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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갈 돈이 없어요" 저임금에 시달리는 활동가들의 버팀목, 동행
사회운동활동가의 건강권을 묻다 ⑦
여진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사무처장
등록일 [ 2019년08월08일 22시04분 ]

고 박종필 감독 2주기를 맞아 박종필 추모사업회(준)는 지난 7월 24일 활동가들의 건강권을 고민하는 추모포럼 '사회운동활동가의 건강권을 묻다'를 열었습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낮은 활동비와 과로한 노동, 불투명한 전망 등은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겪는 현실이나 이제까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습니다. 국가폭력 등 고통의 현장을 지키는 활동가들은 피해당사자와 함께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활동가들은 ‘보다 나은 사회를 꿈꾸며 활동하지만 정작 자신의 미래는 꿈꾸지 못한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에 비마이너는 ‘활동가 건강권’에 관한 논의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하며, 추모포럼에서 발표된 글들을 기획 연재합니다.


또한, 비마이너에서는 8월 31일까지 ‘활동가 건강권’에 관한 자유기고를 받습니다. 게재되는 글에 한 해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하며, 필요시에는 익명 투고도 가능합니다. 글은 비마이너 메일(beminor@beminor.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_ 편집자 주


여진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사무처장. 사진 강혜민

- 공익활동가 안전망을 꿈꾸며 동행 창립

 

저임금과 과로, 전망 부재 속에서 떠나는 활동가들이 많다. ‘동행’은 활동가와 시민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대책과 치유를 목표로 2013년 10월 활동을 시작했다. 공익활동가의 경제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통해 활동가의 품위를 지키고, 지속가능한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정책, 제도에 관해서는 가장 먼저 변화를 주도하는 활동가들은 정작 자신을 돌보거나 삶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에 밀려난다.

 

2012년 한 활동가의 죽음 당시 약간의 모금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민사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활동가 안전망 부재에 대한 본격적인 해결책 마련에 들어갔다. 활동가 스스로 서로 돕고 지원하며 연대하는 조직, 공익활동가 사회적 협동조합 동행의 창립을 통해 활동가 안전망 구축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조사에 따르면 활동가들에게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지원과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 등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여건에 대한 욕구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행은 급작스럽게 다가오는 경제적 어려움, 사고, 질병 등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자원과 위기 대처 능력을 함께 만들어 가는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경제적 지원망, 상호부조,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한 의료, 재충전, 교육 등의 복지지원을 등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400여 명의 조합원으로 출발한 동행은 2019년 6월 현재 1,150명의 조합원이 함께하는 명실상부한 활동가 조직으로서, 풀뿌리 지역 활동가, 인권, 생태, 복지, 여성 등의 다양한 영역의 공익활동가들이 조합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 활동가들의 건강에 대한 인식

 

동행이 창립 초기부터 빠지지 않고 지원한 영역은 ‘활동가 건강지원’이다. 초기에는 건강검진 지원, 그다음은 의료비 부담이 가장 큰 비급여 치과치료비 지원, 가장 최근에는 녹색병원과 협약으로 진행한 초정밀건강검진 지원까지 의료지원은 매해 이뤄지고 있다. 그 사업을 통해서 활동가가 처한 환경과 건강에 대한 현실을 살펴보고자 한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의료 지원 신청 이유’ 중에서 몇 가지 사례를 꼽아봤다.
 
“작은 마을단체에서 생활하다 보니 제대로 된 건강검진을 평생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급여가 많고 적음을 떠나 활동가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건강에 대한 염려와 걱정이 덜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NGO활동가들이 헌신적으로 일하면서 건강상 각종 어려움을 갖고 있는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본 의료지원 사업을 제가 신청해도 되는 건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기본적으로 ‘건강해야’함을 우선 사항으로 말한다.  건강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챙기거나 돌보는 것이 잘 되지 않을 때는 건강에 대한 ‘염려’와 ‘걱정’으로 전환된다. 건강을 잘 챙기지 못하니 건강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많아지는 것이다.

