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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휠체어 운전하는데 ‘100 빼기 7’이 왜 필요해?
[김상희의 삐딱한 시선] 전동휠체어 급여 지원받기 위해 인지검사 받아야
점수 미달하면 급여 지원에서 탈락… 지적·지체 장애인은 어떻게?
등록일 [ 2019년07월15일 17시55분 ]

김상희 씨가 새 전동휠체어를 타고서 함박웃음 짓고 있다. 사진 강혜민

 

- 전동휠체어 급여 지원받기 위한 질문 : 100 빼기 7은?

 

올해 내게 큰 과제가 있었다면 전동휠체어를 교체한 일이다. 지난번 칼럼에 썼듯이 전동휠체어는 나의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관련 기사 : 내게 휠체어는 ‘바퀴 달린 의자’가 아니다) 그래서 이를 위해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었다. 월급에서 일부를 뚝 떼어내 적금을 5년 동안 부었고 장애등급을 오래전에 받아 현재 장애 상태로는 전동휠체어 보장구 급여를 지원받을 수 없다는 말에 장애등급 하락의 위험성을 떠안고 매일 밤잠을 설쳐가며 떨리는 마음으로 장애등급을 다시 심사받았다.

 

그리고 올해 초, 전동휠체어 급여 지원을 받기 위해 대학병원에서 보장구 처방전 관련 진료와 검사를 받았다. 검사는 근력검사와 인지검사를 받았는데 인지검사는 비지적장애임을 가정한 상황에서 진행되었다.

 

“자동차, 나무, 새 이렇게 세 가지를 기억하세요. 검사 도중에 다시 물을 예정이에요.” “오늘 날짜가 어떻게 돼요?” “만약 남의 주민등록증을 주었으면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100 빼기 7은? 거기서 또 7을 빼면? 또…” 이와 같은 질문들과 겹쳐진 도형을 보고 따라 그리기 등의 테스트가 이어졌다. 사실 ‘비지적장애인’으로 장애판정을 받은 나는 이 산수 암산 문제에서 제대로 답을 못했다.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지원금을 타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부담감이 상당히 컸고 검사가 간단하고 짧을 것이라 예상해서 다음 약속 시간을 여유 있게 잡지 못한 탓에 내 머릿속은 매우 분주해 있었다.

 

다행히 평균 점수는 넘어서 원하던 전동휠체어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엇인가 이상했다. 이 검사에서 점수 미달로 떨어졌다면 나는 20년 가까이 타왔던 전동휠체어를 탈 수 없는 사람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보장구 급여를 못 받는 것은 단순히 돈을 못 받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보행이 불가능하고 전동휠체어 아니면 일상생활이 안 되는 내게 ‘전동휠체어를 타면 안 된다’고 판결을 내리는 것과 동일하다. 단 30분 동안의 검사로 20년 동안 이동 수단이었던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면 안 되는 사람으로 자격 박탈이 되는 셈이다. 물론 100% 자부담 들여서 구입하면 된다. 그러나 보행이 불가능한 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는 보장구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인데 너무나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부당함을 며칠 전에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 A님의 전동휠체어 처방전 받기 위한 작전

 

현재 나는 활동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개인별 자립지원을 맡게 되어, 얼마 전에 자립주택에 입주하신 A님의 개별지원을 수립했다. 지적장애와 지체장애를 가진 A님은 독립 보행이 불가능한데 오래되고 매우 위험한 상태의 전동휠체어를 타고 있어서 하루라도 빨리 교체해야 할 상황에 놓이셨다. 그래서 전동휠체어 교체한 지 얼마 안 된 내가 호기롭게 지원에 나섰고 계획도 A님의 특성을 반영하여 세웠다. 솔직히 지적·지체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는 A님이 전동휠체어 처방전 받기 위한 검사를 통과하는데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몇 가지 문항만 잘 답하면 받을 수 있다고 여겼다.

 

어쨌든 만점까지 받을 필요는 없으니까 A님에게 검사를 잘 받아야 할 이유를 몸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쉬운 질문은 잘 대답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될만한 활동을 계획했다. 첫 번째로 보조공학센터에 동행하여 구입 예정인 전동휠체어를 미리 타보게 했다. 평소에 언제 주저앉을지 모르는 전동휠체어를 타다가 쌩쌩 잘 굴러가는 새 전동휠체어를 타보면 승차감부터 달라서 새 전동휠체어에 대한 열망이 높아진다. 새 전동휠체어를 타본 A님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이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A님에게 수시로 보여주며 새 전동휠체어에 대한 구입 동기 부여를 빼곡하게 채울 생각이었다.

 

검사 전에 사전 연습을 해볼까 하다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동료의 말에 ‘전동휠체어를 안 탔던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도 들어서 연습은 안 하기로 했다. 그런데 검사 당일이 가까워지자, 걱정이 많은 성격인 나는 걱정이 한껏 부풀어 올라 검사 당일에라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 당일, 진료시간 전에 한 시간 일찍 만나서 속성으로 연습을 해보자고 A님에게 제안했다.

 

- 장애 특성이 반영 안 되는 전동휠체어 급여 처방전 검사

 

드디어 검사 당일이 다가왔다. A님을 병원 로비에서 만났다. 나는 A님에게 보조공학센터에서 찍었던 영상을 보여주며 이 전동휠체어를 구입하려면 의사 선생님이 묻는 말에 아는 것은 대답을 잘하셔야 한다고 수시로 강조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분이 기초생활수급자이신데 의료급여 지원을 받으려면 지정병원에서 의료의뢰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A님의 활동지원사님이 지정병원에 전화해서 팩스로 보내 달라고 하셨는데 담당 의사가 시술 중이라며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의료의뢰서를 보내 주지 않았다. 그렇게 종이 한 장 기다리는 동안 A님은 지쳐갔고 잘하던 대답도 머뭇거리는 상황에 이르러 의료급여 지원을 포기하고 본인 부담으로 진료를 보게 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나와 동행했던 A님의 동료상담가는 A님의 컨디션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져 A님은 축축 쳐져 갔다. 그 상태에서 A님은 동료상담가와 진료실에 들어갔다. 나는 밖에 있기로 했다. 전동휠체어 3대가 줄줄이 들어가면 의사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 두 분만 들어가게 했던 것이다.

