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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에 와서 서른아홉까지 시설에서 살고 있어요
[제1회 대구지역 장애인 탈시설 증언대회] ⑦ 최준섭
등록일 [ 2019년09월20일 12시39분 ]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은 2019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제1회 대구지역 장애인 탈시설 증언대회’를 했습니다. 시설에서 나와 탈시설하며 살아가는 장애인 당사자 여덟분의 이야기를 글로 전합니다.

 

구술자 최준섭 씨와 기록자 홍세미 씨.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어릴 때 생각하면 그냥… 엄마가 생각나요. 엄마가 예뻤거든요. 그리고 콜라 먹었던 기억도 나고요. 제가 콜라를 좋아하거든요. 시설에는 세 살인가 두 살 때 왔어요. 고향이 어딘지 몰라요. 아주 어릴 때 대구은행 짓는 거 본 기억이 있어요.


누가 데려온 기억은 없어요. 일어나서 눈 뜨니까 시설이었고 선생님들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많고 애들도 많았어요. 작은 창문이 있고 침대가 있었어요. 두세 살 때 와서 지금 서른아홉 살인데 아직도 여기에 살아요. 아주 옛날이 생각나요. 여섯 살 때는 시설에서 공사를 했어요. 시멘트 차랑 클리닝 차가 왔는데 신기해서 쳐다봤던 기억이 나요.

 

일주일 동안 굶었어요

 

여덟 살 때 선생님한테 맞은 적 있어요. 밥도 적게 주고 간식도 안 줘서 제가 선생님 과자를 훔쳐 먹었거든요. 여덟 살인데 죽이랑 분유만 줬어요. 밥은 아홉 살 때부터 먹었어요. 배고파도 밥을 많이 못 먹었어요. 밥을 작은 식판에 조금 줬어요. 잘못을 하면 화장실에서 밥을 먹어야 했어요. 제가 얼굴이 못나서 그랬는지 저를 미워하고 차별하는 것 같았어요. 열다섯 살 땐가 생활교사 선생님이 누가 자기 돈을 훔쳐 갔다며 우리를 마구 때린 적도 있어요. 80대 정도 맞았어요. 일주일 동안 밥도 안 줬어요. 굶겼어요. 그게 시설 규칙이라고 했어요. 선생님 말 안 들으면 군대처럼 몽둥이로 때리고 머리 박으라고도 했어요. 화장실에서 머리 처박고 있으라고 하고 잠도 안 재우고요. 학교는 다녔어요. 원장님 오셔가지고 학교 가라고 해서요. 16살에 유치부에 들어갔어요. 나이가 많아서 부끄러워서 안 좋았어요. 나이가 같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H선생님한테 많이 혼났어요. 안 좋은 기억이 대부분인데 좋은 점이 하나 있어요. 우리한테 음악 많이 틀어줬어요. 김건모, 드라마 노래 같은 거요. 노래 들으면 불쌍했어요. 마음이 슬펐어요. 배고프니까 마음이랑 배랑 같이 쑥 가라앉았어요. 제가 지금은 눈물이 안 나와요. 어릴 때 하도 많이 울어가지고요. 뱅크 노래를 제일 좋아했어요. 마법의 성도 좋았고요.


또 좋아하는 거 있어요. 봉사자가 오는 거요. 봉사자들이 과자 사 들고 매주 왔어요. 제가 과자 몇 개 먹었는지 몰라요. 많이 먹었어요. 다섯 개, 여섯 개 연달아 먹었어요. 토하고 난리 났어요.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선생님이 남기면 안 된다고 했어요. 똥 싸고 토하면 생활교사가 여자선생님이었는데 그분이 목욕시켜줬어요. 바자회할 때도 좋았어요. 먹을 거 많이 생기고 공짜로 많이 먹고 잠도 늦게 잘 수 있거든요. 일찍 일어나는 거 싫어요.


일도 했어요. 시설 거주인들이랑 종이 재단해서 자르는 일을 했어요. 원래 퇴근이 5시인데  밤 9시까지 잔업까지 했어요. 월급은 70만 원밖에 안 줬어요. 지금은 회사 안 다녀요. 용돈은 시설에서 조금 받아요. 사고 싶은 건 그 안에서 사야 해요. 시설에서는 안 사줘요. 시설에 내 개인 공간이 있긴 한데 작은 사물함이에요. 개인물건 많으면 버리래요. 안 된대요. 사물함이 너무 작아요. 많이 못 넣어요.


