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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사용도 몰래… 이렇게 살아야 하나 보다 생각했는데
[제1회 대구지역 장애인 탈시설 증언대회] ② 박영순
등록일 [ 2019년09월06일 20시14분 ]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은 2019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제1회 대구지역 장애인 탈시설 증언대회’를 했습니다. 시설에서 나와 탈시설하며 살아가는 장애인 당사자 여덟분의 이야기를 글로 전합니다.

 

박영순 씨. 사진 제공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 별일 없었던 35년

 

아기 때부터 시설에 살아서 누가 데다 준지는 기억이 없어요. 쭉 시설에 살다가 작년(2018년도)에 퇴소했어요. 시설에서 35년 동안 산 거예요. 방 안에서만 생활해서 어릴 때 기억이 별로 없어요. 학교에 안 다녔고, 대신 선생님들이 시설에 와서 공부 가르쳐 줬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여서 일곱 살 때부터 글씨를 배운 게 아니고, 늦게 배웠는데… 열아홉 살 때 처음 배웠던 것 같아요. 시설에 사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몇 명이 살았는지 다 외우지는 못하는데 몇백 명 돼요. 저는 언니들이랑 동생들이랑 일곱 명에서 아홉 명 정도가 한방에서 살았어요.

 

아침 다섯 시 반에 일어나서 목욕을 했어요. 학교 가는 사람은 혼자 씻을 수 있으니까 먼저 씻고, 선생님이 출근하면 우리들을 씻겼어요. 다 씻고 밥을 먹어야 되기 때문에 늦게 일어나면 시간이 어중간해지거든요. 그래서 일찍 일어나야 돼요. 밥은 방에서 먹었죠. 밥통이랑 국통, 반찬통 들고 식당에 가서 타 오면 식판에다 떠주는 거예요. 밥 먹고 치우고, 양치하면 아홉 시가 좀 넘거든요. 그다음에 방 청소하죠. 동생들이랑 돌아가면서 방을 닦았어요. 동생도 내처럼 걷지는 못하고 땅바닥에 앉을 수는 있는 장애였는데요. 선생님이 청소기 밀면 우리가 닦았어요. 다 마치면 열 시 됐나? 열 한시부터 다시 점심 먹을 준비를 해요. 준비하면 열두 시거든요. 밥이랑 국, 반찬이 세 가지나 되니까 식판에 다섯 가지를 다 나눠 담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요. 먹고 치우고, 좀 있다가 다섯 시부터 저녁 먹을 준비를 하고, 여섯 시에 밥 먹고 치우면 아홉 시에 소등하는 거예요.

 

학교 다니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저녁에 늦게 자면 아침에 못 일어나거든요. 밤 아홉 시가 되면 불을 꺼요. 잠이 안 와도 다 같이 불을 꺼놓고 있어요. 잠이 안 오니까 TV라도 보고 싶은데 TV도 끄고요. 학교 가는 사람 없을 때도 그러긴 했는데... 아홉 시 땡-하면 자야 하기 때문에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봤어요. 밤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아홉 시 사십 분부터 두 시간에 한 번씩만 점검을 하거든요. 한 번 점검하고 가면 두 시간 동안은 안 오니까 그사이에 몰래 핸드폰을 하는 거예요.

 

휴대폰 공기계는 스물다섯 살에 처음 갖게 됐어요. 학생들이 공부 가르쳐 주려고 봉사를 왔거든요. 한 달에 두 번, 이 주에 한 번씩이요. 수업하면서 알게 된 친한 동생이 휴대폰 공기계를 주고 갔어요. 집(시설)에 와이파이가 있어서 카톡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얘기할 수 있었거든요. 나중에 공기계 받은 걸 들켰는데 시설에 미리 얘기를 안 하고 받았다고 많이 혼났어요. 휴대폰을 나만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고, 일하는 사람들은 벌써 다 가지고 있었죠.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은 일하러 다녔거든요. 복지관에도 다니고 다른(외부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도 몇 명 있었고요. 그 사람들은 휴대폰이 있으니까 문자도 보내고, 음악도 듣고 하잖아요. 휴대폰 (들켜서) 뺏긴 뒤로 1년 동안은 나한테 공기계를 안 주고 선생님이 가지고 있었어요. 나도 음악 듣고 싶은데 못 듣게 돼서 속상했죠. 그것 때문에 상처가 커요. 