 

“쉬지 않고 활동을 하면서 쉽게 피로를 느끼고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며, 가만히 있어도 어지럼증이 생기고 배탈, 설사가 반복되는 등 여러 건강상의 신호가 오고 있습니다. 단체에서 건강보험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공단의 건강검진도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2016년 1월 집이 철거되었다는 이유로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현재 직장과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하는 활동은 주거권 운동입니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지만 약자(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은 아직 부족합니다. 무조건 쫓아내지만 말고 주거약자를 보호하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법을 개정하고자 힘들지만 열심히 싸우고 있습니다. 식생활 불균형과 추운 겨울 컨테이너 생활로 어지럼증과 소화불량, 가끔 힘들 때 대상포진이 몸에 올라오네요. 갑상선 부분에서 예전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데 요즘 피로감이 극대화되었습니다. 그리고 무리한 물류센터 알바로 허리가 종종 통증이 옵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을 잘 검진 받아 건강을 되찾고 열심히 활동하고 싶습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만 활동 영역의 특수성으로 인해 아직 가입이 되어 있지 않거나 최근에 가입하여 국가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경우도 존재하고 있다.

 

“거주지는 안양인데, 활동 처가 서울인지라 출근시간 문제로 식사상태가 불량합니다. 특히 아침 식사는 거의 편의점 음식을 먹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속이 편하지 않고 거북합니다. 수면 부족과 업무로 인한 만성피로 증상이 있는데 질병으로 변할까 봐 걱정됩니다.”

 

대부분의 활동가들이 겪는 것 중의 하나가 만성피로가 아닐까 싶다. 뚜렷하게 아프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건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태다. 안정적으로 체력을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은 알지만 우선순위에 밀려나게 된다.

 

“불규칙적인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만성피로 개인의 몸 살핌에 대해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내 몸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정밀종합 검사를 신청합니다.”

 

활동의 특성상 규칙적인 건강관리가 힘들어지다 보니 건강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건강과 활동 중 무엇이 먼저 고려되어야 할지는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건강에 대한 이야기 혹은 건강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될수록 건강에 대한 점검의 계기는 된다고 보여진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요추 및 골반의 기타 및 상세불명 부분의 염좌 및 긴장’이 있다는 진단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계속 지속되는 허리 주변 근육 통증으로 인해 도수치료, 한방 치료, 근전도검사, 엑스레이, 재활치료 등 여러 가지 방법과 각종 약물(소염, 진통제)로 통증을 가라앉히고자 했으나 통증은 계속해서 악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현 업무특성 상 장시간을 앉아있는 사무직이나 허리 통증으로 인해 앉아서 일을 할 수 없어 근 3년을 장시간 서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MRI를 찍고 확인해보고 싶었으나 비용이 감당이 안 되어 원인을 정확히 모른 채 각종 치료만 받고 있다가 2019년 공익활동가 의료 지원 사업을 알게 되어 신청했습니다.”

 

뚜렷한 원인에 따른 진단보다는 상세불명에 따라 장기간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치료 기간도 길고 그에 따른 높은 치료비, 꾸준히 치료해야 하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치료가 종료되거나 완치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치료와 치료 중단을 반복적으로 오가며 늘상 치료가 필요한 몸 상태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정서불안 및 자존감 저하와 같은 심리적 불균형 상태. 겉으로 밝은 척하다 보니 우울감 지속, 정신과 검진을 통해 현재 정서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고자 함”

 

“지난 4월에 번아웃을 경험했습니다. 업무과중과 직장 내 관계로 인한 갈등이 깊어지면서 3주 이상 깊은 우울감과 신체기능 저하를 앓았습니다. 동료들은 문제가 발생한 원인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업무편중과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상하관계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동료들의 위로와 격려 덕분에 깊은 우울상태에서는 벗어났지만 원인이 되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저의 상태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부터 편두통에 시달리기도 하고 왼쪽 위 가슴팍에 찌르는 듯 쪼여드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심장부근의 통증은 생전 처음 느끼는 것이라 걱정됩니다.”

 

최근에는 심리적 건강 상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심리적 건강의 문제를 ‘건강 상태 이상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현실을 말해주고 그로 인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2014년 유방암 수술, 림프선 절제까지 하여 늘 몸이 무겁고 목과 등이 많이 아파 잠을 잘 못 자고 머리가 아픔, 국가지원이 끝나 자비로 검사하기에는 너무 부담되어 신청하게 됨.”

