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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 당사자가 조국 임명을 반대하는 이유
조국 “정신질환자 적극 치료해 범죄 피해 예방하겠다” 밝혀
죄 없는 정신장애인 예비범죄자 몰이, 혐오만 키워… “사과하라”
등록일 [ 2019년08월29일 15시46분 ]

지난 2018년 1월,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가정보원·검찰·경찰 등 3대 권력 기관에 대한 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대한민국청와대 유튜브 영상 캡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0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이 국민들께 드리는 다짐’을 통해 법무부 범죄 관리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아동성범죄자 1:1 전담보호관찰의 내용을 담은 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동시에 “정신질환자를 적극 치료해 범죄피해를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진주 방화 살인사건을 언급하며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 사건이 국민들 일상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신질환이 범죄 행위와 깊은 상관성이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대검찰청의 2017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범죄율은 0.136%이지만, 같은 기간 전체 인구 범죄율은 3.93%로 28.9배나 높고,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 비율도 정신장애인이 0.014%로 전체 강력범죄율 0.065%보다 약 5배 정도 낮다. 그래서 이러한 조 후보자의 정책 공약 발표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도 28일 “정신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확산시키는 등 혐오와 차별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는가. 조 후보자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반복해서 저지르는 근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도 했는데, 애초에 범죄 자체가 잘 벌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재범률을 논하는 것은 꼬투리 잡기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회적 공포 조장은 범죄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고 개선하는 대신 개인의 정신장애를 범죄의 원인으로 인식하게 하고 정신장애인을 범죄자 집단으로 만듦으로써 문제 해결의 책임을 회피하게 한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정신질환자가 아니라 행정력이다. 진주 방화 살인사건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정신질환을 논하며 경찰과 보건복지의 문제로 전도시키는 것은 왜곡이다. 안인득은 이전에도 흉기 난동을 부렸고 그로 인한 기록이 이미 존재했다. 공공을 상대로 한 위험을 국가가 관리하지 못하니, 국민들의 불안은 정신질환자를 탓하는 것으로 분출되었다. 조 후보자는 이러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는커녕, 오히려 정신질환자를 혐오하는 방식으로 책임 전가하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차용하여 죄 없는 정신장애인들의 삶에 고난을 주고 있다.

 

조 후보자의 정책공약에는 ‘일반 국민’과 ‘범죄를 반복하는 정신질환자’가 극단적으로 나뉘어있다. 이와 같은 표현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포를 자극하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강화한다. 정신장애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치료라는 명목으로 강제입원 당하고, 격리되어 과도한 약물을 투여 당하고, 사지가 결박당한다. ‘치료받고 싶은 병원’이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정신장애인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병원과 제도의 문제는 왜 외면하는가. 이러한 현실을 통합적으로 살피지 않고, 정신장애인에게 무작정 범죄자 프레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다짐’이고 ‘정의’인가?

 

정신장애인도 인간이고 국민이다. 조 후보자의 ‘다짐’ 속에 국민이란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밖에 없는가? 정신장애인을 예비범죄자로 간주하는 사회 때문에 정신장애인은 직장을 가지거나 일상적인 친교를 누리는 것에서조차 격리되어 있다. 범죄 원인을 정신장애로 돌리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정신장애인 재활과 사회생활 적응을 위해 진행하던 정신장애인 고용 지원 사업이 엎어지곤 한다.

 

이런 결과를 두려워하기에 정신장애인들은 자신의 장애를 숨길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증세는 악화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조 후보자가 바라는 ‘안전한 사회’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 일부를 격리하고 배제하는 사회인가? 그렇게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포가 조장된 혐오 사회인가?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우리는 예비범죄자로 취급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사회적 소수자를 범죄자, 살인자, ‘조두순’으로 만들려는 조 후보자의 ‘다짐’이 진정 국민을 위한 다짐인가.

 

그렇다면 조 후보자는 후보직을 사퇴하고 전국의 정신장애인들에게 사죄하라. 우리 정신장애인 국민이 원하는 것은 편견으로부터 해방되고,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장애인 당사자인 나는 정신질환자를 예비범죄자로 왜곡한 조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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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활동가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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