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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연수시설’ 어울림플라자, 서울시-주민-장애단체 불협화음으로 지지부진
서울시 “지역주민들 반대”, 주민들은 “서울시 직무 태만 감추려 주민 핑계”
일부 장애단체는 “법인 사무실 입주하게 해달라”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
등록일 [ 2019년07월19일 21시13분 ]

어울림플라자 부지인 구 한국정보화진흥원 건물과 백석초등학교가 함께 담긴 모습. 사진 허현덕


강서구에 설립 예정인 ‘장애인 연수시설’ 어울림플라자가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계획이 나아가지 않는다고 하고, 주민들은 오히려 서울시가 제대로 일하지 않으면서 주민 핑계를 대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런 가운데 일부 장애단체는 어울림플라자에 법인 사무실을 입주하게 해달라는 요구만 반복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5일, ‘어울림플라자(가칭)’를 건립하는 데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며 장애단체를 모아 회의를 열었다.

 

어울림플라자는 지난 2013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장애인을 위한 건물 하나 마련하겠다”는 공약에서부터 건립이 추진됐다. 이에 구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지(강서구 공항대로 489)에 어울림플라자 건립 계획이 세워졌다.

 

현재 어울림플라자는 연면적 22,714㎡(대지면적 6,683㎡)에 지상 5층, 지하 4층 건물로 구상하고 있다. 처음에는 서울시가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었지만, 현재는 SH공사가 민간위탁 개발방식으로 건물을 짓고 향후 운영은 서울시복지재단에서 맡을 계획이다. 서울시는 2021년 초 착공해서, 2022년에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지반조사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어울림플라자는 지금 계획대로라면 △장애인 치과, 회의실, 세미나실 등의 복지 지원시설(4,320㎡) △스포츠센터, 문화센터, 수영장, 공연장, 도서관 등의 주민 편의시설(3,397㎡) △기술종합단지, 상가 등의 임대시설(2,837㎡) △장애인 연수시설(889㎡)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하 3~4층은 주차장으로 쓰인다.


지난 15일 열린 ‘서울시 장애인 통거버넌스 임시회’에 배포된 자료에서 서울시가 공사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명시한 부분. 서울시 회의자료 갈무리

 

- 서울시 “주민들 반대로 지반조사도 어려워” vs 주민들 “서울시 직무 태만 감추려 주민 핑계”

 

서울시는 지난 15일 회의에서 “4월 27일 지반조사를 하려다 백석초 학부모와 인근 주민 50~60명의 항의로 무산되었다”고 밝혔다. 비마이너가 입수한 당일 회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로 ‘안전에 대한 문제’와 ‘연수시설 내 장애인 숙박시설’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백석초 학부모회는 숙박시설을 제외하는 조건으로 지반조사 등 향후 공사 추진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마이너 취재 결과, 인근 주민들의 입장은 서울시의 주장과는 달랐다. 백석초 학부모회장은 “2017년부터 꾸준히 서울시에 안전대책 마련과 연수시설 내 숙박시설에 대한 법적 문제 해결을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며 “3년간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담당자가 6번이나 바뀌었다. 매번 같은 요구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인데 ‘학부모들의 반대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장애단체에 전했다는 건 신의를 저버린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서울시의 2016년~2019년 ‘어울림플라자 건립 및 운영’ 사업계획서에서 사업 담당 과장과 팀장이 매년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5일 서울시 회의 자료에 따르면 “등촌1동 주민자치위원 설명회에서도 ‘장애인 숙박시설’을 반대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등촌1동 주민자치위원 관계자는 “설명회 때 일부 주민들의 의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저 개인적인 의견이었을 뿐”이라며 “내부적으로 모든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낸 의견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6월 열린 주민자치위원 설명회에 참석했다는 익명의 제보자는 “서울시가 여러 가지 의견 중 ‘숙박시설 반대’만 부각했다”며 “그날 모인 주민 중에는 어울림플라자 건립에 긍정적 의견을 낸 사람들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서울시가 주민 설득과 건물 설립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으면서, 지지부진한 사업 추진에 대한 핑계를 ‘주민 반대’에서 찾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워했다. 

 

어울림플라자는 2013년 설립 계획을 수립하고, 2014년에 세 차례 자문회의, 2015년 건물안정성 정밀진단(D등급) 등이 시행됐다. 그리고 2017년 8월 17일 처음으로 지역주민 의견수렴 공청회가 열렸다. 2018년에는 백석초 학부모회와 두 차례 면담(3월 8일, 5월 15일)했고, 올해 2019년 6월 25일 한 차례 면담을 했다. 그리고 지난 7월 10일에는 등촌1동 주민자치위원 설명회를 열었다. 이런 과정에서 주민들의 요구(안전대책 마련, 숙박시설 문제 해결)에 어떤 대안을 내놨는지 서울시 관계자에게 물었지만, 그는 구체적인 답은 피한 채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17일 찾아간 어울림플라자 부지에 있는 구 한국정보화진흥원 건물은 텅 비어 있었다. 빈 건물에 밤마다 누군가 담배를 피우거나 늦게까지 술을 마신다는 신고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관리인을 고용해 건물을 관리하고 있다. 어울림플라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아파트에는 ‘주민동의 없는 어울림프라자 건립 무조건 반대’라는 현수막이 한 개 걸려 있었다. 해당 현수막은 서울시가 주민과 대화를 시작한 2017년부터 걸려 있었다고 전해진다.

