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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거세지는 혐오 표현 제지 위해 “정부 역할 가장 중요해”
법무부, 제5회 국제인권심포지엄, ‘혐오표현의 확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열어
국민 10명 중 7명 혐오표현 경험… “혐오표현이 혐오범죄로 이어질 것 81.8%” 전망
등록일 [ 2019년08월30일 18시00분 ]

제5회 국제인권심포지엄 ‘혐오표현의 확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세션2, ‘혐오표현과 차별, 그 제도적 대안은?’이라는 주제로 토론하고 있는 모습. 사진 허현덕

 

혐오표현은 혐오대상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범죄로 이어지기에 사회의 경직을 부추긴다. 우리나라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집단에 대한 혐오가 견고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동문회관 그랜드볼룸에서 제5회 국제인권심포지엄 ‘혐오표현의 확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열었다. 심포지엄에서는 여러 나라의 혐오표현에 대한 실태와 이에 따른 방안을 들어보고, 우리나라 상황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모색했다.

 

- 왜 특정집단을 혐오하는가?

 

혐오표현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 집단에 대한 △증오·혐오 선동 △공개적 비방·멸시 △심각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유포하는 다양한 성격과 수위의 해악을 동반하는 표현이다. 이주영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혐오표현에 대한 국제적 협의는 이뤄진 바가 없다”며 “해외 입법된 혐오표현 규제는 인종주의적 표현을 시작으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성, 장애 등을 이유로 한 혐오표현의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캐나다에서는 반무슬림 세력, 신나치주의자, 나치주의자에 의한 혐오표현과 이에 따른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반 바골드 캐나디안 안티-헤이트 네트워크(Canadian Anti-Hate Network) 이사는 “얼마 전에도 캐나다에서 신나치주의 테러리스트에 의해 폭발물 테러를 감지하고 저지한 사건이 있었다”며 “신나치주의자들은 백인 우월주의자들로 백인만의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며 대량학살과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무슬림 세력은 ‘무슬림이 캐나다를 지배하려고 한다’는 주장을 내세워 이들에 대한 혐오표현을 유포하고, 온·오프라인에서 무차별 폭행을 일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팟캐스트와 SNS를 활용해 혐오를 퍼뜨리고 있었다.

 

일본은 아이누 선주민(홋카이도 원주민), 이주민, 성소수자, 장애인 등에 대한 혐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재일한국인에 대한 혐오다. 일본 정부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주민 중 재일한국인에 대한 혐오범죄가 가장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 2006년 ‘재일특권을용서하지않는시민의모임’(아래 재특회)이라는 단체가 세워졌고, 오프라인에서 2013년 347번, 2014년 378번, 2015년 250번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한국=적’, ‘죽이자’ 등의 문구를 쓰고 재일한국인에 대한 혐오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은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활발히 혐오발언을 하고 있다.

 

재일교포 3세인 김창호 일본변호사는 “현재 한국과 일본이 정치·경제 문제로 부딪치는 가운데 한국의 경제력이 상승하면서 일본의 국제적 지위 저하에 대한 불만을 외부적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과거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인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의식과 일본 내에서의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일본의 마이너리티 중에서 재일한국인을 소환해 혐오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와 일본에서 이런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견고해지는 데는 정치인의 역할이 컸다고 밝혔다.

 

이반 바골드 이사는 “캐나다에서 정치인이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무슬림이나 유대인들을 강제로 추방하거나 살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런 발언들이 국민들에게 점차 인종차별적 언행과 사상을 심어주는 결과를 낳았다”며 “모든 혐오는 언어로부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여당인 자민당이 한국에 대한 적대를 감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종차별단체가 정치단체가 되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에는 재특회 대표가 ‘일본제일당’을 결성해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11만 표를 획득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국인입국금지’, ‘한국과의 관계 단절’ 등을 내세우고 재일한국인, 한국인 혐오를 멈추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28일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동문회관 그랜드볼룸에서 제5회 국제인권심포지엄 ‘혐오표현의 확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열었다. 사진 허현덕

 

- 다른 나라는 혐오표현에 어떤 대응책 마련했나?

 

일본은 지난 2016년 5월 ‘헤이트스피치해소법’을 제정해 외국출신자에 대한 혐오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처벌 규정을 포함한 제재 규정이 없고, 헤이트스피치에 대한 대상이 한정되어 일반적인 인종차별은 적용되지 않아 효과는 미미하다. 그러나 이후 혐한 오프라인 집회가 줄어들었고, IT업계 등에서 혐오표현 규제를 위한 협약을 개정해 자체적으로 혐오표현 규제를 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또한 오사카, 도쿄, 카와사키 등에서 차별금지 조례 제정에도 이바지했다.

