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10월16일wed
기사최종편집일  최종뉴스편집일
비마이너로고
news
뉴스상세검색 버튼
기사등록 기사제보
전체메뉴 펼침
HOME 뉴스홈 > 뉴스 > 사회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교육비·제작비 투입했으니 저작권 달라”는 장애인 영화제의 황당한 갑질
대한민국패럴스마트폰영화제, 참가자들에게 저작권 요구 논란
“불응 시 법적 문제와 아카데미 운영 비용 전체 청구하겠다”
등록일 [ 2019년09월19일 23시55분 ]

대한민국패럴스마트폰영화제(KPSFF) 공식 사이트. 공식 사이트 캡처
 

한 장애인 영화제가 참가자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며, 동의하지 않을 경우 사전 아카데미 진행 비용 청구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위의 저작권 귀속에 동의하지 않은 참가자 한 팀은 끝내 출품을 포기해야 했다. 주최 측의 일방적인 저작권 요구는 과연 문제가 없는 것일까?

 

한 영화계 관계자는 “장애인 창작자가 스스로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해, 조직위가 유리한 쪽으로 진행한 전형적인 케이스”라며 “저작권, 특히 장애인 예술인의 기본적 권리에 대한 사회적 환기가 필요하다”며 비마이너에 제보했다.

 

- 교육비, 제작비 투입했으니 영화제 조직위에 저작권 줘야 한다?

 

대한민국패럴스마트폰영화제(아래 스마트폰영화제)는 수레바퀴재활문화진흥회가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체부)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며, 올해로 2회째를 맞는다.

 

스마트폰영화제 조직위원회(아래 조직위)는 올해 1월 전국 장애인복지관에 공문을 보내 참가 협조를 요청했다. 공문에는 ‘장애인(팀)과 비장애인 전문그룹(교강사)이 협업하여 제작팀을 구성하도록 지원하며 영화제작에 필요한 미디어 무상교육, 제작 장비, 기타 영화제작 비용을 일부 지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직위는 실제로 4월~7월까지 아카데미를 꾸려 미디어 교육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ㄱ복지관도 발달장애인 5명을 한 팀으로 꾸려 사전 아카데미에 참가했다. ㄱ복지관은 조직위 측에서 고용한 1명의 파견강사 이외에도 추가로 1명의 강사를 고용해 영상을 제작했다. 그런데 지난 8월, 엔딩크레딧 제작까지 마치고 출품신청서를 작성할 때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조직위가 ㄱ복지관에 파견한 강사 ㄴ 씨에게 제출하도록 한 출품신청서에는 ‘출품작의 저작권은 스마트폰영화제 조직위에 있다’는 내용과 이에 대해 동의를 해야만 영화제에 출품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ㄴ강사는 어떤 영화제에서도 창작물에 대한 주최 측의 저작권 주장을 본 적이 없어 조직위에 문제제기하게 됐다. 

 

이에 조직위는 ㄱ복지관에 메일을 통해 ‘강사파견, 촬영장비 지원, 진행 간식비 지원 등을 통해 운영되었고 아카데미를 통해 한 팀당 단편영화 완성과 영화제 출품은 필수인 조건’이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저작권은 스마트폰영화제 조직위 있다’는 것이다. 조직위는 ‘출품 기한은 8월 3일 자정까지’라고 명시하며, ‘만약 출품을 하지 않으면 법적인 문제’와 ‘아카데미 운영비용 전체를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철 조직위 사무총장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설명했다. 국가의 예산으로 만들어진 영상이라서 어느 정도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영화제가 기관과 학생에게 돈을 투입했다는 이유로 저작권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제보한 영화계 관계자 ㄷ 씨는 “한국저작권위원회 법률 상담을 받았지만 투자를 했다고 해서 저작권이 귀속되는 것은 아니며 불가피하게 저작권을 귀속할 경우에는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자료를 제시했다.

 

ㄱ복지관 담당자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에 공식적으로 저작권에 대해 문의한 결과 조직위가 일방적으로 저작권을 양도받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문체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함께 만든 ‘창작물 공모전 가이드라인(아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모전에 출품된 응모작의 저작권 즉,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인 응모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된다(저작권법 제10조)’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구분해 ‘주최가 응모작에 대하여 가질 수 있는 권리는 저작재산권에 한정해야 한다(저작권법 제14조 제1항)’고 규정한다. 여기서 저작인격권은 저작물과 관련해 저작자의 명예와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로 공표권·성명표시권·동일성유지권 등을 뜻하고, 저작재산권은 저작자의 경제적 이익을 보전해주기 위한 권리로 복제권·전시권·배포권을 말한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조직위가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저작재산권’에 대해서다. 가이드라인에는 조직위가 저작재산권의 전체나 일부를 취득하려면 응모자의 합의와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패럴스마트폰영화제가 파견강사에게 배포한 출품신청서. ‘출품작의 저작권은 대한민국패럴스마트폰영화제 조직위원회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 홈페이지에는 ‘창작물 공모전 가이드라인’ 준수해… 조직위 “단순히 업데이트 안 된 것”

 

그런데 조직위 홈페이지에는 참가자들에게 요구했던 출품규정과 달리,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1. 영화제 이름으로 저작권자의 사전 동의하에 상영작 및 제출된 자료들을 상영 및 활용할 수 있다. 유료상영 시 별도의 상영료를 지급한다.

