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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호소하던 용산참사 생존자, 스스로 목숨 끊어
진상규명위, 검찰 과거사조사위 결과 규탄하며 “국가폭력에 의한 트라우마”
사과 및 재발방지대책 필요, 국가 차원의 독립된 진상조사기구 설립 촉구
등록일 [ 2019년06월24일 23시51분 ]

‘용산 참사’ 조사 중단…멀어진 ‘진실 재규명’, 뉴스 9, KBS뉴스, 2019. 1. 19.
 

용산참사 때 강제철거에 내몰리다 가까스로 생존한 김 아무개 씨(49)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죽음이 용산참사라는 ‘국가폭력에 의한 트라우마’라고 지적되면서, 용산참사 진상규명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에서 용산4구역 재개발에 저항하는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는 가운데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졌다. 당시 김 씨는 용산4구역 철거민으로 망루 농성에 참여하였다가 망루 4층에서 뛰어내려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러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 혐의로 구속되어 징역 4년 선고를 받고 가석방으로 지난 2012년 10월 출소했다. 출소 후엔 노모와 함께 살면서 치킨 배달을 해왔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아래 진상규명위)는 24일 성명을 내고 “김 씨가 출소한 뒤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간혹 우울 등 트라우마 증세를 보였다. 높은 건물로 배달하러 갈 때는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괴로워했다”면서 “최근 몇 개월 전부터 증세가 나빠져 병원치료를 받으며 우울증약을 복용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고통에 대해 전혀 내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규명위는 “가족 외에는 고통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평소 동료 생존 철거민에게조차 내색하지 않았다"라면서, 그로 인해 이번 죽음의 충격이 더욱 크다고 전했다. 김 씨는 22일 저녁 가족에게 ‘내가 잘못되어도 자책하지 마라’라고 연락한 뒤 23일 오후 도봉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현재까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진상규명위는 “그의 죽음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아니다. 국가폭력이 그를 죽였다”라며 고인의 죽임이 국가폭력에 의한 것임을 주장했다. 진상규명위는 “10년이 지나도록 과잉진압도, 잘못된 개발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오직 철거민에게만 죽음의 책임을 온전히 뒤집어쓴 채 살아가도록 떠넘긴 경찰과 검찰, 건설자본(삼성)과 국가가 그를 죽였다”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해 9월에 있었던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와 올해 5월 31일 있었던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허망한 결과가 그를 더욱 벼랑으로 내몰았다고 질타했다. 검·경 조사 결과,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지휘부가 초기 과잉진압을 강행하고 이것이 다수의 인명피해로 이어진 점, 김석기 등 경찰의 위법성에 대한 조사 의지가 없거나 부실했다는 점, 화재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특공대의 망루 내부 촬영 원본 동영상 존재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이 드러났으나, 검찰위원회는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면서 재수사 권고 없이 사과와 제도개선만을 권고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이조차도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상규명위는 “경찰조사위의 경찰청장 사과권고가 나온 지 10개월이 되도록 (경찰청장은) 사과 한마디 없으며, 검찰과거사위의 조사에 외압을 가하고, 부실수사 결론에 ‘명예훼손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후안무치로 대응한 검찰들이 그를 죽였다.”면서 이행은커녕 묵묵부답하고 있는 검·경을 규탄했다. 따라서 진상규명위는 검·경조사위 권고 이행 및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검·경의 부족한 진상규명을 보완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독립된 진상조사기구 설립도 촉구했다. 이들은 “검·경조사위는 조사 권한도 없어 김석기조차 조사하지 못했다. 지난 10년 김석기는 단 한 차례도 조사받지 않았다. 정부는 권한 있는 조사기구를 통해 이명박· 박근혜정권에서의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고인의 죽음에 대한 국가의 응답’이라고 밝혔다. 용산참사 주범 중 한명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현재 자유한국당(경북 경주시) 국회의원으로 있다. 

 

김 씨의 빈소는 정병원 장례식장 별실 2호(서울 도봉구 도봉로 639)이며, 발인은 25일 오전 5시다. 진상규명위는 “장례식장 및 가족 취재는 거부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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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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