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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장애인 활동지원시간 떼서 시각장애인에게… 복지부가 장애유형 간 싸움 붙이고 있다
장애계, 자체 모의평가 결과 발표… 기존 수급자 중 7% 활동지원 급여 탈락
문제의 근본은 ‘예산 확대 없이 포장지만 바꾸기 때문’… 기획재정부를 잡아라
등록일 [ 2019년06월11일 12시36분 ]

장애계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종합조사표 온라인 모의평가 결과, 상당수 장애인들의 활동지원 급여 삭감이 확인됐다. 오는 7월 1월부터 도입되는 종합조사표 적용 시에 실제 활동지원 급여 하락이 잠정 확실시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장애계의 움직임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10일, 세종문화회관 앞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찾아 삼만리’ 농성장에서 지난 열흘간 진행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 온라인 모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현재 보건복지부의 종합조사표에 대한 장애계의 입장과 요구사항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장애계, 자체 모의평가 결과 기존 수급자 중 7% 활동지원 급여 탈락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는 5월 31일부터 6월 9일까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와 신청자를 대상으로 종합조사표 온라인 모의평가를 시행했다. 이번 모의평가는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의 내용 및 점수 산정 방법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웹사이트로 구축하여 본인이 자가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열흘간 진행된 모의평가에 참여한 2519명(성인 1569명, 아동 95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증가율을 알 수 없는 신규 신청자 174명을 제외한 2345명의 증감을 보면 활동지원 시간이 증가하는 사람은 1478명(58.7%)이며, 감소되는 사람은 867명(34.4%, 탈락자 176명 포함)이다.

 

모의평가에 참여한 이들의 장애등급은 1급이 1624명(64.5%), 2급 633명(25.1%), 3급 225명(8.9%), 4급 20명(0.8%), 5급 10명(0.4%), 6급 7명(0.3%)이다. 이를 7월부터 도입되는 중·경증으로 나누면 중증장애인 2482명(98.5%), 경증장애인은 37명(1.5%)이다.

 

현재 활동지원 인정조사는 4등급으로 나뉘어 있으나, 종합조사표에서는 15단계로 세분화되고 급여 탈락자를 고려한 별도의 ‘특례’ 구간이 생긴다. 특례 구간에 해당하는 이들은 다음 수급 갱신 기간인 3년까지 월 45시간을 보전받을 수 있다.

 

기존 인정조사표 대비 종합조사 활동지원구간별 비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제공
 

한자협은 ‘종합조사 활동지원구간 15단계와 특례구간(탈락자)’을 기존의 활동지원 인정조사 4등급과 비교하기 위해 4단계로 나눠보았다. 이를 통해 하위구간에 응답자의 82%가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 하위구간에 사람들이 밀집해있다는 것은 그만큼 활동지원 시간 삭감을 뜻한다. 여기서 하위구간이란 종합조사표의 9~15구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시간으로 환산하면 월 45~240시간이다. 구간별로 자세히 보면, △13~15구간 및 특례(월 120~45시간) 1294명(51.4%) △9~12구간(월 240~150시간) 772명(30.6%) △5~8구간(월 360~270시간) 287명(11.4%) △1~4구간(월 480~390시간) 166명(6.6%) 순이다. 장애유형별로 보면 지체장애(45.6%), 시각장애(41.4%), 뇌병변장애(36.7%)의 활동지원 시간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번 조사결과를 발표한 최용기 한자협 회장은 “나는 24시간 활동지원이 필요한 사지마비 중증장애인인데 모의평가 결과 월 100시간이 줄어든다. 시간이 삭감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면서 “현재 절대적으로 활동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들이 필요한 만큼 서비스를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도리어 시간이 줄어드는데, 이게 어떻게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느냐”며 비판했다.

 

- 뇌병변장애인 시간 떼서 시각장애인에게… 복지부가 장애유형 간 싸움 붙이고 있다

 

종합조사표가 도입되면 활동지원 급여가 삭감되거나 탈락할 것이라는 불안한 소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실제 복지부가 2017년 장애등급제 폐지 3차 시범사업에서 기존 수급자 1886명을 대상으로 종합조사표를 모의적용한 결과, 13.52%(246명)가 급여에서 탈락했다. 이러한 사실이 2018년 9월 공개토론회에서 드러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시각장애계쪽이 강하게 반발하자, 복지부는 지난 4월에 열린 2차 공개토론회에서 초안을 수정한 조정안을 공개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다시 드러난 문제는 복지부가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 및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정된 파이 안에서 점수 조절을 통해 이쪽 점수를 깎아 저쪽 점수에 얹어주는 식으로 종합조사표를 수정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시·청각장애인과 정신·발달장애인의 활동지원 시간은 초안보다 증가한 반면, 그만큼 지체·뇌병변장애인 쪽의 시간은 삭감됐다.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 초안(왼쪽)과 조정안(오른쪽). 조정안에서 일상생활동작영역 점수가 줄고, 시·청각복합평가, 인지행동특성, 수단적 일상생활동작 점수가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이는 초안과 조정안을 비교해보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종합조사표에서 기능제한(X1)은 △일상생활동작 △수단적 일상생활동작 △인지행동특성으로 구성된다. 초안과 조정안을 비교해보면, 일상생활 동작영역 점수는 344점→318점으로 줄었는데, 이 중 시·청각복합평가 항목만 20점→36점으로 늘었다. 수단적 일상생활동작은 116점→120점으로, 정신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을 고려한 인지행동특성은 72점→94점으로 늘었다. 이렇게 봤을 때, 대부분의 지체·뇌병변장애인은 해당하지 않을 시·청각복합평가와 인지행동특성을 제외한 점수만을 산정해보면 지체·뇌병변장애인은 조정안에서 초안보다 무려 38점(440점→402점)이나 삭감됐다. 점수 삭감은 활동지원 시간 삭감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박경석 장애등급제폐지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은 “이렇게 되니 그야말로 종족전쟁이 일어났다”고 꼬집으면서 “왜 이렇게 삭감되는지 복지부는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활동(X2) 영역 점수도 조정됐다. 학교생활은 초안에서 16점이었으나 조정안에서 6점으로 떨어졌다. 점수 하락 문제도 있지만 사회활동영역에 있는 직장생활 항목은 24점, 학교생활에는 6점이 책정되어 있어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된다. 박 공동위원장은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직장을 가지려고 해도 가질 수 없는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평생교육을 통한 사회활동(학교생활)과 직장생활을 왜 차등하나.”라면서 “복지부는 민관협의체에서 학교생활도 동일하게 24점으로 반영하겠다고 협의해놓고 이렇게 깎아버렸다”고 규탄했다.

