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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됐다고 활동지원 뚝, ‘하루 14시간→4시간’ 장기요양으로 살아가는 김순옥 씨
만 65세 되면 활동지원→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강제 전환… 탈시설 장애인 눈물
탈시설 정책 펼친다더니, 65세 되니 시설 권유하는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
등록일 [ 2019년08월22일 13시50분 ]

지난 19일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사옥 1층 로비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 촉구 농성장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순옥 씨의 모습. 사진 허현덕
 

“시설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시설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이 말을 반복하는 김순옥(만 65세) 씨의 눈은 젖어 있었다. 그의 오른쪽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시 시설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두 달째 잠도 이루지 못했고,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며 활동지원사 성태분 씨가 걱정스러운 눈빛을 김 씨에게 보냈다.

 

뇌병변장애와 언어장애가 있는 김 씨는 손가락 한 개로 휴대폰을 터치할 정도로밖에 움직이지 못한다. 7월 7일이 생일인 그는, 지난 8월 14일 노인장기요양보험(아래 노인요양)에서 1등급을 받았다. 그로 인해 전에는 월 411시간의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아래 활동지원)를 받았지만, 이제는 월 120시간의 노인요양 급여를 받게 됐다.

 

하루에 14시간이었던 서비스가 10시간이 깎여 4시간으로 줄었다는 것은 쉽게 말해 세 끼 중 아침밥만 먹을 수 있고, 같은 기저귀를 17시간 동안 착용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것, 방문턱을 넘을 수 없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졌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19일 저녁, 서울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사옥 1층 로비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 촉구 농성장에서 하루 릴레이 단식 농성을 벌인 김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김 씨는 거주지인 부산에서 당일 새벽 6시에 출발해 서울 농성장까지 두리발(부산 장애인콜택시)과 KTX, 지하철을 이용해 먼 길을 달려왔다. 단식 농성까지 동참한 그는 매우 피곤해보였다. 그럼에도 내내 “시설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 도와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지난 20일 오전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사옥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김순옥 씨와 활동지원사 성태분 씨의 모습.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혼자서 옷 벗고 입기, 세수하기, 양치질하기, 목욕하기, 식사하기 가능하세요? 가능하지 않으시죠?’

 

김 씨의 비극은 6월 21일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됐다. 국민연금공단(아래 연금공단)은 ‘김 씨가 만 65세가 되니, 노인요양을 신청하라’고 했다. 다른 방법이 없냐고 묻자 ‘없다’는 답변이 왔다.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말에 김 씨는 체념하고 24일 노인요양을 신청했다. 그로부터 4일이 지난 6월 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아래 건보공단)에서 실사를 나왔다.

 

당시 김 씨와 함께 있었던 활동가에 따르면, 건보공단 조사원은 방문하자마자 김 씨를 아래위로 쭉 훑어본 후에 ‘이분은 1등급이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인요양 인정조사표상의 질문은 한 개도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조사원은 그저 김 씨의 신체적 조건을 보고 이미 판단을 끝낸 듯했다고 당시 김 씨와 함께 있던 활동가는 기억했다. 그가 항의하자 조사원은 그제야 질문을 시작했다. 그러나 질문과 답이 일대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가령 신체기능(ADL)에 관한 질문을 할 때 △옷 벗고 입기 △세수하기 △양치질하기 △목욕하기 △식사하기에 대해서 각각 가능여부를 묻고, 이에 세부적으로 △완전자립 △부분도움 △완전도움 등 정도까지 직접 묻고 체크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원은 ‘혼자서 옷 벗고 입기, 세수하기, 양치질하기, 목욕하기, 식사하기 가능하세요? 가능하지 않으시죠?’라는 방식으로 질문했다는 것이다.

 

조사원은 김 씨에게 인지능력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하기도 했다. 더하기 빼기, 날짜 등 단순한 질문이었다. 제대로 답변을 했지만, 조사원은 ‘아무것도 못 하기에 1등급’이라고 재차 확인한 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라는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 조사원은 김 씨에게 ‘시설에 있지 뭐하러 나왔냐?’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만 65세가 되더라도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단 한 가지다. ‘노인요양이 필요 없다’고 판단되는 ‘등급 외 판정’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등급 외 판정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나 지침은 모호하기 짝이 없다. 그저 ‘등급 외 판정을 받을 경우 활동지원 수급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만 존재한다. 그렇게 30분간의 조사로 김 씨의 운명은 바뀌었다.

