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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삼탕 우려먹는 취약계층 ‘발굴’ 정책, “발굴만 하면 뭐하나?”
복지부 ‘위기가구 발굴 보완 조치’에 시민사회단체 규탄의 목소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계획도 ‘생계급여만 단계적 폐지’ 입장으로 후퇴
등록일 [ 2019년09월08일 16시45분 ]

시민사회단체가 7월 1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빈곤 문제 외면 말고 청와대는 응답하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한 참가자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지금 당장 시행하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박승원


최근 잇따른 빈곤계층의 죽음에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가 대책으로 발표한 ‘복지 위기가구 발굴대책 보완조치’에 대해 시민사회단체가 이미 실패한 정책의 되풀이라며,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만이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가 2023년까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공언해왔음에도 ‘생계급여에 한해서만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후퇴한 입장을 밝혀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가난과 장애로 인한 ‘사회적 죽음’에 관한 보도가 끊이질 않고 있다. 7월 31일 관악구 탈북 모자 사망 사건이 있었고 8월 20일 다시 관악구에서 50대 장애여성 고독사가 있었다. 이어 9월 1일 강서구 모자 피살사건까지 가난한 이들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5일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주요 골자는 지난 2018년 4월 발생한 증평모녀 사망 이후 복지부가 발표한 ‘복지 위기가구 발굴대책’을 보완하여, 복지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위기가구 발굴에 더더욱 초점을 맞춘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과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3대적폐 폐지공동행동’은 다음날 6일 발표한 성명에서 “그동안 복지부는 빈곤층의 죽음이 발생할 때마다 데이터를 더 모으고 통합적인 서비스 체계를 만들겠다, 사례관리를 강화하고 민관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혀왔다”라면서 "핵심은 ‘관리체계 개선’에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공동행동 측에 따르면 송파 세모녀 이후 시작한 일제조사(2014년 2월~3월)에서 복지부는 전국 7만 4천 명의 복지 신청을 받았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복지지원제도를 비롯한 공공지원체계로 연결된 비율은 9%(6천 7백 명)에 불과했다.

 

「사회보장급여의 이용 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복지부 빅데이터 활용 사각지대 발굴 수준은 더 처참했다. 2015년 12월에서 2016년 6월 사이 총 21만 명을 ‘발굴’했지만, 그 가운데 공공지원체계로 이어진 비율은 1.64%(3천 444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공동행동은 “빈곤층의 개인정보는 엄청나게 수집되었지만, 정작 정부는 이들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 발굴과 안내만으로 수급자 늘어날 리 없어… 예산 확충으로 복지 문턱 낮춰야

 

복지부는 현재 고위험 위기가구 예측 규모 약 5~7만 가구 명단을 지자체에 통보하고, 방문조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5일 발표한 대책에는 이 명단을 18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공동행동은 위기가구 대상을 18만 명으로 늘린다고 이번 관악구 탈북 모자와 같은 문제들이 ‘발굴’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복지부는 부양의무자로부터 실질적으로 부양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 우선보장 가구(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 30% 이하)에 관해서는 지방생활보장위원회에 의무로 상정∙심의하는 방법을 활성화하여 부양의무자 기준과 관계없이 탄력적으로 보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공동행동은 “이는 이미 2년 전 지침에 포함된 내용으로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라며 “그런데도 복지부는 여전히 똑같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선정기준은 낮추고 보장수준을 높이는 것만이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번 대책 발표에서도 복지부는 급여 신청 장벽을 낮추는 일환으로 2022년 4월로 예정한 ‘복지멤버십’ 시스템 도입을 2021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복지멤버십에 가입해 조사에 동의하면, 개인 상황을 틈틈이 평가해 신청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온라인과 모바일로 안내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공동행동은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은 내버려 둔 채 신청을 ‘안내’만 한다고 복지수급자가 늘어날 리 만무하다”고 지적하며 “사회복지 선정기준과 보장수준이 개선되고 이에 맞춰 예산이 확충되지 않는다면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정기준에 있어 장벽이 되어 왔던 것이 바로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이제까지 알려진 사실에 의하면 탈북 모자 또한 부양의무자 기준에 막혀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하지 못했다. 따라서 시민사회단체는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주장해왔고, 이에 대해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내년도에 수립될 기초생활보장제도 2차 기본계획(2020~23)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담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지난 5일 발표된 보도자료에서 복지부는 ‘생계급여에 한해서만 단계적 폐지를 검토하겠다’며 상당히 후퇴한 입장을 보였다.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폐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공동행동은 “단계적 폐지라는 미명에 시행 속도만 조절하는 것은 빈곤층을 ‘단계적으로 고사’시키는 일에 불과하다. 이는 대통령의 공약 파기일 뿐만 아니라, ‘포용적 복지’는 커녕 복지의 시작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땜질식 처방을 되풀이하지 말고 예산을 확충해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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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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