있는 탈시설지원센터가 설치되어야 한다”면서 “법정 장애인거주시설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시설 전반을 포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 시설을 탈시설의 주체로 보고 있어… 깊은 우려” 질타

 

김기룡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총장(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김기룡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총장도 “정부가 시설을 탈시설의 주체로 보고 있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김 사무총장은 “시설이 주택과 주거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이것이 만약 시설 종사자의 고용문제 때문이라면 다른 형태, 예를 들어 현재 정부가 설립하는 사회서비스원과 같은 공적 전달체계 구축을 통한 해결을 고민해야지, 시설 운영에 익숙한 이들이 탈시설을 선도적으로 촉진할 수 있으리라 생각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사회 정착 과정에서 시설이 운영하는 그룹홈 등이 주거시설에 포함된 점도 지적했다. 그는 “이 경우, 시설 법인이 주택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는데 주택에 대한 소유권은 장애인 당사자가 가져야 한다. 이 부분도 커뮤니티 케어 추진과정에서 보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커뮤니티 케어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전환될 때 집중해서 지원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공적서비스와 예산이 확보되어 있는가”라고 되물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장애등급제 폐지’처럼 조삼모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사무총장은 “현재 커뮤니티 케어로 돌봄대상자 확대, 전달체계 개편 등 기존 돌봄체계를 다 빨아들이려고 하는데, 시행할 수 있는 예산과 권한, 전달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계속 계획만 발표하는 것은 오히려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면서 “차라리 추진과정에서 실현 가능한 대상만 한정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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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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