 

활동가들의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 중의 하나는 갑자기 찾아오는 질병이나 사고이다. 활동비로 부담하기 어려운 수술비, 치료비용 등으로 생활이 불안정해지고, 높은 치료비를 부담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순간에는 은행, 카드 대출 등을 사용하게 되고 이는 가계 부채로 이어져 불안정한 생활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 동행에서 제시하는 공익활동가 위험을 줄여주는 안전망

 

    (1) 상호부조사업

 

활동가들의 경조사를 지원하는 ‘상호부조사업’은 활동가들이 매월 납부하는 상조회비로 조성한 상호부조기금으로 운영한다. 활동가들이 암 진단을 받거나 재활치료를 받을 때 치료비를 지원하거나 사망 시 부조금을 지원한다. 자신이 속한 개별 조직의 활동가가 아니라 활동가 조합의 상조회비를 통해 타 조직의 활동가들이 서로를 지원하는 연대, 협동의 안전망 기금인 것이다.

 

2018년 출장길에 사망한 활동가에게 상호부조기금 3천만 원을 지급할 수 있었다. 이것은 동행의 상호부조기금이 활동가 연대의 기금이기에 남다른 의미가 있으며, 활동가 사망 시에 부족하지만 인간적 도의를 할 수 있는 조직이 있는 것에 시민사회에는 작은 위안이 될 수 있었다.

 

2016년부터 활동가들이 납부한 상호부조기금을 통한 ‘상호부조사업’은 2019년 7월까지 총 73명, 9천 4백만 원의 상호부조금이 지급되었다.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홈페이지에 소개된 ‘소액대출’ 소개 갈무리. 동행 홈페이지 캡처
 

    (2) 경제안전망기금 사업_대출사업

 

활동가들은 소득이 낮은 이유로 고이율 대출을 사용하고, 활동기간이 길어질수록 적금보다는 대출 금액이 높아지는 등 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전세보증금이 부족하거나 누적된 가계부채, 질병에 따른 높은 의료비 부담과 치료 기간 동안의 생활비 부족 등의 이유로 긴급한 생활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이 필요해진다. 위기 시 대처 능력을 상실하거나 극복하기 어려울 때 활동가들은 자신의 삶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경험을 하며, 이는 종종 활동의 이탈로 드러난다.

 

동행은 외부·자체 기금 마련을 통해 활동가들에게 ‘긴급생활자금대출’을 1인당 최대 2천만 원까지 저리로 지원하고 있다. 2018년 공공상생연대기금 5억 원을 출연받아 청년공익활동가들에게 학자금 상환, 고이율 전환대출, 전세보증금 지원 등의 대출용으로 1인 최대 2천만 원 이내로 60명, 연 1% 이자로 빌려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청년 공익활동가에게는 2018년부터 2019년 7월까지 57명에게 6억 7천만 원을 대출지원하였고, 긴급하게 생활자금 대출은 총 47명에게 3억 원을 대출지원하였다.

 

안전망기금에 대한 높은 호응은 경제적 안전망이 가장 중요하게 지원되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3) 존엄을 지켜주는 지원망_재충전지원, 의료지원, 학자금지원, 응원사업

 

동행은 활동가 안전망 구축 외에도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재충전지원, 의료지원, 학자금 지원, 응원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재충전 지원 사업은 조합원팀 혹은 조합원 개인이 기획한 여행 프로그램에 여행 경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활동가들에게 가장 욕구가 많은 사업 중의 하나로 매해 지원 예산액을 증대하고 있다. 그만큼 재충전에 대한 요구가 큰 편이고, 다른 하나는 활동가들에게 소진의 경험이 잦다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 위험을 줄여줄 수 있는 안전망이 있다는 것
 
“어떤 공동체에서 우리가 건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거대하고 또 중요한지에 대해서요.”
-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동아시아/2017)’ 중에서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어려움을 예방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나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있다’라는 신뢰는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시작점이 되며, 그 시작점에서 함께 또 다른 길을 만들어 가게 될 계기가 된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막막함과 두려움이 아니라 ‘무엇인가라도 있다’라는 희망에 대한 믿음은 그 순간부터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러하기에 함께하는 공동체 역할이 중요하다.

 

동행은 어려울 때마다 등 뒤에서 밀어주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활동가 조합으로, 활동가의 삶이 건강하고 즐거울 수 있도록 활동가의 든든한 안전망을 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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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 공익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사무처장 donghangnews@gmail.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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