 

백석초 인근 상인은 “주민들의 반대로 건립이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건물이 비어 있으니 밤에는 무섭다”며 건물이 빨리 새로 지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반대하는 구체적인 이유와 서울시와의 대화 과정 등에 대해서는 잘 알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숙박시설’이어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장애인 시설’이어서 주민이 반대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백석초 학부모회장은 “숙박시설이 들어서면 외부에서 성인들이 모여들어 걱정되는 것”이라며 “장애인 숙박시설을 반대하거나 장애인 시설을 반대하고 있는 게 절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서울시 장애인 통거버넌스 임시회’ 자료에 소개된 어울림플라자 부지 현황. 서울시 회의자료 갈무리

 

- 숙박시설 없는 연수시설? 어울림플라자 취지와 맞지 않아

 

일부 주민들의 의견이라고 해도 숙박시설에 대한 문제 제기는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백석초 학부모와 등촌1동 일부 주민들은 학교 바로 옆에 숙박시설이 있으면 교육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외부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어울림플라자는 장애인 연수시설로 세미나실, 회의실, 식당 등을 포함하고, 숙박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 2013년에는 ‘장애인리더십센터’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었던 만큼 어울림플라자의 핵심적인 건립 목적을 담고 있는 공간이 바로 연수시설이다. 이마저도 없다면 어울림플라자에 사실상 장애인 특화 시설은 장애인 치과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m까지인 지역은 ‘절대보호구역’으로, 학교경계 등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m까지인 지역 중 절대보호구역을 제외한 지역은 ‘상대보호구역’으로 정하고 있다. 절대보호구역과 상대보호구역 안에는 숙박업을 할 수 없다. 국제회의시설에 부속된 숙박시설은 예외적으로 상대보호구역 안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주민 반대가 일어나고 있는 백석초와 어울림플라자 부지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구 한국정보화진흥원 건물과 학교 담 사이는 성인 어른 보폭으로 10걸음 정도면 거뜬히 닿을 수 있다. 그만큼 가까운 거리로,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숙박업을 할 수 없다. 

 

그런데 어울림플라자에 있는 숙박시설을 숙박업으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이 건물을 노유자시설로 허가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유자시설은 교육·복지시설에 속하며 아동 관련 시설, 노인복지시설, 사회복지시설, 근로복지시설 등을 말한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노유자시설 안에 있는 숙박시설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유치하는 것이 아니므로 숙박업으로 볼 수 없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 질병관리과 환경보건팀 주무관도 “숙박영업을 통한 영리추구 목적이 아닌 자체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수단으로써 부수적으로 숙박이 이뤄지는 경우,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아닌 특정인에 한하여 숙박공간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숙박영업에 해당되지 않고, 영업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법제처가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어울림플라자와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는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는 ‘교육연구시설’로 분류돼 있다. 서울여성플라자도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숙박업을 한다고 보지 않는다. 현재 서울여성플라자는 서울신길초등학교 정문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어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상대보호구역에 속한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어울림플라자는 많은 장애인들이 함께 모여서 회의를 하거나 연수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는 데서 출발한 만큼 서울시는 취지를 살려 추진해야 한다”며 “서울여성플라자의 경우 장애인 가족이 사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2개밖에 없어서 장애인들이 대규모로 모일 경우에는 이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어울림플라자는 현재 20개의 숙박시설을 계획하고 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 등이 접근 가능한 숙박시설이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어울림플라자의 설립에 장애인들이 기대하고 있는 이유다.

 

어울림플라자 부지 근처 아파트에 ‘주민동의 없는 어울림프라자 건립 무조건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지난 2017년부터 걸려 있었다. 사진 허현덕


- 일부 장애단체, 어울림플라자 설립 목적 어그러질 위기에도 “법인 사무실 입주”만 요구

 

그러나 지난 15일 서울시 회의에서 일부 장애단체는 어울림플라자 설립 목적이 훼손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어울림플라자에 장애단체 사무실을 입주하게 해달라’는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장애인들이 모이는 공간을 만들려면 법인 사무실이 입주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서울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시는 주민 반대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어울림플라자TF를 결성하여 입장을 들어보고 추진하겠다’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이러한 상황에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주민들에게는 숙박시설을 안 만들겠다고 약속한 후에, 추후에 몰래 만들겠다는 말도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편법은 쓰지 말아야 한다”며 “어울림플라자의 설립 취지를 주민들에게 잘 전달해 사전에 마찰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부 장애단체장이 ‘연수시설을 포기하고 더 좋은 방안이 있으면 따르겠다’는 말을 했는데,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법인 사무실 하나에 어울림플라자 설립 취지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원교 서울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회장 또한 “‘장애인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법인 사무실이 입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건물명에 맞게)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을 지역사회에 만들려면 행사장이나 공연장, 전시장 등을 추진하는 게 훨씬 더 좋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구 한국정보화진흥원 건물과 백석초등학교는 육안으로도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 사진 허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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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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