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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농교육은 아비규환” …농학생 학습권 심각한 붕괴
‘장애인 교육의 현황 및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밝혀진 처참한 농교육 현실
농학생을 위한 교육도, 교육제도도, 교육개혁 주체도 없어
등록일 [ 2019년06월07일 17시38분 ]

‘농학교에서도 통합학교에서도 농학생을 위한 교육이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농교육 부재는 제도권 교육 안에서의 무관심, 그에 따른 제도 마련 부족, 농교육 개혁주체의 부재 등 악순환을 거듭하며,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현재 농교육의 문제점을 짚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5일, 오후 2시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장애인 교육의 현황 및 발전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반적인 장애인 교육에 대한 논의, 그중에서도 특히 농교육 개선에 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5일, 오후 2시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장애인 교육의 현황 및 발전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반적인 장애인 교육에 대한 논의, 그중에서도 특히 농교육 개선에 관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사진 허현덕
 

‘최악이 아닌 차악’으로 통합학교를 선택하는 농학생들

 

국립특수교육원의 ‘2018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청각장애 학생은 3268명이다. 이 중 청각장애 특수학교에는 762명, 일반학교 특수학급에는 687명, 일반학교 전일제 통합학급 1801명, 특수교육지원센터에 18명이 배치돼 있다. 통합교육을 받는 학생은 2488명으로 전체의 76%다. 청각장애 특수학교 즉, 농학교에 다니는 청각장애 학생의 비율은 전체의 약 23%에 그치고 있다. 그중 수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농학생의 비율은 약 40%를 차지한다. 농학생의 감소는 농학교 수의 감소로도 이어졌다.  21개였던 농학교 수는 2007년 17개로, 현재는 14개까지 줄었다.

 

농학생이 농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농학교 교사 중 수어를 하지 못하는 교사는 상당수에 이른다. 따라서 농학생은 의사소통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제대로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인공와우와 보청기를 착용한 청각장애 학생 위주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어 수어 과목조차 없는 농학교가 대부분이다.

 

곽정란 강남대학교 특수교육재활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농학교가 ‘청각을 지원하는 학교’로 변모했다”고 지적하며 “교사가 수어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농학생이 질문하는 내용을 교사가 읽을 수 없고, 교사가 설명하는 것을 농학생이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인데 교육이라는 것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며 수어 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현주 한국구화학교 교사는 우리나라의 특수교육 시스템에서 농교육 부재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남아 있는 농학교에서 단순 청각장애 학생은 1학급에 1~2명이다. 대부분 중복장애학생으로 채워져 있다. 이 교사는 “특수학교에서 한 학급을 만들기 위해서 유치 4명, 초등 6명, 중등 6명, 고등 7명을 채워야 하는 규정상 장애유형별로 반 편성을 할 수 없다”며 “한 교사가 다양한 학년을 감당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면서, 수업의 운영도 어려워지고 수업의 질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학생들을 위한 직업교육도 없는 실정이라서 특수교사들이 개인적으로 바리스타, 뜨개질, 풍선아트 등의 교육을 받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며 “이렇게 교사 개인의 역량에만 기댄 특수교육은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의 피로와 사기저하를 불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제를 맡은 곽정란 강남대학교 특수교육재활연구소 연구원(왼쪽), 이현주 한국구화학교 교사(오른쪽) 사진 허현덕
 

이러한 학급 편성의 문제점은 그대로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서도 나타난다. 여러 장애유형이 함께 공부하다 보니 청각장애 학생이 발달장애 학생을 돌보거나 가르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일반학교 전일제 통합학급의 경우도 상황은 좋지 않다. 청각장애 학생과 비청각장애 학생의 상호작용 지원 프로그램도 없을뿐더러 수어통역은커녕 자막, 속기 지원도 없다. 청각장애 학생 그중에서도 듣지 못하고, 수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농학생은 점점 고립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럼에도 농학생이 농학교보다 통합교육을 선택하는 이유는 농학교가 그만큼 질 낮은 교육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허일 한국복지대학교 한국수어교원과 교수는 “농학생들은 농학교라는 최악이 아닌 통합교육이라는 차악을 선택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농학교 교사들은 자신의 자식이라면 보내지 않을 최악의 교육을 제공하면서 농학생들 보고 오라고 하는 꼴”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농학교 교원 391명을 대상으로 수어능력에 대한 조사를 시행했더니, 98%(385명)가 수어를 한다고 답변했는데 그중에서 수어통역 자격 소지자는 6.1%(24명)밖에 안 됐다”며 “일부 교사를 제외하고는 왜 농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지 모르는 교사들뿐”이라고 지적했다.

