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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폐지’ 이끈 단체에 “비법정단체”라고 망언한 복지부 장관
한자협, “박능후 장관 ‘비법정단체 망언’ 당장 사과하라” 요구
“복지부, 장애단체 간 분리·갈등 조장해 장애인 정책의 미흡함 덮는 데 악용해”
등록일 [ 2019년06월27일 10시49분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는 26일, 성명서를 내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비법정단체 망언’ 사과와 6월 중 면담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5일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기자브리핑을 열었다. 그런데 이날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장애단체 5곳과 사전 간담회 시간을 마련했고, 이때 오갔던 이야기를 여과 없이 기자브리핑에서 전했다. (관련 기사: 복지부, ‘복지서비스 늘리겠다’면서 내년 예산 증액은 ‘올해 수준’에 그쳐)

 

25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 구축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e-브리핑 영상 갈무리
“오늘은 장애인단체들 중에서 전국적인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5개 단체가 왔었습니다. (…)그 첫 번째가 우리나라에 장애단체가 많이 있지만 좀 더 대표성이 확보될 수 있는 장애인단체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해 달라는 그런 요청이 있었습니다. 오늘 오셨던 분들도 저희들이 여러 차례 만났지만, 소위 말하는 비법정단체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시위를 한다거나 과도한 의견표출들이 있었는데, 그러한 의견표출에 너무 정부가 경도되지 말고 균형 있게 기존의 법정단체를 중심으로 대표성 있는 단체들의 의견을 좀 더 충실히 반영해 달라는 그런 요청이 첫 번째로 공통적으로 있었고요.” (25일 기자브리핑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발언)


이에 ‘비법정단체’ 중 한자협은 “(복지부 장관은)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의 중요한 브리핑 자리에서 5개 장애단체의 민원성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법정단체들의 과도한 의견 표출’이라고 언급했다”며 “박능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실망감과 큰 유감을 느낀다”고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장애인복지의 31년만의 변화’라고 불리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사실상 복지부가 비법정단체라고 지목한 한자협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의 오랜 투쟁의 성과이기에 이번 발언은 논란의 소지가 더욱 크다. 이들 단체는 2012년 8월 21일부터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수용시설 폐지를 요구하며 광화문역에서 1842일간 농성을 벌였다. 2017년 8월 25일 박능후 장관이 직접 농성장을 찾아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자 제도로 숨진 희생자를 조문하고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약속하면서 농성은 마무리됐다. 장애등급제 폐지가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명령 1호로 지정된 것도 이들 투쟁의 결과물이다.

 

2017년 8월 25일, '3대적폐 폐지를 위한 광화문 농성장'을 찾은 박능후 장관과 농성단체 회원들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박 장관은 장애등급제, 장애인수용시설 정책과 더불어 부양의무자기준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 비마이너 DB

 

그러나 정부의 장애등급제 폐지가 애초 취지와 다르게 ‘예산에 갇힌 맞춤형 복지’로 전락하고, 최중증장애인의 활동지원서비스 시간마저 깎일 위기에 처하자 이들은 또다시 지난 14일 보건복지부 산하 사회보장위원회를 점거하고 복지부 장관 면담을 요청했다. 당시 박 장관은 6월 내 면담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자협은 성명에서 “5개 법정단체와 간담회는 가능하고 6월 말 비법정단체인 우리와 면담 약속은 시간이 없어 지키지 못한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따라서 이번 ‘비법정단체 발언’은 복지부의 잘못된 정책의 미흡함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한자협의 입장이다. 한자협은 “법정·비법정단체를 이분법으로 가르면서 복지부 입맛에 맞는 법정단체의 대표성만 인정하려는 태도는 규탄받아야 마땅하다”며 “더욱이 장애인 정책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법정단체 대표성’ 운운은 매우 부적절한 망언이고 그동안 복지부가 품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법정·비법정단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존엄한 국민이라는 사실을 인정받는 것이 더욱 중요한 임무”라며 “앞으로도 복지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잘못된 정책을 견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자협은 △박능후 장관의 망언 공개 사과 △6월 내 복지부 장관 면담 약속 이행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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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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