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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조사표 문제, 단순 점수 싸움이 아니다
[기고] 활동지원제도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의 문제점
복지서비스 ‘필요도 측정’하며 모멸감 주는 제도, 이제는 바꾸어야
등록일 [ 2019년06월17일 15시06분 ]

오는 7월 1일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아래 종합조사표)’가 도입됩니다. 앞으로 종합조사표가 일상생활영역(활동지원, 응급알림e, 거주시설, 보조기기)에서의 서비스 기준을 결정하는 판정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중에서 특히 활동지원이 문제인데요, 장애계는 종합조사표 도입 시 현재보다 활동지원 시간이 대폭 삭감될 것을 우려하며 대대적인 투쟁에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종합조사표가 단순 문항과 배점 싸움이 아닌, 10여년이 넘게 이어져 온 장애인 활동지원제도화 투쟁과 어떻게 흐름을 함께하고, 그 이면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들여다봅니다. _편집자 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소속 장애인 활동가 20여명이 14일 오전 7시 50분 국민연금 충정로사옥 15층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을 기습 점거하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는 점수 조작표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사진 박승원


문재인 정부의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시행일인 7월을 불과 보름여 앞둔 지난 14일, 박근혜 정부 시절 ‘유사·중복 사업’이라며 지자체 장애인 활동보조 추가지원을 제재했던 사회보장위원회를 장애인활동가들이 기습 점거했다. 바로 장애인에 대한 ‘낙인의 사슬’이자 ‘생사의 저울’인 ‘장애등급제’를 대신하여 장애인의 욕구와 필요를 반영하겠다고 도입한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가 실제로는 기존 활동지원 수급자의 서비스 삭감이 이뤄지는 등 사실상 ‘점수조작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가 구성되고 논의가 시작되었으나, 질곡의 장애등급제 역사만큼이나 논의는 순탄하지 않았다. 게다가 상호 신뢰를 저버리는 정부의 일방적인 논의 진행과 법령·제도 정비 추진 등으로 인해 장애계가 요구하는 ‘장애등급제 폐지’를 이뤄낼 수 있을지 진정성이 의심되어 왔다. 오이씨디(OECD) 평균의 장애인복지예산 확대가 전제조건이자 필수조건임을 재차 강조하였으나, 예산 확대를 위한 노력보다 무늬만 바꾸는 제도 정비들은 불안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2018년 9월과 2019년 4월 토론회 등을 통해 ‘장애등급제 폐지’의 첫 대안이자 결과물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의 내용이 확인되었고, 그 불안감은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가 어째서 ‘점수 조작표’인지, 그리고 기본적 권리로서 사회서비스(활동지원서비스 등)가 필요한 장애인을 어떻게 평가하고 제한하는지 그 이면의 폭력적 속성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2006년부터 시작된 활동보조서비스 제도화 투쟁의 원칙과 제도의 역사적 변화들을 우선 살펴보아야 한다.

 

활동지원서비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이라는 원칙을 고수해 온 싸움

 

2006년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에 들불처럼 번져나간 ‘장애인활동보조 권리 쟁취 투쟁’은 제도화의 의미를 넘어서는 중요한 선언과 의미가 있었다. 활동보조는 중증장애인의 생존권이며, 그렇기에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취했기에 ‘장애인활동보조 권리 쟁취 투쟁’은 결국 ‘장애등급제’라는 장벽과 언젠가는 마주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렇기에 어쩌면 이때부터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보장되어야 한다는 선언과 요구는 누군가가 보기에 허황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는 너무나 정당한 것이었다. 일상적인 ‘분리’와 ‘차별’로 인해 ‘소외’와 ‘배제’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장애인에게 최소한의 ‘인간답게 살 권리’는 인간 존엄의 마지노선이었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제도 곳곳에서 ‘필요’를 다투는 투쟁을 만들어냈고, 2006년과 2007년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 도입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기결정권’을 마치 일종의 ‘자격’이자 ‘능력’으로 바라봄으로써 나타났던 ‘만 18세 이하 연령 제한’과 ‘발달장애인 제외’ 문제였다.

 

2006년 말 당시 정부가 발표한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의 주요 내용, 그리고 2007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 단식농성 투쟁 등을 통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쟁취해낸 것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표1] 2006년 말 정부 발표 내용과 투쟁 이후 성과 비교표
 

지금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비교해보면 그 성과가 아주 미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며, 또한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투쟁이 없었다면 여느 제도와 마찬가지로 신청자격상 소득 수준 제한이 유지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서비스 지원 시간 역시 지금의 수준보다 훨씬 낮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2007년 첫 해 서비스 대상자 1만 6천명에 국고 예산이 고작 286억 원에 불과한 제도가 12년이 지난 지금은 예산이 무려 35배나 증가하였다. 이 모든 것은 장애인과 그 가족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무엇보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이라는 우리의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 속에 서비스 대상과 서비스 시간을 확대하기 위한 투쟁들이 계속됐다.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장애등급심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존 활동지원 수급 장애인이 장애등급 하락으로 대거 수급 탈락될 것이 예견되자, 그해 9월 13일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 점거농성이 진행되었다. 이후 신청자격 상 ‘장애등급 제한’은 고(故) 김주영(2012년)·송국현(2014년)의 죽음으로 장애 3급까지 확대되었으며, 2012년 8월부터 시작된 1,842일간의 ‘장애등급제 폐지’ 광화문 농성 투쟁으로 오는 7월부터는 모든 등록장애인이 신청 가능하도록 변화될 예정이다.