 

농인의 고유성 인정하는 교육 체계 마련해야

 

곽정란 연구원은 청각장애 영역에 대한 체계적인 용어 구분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각장애 영역은 여러 가지 의사소통을 지닌 사람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며 “난청인, 중도실청인, 농인, 중복장애 등이 인공와우, 보청기, 한국어대응 수어, 한국수어, 홈사인, 제스처, 필담 등 여러 종류의 의사소통 체계로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특수성에 따른 용어 정립이 이뤄져야 이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대응 마련도 가능하다”고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곽 연구원은 그중에서도 농인의 고유성을 인정하는 교육 체계 마련을 강조하며, 일본의 농교육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청각특별지원학교, 난청학급, 통급지도 등의 3가지 형태가 있다. 이 중 난청학급은 통합교육의 한 형태로 793학급이 설치돼 있다. 주목할 점은 청각장애 학생의 집단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청각장애 학생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통합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수어교육을 받을 수 있는 Co-enrollment program(‘동반입학’ 또는 ‘더불어 학급’으로 한국에 소개됨)도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청각장애 학생과 비청각장애 학생이 함께 공부하는데, 반드시 여러 명의 청각장애 학생을 배치해 집단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뿐만 농인교사와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어 있어 비청각장애 학생도 수어를 배울 수 있다. 효고현에서 이와 같은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일본 농학교의 경우 ‘이중언어농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국어’ 대신 ‘수어’와 ‘일본어’ 과목이 있다. 곽 연구원은 “수어 교과는 일반 학교의 국어 교과에 해당하는 것이고, 일본어 교과는 농학생에게 제2 언어로 일본어를 가르치는 교과로 제2 언어로 일본어를 학습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수법을 기반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사립인 메이세이학원이 채택하고 있다.

 

공립인 홋카이도삿포로농학교는 개인의 의사소통 방법에 따라 일본수어, 청각구화+수지일본어, 중복장애 등 세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학급을 편성하고 있다. 곽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농학교 중 일본 구화학교를 제외하고는 모든 농학교에서 수어를 활용하여 수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도 수어로만 모든 교육이 이뤄지는 ‘대안학교 소보사’가 있다. 김주희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아래 소보사) 대표교사는 “그동안 소리를 잘 보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잘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다가 대안학교인 소보사를 세우게 됐다”며 “수어가 언어라는 것 그것을 제1 언어로 사용한다는 것, 이 사실이 농인이 어떠한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아주 최소한의 단위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어로 가르친다는 것은 모든 소리를 수어로 바꾸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농인의 사고체계, 시각언어로 풀어가는 논리적 사고를 이해하고 교육에 반영하는 것이 진정한 농학생 교육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열린 ‘장애인 교육의 현황 및 발전방안 토론회’ 참석자들이 허일 한국복지대학교 한국수어교원과 교수의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 허현덕
 

농인이 중심이 되는 교육 환경 조성으로 교육개혁 이끌어야

 

곽정란 연구원은 농학생의 학습권 제고를 위해서는 △통합교육에서 수어를 배울 권리 보장 △한국수어를 교육언어로 하는 농학교 △농인교사의 확대 △농학교에 한국수어 학급 신설 등을 제언했다. 특히 농교사의 배치가 중요성을 띤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청각장애인 교직원 424명 중 81%가 농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또한 미야기교육대학의 경우 교생 실습 시 수어통역사를 배치해 농교사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1917년부터 농학교를 설립하고 농교사 양성에 힘쓴 결과 현재는 80여 개의 농인학교에서 농교사가 일하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교장도 농교사가 맡고 있다. 정종규 치유하는 농인교회 목사는 “농교육은 농인 당사자에게 맡겨야 어떤 교육을 할지 가장 잘 안다”며 농교사 배치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농교사 배출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대학 특수교육과에서 청각장애 학생 교육 전공 교수도 거의 없고, 특수교육 과정에서도 개별 장애유형에 대한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게다가 농학생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진학도 어려워 교사 양성의 문은 굉장히 좁다. 현직 청각장애인 교사들이 일반학교를 졸업해 수어를 전혀 모른다는 지적도 있었다.

 

무너진 농교육을 타개하기 위한 지속적인 권리 구제 활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농인계에서는  이런 심각한 문제점이 불거지는 상황에도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허일 교수는 “특수교육법 제28조에서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등 치료지원 제공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제공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수어통역, 속기사 등의 보조인력 제공은 학교장에게 맡기고 있다”며 “이런 심각한 학습권 침해 조항에도 아무도 반기를 들고 나서는 곳이 없다”고 농인계 지도층을 겨냥했다.

 

박민영 학생도 “농교육 현장은 아비규환인데도 농인 단체들은 서로의 이익을 좇으며 서로 헐뜯기 바쁘다”면서 “그런 싸움을 멈추고 농인 스스로가 농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수한 농학생이 농인계의 리더가 되어 교육개혁을 이끌어야 농교육이 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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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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