 

밥 먹은 다음에는 TV 보거나 공부하거나 휴대폰으로 음악 듣거나 했죠. 심심하면 마당에 나가고요. 시설에 마당이 있거든요. 마당에 나가면 나무하고 꽃하고 모과가 있어요. (마당에 나가 있으면 안 심심한가요?) 마당에 나와 있어도 심심하죠.(웃음) 그래도 그게 방에 있는 거보다 낫거든요. 방에 있으면 사람들이 싸우는 걸 봐야 하기 때문에 사이가 더 안 좋아져요. 우리 방에 학교 다니는 사람이 청각장애인이 있었는데, 다른 시설에서 살다 와서 사이가 안 좋았어요. 우리가 자기 욕하는 것도 아닌데 그 사람은 자기한테 욕한다고 생각해서 기분 나쁘다고 발로 차고 때렸어요. 기분 나쁘다면서요. 그 사람은 귀가 안 들리니까 답답할 거잖아요. 내뿐 아니라 우리 방 사람들이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또 청각장애 아닌 사람들도 많이 싸워요. 청작장애인은 안 들리고 말을 못하니까 몸으로 싸우고,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말로 싸워요.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못 걷는 사람 밀어버리고, 때려 뿌시고요. 왜 그렇게 많이 싸웠는지는 몰라요. 아마 여러 명이 한 방에 있으면 트러블이 자주 일어나니까 싸웠겠죠. 근데 한 사람이 싸우면 방에 있는 사람들이 다 선생님한테 혼나요. 겨울엔 추워서, 여름엔 더워서 밖에 못나가잖아요. 싸울 때마다 보고 있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보고 있으면 선생님들한테 왜 싸웠는지 자세히 얘기를 해줘야 하는데, 저는 자세히 설명을 못하니까 그냥 욕 얻어먹고 산 거죠.

 

시설에서 살 땐 일 년에 한 번 1박 2일 캠프 가는 게 유일한 낙이었어요. 생일 때 친한 동생이랑 외출증 끊고 시내 나가서 밥 먹고 영화 보고 온 적은 있지만 그것 말고는 나갈 일이 없으니까요. 시설에 살 때도 전동휠체어는 있었어요. 2015년이었던가? 아는 사람 통해서 휠체어를 만들었거든요. 가까운 데는 휠체어로 다녀올 수 있었어요. 매점은 시설 안에 있으니까 혼자 다녀오고, 동아마트는 머니까 선생님들 쉬는 날 가끔 옷 사러 갔죠. 전동휠체어를 타면 난간이 잘 안 보여서 떨어진 적이 있었거든요. 혼자서는 무서워서 시설 밖으로 안 나갔어요. 시설에서는 그렇게 살았어요, 재미없게.

 

박영순 씨와 기록자 송효정 씨. 사진 제공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 감사한 마음만으론 살 수 없는 삶

 

시설에 사는 사람이 단기로 체험홈에 나갔다 들어왔어요. 그 얘기 듣고 밖에 나와서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원래는 화장실 때문에 안 나오려고 했거든요. 저는 화장실 변기에 못 앉기 때문에 이동(간이) 변기를 사용하는데, 밖에 나오면 화장실에 가는 게 제일 큰 걱정이었어요. 그것 때문에 나올까 말까 망설였고요. ‘지금이 아니면 나중에는 아예 못 나가고 평생 시설에서 살아야 되겠구나.’ 그래서 재작년(2017년) 6월 5일에 단기체험 3주 하고, 작년 8월 31일에 완전히 나오게 된 거예요. 단기체험한 뒤에도 화장실 가는 건 계속 걱정이 됐어요. 활동지원사가 있다 해도 처음 만나는 사람한테 이동 변기를 끼워 달라고 해서 용변을 보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래도 지금 아니면 못 나오니까 이번에 꼭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 거예요.

 

작년에 자립 준비하면서 서류 같은 건 사람센터나 시설 선생님들이 다 해줘서 어려운 게 없었어요. 근데 시설선생님들이 “나가서 살면 니가 다 해야 되는데 나가지 말지” 이렇게 이야기해서 많이 울었어요. 어릴 때 시설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나한텐 집이 없었을 거예요. 보호받아야 살 수 있는 시기가 있으니까 시설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어요. ‘원장님이 시설에서 키워주지 않았으면 나는 밖에서 살아야 했겠구나.’ 속으로 생각했죠. 지금도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다만 자립을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더 빨리 나올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아쉬워요. 단기 체험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나는 왜 밖에도 못 나가고 맨날 시설에만 있어야 되나.’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하나 보다’ 생각했거든요. 힘들어도, 나는 나와서 살고 싶었어요.