 

또한, 박 공동위원장은 “복지부는 인지행동특성 중 ‘위험인식’이란 재난 발생 시에 도망가지 못 가는 것도 포함한다고 한다. 즉, 인지행동특성에 지체·뇌병변장애인도 받을 수 있는 점수가 있다고 하는데 그에 대한 구체적 메뉴얼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종합조사표에서 465점 이상을 받아야 월 최대 지원시간 480시간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그 누구도 도달할 수 없는 점수다. 최고점수를 받으려면 중증 지체·뇌병변장애에 시·청각장애와 정신·발달장애까지 있으면서 직장생활을 하며 접근성이 떨어지는 집에 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활동지원 급여에서 추가급여는 기본급여에 상관없이 주어졌는데 종합조사표에서는 함수를 도입하여 장애를 의학적 손상에 따라 판정하는 기능제한(X1)에 비례해 가구환경(X3) 점수가 책정되도록 구성했다.

 

이날 전장연은 복지부가 ‘기존 수급자들이 급여 하락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며 내놓은 급여감소 지원방안에 대한 허구성도 폭로했다. 복지부는 서비스 시간이 삭감되는 경우, ‘활동지원급여 2개 구간 범위 내에서 지원하겠다’며 모호하게 밝힌 바 있다. 종합조사표가 한 구간당 30점을 기준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30시간씩 차이 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때 복지부가 밝힌 2개 구간은 60점, 즉 60시간이다. 전장연에 따르면, 복지부는 기존 수급자가 종합조사표로 산정했을 당시 100시간이 깎이면 60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40시간에 대해서만 3년(수급 갱신 기간) 동안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기존 수급자의 경우 최대 60시간(2개 구간, 60점)까지 시간이 삭감될 수 있다. 급여 탈락자의 경우에도 3년간 월 45시간밖에 지원되지 않는다.

 

10일, 세종문화회관 앞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찾아 삼만리’ 농성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경석 장애등급제폐지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이 현재 보건복지부의 종합조사표에 대한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 문제의 근본은 ‘예산 확대 없이 포장지만 바꾸기 때문’… 기획재정부를 잡아라

 

이러한 문제 발생의 근본적 이유로 전장연은 ‘한정된 예산’ 문제를 꼽는다. 전장연은 “보건복지부의 종합조사표는 처음부터 장애인 중심이 아니라 기획재정부가 준 ‘실링(Ceiling) 예산(정부 예산 한도액)’에 갇혀 있었다”면서 “그 결과 장애인들은 종합조사표의 조작된 기준에 의해 권리는 박탈당하고 유형별로, 개인별로 갈라지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활동지원 예산은 지난해 6900억 원에서 올해 1조 35억 원으로 대폭 증액된 듯 보이나 실은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서비스 단가가 1만 760원에서 1만 2960원으로, 장애인 이용자 수가 7만 1천 명에서 8만 1천 명으로, 최중증장애인 활동지원 가산급여가 690원에서 1000원으로 늘어난 것에 의한 자연증가분 반영에 불과했다. 활동지원 ‘하루 24시간 보장’은 포함되지 않은 채 이용 시간도 월 109시간으로 동결됐다. 정부는 “올해 7월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서 장애인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가 도입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사실은 예산 한 푼 들이지 않고 ‘장애등급제’를 ‘장애점수제’로 포장지만 바꾸고 있다고 장애계가 비판하는 이유다. 따라서 전장연은 이는 복지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예산을 관할하는 기획재정부까지 움직여야 할 문제로 보고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지난 4일부터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을 찾아가는’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 전장연은 종합조사표 도입에 따른 문제 해결을 위해 총 7가지 요구안을 발표했다. 특히 이들은 “종합조사표를 7월 1일부터 바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6개월간 시범운영 하여 이에 따른 부작용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를 포함하여 각 정부 부처와 장애계가 포함된 협의기구를 운영하고, 이를 장애인복지법 부칙에 명시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최중증 독거장애인에게 하루 8시간 추가 지원으로 24시간 활동지원 보장 △모든 장애유형이 하루 최대 약 16시간의 급여량이 나올 수 있도록 조정 △한시적 보전 방안이 아닌 급여 수급 최저기준과 급여 구간 조정 및 평균 서비스양 확대 △장애유형별 특성 반영한 매뉴얼 공개로 불신 해소 △사회생활(X2) 영역의 학교생활 점수 6→24점으로 조정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하루 8시간 보장 등을 요구했다. 전장연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복지부에 제출하면서 14일까지 공식 답변을 요청했다.

 

한편, 이들은 종합조사표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12일 오후 2시 노들야학(종로구 동숭길 25)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종합조사표 바로알기 토론회’를 열고, 14일에는 기획재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대대적인 행진을 비롯해 종합조사표 시행을 저지하기 위한 각종 활동을 7월 1일까지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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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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