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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와 반대를 뚫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삶’으로
[제1회 대구지역 장애인 탈시설 증언대회] ① 김진욱
등록일 [ 2019년09월05일 16시07분 ]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은 2019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제1회 대구지역 장애인 탈시설 증언대회’를 했습니다. 시설에서 나와 탈시설하며 살아가는 장애인 당사자 여덟분의 이야기를 글로 전합니다.

 

김진욱 씨. 사진제공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시설에 1998년에 들어왔대요. 부모님이 맡기셨다는데 어릴 때 기억이 없어서 ‘나에게도 가족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가끔 가족들이 찾아왔는데 전 아무도 없었어요. 여덟 살 때 입소했고 스물일곱 살에 나왔으니까 같은 시설에서 20년이나 살았네요.

 

약점으로 통제하는 시설생활

 
저는 장애인시설에서 살았어요. 시설에서는 누구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야 하고 같은 시간에 밥을 먹어야 해요. 제가 잠이 많거든요.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면 밥맛이 없잖아요. 밥 먹기 싫어서 꼼수를 많이 부렸어요. 이용인은 방에서 배식받고 선생님들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셨거든요. 밥 먹기 싫은 날은 선생님들이 식당에 가신 후에 화장실에 버렸어요. 먹고 싶지 않으면 안 먹을 수도 있는 건데 시설에 사는 이용인들은 그럴 선택권이 없었어요.


자유는 조금 있었어요. 일일이 보고해야 했지만요. 외출한다면 선생님이 꼬치꼬치 물어봤어요. “몇 시에 만나노?”, “어디에서 만나노?” 다 말하고 난 후에도 돈은 얼마가 필요한지도 미리 계산해야 하고 영수증도 갖고 와야 했어요. 외출은 가능했었는데 외박은 못했고, 돈도 마음대로 못 썼어요. 내 돈도 마음대로 쓸 수가 없었어요. 저는 비싸도 질이 좋은 물건을 선호하거든요. 선생님이 설명 반 설득 반으로 못 사게 했어요. 저는 거기에 따를 수밖에 없고요.


외출을 하면 저녁 9시 전에 들어와야 하는 규칙이 있었어요. 고등학생도 아니고 성인인데 납득이 되지 않았어요. 스무 살 넘은 사람한테 통금시간이라니 70년대도 아니잖아요?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외출 금지, 컴퓨터실 금지, 용돈도 금지시켰어요. 우리 약점을 아는 거죠. 기분이 나빴어요. 선생님들은 우리가 말 안 들을 때마다 “너 컴퓨터실 금지야, 너 용돈 금지야, 너 며칠간 휴대폰 금지야.” 그랬어요. 시설 안에서의 생활이 너무 심심하니까 밤에 실내에서 축구를 한 적이 있어요. 실수로 물건이 아주 조금 파손됐었어요. 선생님이 누가 그랬냐 그래서 이실직고했어요. 일주일 동안 외출금지 받아서 밖에 못 나갔어요. 선생님한테 맞은 적은 없지만 같이 생활했던 이용인한테 맞거나 언어폭력을 당한 적은 있어요. 같이 생활하던 형이었는데 제가 지능이 떨어진다고 놀렸어요. 만만했는지 때리기도 했고요. 형이 혼날까 봐 선생님한테 이야기 안 했어요.


제가 뇌전증이 있어요. 시설에서 캠프를 갔는데 다른 친구들은 체험이나 구경을 시켜주면서 저는 소외시켰어요. “너는 뇌전증이 있으니까 안 돼.” 그러면서요. 선생님들이 제 약점을 잘 알고 있어서 그걸로 통제를 했어요. 제가 교회를 다녔었는데, 무슨 일 있으면 “너 교회 가지 마.”이랬죠. 제일 가슴이 아팠던 일은 아빠 연락을 중간에서 막은 일이었어요. 제가 자립생활을 선택하면서 아빠를 찾고 통화도 자주 하게 됐거든요. 아빠한테 물어봤어요. “아빠, 나 보러 시설에 왜 안 왔어?” 아빠가 그러시는 거예요. “너 보러 갔었어. 그런데 너희 담당 복지사가 아버님이 오시면 진욱이가 밥도 안 먹고 아프니까 오지 마세요 라고 하더라.” 이 말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선생님들이 저한테 물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오지 말라고 한 거잖아요? 남들은 다 가족이 찾아오는데 저만 안 와서 나는 가족이 없구나 하면서 긴 시간 외로워했는데 알고 보니 시설에서 막았던 거였어요.

