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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집’으로 쓰이는 펜허스트, 이대로 괜찮을까?
미국 탈시설의 역사, ‘펜허스트 기억연대’ 콘로이 박사 내한
장애인 강제 수용의 역사, 사회가 꼭 알아야 한다면 ‘박물관 건립’을
등록일 [ 2019년09월27일 20시13분 ]

지난 19일 오후 4시, 제임스 콘로이 박사가 노들장애인야학에 방문해 장애인권역사의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강혜민


장애인을 시설에 강제 수용했던 참혹한 역사는 우리사회 공통의 기억으로 기억될만한가? ‘펜허스트 기억연대’의 제임스 콘로이 박사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유대인을 학살했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만든 것처럼, 장애인권역사를 위한 박물관 설립을 추진 중이다.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펜허스트는 약 3000명이 수용되어 있던 발달장애인 거주시설이었다. 1977년 미국 연방법원은 펜허스트가 장애가 있는 시민을 분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위헌이라면서 시설을 폐쇄하고 거주인들을 지역사회로 이전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콘로이 박사는 20년 동안 펜허스트에서 탈시설한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을 추적한 종단연구를 실시하였고, 현재는 미국 전역과 유럽, 제3세계 국가들의 탈시설 추진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한, 현재는 펜허스트 기억연대라는 단체를 꾸려 역사보존을 위해 펜허스트 건물을 박물관으로 만드는 활동을 추진 중이다. (팬허스트 기억연대 홈페이지 www.preservepennhurst.org)

 

19일 오후 4시,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노들장애인야학에 방문한 콘로이 박사는 한국의 장애운동 활동가들과 장애인권역사를 어떻게 기록하고, 이를 우리사회의 공통기억으로 남길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세상에는 아무도 모르는 거대한 시민운동이 있다

 

콘로이 박사는 “세상에는 아무도 모르는 거대한 시민운동이 있다. 모두가 그 운동을 알아야 한다. 바로 지금, 우리는 이를 기억할 공간이 필요하다”면서 기억을 보존할 공간으로서 박물관의 중요성을 알렸다.

 

그는 미국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박물관, 아메리카 인디언 국립박물관,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문화 박물관, 이 세 곳을 “거대한 세 가지 성취”로 꼽았다. 그는 “어느 것도 빨리 생기지 않았다”면서 “장애인권박물관을 설립하는 것 또한 쉽지 않겠지만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박물관은 1945년에 설립을 추진했으나 1993년에야 개관할 수 있었고, 아메리카 인디언 국립박물관도 1989년부터 추진했으나 2004년에야 개관했다.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문화 박물관은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15년에 추진해서 2016년에야 개관했으니 꼬박 백 년이 걸린 셈이다. 그는 “당시 미국 의회는 이 박물관 재정 지원을 거부했으나, 현재는 홀로코스트 박물관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이곳을 방문한다.”면서 “이 박물관들은 반드시 이 역사를 기억해야 하며, 반복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로이 박사는 현재 국가여성역사박물관, 성소수자역사박물관 설립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나 정체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19일 오후 4시, 제임스 콘로이 박사가 노들장애인야학에 방문해 장애인권역사의 기록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에 대해 한국의 장애운동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강혜민
 

- 우생학의 성장과 함께 한 장애인 학살, 수용의 역사

 

장애인 학살과 수용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그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 전 세계를 휩쓴 우생학이 시설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당시 사회 지도층, 학자들은 우생학을 신봉하며 이를 국가 정책으로 추진했다.

 

1910년 당시 미국 전역에 배포된 팸플릿을 보면, 우생학이 실제 어떻게 적용되고 사회에 받아들여졌는지 알 수 있다. 팸플릿에는 ‘정신박약자들은 단순하고 완전 무해하고 불행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위험할 정도로 약하며 매우 위협적이고 무책임하여 시설에 두고 감시해야만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콘로이 박사는 “이러한 우생학의 영향으로 시설 안에 있던 많은 장애인들이 불임수술을 받았다. 시설은 남녀를 분리 수용하는데, 그 안에서 임신하는 일이 벌어지기라도 하면 그 사람은 사라졌다. 그렇게 시설은 적극적이고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사람들의 재생산을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생학에 기반을 둔) 나치의 홀로코스트도 장애아동을 죽이는 것에서 시작했다. K4 프로그램은 장애아동들을 메디컬센터로 데려가 독극물 실험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독일에선 장애가 있는 나이 많은 사람을 볼 수 없다. 그때 다 청소됐기 때문”이라고도 밝혔다.

 

미국의 시설 수용 인원(초록색)과 지역사회 거주(빨간색) 장애인 인구. 1952년 시설 수용인원은 13만 명이었으며, 70년대에 20만 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80년대 말 그 흐름은 역전됐다.
 

