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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참사 생존자들, 트라우마 극심하지만 ‘사회적 낙인’으로 드러내지도 못해
[인터뷰]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등록일 [ 2019년06월25일 01시42분 ]

용산참사 후 트라우마를 호소하던 생존철거민 김아무개 씨(49)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용산참사 피해생존자들의 트라우마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다.

 

2009년 1월 용산참사 당시 김 씨는 용산4구역 철거민으로 망루 농성에 참여했다가 망루 4층에서 뛰어내려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러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 혐의로 구속되어 징역 4년 선고를 받고 가석방으로 지난 2012년 10월 출소했다. 출소 후엔 노모와 살면서 치킨 배달을 해왔다. (관련 기사 : 트라우마 호소하던 용산참사 생존자, 스스로 목숨 끊어)

 

2018년 9월 5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경찰 지휘부의 무리한 진압 작전으로 용산참사가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한 KBS 뉴스 자료 화면(2018.9.5 보도)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에 따르면, 용산참사 생존철거민들에게는 ‘사회 낙오자’라는 오명에 덧붙어 ‘보상을 노리는 사람’, 여기에 ‘경찰을 죽인 범죄자’라는 끔찍한 사회적 낙인이 따라붙고 있다. 사건 당시, 이명박정부는 경찰 1명과 철거민 5명이 사망했음에도 철거민 사망에 대한 공식 조사 과정 없이 경찰 사망에 대해서만 철거민들에게 책임을 물으며 ‘경찰을 죽인 도심 테러리스트’라는 낙인을 찍었다. 이러한 사회적 낙인은 철거민들이 자신의 고통을 더욱 말하지 못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사회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고통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됐다.

 

그럼에도 유가족과 생존철거민들, 시민사회단체는 용산참사를 국가폭력이라 규정하며, 이에 대한 진상규명을 지난 10년간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그 결과, 문재인정부에서 꾸려진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검찰 과거사위원회(아래 검찰과거사위)’ 조사 대상 사건으로 용산참사가 선정되어 10년 만에 진상이 규명되는 듯싶었으나 조사결과는 참담했다. 지난 5월,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당시 검찰의 부실수사를 인정하면서도 재조사 권고없이 사과와 제도 개선만 권고한 것이다.

 

이 사무국장은 24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실제 “검찰과거사위 조사 결과로 유가족과 생존철거민분들이 더욱 힘들어하신다”고 전했다. 아래는 김 씨의 죽음을 비롯해 생존자들의 트라우마와 관련한 이 사무국장과의 일대일 전화인터뷰 전문이다.

 

지난 1월 15일, 용산참사 10주기를 맞아 국회에서 열린 ‘강제퇴거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발언하는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사진 최한별

- 현재 분위기는 어떤가.

 

피해자분들 중에 트라우마 호소하고 일종에 ‘위험징후’라고 생각이 드는 분도 몇 분 계시다. 출소 후 트라우마 호소하는 분들이 꽤 계셨는데 그런 생각을 전혀 못 했던 분에게 이런 일이 발생하니… 충격이 크다.

 

- 용산참사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와 함께 최근 있었던 검·경 조사위 발표가 그의 죽음의 방아쇠가 된 것은 아닌가. 검찰 발표 당시 유가족, 생존철거민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그런 이야기(검·경 조사위 발표)를 고인이 한 것은 아니다. 딱 (꼬집어) 이야기하긴 어려운데 유가족분들 말씀이 다른 이유는 전혀 없었다고는 한다. 출소 이후부터 사람이 좀 달라졌고, 간혹 우울감을 호소했고,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심해졌다고는 하셨다.

 

검찰과거사위에 대한 기대가 있을 수도 있다. 생존자분들은 이번이 마지막 조사라 생각하고 임했다. 국가기구 통해서 재조사하는 게 몇 차례 반복할 수도 없는 거고, 검찰 자체조사이긴 하나 이번에 밝히지 않으면 몇십년 후에나 밝힐 수 있는 과거사로 넘어가니깐. 그런데 결과가 너무 허무했다. 그러한 허무함과 함께 사회적으로 용산참사 사건이 종결되는 분위기니 뭘 더 할 수 있을까, 하면서 검찰 발표 후 더 답답해하시고 더 힘들어하시는 게 있긴 있다.

 

- (이번 죽음 전에는) 용산참사의 사회적 트라우마가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다. 용산참사 피해생존자들이 트라우마를 드러내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대부분이 ‘사회적 낙인’ 때문에 주변에 얘기를 안 한다. 얘기할 곳이 없으니 담아만 두는 거다. 본인 스스로도 ‘진상규명이 돼야 치유되지, 무슨 트라우마 치유냐 아무 소용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스스로도 별거 아닌 거라고 넘기는 거다.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상담을 몇 번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런 나쁜 감정을 끄집어내는 것 자체가 좋지 않으니깐. 티를 내지 못하신다. 잊을 수가 없는 사건인데 주변에 말을 못 하니, 차라리 잊은 채 살고 싶어 하신다.

 

이번에 돌아가신 분 말고, “용산참사 후 용산참사의 ‘용’자도 꺼내기 싫다”며 새로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이 용산참사 생존철거민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은 채 살아가는 분이 계시다. 그분이 작년인가, 재작년에 택시에서 용산 관련 뉴스 나오는데 택시기사분이 철거민 입장에서 호응해주니, 알지도 못하는 기사에게 “내가 거기 사람이다”라고 10년 만에 처음 남에게 이야기 꺼냈다고 하더라. 그때 “막히는 게 뚫리는 것 같다”고 하셨다.

 

- 사회적 낙인이라면 어떤 것인가.

 

용산참사 이후로 바뀌었다고 하나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이 잘못됐다’는 인식은 없다. 여전히 사회는 투자 잘하면 능력 있는 사람이라 보고, 거기서 낙오하면 실패자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용산참사는 거기서 낙오했는데 뭔가를 요구하는 사람, 떼쓰는 사람, 보상 노리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있다. 여전히 강제퇴거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이 그런 부정적 내용들이다.

 

게다가 폭력을 행사하고 경찰이 사망하면서 범죄자라는 낙인까지 더해졌다. 용산참사로 6명(철거민 5명, 경찰1명)이 죽었다. 그런데 ‘경찰 한 명을 누가 죽였냐’는 재판만 있었다. 철거민 5명은 왜 죽었는지 공식적으로 묻는 과정 자체가 없었다. 경찰 사망 이유도 ‘철거민때문’이었다. 판결문에서도 이들의 죄는 경찰 1명을 죽인 죄였으며, 사망자 5분도 경찰을 죽인 공모자로 언급될 뿐이다. 생존철거민에게는 그러한 피해의식, 낙인이 있다.

 

- 피해생존자와 유가족도 힘들지만 긴 시간 함께 활동하다 보면 활동가들 고통도 크다. 본인은 어떠신가.

 

용산참사 당시 355일만에 희생자 장례를 치렀다. 당시 마지막까지 활동하던 사람이 몇 명 없었다. 사실 그때 인권단체 계신 분들 중에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남은 활동가들도 심리치료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그때 그런 거 필요없다고 했는데… 실제로, 저희들도 사실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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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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