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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암재단 탈시설 투쟁 10주년, 장애인거주시설폐쇄조례 제정 촉구
장애계, 서울시 장애인인권증진기본계획 환영하며 완전한 탈시설-자립생활 외쳐
등록일 [ 2019년06월05일 22시36분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3개 단체가 4일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서울시 장애인인권증진기본계획 전면수정 환영 및 장애인거주시설폐쇄조례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계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마로니에공원까지 행진하는 모습. 사진 박승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3개 단체가 ‘석암재단 탈시설 투쟁 10주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서울시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이 부족하다며 4일 서울시청 앞에서 장애인거주시설폐쇄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장연은 서울시가 ‘제2기 서울시 장애인 인권증진 기본계획(2019~23)’을 전면 수정한 것에 환영하면서 장애인거주시설폐쇄조례 제정으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3개 단체가 4일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서울시 장애인인권증진기본계획 전면수정 환영 및 장애인거주시설폐쇄조례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박승원


- 10년 전 ‘마로니에 8인’ 투쟁이 없었다면 ‘탈시설 5개년 정책’도 없었을 것

 

10년 전인 2009년 6월 4일, 석암재단(현 프리웰 재단) 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발생한 시설 비리와 인권침해 사실을 알리며 거주인 8명이 마로니에 공원에서 ‘탈시설-자립생활’을 요구하는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서울시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의 초석을 만든 이들은 이후 ‘마로니에 8인’이라고 불렸다.

 

장애인이 시설에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당시,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은 전무했다. 하지만 장애계는 서울시를 상대로 탈시설전환국 설치, 전환주거 제공, 활동보조 생활시간 확대 및 대상제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62일간 노숙농성 투쟁을 벌였다. 그 결과, 서울시에 서울시복지재단 산하 장애인전환서비스지원센터가 설립되어 거주시설에서 탈시설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게 됐다. 또한 체험홈·자립생활가정(현 자립생활주택) 등 주거정책이 시행되어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들의 가장 시급한 문제인 주거 문제를 지원하는 등 전국 지자체 최초로 탈시설 정책이 마련됐다. 이는 2013년 ‘서울시 1차 탈시설 계획(2013~17)’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18년 1월, 서울시는 ‘2차 탈시설 계획(2018~22)’을 발표한다. 그러나 이는 1차 탈시설 계획보다 후퇴한 안이었다. 1차에서는 ‘5년간 600명의 탈시설을 지원한다’고 했으나, 2차에서는 지원 규모가 절반인 ‘5년 간 300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 계획은 2019년 발표된 ‘제2기 서울시 장애인 인권증진 기본계획(2019~23)’에 고스란히 반영되었고, 장애계는 이에 반발하며 지난 4월 12일부터 5월 1일까지 서울시청에서 탈시설 계획 전면 수정을 촉구하는 노숙농성을 벌였다.

 

그 결과, 이들은 △5년간 탈시설 800명 지원 △탈시설 장애인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으로 최대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지원 △탈시설에 필요한 지원주택 확보 △탈시설 정착금 2022년까지 매년 100만 원씩 인상 등을 서울시와 협의하는 결실을 보았다. 또한, 과거 시설 비리와 인권침해가 있었던 사회복지법인 프리웰과 인강재단 산하 시설에 있는 236명 전원에 대해서도 2020년까지 탈시설을 지원한다는 것에 서울시와 협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서울시 공무원도 나와서 석암투쟁 10주년을 축하했다. 배형우 서울시 복지기획관은 “10년 전 장애계 탈시설 운동에 대해 말씀 많이 들었다. 서울시는 장애계와 함께 탈시설 5개년 계획 등 여러 가지 복지정책을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봐도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라면서 “여기 계신 분들이 도와준다면 더 많은 정책을 만들겠다”라고 전했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왼쪽)와 황인현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오른쪽)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문애린 서울장차연 공동대표는 “석암투쟁이 없었다면 ‘탈시설 5개년 계획’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투쟁의 의미를 짚었다. 그는 “두 번째 탈시설 5개년 계획이 다시 진행되려고 한다. 처음에는 5년 동안 300명의 장애인을 탈시설 시키겠다고 했지만, 우리의 투쟁으로 800명으로 증가했다”라면서 “아직 서울시 장애인거주시설에는 2524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다. 그들을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전장연은 일시적 계획이 아니라 지자체 조례를 통해 탈시설을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법(조례) 제정’으로 서울시 관할 45개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해 ‘완전한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을 세워 단 한 사람도 배제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 전 석암투쟁에 연대하며 함께 탈시설 투쟁을 벌인 황인현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탈시설로 인해 변화한 자신의 삶을 이야기했다. 그는 “10년 전 서울시를 상대로 죽기 살기로 투쟁한 결과, 자립생활주택 정책을 만들었다. 여기 모인 우리들이 한목소리로 연대하고 투쟁했기에 가능했다. 우리 투쟁이 장애운동에 큰 분수령이 되었다”라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이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내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재 센터에서 동료상담가로 일하고 있으며 과거 부양의무제로 묶여있던 기초생활 수급 문제도 해결되었다. 또한, 24시간 활동지원도 받고 있으며 이제는 어엿한 내 집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인현 활동가는 “여전히 배고프다”라고 했다. 그는 “아직도 시설에 갇혀 지역사회에서 배제되는 사람이 있다. 내 행복과 누림에 만족하지 않고 차이가 차별이 아닌, 다름이 틀림이 아닌 우리 모두 인간다운 삶을 살기까지 나 또한 앞장서서 투쟁하겠다”라고 외쳤다

 

장애계 활동가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마로니에공원까지 행진했다. 사진 박승원


민선 인권운동 사랑방 활동가는 석암투쟁이 단지 시설 내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이 통제되는 공간으로서의 시설 그 자체’에 문제제기한 사건이었다고 의미를 되짚었다. 민선 활동가는 “우리가 요구해온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는 단지 시설 안에서 발생한 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시설 비리를 근절해야 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면서 “누군가의 삶을 함부로 가두는 공간이 존속하는 한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기에 시설을 폐쇄하라는 요구였으며, 통제되고 관리되는 대상이 아니라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내 삶을 되찾겠다는 선언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라는 말은 생소했으나, 10년이 지난 오늘은 대통령도 공약하고 정부와 지자체도 구체적 정책으로 논의하는 수준이 됐다”면서 “이 변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라 여기 계신 분들의 투쟁으로 일궈낸 변화”라고 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이번 서울시 농성 때 ‘거주시설은 감옥’이라고 했더니 장애인복지시설협회 쪽에서 노동자를 비하하는 거라며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와 지자체가 감당해야할 책무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라면서 “다시 10년 뒤가 온다면 장애인도 더는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당연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도 인간답게 살아보자.”라고 외쳤다.

 

이날 전장연 등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혜화동 마로니에공원까지 행진한 후, 오후 6시부터 10년 전 노숙농성을 시작했던 마로니에 공원에서 석암투쟁 10주년 기념 문화제를 열었다.

 

장애계 활동가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마로니에공원까지 행진했다. 사진 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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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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