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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욕망: Cripping Toy Story 4
[칼럼] 안희제의 말 많은 경계인
등록일 [ 2019년07월04일 18시00분 ]

* 이 글은 최근 개봉한 ‘토이스토리4’의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이를 참고해 주세요.

 

나에게 ‘토이스토리4’는 장애인에 대한 영화다. 사회가 ‘쓰레기’로 규정하는 ‘비정상적’이고 ‘이상한’ 욕망과 도전에 대한 이토록 아름다운 찬사라니. 생각할수록, 영화 초반에 흔치 않은 초록색 인공와우를 착용한 아이가 아무렇지 않게 등장했다가 곧 사라지는 건 영화의 태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누구보다도 기억에 남는 건 ‘포키’다. 그는 쓰레기통에서 꺼낸 쓰레기로 만들어진 장난감인데, 이제는 ‘장난감’이 되었다고 아무리 얘기해 줘도 그는 “나는 쓰레기야!”라고 외치면서 해맑게 본인의 자리라고 믿는 쓰레기통으로 달려가고, 쓰레기통에서 꺼내면 오만상을 다 쓴다. 그러던 그가 주인이 자신과 있을 때 따뜻하고 포근함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듣곤 쓰레기통으로 달려가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때도 그는 외친다. “내가 그의 쓰레기였어!” 그는 장난감이 된 게 아니다. 주인의 품이 쓰레기통으로 변한 것이다.

 

영화 ‘토이스토리4’ 포스터

‘우디’라는 장난감은 포키가 스스로 이제는 ‘장난감’이 되었음을 깨닫고 주인을 행복하게 해 주는 장난감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길 바랐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포키는 그 본분을 쓰레기의 본분으로 이해한다. 쓰레기통에 누워 있을 때 포키의 표정은 정말로 평온하다. 그에게는 쓰레기가 제거 대상이나 더러운 것이 아닌, 따뜻하고 안락한 존재다. 쓰레기통에서 쓰레기 사이에 있을 때만 행복하다. 우디가 장난감의 효과나 본분을 이야기해도 포키는 이를 쓰레기의 관점으로 이해했다. 그에게 장난감은 끔찍했고, 쓰레기는 포근했다.


잘 다듬어지고 목적에 맞게 ‘예쁘게’ 만들어진 정교한 장난감은 규범적이다. 사람이 볼 때는 움직이면 안 되고, 주인이 원하는 곳에 항상 있으면서 그를 행복하게 해 줘야 한다는 장난감의 도덕을 지킨다. 그러나 포키는 다르다. 포키는 장난감이 자신을 안 볼 때를 노려 계속 쓰레기통으로 도망치고, 심지어는 쓰레기통으로 가기 위해 달리는 자동차에서 뛰어내린다. 그는 만들어진 의도를 벗어나서 자신이 인식하는 정체성에 따라 ‘제멋대로’ 움직인다.


쓰레기통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그에게 계속해서 ‘장난감’으로서의 본분을 강조하고 역할을 요구하는 우디의 모습은 ‘착한 사람’을 만들어 내는 지금의 사회와 닮아 있었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와 무관하게 그에게 ‘바람직한’ 욕망과 각본을 강요하는 사회. 특히 아픈 사람과 장애인에게는 이러한 태도가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시설화를 시도하거나, 휠체어 대신 목발이나 의족을 권해서 ‘덜 장애인처럼’ 보여야 한다고 하거나, 재활 훈련 혹은 치료를 강요하는 태도, 자신의 장애를 수용하고 장애와 함께 살아가려는 의지를 무시하고 사회가 장애인에게 요구하는 ‘바람직한’ 태도만을 주입하는 태도 말이다.


이런 태도는 보호주의나 치료 강제의(curative) 관점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는 본분을 강조함으로써 다름과 도전을 금지한다. “결함이 있는(defective)” 상태로 만들어진 ‘개비’에게서 이러한 관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는 자신이 주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를 선천적으로 고장 난 소리 상자에서 찾는다. 그래서 소리 상자만 고치면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 하나로 소리 상자를 가진 다른 장난감을 납치해서 자신을 고치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실패한다. 소리 상자를 고쳤음에도 주인의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되자 그는 모든 걸 포기한다. 그러나 우디는 누구보다도 먼저 주인을 떠나 새 세상을 누비고 있는 장난감 ‘보핍’과 함께 그를 장난감 가게 밖의 새 삶으로 이끈다. 그러던 중 개비는 길 잃은 아이를 발견한다. 개비는 그에게 다가가고, 그는 개비를 끌어안는다. 개비와 새 주인은 곧 길을 찾게 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개비는 어쨌든 새로운 주인을 찾았고, 마지막에 포키는 쓰레기이길 포기한 게 아니냐고, 둘 다 결국에는 장난감의 규범에 굴복한 것 아니냐고. 그러나 나는 조금 더 섬세하게 보고 싶다. 개비는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원래의 주인’과 장난감 가게를 벗어나서 새 세상에 도전했다. 그는 치료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달았고, 치료가 아닌 도전 이후에야 행복해졌다. 포키는 장난감의 삶을 쓰레기의 언어로 이해했고, 그는 어디까지나 주인의 “따뜻하고 안락한 쓰레기”로서 행복을 찾았다. 그는 아무리 강요해도 굴복하지 않았고 자신의 가치에 따라 자신의 삶을 결정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 누구보다도 장난감의 ‘본분’을 강조하며 포키를 장난감으로 부르고자 했던 우디는 본분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따라 움직였다.


세상은 ‘정상’에 맞지 않는 존재를 ‘쓰레기’로 취급하고, ‘정상’의 바깥을 향하는 욕망은 이상하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토이 스토리 4’는 장애인의 이야기다. 우리에게는, 개비가 그랬듯, 치료만을 바라보는 삶이 아니라 자유로운 새 세상에 도전할 기회가 필요하다. 그리고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해 살아가기보다, 자신의 욕망을 좇아 새 세상에 도전한 보핍과 우디처럼 ‘주인 없는 장난감’이 될 기회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장난감이 되길 요구하는 세상에서 당당하게 쓰레기로서 쓰레기통으로 달려가는 쓰레기의 욕망과 의지가 필요하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장애인이 등장해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꼭 장애를 극복 대상으로 설정한다. 시각장애인들이 사랑에 빠질 때는 보장구를 통해 시력을 사용한다든지, 언어장애인이 행복을 표현할 때는 목소리를 낸다든지(두 개의 빛: 릴루미노, 셰이프 오브 워터). 그러나 우리에게는 눈으로 보지 않아도 되고 목소리를 내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진정성과 욕망이 허가받을 수 있는 세상이 필요하다. 완치나 연명을 위해 입원하기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잘 아프고 잘 죽어가고 싶은 욕망이 이해될 수 있는 세상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내 생김과 무관하게 사회가 요구하는 세상을 벗어나서, 나의 이상한 욕망을 좇아 쓰레기통으로 달려가며 포키처럼 당당히 외쳐 보려고 한다. “난 쓰레기야!”

 

[ 안희제의 말 많은 경계인 ]

 

관해기(증상이 일정 정도 가라앉아 통증이 거의 없는 시기)의 만성질환자. 장애인권동아리에서 활동하고 노들장애학궁리소에서 수업을 들으며 크론병과 통증을 정체성으로 수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몸의 경험과 장애학, 문화에 관심이 많고, 앞으로도 그것들을 공부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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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제 dheejeh@nave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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