 

김 씨는 7월 3일 건보공단에 찾아가 사정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버티던 건보공단은 2시간쯤 흘러서야 ‘심사 유예’라는 게 있다고 알려줬다. 수급심사위원회가 7월에는 4일, 11일에 열리고 8월에는 8일, 14일에 열린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김 씨는 가장 기간이 긴 8월 14일까지 심사 유예를 신청했다.

 

그리고 8월 14일 건보공단은 김 씨가 요양보험 1등급을 받았음을 최종 공지했다. 활동지원 서비스는 만 65세가 되는 다음 달 말일까지 받을 수 있다. 김 씨의 경우처럼 7월에 만 65세가 됐다면 8월 말일까지다. 그러나 그 사이 요양보험 등급이 나오면 활동지원은 바로 중단된다. 사실상 김 씨의 활동지원은 끝났다. 이날 서울 농성장에 함께 온 활동지원사는 김 씨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특별히 동행한 것이었다.

 

김순옥 씨가 탈시설 후 담양 메타세콰이어길에서 민들레를 불고 있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수여한 ‘2018 자립왕’에 선정된 자료. 본인 제공

 

- 시설이 싫어서 탈시설했는데, 65세 됐으니 다시 시설로 돌아가라?

 

김 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형제에 의해 울산 울주군에 있는 동연요양원에 입소했다. 시설에 있는 동안 형제와는 연락이 끊어졌다. 김 씨는 25년간 요양원에서 생활하다 지난 2016년 6월 탈시설했다. 당시 60세였던 김 씨는 ‘그 나이에 나가서 뭐 하냐’는 주위의 만류도 있었지만, 시설 밖에서 살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

 

탈시설 직후에는 영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체험홈에서 2년간 지냈다. 그러다 지난 2018년 6월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했다. 이야기 중에 집 이야기가 나오자 김 씨는 처음으로 웃음을 보였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을 당시의 벅찬 감정이 떠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잠시뿐이었다. 다시 그 집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탈시설 후 4년간 중증장애인권익옹호 활동, 탈시설 멘토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지난 2018년에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에서 선정하는 ‘2018 자립왕’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씨는 “모든 시설에 있는 장애인이 나처럼 시설에서 나와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그만큼 그에게 자립생활은 즐거움 자체였다. 제주도로, 남이섬으로, 담양으로, 속초로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다. 올해 초에는 해외여행도 준비했다. 여권 사진도 찍었다. 김 씨가 외출하고 싶을 때는 외출하고 전국을 누비고, 해외여행 계획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활동지원 서비스를 월 411시간 받을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서비스 시간이 급격히 삭감되면서 모든 게 꿈같은 이야기가 됐다.

 

김순옥 씨는 올해 초 외국여행을 준비하기 위해 여권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이 사진은 쓰이지 못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턱없이 적은 서비스 시간은 시설에 살지 않아도 김 씨가 있는 모든 곳이 시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뿌듯해했던 아파트조차 작은 시설이 되어 김 씨를 옥죌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활동지원사가 없으면 방문턱조차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국은 시설로 돌아가든가 죽음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으로 김 씨는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연금공단, 건보공단, 구청을 찾아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고 항의도 하고 읍소도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그럼 시설로 돌아가세요”라는 말이었다. 기관에서는 ‘제도상, 지침상 어쩔 수 없다’는 원론적인 말만 반복하고 있다. 탈시설 정책을 펼친다던 정부는 65세 이후 자립생활을 철저히 막으며 교묘하게 시설정책을 권장하고 있다.

 

김 씨는 “바깥 외출은커녕 시설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올 수 없었던 곳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죽으라는 말처럼 들린다”고 털어놓으며 눈물을 지었다.

 

김 씨는 노인요양 자격 이의신청을 할 예정이다. 이의신청으로 ‘등급 외 판정’을 받아야만 활동지원 수급자격이 다시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의신청은 부당한 활동지원제도 연령제한에 맞서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평생 장애인으로 살았지만, 65세가 되면 노인성질환으로 분류하는 비상식적인 활동지원제도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싸우겠다는 각오다. 

 

김 씨는 그때까지 꿋꿋이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

 

“죽어도 시설에 돌아가지 않을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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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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