 

캐나다는 형법 제318조와 319조에 혐오범죄에 대한 처벌조항이 있지만, 형사기소가 잘 이뤄지지 않고 판결까지 2~3년이 걸린다. 또한 1년 이하의 구금 등 낮은 수위의 처벌로 사실상 혐오범죄자가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캐나다 인권법 13조에 의해 개인이 인권위원회에 제소할 수 있고, 판결도 1년 이내에 이뤄졌지만 현재는 삭제되어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캐나디안 안티-헤이트 네트워크는 법률에 기대지 않고 SNS와 팟캐스트 등에 혐오표현을 하는 단체와 개인에게 지속적으로 삭제 요청을 하고, 혐오물 게시자들의 정체를 밝히는 일을 하고 있다.

 

이주영 전문위원은 소셜 미디어에 따른 온라인 환경 변화와 혐오표현 확산의 상관관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뉴질랜드의 한 의원은 페이스북이 혐오표현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할 수도 있고 개인이나 단체를 혐오적 맥락으로 공격하지만,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2018년 독일에서도 소셜미디어에서의 난민혐오와 실질적인 난민에 대한 폭력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가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유럽평의회는 ‘컴퓨터를 통한 인종주의, 외국인 혐오적 행위의 처벌에 관한 사이버 범죄 협약 추가의정서’를 마련해서 위반할 시 형사 규제를 도입하고,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특히 혐오표현을 하지 않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형법을 통한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의 특정 형태와 표현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 결정’에서 혐오표현 등을 형사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 근거도 담고 있다. 이 규범을 근거로 ‘불법 온라인 혐오표현 대응 행동기준’과 ‘시청각 미디어서비스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이 중에서 ‘불법 온라인 혐오표현 대응 행동기준’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에 각각 신고절차를 마련하도록 하여, 신고된 콘텐츠는 24시간 안에 검토해 삭제하거나 접근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 국민 10명 중 7명 혐오표현 경험… “혐오표현이 혐오범죄로 이어질 것 81.8%” 전망 

 

우리나라의 혐오표현은 2010년 ‘반(反)다문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反)다문화와 반(反)외국인을 기반으로 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가 시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12년 일간베스트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혐오표현’과 ‘혐오발언’이 쏟아져 나온 계기가 됐다. 김정학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혐오차별대응기획단 팀장은 “이러한 배경에서 강남역 살인사건(2016), 제주도 예멘 난민 반대, 인천퀴어문화축제 반대 폭력 집회(2018) 등이 발생했다”며 “다문화와 이주노동자에서 여성과 난민,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표현이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 ‘2019 혐오표현 국민인식조사결과’ 내용 갈무리. 인권위 보도자료 캡처

 

혐오표현에 대한 심각성은 인권위가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2019 혐오표현 국민인식조사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혐오표현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혐오표현이 혐오범죄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81.8%에 달했다. 또한 사회갈등이 더 심해질 것(78.4%), 차별현상이 고착화 될 것(71.4%),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가 더 위축될 것(62.8%)이라는 답변이 지배적이었다. 혐오차별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답변은 22.2%에 불과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혐오표현과 혐오범죄에 대한 문제가 국민적 관심으로 떠올랐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심각성을 고려하거나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류민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강남역 살인사건은 전형적인 증오범죄의 하나인데 형사정책상 증오범죄로 분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며 “정부의 수수방관으로 증오범죄의 발생 근원에 대한 성찰뿐 아니라 증오범죄 자체 통계 마련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지혜 강릉원주대학교 교수는 “제주도 예멘 난민을 둘러싼 외국인 혐오가 퍼지고 있을 때, 정부는 이를 ‘국민정서’라며 혐오를 증폭시켰다”며 “현 정부가 성소수자, 이주민 등의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있을 때 대부분 소수자의 권리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대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평등에서는 멀어지는 행보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노르웨이는 2013년 ‘온라인 혐오는 이제 그만’이라는 캠페인을 정부 주도로 벌였다. 2014년에는 ‘혐오표현 반대 정책선언’을, ‘혐오표현 대응전략 5개년 계획’도 수립한 바 있다. 이런 범국가적 혐오 대응에 국민들은 지지를 보내며 동참하고 있다. 이처럼 혐오표현 대응에 정부의 명확한 역할이 어떤 제도적·정책적 대응보다 중요하다고 토론자와 발제자는 한목소리를 냈다.

 

김지혜 교수는 “우리나라는 평등과 사회적 차별금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미 헌법과 시민들의 의식 속에 있다”며 “정부가 헌법 정신을 실현하고, 시민의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가 제도를 만드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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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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