 

한 장애인이 활동지원사와 전동휠체어를 타며 가고 있다. 사진 박승원
 

그렇게 진료실에 들어간 A님은 이미 지쳤고 새 전동휠체어에 대한 열망은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져서 평소에 잘 대답했던 것도 묵묵부답으로 회답하였다. 당황한 동료상담가는 열심히 A님을 옹호하고 의사와 설전을 벌이며 전동휠체어 필요성을 설명했다. 결국 밖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서성거리던 나는 모의 테스트 질문이 길어짐에 위기를 느껴서 진료실로 달려 들어갔다. 그 순간 A님에게 암산을 요구하는 의사의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그 질문을 가로막으며 ‘A님의 장애 특성상 그 질문은 답하기 어렵다, 이분은 독립 보행이 불가능하며 평소에 전동휠체어를 잘 타셨고 활동지원사가 늘 옆에 계셔서 위험하지 않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러자 간호사분이 제제를 시켰다. 의사도 본인도 처방전을 써주고 싶지만 인지검사에서 평균 점수를 못 넘기면 어차피 그로 인해 보장구 급여 심사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옆에서 이런 얘기를 다 듣고 있던 A님은 더 기가 죽은 듯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인지검사를 한들 아는 질문도 대답을 잘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일단 후퇴하고 검사는 다음에 하겠다며 황급히 빠져나왔다.

 

사실 A님은 매우 예민하신 분이다. 쉽게 주변 분위기에 동조되기도 하고 상대방 목소리 톤에도 반응이 다르다. 어쩌면 오랫동안 시설에서 갇혀 살았던 탓에 눈치를 보는 게 일상이 되어 주변 분위기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몸으로 익혀왔을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시설 종사자들의 성향과 목소리 톤의 변화에 따라 자신에게 해주는 지원의 손길이 달랐을 것이고 어떻게 해야 이쁨받을 수 있는지 시설에서 보낸 시간만큼 스스로 터득했을 것이다. 이러한 성향이 있는 A님에게 시설과 비슷하게 보이는 공간에서 처음 본 낯선 이(의사)가 딱딱한 말투로 질문을 퍼부었다면… 조금은 예상했던 결과이어야 했다. 나는 질문에 답을 못했던 A님을 탓하지 않는다. A님의 장애 특성과 성향 그리고 일상에서 얼마나 전동휠체어를 잘 운행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않은 채 고작 몇 가지 검사와 질문으로 전동휠체어를 탈 수 있고 없고를 판정하는 제도 자체에 화가 날 뿐이다.

 

- 위험을 통제하는 국가의 방식

 

나는 이번 일을 통해 위험을 통제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이 들었다. 지적장애를 가진 지체장애인이 전동휠체어를 타면 안 된다는 것은 사고가 날 위험 확률이 높다는 가정하에 책임지기 싫은 목적도 있겠지만 너무나 손쉽게 상대를 위험에서 통제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권력을 가진 사회계층이 마치 타인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본질적으로 ‘나는 너를 통제할 수 있고 너의 위험을 나만의 방식으로 막아주겠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나 역시 처음 독립하고자 했을 때 장애‘여성’이라 위험해서 안 된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었다. 여성을 통제하는 말로서 ‘여성이 밤늦게 돌아다니면 위험하다’, ‘야한 옷을 입으면 성폭력 위험이 있다’는 말 등은 위험에 대한 조언 같지만, 사실은 권력자들의 심사를 건들지 말라는 경고와 같다. 하지만 모두 안전을 위한 말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저런 사고가 많은 한국 사회에서 안전은 중요하다. 누구나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 하지만 누구로부터 안전이고 어떤 방식의 안전이며 그 안전에 당사자는 동의했는가?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다시 전동휠체어 처방전 검사 얘기로 돌아온다면 지적장애를 가진 지체장애인의 전동휠체어 운전이 실제로 위험하다면 인지 능력 테스트를 해서 당사자에게 모욕감을 줄 게 아니라 일정 기간 운행 훈련을 하게 한다던가, 조력자나 활동지원사를 지원해 주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지적·지체 중복장애가 있는 장애인들의 안전함을 걱정하는 국가의 태도여야 한다.

 

현재 A님은 며칠 뒤에 검사를 받게 될 것이다. 병원 측에서는 본인 외에 아무도 검사하는 곳에 못 들어온다고 한다. 이에 활동지원사는 들어갈 수 있지 않냐고 항의를 하자 활동지원사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나는 지적·지체 중복장애를 가진 A님에게 활동지원사는 물론이고 조력자도 함께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명확히 항의하고 싸울 예정이다. 당장 검사 체계를 못 바꾸더라도 이러한 관행부터 바꾸지 않으면, 탈시설을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중복장애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 나왔어도 멍하니 하늘을 보며 자신의 수동휠체어를 누군가 밀어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시설에서 수십 년 동안 한 곳에 바퀴 자국이 남도록 머물렀으면 되지 않았는가? 지역사회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녀 보겠다는데 이토록 어려운 관문을 통과할 필요가 있을지 보장구 심사 관계자 한 명 한 명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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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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