2. 영화제는 문화적 교류를 위해 해외 영화제나 문화원 등에 상영작을 상영 및 소개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비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될 경우 별도의 상영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3. 영화제는 저작권자와의 협의를 통해 온라인 및 모바일, 기타 매체 등을 통해 상영작의 배급을 대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도 “홈페이지 내용을 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ㄱ복지관 담당자는 홈페이지 내용과 실제 출품신청서 내용이 상이하다는 점을 들어 수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조직위는 더 이상 답변도 하지 않았고, 이에 ㄱ복지관은 최종적으로 출품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조직위는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은 지난해 제1회 영화제에 썼던 출품신청서 내용을 수정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올해 파견강사들에게 배포한 출품신청서 내용이 맞는다는 것이다. 올해 내용을 바꾼 이유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지난 대회 수상작을 해외 영화제에 출품하려고 할 때, 동의를 받느라 한 달여간을 허비하다 출품기한을 놓친 일이 있었다”며 “영어 자막과 편집 등을 위해서 부득이하게 저작권을 조직위가 갖는 게 용이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대한민국패럴스마트폰영화제(KPSFF) 공식 사이트에 게시된 출품신청서 내용. ‘창작물 공모전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문구가 들어 있다. 공식 사이트 캡처
 

- 사전 고지도 없이 일방적인 동의 요구, “출품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

 

ㄱ복지관은 저작권이나 출품 의무에 대해서 사전에 전달받은 일이 없기에 더욱 당황스러웠다고 주장한다. 복지관 담당자는 “(저작권 관련) 놓친 내용이 있는지 그동안 받은 공문과 안내문을 모두 확인했지만 저작권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었고, 아카데미를 신청할 당시에도 작품 출품은 필수조건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출품을 하지 않으면 법적, 금전적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협박처럼 들렸다는 것이다. 출품신청서도 참가 기관이나 참가자에게 직접 작성하도록 하지 않고, 파견강사에게 받았다는 점도 석연치 않은 점이라고 짚었다.

 

ㄱ복지관 담당자는 “조직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영화판은 원래 그런데 우리가 몰라서 그런다는 식’으로 말했다”며 “복지관이나 참가자들이 영상 저작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으니까 그냥 겁을 주면 탈 없이 출품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대응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후 ㄱ복지관에서 근거 자료와 전문기관의 의견서 등을 제출하고 항의하자 법적, 금전적 책임 이야기는 더 이상 꺼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은 “파견강사 워크숍에서 이미 저작권 귀속에 대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ㄱ복지관 파견강사가 워크숍에 참가하지 않아서 숙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참가 기관이나 참가자에게 출품신청서를 직접 받지 않은 것은 전국에 흩어진 64개 팀에 대한 서류를 효과적으로 취합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체부 예산으로 교육과 장비 등이 지원되었기 때문에 추후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한 것이었다”며 “기관이나 참가자를 협박하거나 겁을 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 주목받기 어려운 저작권 문제, 기본적인 권리 지켜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필요해

 

이런 잡음에도 스마트폰영화제는 오는 9월 21일부터 24일까지 아트하우스 모모와 이화여대 ECC극장에서 열린다. 상영될 65개의 작품도 공지된 상황이다. 이들 팀들은 조직위의 저작권 요구에 동의한 상황이다.

 

ㄱ복지관은 이러한 조직위의 저작권 요구에 불응해 이번 영화제에 참여하지 못했다. 지금 시점에서는 조직위의 저작권 규정이 바뀐다고 해도 참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제기를 한 것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게 제보자의 설명이다.

 

제보자 ㄷ 씨는 “다른 문제에 비해서 창작물의 저작권 문제는 주목을 받기 어렵고, 목적과는 다르게 기본적인 창작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장애인예술 분야의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널리 알려져 장애인의 창작물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가 지켜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ㄱ복지관 담당자는 “스마트폰영화제의 사업 취지나 가치에 동의하기에 참가한 것이고 그에 걸맞은 권리를 참가자들이 누리기를 바랐기에 저작권을 주장했던 것”이라며 “조직위가 잘못된 저작권 해석을 인정하고 바로잡아 내년 영화제에서는 저작권 관련 내용이 수정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직위의 공식 사과와 저작권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김 사무총장은 “상업적인 이득을 목적으로 저작권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후속작업의 편의를 위해서였더라도 불편을 겪은 참가자가 있다면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영화제가 끝나는 대로 ㄱ복지관을 찾아 직접 고충을 듣고 내년에는 이러한 불편이 없도록 개선해 좀 더 나은 영화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조직위에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을 구분하지 않고 단순히 ‘저작권’이라고 명시한 부문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며 “조직위에서도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개선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늦었지만 ㄱ복지관을 구제할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올려 3 내려 0
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텔레그램 비마이너 구독하기 비마이너 paypal로 일시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비마이너 정기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깊어만 가는 선감학원 피해생존자의 고통… “특별법 제정으로 진상규명해야” (2019-09-24 21:59:40)
선감학원 진상규명 담은 법안, 마침내 국회에 발의 (2019-09-19 12:01:47)
비마이너의 아름다운 유혹, 독자 인터뷰 비마이너의 아름다운 유혹, 독자 인터뷰 더보기
신간소개기사보기 도서 구매하기
기고 칼럼 기자칼럼

기고 작은이미지
길을 잃고 헤매다 보니, 길을 찾았어요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은 2019 사회복지의 날...

“나의 괴물 장애아들, 게르하르트 크레...
두 살에 와서 서른아홉까지 시설에서 살...
“시설에서 제일 좋았던 기억? 없어요”
Beminor SNS 비마이너 페이스북비마이너 트위터비마이너 텔레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