 

‘장애등급 제한’이 대상을 둘러싼 최초의 진입장벽이자 제도 외부의 기준이었다면, 제도 내부의 장벽이자 기준은 인정조사와 그 결과에 따른 서비스 시간이다. 2007년 이후 변화된 내용을 표로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인정조사 등급 변화 및 월 지원 시간 변화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인정조사 점수 구간에 따른 월 지원시간이 조금씩 변화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또한 인정점수 총점과 구간 역시 한차례의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7년 대상자 1만 6천명에서 2019년 현재 8만 1천명까지, 자연증가에도 못 미치지만 연평균 약 5천명 수준으로 대상자도 조금씩 확대되어 왔다. 이러한 대상 적격여부와 서비스 수급 시간을 최종 판가름 내는 관문이 ‘인정조사’이며, 2019년 7월부터는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소위 ‘서비스 사정’ 또는 ‘판정’이라고 하는 과정은 결국 ‘누구에게’ ‘얼마나’ 서비스를 지원할지 결정하는 ‘객관적(?)’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원되는 ‘서비스 시간’이 변화되어 왔고, 인정조사 ‘점수’와 ‘구간’이 변화되었다는 것을 놓고 볼 때, 판정 기준은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가변적’이고 ‘상대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원칙인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은 바로 ‘필요’를 둘러싼 ‘경합(투쟁)’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현재의 인정조사와 앞으로 도입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가 갖는 속성이다. 그리고 어떠한 문항으로 어떻게 판정이 이뤄지는가의 문제는 ‘장애’와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취급하는지, ‘활동지원제도’를 포함한 장애인의 사회서비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권리의 문제)와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투쟁이 ‘거주시설 폐쇄법’ 제정 운동 등 탈시설 운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처럼,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둘러싼 싸움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복지서비스 ‘필요도 측정’하며 모멸감 주는 제도, 이제는 바꾸어야 

 

문재인 정부가 ‘장애등급제 폐지’의 목적 및 배경으로 설명하는 단어들은 ‘욕구’와 ‘필요’, ‘환경’이다. 활동지원제도 초창기에도 그렇고 ‘장애등급제 폐지’를 시행하려는 지금도 그렇고 결국 ‘장애인활동지원’은 당사자의 ‘욕구’와 ‘필요’가 반영되어야 하고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인정조사’와 앞으로 도입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는 어떠한가? ‘욕구’와 ‘환경’은 차치하더라도, 서비스 수급 여부와 수급량을 결정짓는 ‘필요’의 측정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가?

 

2007년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처음으로 공개된 공청회(1월 19일) 자료에서는 조사원이 조사할 항목 중 ‘신체·정신기능조사’ 20개와 그 세부내용을 아래와 같이 발표했다.

 

신체·정신기능 항목 및 세부내용(2007년 1월 19일 공청회 자료)
 

‘장애인활동보조지원사업’ 실시 이전 공청회 자료이고 실제 이 내용으로 도입되지는 않았으나, 사실 지금의 인정조사표 및 앞으로 도입될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표’와 비교해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사 항목과 문항에서는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관점이 묻어있고, ‘활동지원’ 서비스가 어떤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보는지 그 장애인의 ‘상태’를 짐작하게 한다. ‘(수단적) 일상생활동작’이라는 소위 ‘정상성’과 ‘의료적 관점’에 가까운 기능 수준을 정해두고, 거기에서 얼마나 능력이 떨어지고 ‘무능’한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적격성과 서비스 시간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사도구를 사용한 조사 및 행정은 또 어떻게 이뤄지는가? 조사원들은 장애인의 기능제한 수준을 ‘정확하게’ 평가해야 하고, 자칫 ‘행정적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도록 ‘엄격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조사에 ‘임하는’ 장애인은 자신의 삶과 생존이 걸려있는 중요한 판정에 있어서 위축된 상태일 수밖에 없고, 자신의 무능을 계속해서 입증해야 하는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보영(“사회서비스진흥원, 공공성 강화인가, 후퇴인가”, 2018)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복지는 ‘구호행정’으로서 형성되기 시작하여, “당사자의 기본권 보장보다는 민원 억제가 실질적인 정책의 목적이자 우선순위”이며, “적절한 대상자 선정보다는 선정 자체의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엄격한 선별체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한국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장애인활동지원’에 ‘필요’한 대상자를 판가름하는 방식도 ‘기본권 보장’이 아니라 ‘선정 자체의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엄격한 선별체계’를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으며, 여기에 ‘장애’를 바라보는 의학적 관점(권력)까지 결부되어 판정의 정당성을 획득한다.

 

‘장애인활동지원’은 대표적인 사회서비스이다. 사회서비스의 ‘사회적’이라는 의미는 ‘사회적 중요성’과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여러 사회적 위협에 따라 사회서비스가 변화되어오는 것만큼, 사회서비스 판정 기준은 이러한 사회적 위협 요소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새로운 욕구(필요)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은 늘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위협 요소는 다양한 층위와 맥락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손상’과 ‘기능 제한’을 중심으로 한 판정을 가능한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대로 ‘의학적 손상’과 ‘기능 제한’이 강조되면 강조될수록 ‘사회적’ 의미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며, 현재 ‘장애등급제’의 효과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의 문항과 배점, 조사방식은 바로 이렇게 장애인의 ‘필요’를 보지 않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판정체계의 결과물이다. 단순히 문항을 일부 조정하고 배점을 바꾸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싸움이며, ‘활동보조 권리 쟁취 투쟁’을 포함한 장애인 권리 쟁취 투쟁이 비껴갈 수 없는 과제이다. 바로 낙인과 공포, 차별의 의미였던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이며, 껍데기만 바꿔 둔갑한 도구와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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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조직실장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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