 

다시는 감옥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처음에는 자립에 관심이 없었어요. 대구사람센터에서 시설에 방문해 ‘자립선데이’라는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었어요. 활동가들이 이용인들이랑 어울리면서 자립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대구사람센터를 통해 먼저 자립 한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이 자립생활을 잘하니까 나도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단기체험을 먼저 해봤어요. 시설 밖에 나오니까 모든 게 좋았어요. 시설에서는 대부분 방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거든요. 똑같은 패턴에 똑같은 생활이었는데 시설 밖에 나와 보니까 달랐어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되게 좋았어요. 가장 먼저 한 게 핸드폰을 최신형으로 바꾸는 거였어요. 시설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거든요.


단기체험을 해보니까 꼭 자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선생님께 자립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걸림돌이 있었어요. 선생님들이 제가 뇌전증이 있으니 자립하면 관리하기 힘들 거라고 반대하셨어요. 자립을 지원했던 대구사람센터에서는 본인이 하고 싶다는데 기회를 주자고 계속 설득했고요. 아빠한테도 전화해서 여쭤봤어요. “아빠 나 여기서 자립하고 싶어.” 아빠가 “자립이 뭐야?”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시설에서 나가서 대학생들 자취하는 것처럼 혼자 자유롭게 사는 게 자립이야. 나 시설에서 나가고 싶어.”라고 말씀드렸어요. 아빠가 처음에는 반대하셨다가 제 설명을 듣고 허락해 주셨죠. “그래, 진욱이 너가 하고 싶다는데 해줘야지.” 그렇게 자립을 결정할 수 있었고 2017년에 대구사람센터 장기체험홈으로 자립을 하게 됐어요.


제가 음악 듣는 거랑 축구 보는 거랑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요. 사람들한테 깜짝 이벤트도 잘하고 생일선물 몰래 챙겨주는 걸 좋아해요. 사람들하고도 자주 어울렸어요. 집에서 쉴 때는 휴대폰을 하거나 음악을 듣거나 축구를 보고요. 해외축구를 되게 좋아해서 새벽에 잠도 안 자고 보고 그래요. 시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당시를 생각하면 정말 시설은 감옥이었던 것 같아요. 다시는 거기서 살고 싶지 않아요.

 

김진욱 씨. 사진제공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싶어요


지금 탈시설 장애인 자조모임 리더를 하고 있어요. 제가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니까 대인관계를 잘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워요. 멤버들이 되게 좋으세요. 모두 잘해주시니까 특별히 어려운 거는 없어요. 멤버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잘해드릴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대부분 휠체어를 쓰시니까 모임 장소도 매번 고민이고요. 


시설에 살 때보다 자신감이 생겼어요. 시설에서는 뭘 못하게 하는 게 중심이다 보니까 자신감이 없었어요. 낯가림도 엄청 심했고요. 선생님들이 “그렇게 할 거면 하지 마.”란 말을 자주 했어요. 대구사람센터에서는 “할 수 있어요.” 라는 말을 자주 해주세요. 저에게 가능성을 본다고 하시고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라고 해주시니까 그게 자신감 회복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아직 장기체험홈에 살고 있으니까 센터 활동가분들이 지원도 해주시고 많이 도와주세요. 저도 제집을 구해 완전히 자립을 할 때가 곧 오겠죠. 그때는 모든 것을 혼자서 해야 되니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래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일을 하고 싶어요. 비장애인들은 출퇴근을 하잖아요?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일하면서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한테 적합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요.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싶어요. 돈을 벌어서 가족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사람이라면 살면서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하잖아요. 주변 분들에게 지금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남한테 깍듯하게 잘 하고 싶고 한결같이 챙겨주고 먼저 다가가고 싶어요. 연애도 하고 싶어요. 서로 사랑해주고 서로 챙겨주는 사랑다운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해보지 못한 게 많아서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탈시설에 대해서도 많이 알리고 싶어요. 당사자분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분들이 더 이상 힘들게 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각자의 삶을 찾아서 행복하게 사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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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 김진욱·기록 홍세미 saramcil@empas.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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