 

나오니까 마음이 편해요. 이제 언니야들이랑 동생들 싸우는 거 안 봐도 되잖아요. 처음에 단기체험하러 나와서 한 달 동안 살다가 다시 시설에 들어가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웃음) 시설에 있을 때는 규칙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제때 먹고 치워야 하니까 밥 먹기 싫어도 먹어야 되고, 배고파도 간식도 못 먹어요. 밤엔 살찐다고, 얼굴 붓는다고 먹지 말라고 해요. 시설에서 나와서는 하고 싶은 건 하고,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잖아요. 어디든 놀러 가고, 집에 늦게 들어가니까 좋던데요. 진짜 많이 참았죠. 다 좋아요.

 

- 진짜 자립을 위한 활동지원 24시간
 
활동지원사를 아침 여덟 시부터 저녁 열 시까지 하루 열세 시간 써요. 제 활동지원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활동지원사 이모가 다른 사람 활동지원도 하거든요. 그 스케줄이 겹치면 아침 아홉 시부터 밤 열 시까지 받고요. 밤에는 혼자 있어야 하니까 기저귀를 차고 있어요. 한 달 내내 기저귀를 차고 있는 거예요. 어렸을 때는 옷 벗고 화장실 들어가고, 바지 입고. 시간은 오래 걸려도 변기만 끼워주면 혼자 할 수 있었어요. 변기는 선생님이 치워주니까요. 열아홉 살 땐가? 수술을 세 번이나 한 바람에 지금은 그렇게 못해요. 수술하기 정말 싫었는데 ‘수술하면 걸을 수 있다’고 해서 뭣도 모르고 한 거예요. 시설선생님들은 내가 운동을 안 해서 못 걷는 거라고 하는데 수술하고 나면 너무 아파서 운동을 할 수가 없었어요. 수술 안 했으면 느려도 왔다 갔다 하면서 기저귀도 안 차고 살 수 있었을 거예요. 이럴 줄 알았으면 수술 안 했을 건데. 시설에서 나온 다음에 다리가 더 안 좋아졌어요. 작년 시월 달까지는 쪼그려 앉아서 용변은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못해요. 앉아서 밥도 못 먹어서 전동휠체어에 앉아서 먹고요. 센터에 행사가 많아 종일 앉아있다 보니 무리가 됐나 봐요. 병원에 갔더니 다리가 많이 부어서 수술 못한다고 하지 말라고 하대요.

 

가끔 외로울 땐 있어요. 생일 때도 그렇고, 명절 때요. 그땐 사람들이 다 자기 가족들한테, 집으로 가니까. 나는 혼자잖아요. 저는 솔직히 부모님이 없거든요. 시설에 들어간 게 아기 때니까 누가 나를 시설에 놔두고 갔는지 기억이 없어요.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시설에 있을 때는 속으로만 생각했어요. 나와서 여기서 만난 언니 동생들이 친구예요. 연애요? 내가 내 몸도 못 돌보는데, 남자 친구를 사귀기는 어렵죠. 활동지원사도 열 시에는 퇴근해야 하잖아요. 남자친구가 생기면 맨날 같이 있고 싶을 것 같아서 안 만드는 거예요. 앞으로도 남자 사귀는 거는 왠지 안 될 것 같아요. 

 

앞으로 나 혼자 독립해서 사는 게 계획이에요. 지금은 황실아파트에 살고 있어요. 원래 까치아파트에 조금 더 살아도 되는데, 빨리 돈 모아서 자립하고 싶어서 황실아파트로 옮겼어요. 집도 필요하니까 청약저축도 하고 있고, 한 달에 30만 원씩 적금도 들고 있어요. 가구도 사야 하니까 10만 원씩 또 따로 적금 드는 게 있고요. 체험홈 관리비로 10만 원 내고… 한 달에 30만 원으로 밥도 먹고 가방도 사고 전화비도 내요. 돈이 좀 모자란데 임대아파트 들어가려면 보증금이 필요하잖아요. 천삼백 만원을 모으는 게 목표예요. 돈을 덜 쓰고 모으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건데, 기저귀 벗는 건 내가 할 수 없어요. 24시간 활동지원사가 있으면 벗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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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 박영순·기록 송효정 saramcil@empas.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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