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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65세 연령제한으로 ‘죽음’에 내몰린 장애인들, 인권위에 긴급구제 요청
“만 65세 이후 어떻게 살지 막막하다”… 장애인들 서비스시간 대폭 삭감에 ‘생명권’ 위협
“행정 권고 아닌, 지자체의 실질적인 활동지원서비스 지원으로 이들의 목숨 살려야”
등록일 [ 2019년09월05일 16시56분 ]

5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9개 인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을 규탄했다. 사진 허현덕
 

“얼마 전 활동지원이 끝났습니다. 가족도 없어 활동지원사가 아니면 도와줄 사람이 없습니다. 오늘도 침대에서 간신히 나왔습니다. 65세가 된 이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만 65세 연령제한 사라져야 합니다. 활동지원 딱 끊기고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올해 6월 만 65세가 된 김용해 씨)

 

장애인들이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만 65세 연령제한이 장애인차별에 해당한다며 인권위에 긴급 진정했다.

 

5일 오전 10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9개 인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을 규탄했다. 이들은 “만 65세 연령제한은 ‘현대판 고려장’”이라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진정인인 김용해(6월 13일), 김순옥(7월 7일), 송용헌(8월 10일) 씨는 모두 1954년생으로 올해 만 65세가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65세 생일은 분노와 두려움, 눈물로 얼룩졌다.

 

현행법상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아래 활동지원) 이용자는 만 65세가 되면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노인장기요양보험(아래 노인요양) 수급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 후 노인요양 등급이 나오면 활동지원이 중단되고 노인요양 서비스만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활동지원은 지자체 추가 시간을 포함해 최대 하루 24시간까지 받을 수 있지만, 노인요양은 하루 최대 4시간밖에 받을 수 없다.

 

기자회견에서 김용해 씨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이에 따라 김순옥 씨는 하루 14시간에서 4시간으로, 김용해 씨는 하루 20시간에서 3시간으로 대폭 서비스 시간이 삭감됐다. 송용헌 씨는 지자체 지원을 더해 하루 24시간의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았지만, 10월부터는 하루 최대 4시간밖에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들은 “당장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건 너무 고통스럽다”며 “연령제한에 대한 법 개정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송용헌 씨는 복지부와의 통화 내용을 이야기하며 분노를 터뜨리며 막막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저는 10월부터 활동지원을 못 받습니다. 25일 남았습니다. 제가 복지부에 전화해서 ‘장애인들은 65세가 되면 죽어야 하냐’고 호소했더니, 복지부 직원이 ‘네 죽어야 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복지부가 국민을 위한 곳인지 공무원들 밥그릇 챙기기 위한 곳인지 모르겠습니다. 10월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회에서 활동하며 여러 장애인에게 탈시설하라고 권유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활동지원 못 받아서 다시 시설로 돌아간다고 하면 개가 웃을 일 아닙니까.”

 

법 개정에는 절차와 시간이 걸리기에 진정인들에게는 긴급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진정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긴급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순옥 씨는 부산, 김용해 씨와 송용현 씨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진정서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뿐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등 세 명이 피진정인으로 명시돼 있다.

 

인권위는 지난 8월 26일, 65세가 되면 선택권을 주지 않고, 활동지원 서비스에서 노인요양 급여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은 ‘장애정도와 욕구 및 환경을 고려하여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 지원을 하겠다며 장애등급제를 개편한 정책의 흐름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라며 국회의장에게 법 개정을 권고했다. 지난 2016년 10월에도 ‘장애인활동지원 수급자인 장애인의 경우 만 65세가 되면 활동지원과 노인요양 중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복지부는 불수용했고, 현재 국회도 묵묵부답이다. 장애인들은 서울 충무로 사회보장위원회 1층 로비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한 국회의원이 복지부에 입장을 물었더니 ‘신중 중장기 검토’라고 말했다”며 “65세 이전에 활동지원을 받았던 장애인과 65세 이후 장애인을 등록해 노인요양을 받는 어르신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는데, 결국 예산 문제 때문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박 이사장은 “연령제한은 지금 65세가 된 장애인들에게만 국한한 문제가 아닌 만큼 정부는 당장 단계적으로라도 개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정책 권고보다 현재로서는 진정인들이 활동지원을 실제로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권고가 필요하다”며 “서울시장, 부산시장은 진정인들의 손발이 잘리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보아서는 안 된다”고 지자체 차원의 구제요청을 강력히 요청했다. 아울러 “인권위의 정책 권고로는 불충분하다”며 “행정심판, 행정소송, 헌법심판 등 모든 방법을 통해 활동지원에서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 후 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하며 마무리했다.

 

인권위에 진정인들이 진정서를 접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 허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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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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