1952년 미국 시설 수용인원은 13만 명이었으며, 70년대에 20만 명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탈시설이 진행되면서 80년대 말, 그 흐름은 역전됐다. 현재는 대부분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며, 시설에 있는 사람은 5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는 시설 수용과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치를 담은 그래프를 보이며 “이는 미국 역사를 보여주는 그래프”라면서 “바로 이 비극과 승리의 역사를 박물관에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콘로이 박사는 펜허스트를 둘러싼 3개의 주요한 법적 다툼을 소개했다. 하나는 교육권 논의이다. 이는 펜허스트에 입소한 사람 대부분이 13~15세로 마땅히 학교에서 교육받아야 하나 학교에 가지 못하면서 1971년, 펜실베니아 발달장애인모임이 펜실베니아 연방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두 번째는 1982년 치료권에 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며, 세 번째가 바로 1977년에 있었던 탈시설에 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다.

 

그는 “세 가지 재판은 후에 미국장애인법 제정에도 크게 기여했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한국도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는데, 정작 미국은 비준 안 했다”며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서구의 경우엔 아동보호시설에서부터 탈시설이 시작됐는데 이와 관련해 그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콘로이 박사는 “1990년대 루마니아에서 고아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10명이 넘어가는 곳에 사는 아이들을 MRI로 촬영하니 영구적인 뇌 손상이 발견됐다. 특히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분의 손상이 컸다.”면서 “10명, 20명 있는 고아원에서 아이들은 개인적인 관심을 받지 못한다. 아이들이 많아지면 시설은 직원들을 더 고용하지만, 이때 직원-아이들 간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직원-직원 간의 상호관계만 높아진다. 그래서 대규모 시설은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 ‘유령의 집’으로 쓰이는 펜허스트, 이대로 괜찮을까?

 

현재 펜허스트 건물 대부분은 부서졌거나, 용도가 변경되어 콘도, 레스토랑, 퇴역 군인을 위한 시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그 중 충격적인 것은 ‘유령의집’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https://pennhurstasylum.com/). 콘로이 박사는 “2008년에 펜허스트 부지가 민간사업자에게 넘어갔는데 당시 경제가 바닥을 치면서 돈을 벌기 위한 관광명소로 개발되었다. 유령의집은 2008년에만 220만 달러(약 26억 원)를 벌었으며, 다음 달에 있을 할로윈을 앞두고 6주간 300만 달러(약 36억 원)를 벌어들일 예정”이라며 어마어마한 수익에 대해 말했다.

 

그는 “할로윈 때 5만 명 정도가 몰린다. 이들은 이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상태로 온다. 그러니 박물관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고도 강조했다.

 

현재 유령의집으로 운영되고 있는 ‘펜허스트 정신병원’ 홈페이지 화면 캡처. https://pennhurstasylum.com
 

이어 “우리가 계속 사업주에게 이야기한 것은 좀비, 뱀파이어가 나와야지 장애와 연관된 이미지가 펜허스트 유령의 집에서 활용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면서 “미국 장애인법 위반으로 지난 11년간 재판도 해봤지만 다 졌다. 지역 사람들에게 돈벌이가 되고 일자리를 제공하니 안 통하는 거다.”라며 답답함을 표했다.

 

그럼에도 그는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펜허스트 유령의집 매니저가 새로 왔는데 두 명의 중증장애 딸을 둔 사람이라는 거다. 콘로이 박사는 “그가 장애와 연관된 이미지들을 다 없앤 컨셉으로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면서 “건물 3개 중 2개는 박물관 운영 계획도 있다고 했는데 좋은 박물관이 될 수 있도록 매니저와 이야기 중이다. 다음 달 할로윈은 5만 명의 청년들에게 펜허스트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필라델피아에 있는 엄청 큰 교도소도 할로윈 때마다 유령의집 운영을 한다. 이때의 수입이 1년간 제소자들의 교육비가 된다. 하지만 그곳에 복역하는 간수들을 비하하지 않으면서 그 행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다른 사례도 소개했다. 버지니아주에 있는 과거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시설 샥토버(SHOCKTOBER)도 현재 유령의집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를 운영하고 있는 단체는 발달장애인 부모운동단체 아크(ARC)다. 콘로이 박사는 “이 아이디어의 시작이 아크였다. 아크는 현재 샥토버 운영으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고 있다. 1년 동안 모든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을 지원할 수 있는 수익이 여기서 발생한다”면서 “이는 악마와 거래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https://shocktober.org/)

 

그는 “직접 가서 보니 장애에 관한 나쁜 이미지는 거의 없었지만, 살인은 정신장애 이미지와 연결되고 있었다. ‘연쇄살인마는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로 위험하다’는 편견이 전 세계적으로 있다”며 이는 주의해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우슈비츠를 유령의 집으로 만들지는 않는다”면서 “이러한 도덕적·윤리적 문제들이 가장 어렵다”고도 밝혔다. 

 

현재 미국 의회에는 장애인권박물관 건립을 담은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다. 또한, 펜허스트 기억연대는 펜허스트 탈시설 역사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여 워싱턴디시 의회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순회 상영 중이다. 펜허스트에서의 승리를 기록한 책과 펜허스트가 장애운동에 미친 영향을 담은 책도 향후 출판할 계획이다.

 

콘로이 박사는 “한국에서도 큰 시설이 문 닫게 된다면 누군가는 그곳에 대한 역사를, 무엇보다 거기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기록해야 한다.”면서 “과거 시설에서 일어난 참담한 비극과 이후 얻어낸 승리의 결과를 잘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다신 그러한 일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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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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