시설이 너무 어두워요. 친구가 마음이 아파서 불 끄면 안 되는데 계속 불을 꺼요. 다른 사람을 위해서 밤에 불을 안 껐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말을 해도 계속 꺼요. 제가 시설 사진을 찍었어요. 보세요. 이렇게 깜깜해요. 방은 꺼도 복도만이라도 켜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선생님들 다 무서워요. 지금 시설에서 남자 선생님을 뽑고 있어요. 남자 선생님 뽑으면 우리를 힘으로 눌러서 꼼짝 못 하게 해요. 우리보고 가만 앉아 있으라고 하고 선생님 할 일 해요. 우리를 관리해요. 빨리 자립하고 싶어요.

 

사고 싶은 것 마음대로 사고 싶어요


가끔 스포츠센터에서 배드민턴을 쳐요. 축구도 하고 탁구도 하고 실내조정도 해봤어요. 배드민턴하고 탁구가 제일 재밌었어요. 탁구는 돈이 없어서 못 쳐요. 1시간에 만원이거든요. 매일 하려면 회비가 20만 원인데 시설에서 안 내줘요. 배드민턴은 싸니까 쳐요. 2만 원이에요.


매일매일 똑같아요. 24시간이 반복적으로 똑같아요. 밤 10시에 자고 아침에 7시에 일어나요. 일어나서 이불 개고 30분 쉬다가 8시 되면 밥 먹어요. 이제는 아침밥 더 먹고 싶으면 더 먹어도 돼요. 희망원 때문에 바뀌었어요. 설거지하고 청소도 하고 샤워도 하고 11시까지 자유예요. 12시에 점심밥 먹고 설거지하면 끝이에요. 오후 5시까지 휴식이에요. 오후에는 컴퓨터 하거나 게임하고 어떤 땐 시내도 가고요. 나가도 무조건 9시까지 들어와야 해요. 그래도 희망원 때문에 바뀐 게 많아요. 희망원 전에는 선생님이 때렸는데 지금은 안 때려요.


왜 탈시설해야 하냐고요? 마음대로 못 하니까요. 물건도 마음대로 못 사게 하고  차별하는 것도 싫어요. 사고 싶은 거 마음대로 사고 놀러도 가고 싶어요. 어떻게 살고 싶냐면 그거는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일단 방 혼자 쓰고 싶어요. 하고 싶은 걸 하면서요. 그냥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작년에 대구 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단기체험 했어요. 밖에 자유롭게 돌아다니니까 좋았어요. 그렇게 한 달을 시설 밖에서 살았는데 재밌었어요. 밤에 나가는 거 좋고 늦잠 자는 게 너무 좋았어요. 첫날엔 12시까지 잤어요. 늦게 자고 싶을 날은 밤을 새기도 했어요. 듣고 싶은 음악도 맘껏 들었어요. 그렇게 살고 싶어요.


자립하면 사기 치는 사람이 있을까 봐 무서워요. 모르는 사람인데 돈 빌려달라고 하고 휴대폰도 빌려달라고 그러고 신분증도 빌려달라고 하잖아요. 저는 티비를 많이 봐가지고 머리에 다 있어요. 범죄자 나오는 거 많이 봤거든요. 모자 쓴 사람이랑 눈을 피하는 사람은 피해야 해요. 제가 믿고 의지할만한 사람은…… 없어요. 제가 혼자 다 피해야 해요.


요즘에 정신과 약을 먹고 있어요. 자립시켜달라고 이야기하면서 선생님한테 소리를 지른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먹게 됐어요. 말을 안 듣는다고요. 제가 선생님을 공격했다면서요. 말을 안 들으면 약을 늘릴 거라고 했어요. 요즘은 폭력을 안 하는 대신에 약을 먹여요. 그런데 이 약 먹으면 심장이 좀 아파요. 자립하고 싶은데 시설에서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어요. 약을 먹어서 힘이 한 개도 없어요. 약 먹으면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마음이 가려고 해도 몸이 안 따라가요. 눈이 막 감겨요. 배드민턴 대회 나갔는데 약 때문에 기운이 없어서 졌어요. 약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으라고 해요. 힘들어요. 얼른 자립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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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 최준섭·기록 홍세미 saramcil@empas.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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