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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끝이 아닌 새로운 투쟁의 시작”
장애인활동가 1500여 명,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잠수교 지나 서울역까지 행진
“시설이나 집에 갇혀 지내던 장애인들이 이제는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할 때”
등록일 [ 2019년07월02일 00시07분 ]

서울역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이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글자가 새겨진 분홍색 풍선을 하늘로 띄어 올리고 있다. 사진 박승원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첫날에 1500여 명의 장애인활동가들은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시작해 잠수교를 지나 서울역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는 끝이 아닌 새로운 투쟁의 시작”이라는 데 한뜻을 모았다.

 

1일 오후 2시, 서울지방조달청에서부터 시작한 행진은 잠수교를 지나 서울역까지 이어졌다. 8 .8km에 달하는 거리였다. 한낮의 온도가 30도까지 치솟은 땡볕을 통과해온 사람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함에도, 저녁 7시 서울역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염원하는 집회를 열고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행진 경로를 ‘잠수교’로 택한 것에 대해 주최 측은 “시설이나 집에 갇혀 지내던 장애인들이 이제는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석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박승원
 

박경석 장애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은 지난 10년 간 이끌어 온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투쟁의 소회를 밝히며,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해서 다시 투쟁하자고 독려했다.

 

“세상이 우리를 향해 ‘불쌍하다, 안타깝다’라는 시혜와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당당하게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하라’고 외쳤습니다. 31년 만의 변화인 장애등급제 폐지는 이렇게 우리가 직접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드디어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고 하는데, 내년 예산 5200억 원 늘린답니다. 너무 적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많다고 언론에서 떠들어댑니다. 홍남기 기재부 장관이 ‘이제 그만 해라,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난다’라고 합니다. 여러분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우리의 광화문 투쟁의 성과를 진심으로 축하합시다. 그리고 권리를 향한 변화를 다시 시작합시다. 시혜와 동정을 넘어 평등한 권리의 관계로 바꾸고, 거침없이 당당하게 세상에 우리의 권리를 요구합시다.”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가 시행된 1일 저녁 7시, 장애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조달청에서 잠수교를 지나 서울역까지 행진한 후, 서울역광장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염원하는 집회를 열고 투쟁의 결의를 다졌다. 사진 박승원
 

정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장애등급제 폐지를 축하하고, 의미를 되짚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해 함께 연대할 것이라고 뜻을 모았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사람의 등급을 마음대로 매기고 장애인의 요구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기준에 따라 수급자를 가려내는 장애등급제가 31년 만에 폐지됐다”고 반겼다. 그는 “물론 완전한 폐지는 아니지만 10년간 아스팔트 위에서 쇠줄로 온몸을 묶고, 슬프고 분노감에 떨 수밖에 없는 장애인 동지들의 영정을 놓고 투쟁한 결과”라며 “우리가 원하는 절절하게 필요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국가가 책임지고 예산을 분명하게 세우라고 요구하자”고 힘줘 말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지난 2001년 이동권 쟁취를, 2007년에는 활동지원제도를, 그리고 31년 만의 장애등급제 폐지를 이뤄냈고, 2020년에는 부양의무제가 폐지될 예정이다”라며 “그동안 장애인활동가들이 ‘우리가 가는 길이 역사’라고 했을 때 믿지 않았지만, 투쟁을 통해서 역사를 만들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투쟁 과정에서 외면하던 비장애인들이 바로 여러분의 투쟁 덕분에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타고,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로 수급자가 될 수 있었다”며 “장애인활동가들에게 인권운동이, 민주주의가 빚졌다”며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에 함께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고속도로 수납 톨게이트에 일하던 1500명의 노동자가 한꺼번에 해고되고, 업무로 인한 과로로 우체부 직원이 작년에 25명이 올해는 9명이 사망했다”며 “우리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일하면서 살 권리, 일할 권리를 달라’는 것”이라며 노동자들도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권리를 달라’는 것과 똑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연대의 뜻을 나타냈다.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그동안 장애인활동가들이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해 길가에서 지하철 통로에서 국가기관에서 소리를 치고 권리를 주장했던 것은 ‘시민권 회복’의 시간이었다”면서 장애인들의 시민권 회복을 위한 투쟁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밝혔다.

 

페스테자의 연주에 맞춰 참가자들이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사진 박승원
페스테자의 연주에 맞춰 참가자들이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사진 박승원
 

이어 하자센터 '페스테자' 팀의 연주에 맞춰 참가자들이 함께 춤을 추며 어우러지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참가자들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플래카드를 펼치며 문구에 맞춰 9행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선언하는 집회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면서, 참가자들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글자가 새겨진 분홍색 풍선을 하늘로 날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들은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는 관계의 혁명”이라면서 “손을 잡고 함께 평등하고 차별없는 세상을 향해 가자”는 염원도 풍선과 함께 하늘로 띄어 올렸다.

 

한편, 이날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까지 다시 한 시간가량 행진해 그곳에서 1박 노숙농성을 한다. 이들은 지난 6월 25일 ‘수요자 중심의 장애인 지원체계 구축방안’ 브리핑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장애인단체를 법정·비법정으로 갈라치기한 발언에 대해 “장애인 단체끼리 분열을 책동하고 차별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하며, 박 장관에 사과를 촉구하는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한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충정로 사회보장위원회로 출발하고 있다. 사진 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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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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