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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수명은 65세까지?” 시대에 역행하는 활동지원 연령제한
올해 64세 근육병 중증장애인 내년이면 장기요양 4시간으로 버텨야… 결국 시설로?
형평성 운운하며, ‘서비스 하향식’ 정책 펼치는 정부… 시대흐름에도 역행해
등록일 [ 2019년10월09일 09시16분 ]

“저는 겉모습만 보면 건강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실상은 손목만 까딱까딱할 수 있고, 말만 할 수 있는 근육장애인입니다. 한 번은 활동지원사가 퇴근하고 다른 활동지원사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벨트가 풀려 앞으로 꼬꾸라졌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숨이 ‘컥컥’ 막히는데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습니다. 다행히 현관문이 살짝 열려 있어,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있는 힘껏 ‘살려 달라’고 소리쳐서 겨우 살았습니다.”

 

차영 씨는 25세 군 제대 후 근육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몸이 서서히 굳었고, 45세에는 충북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했다. 그리고 몇몇 시설을 전전하다 7년 전 시설에서 나왔다. 장애인도 자립생활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활동지원서비스(아래 활동지원) 덕분에 자립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차 씨는 현재 최중증 독거장애인으로 복지부와 현재 거주지인 인천시 지원을 합해 활동지원 총 471시간을 받고 있다. 하루 15시간가량의 서비스 시간이 주어졌지만, 그에게는 한참 부족하다. 앞서 밝힌 대로 활동지원사가 교대하는 짧은 공백에도 예기치 않은 일로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하다. 이전에는 한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차 씨는 올해로 64세, 내년이면 만 65세가 된다.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법률 개정 촉구를 위한 정책 토론회 ‘65세 OUT’이 8일 2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서 올해 64세인 차영 씨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활동지원을 받던 장애인이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보험(아래 노인요양)으로 강제전환되어 서비스 시간이 급격히 깎여 하루 최대 4시간의 서비스만 제공된다.

 

올해 64세인 장애인은 1,488명(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자료)으로, 이 중에서 활동지원을 받고 있는 장애인은 내년이면 모두 노인요양으로 전환되어 서비스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더욱이 차 씨처럼 사지마비이거나 엠브(수동 인공호흡기)와 석션을 활용해서 24시간 활동지원이 필요한 최중증장애인들은 생명권에 심각한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시간이 대폭 삭감된다.

 

이에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법률 개정 촉구를 위한 정책 토론회 ‘65세 OUT’이 8일 2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아래 한자총)과 이상민·오제세·김세연·신상진·김광수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 형평성 운운하며, ‘서비스 하향식’ 정책 펼치는 정부… 결국은 예산 문제

 

발제자인 우주형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교수는 △65세 이후 활동지원과 노인요양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법 △노인요양으로 서비스 전환 시 급여 삭감 보존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정부는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을 고수하면서 노인요양과 활동지원 서비스의 형평성을 근거로 들고 있다. 현재 노인요양은 하루 최대 4시간, 활동지원은 지자체 추가지원까지 하루 최대 24시간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처럼 급여량 차이가 크다 보니, 정부는 ‘활동지원보다 노인요양 서비스가 적어 노인들이 불공평을 느끼고 장애인등록을 해서 활동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결국은 예산 문제로 귀결된다.

 

2018년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차지해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장애인 고령화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다. 2017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장애인은 46.6%로 나타났다. 통계대로라면 장애인 절반이 활동지원을 받을 수 없는 연령에 해당한다.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이 없다면, 조세 부담이 크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에 따른 예산 문제는 그리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월 25일, 김명연 의원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제출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2020년~24년) 총 326억 3,700만 원(연평균 65억 2,700만 원, 국비와 지방비 포함)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간 대상자 수는 최근 3년간(2015~17년) 노인요양급여로 변경된 수급자 802명의 평균값인 267명을 기준으로 했다. 연평균 65억 2,700만 원은 올해 활동지원예산 1조 34억 원의 0.65%에 불과한 수준이다.

 

우주형 교수는 “정부는 ‘조세’로 운영되는 활동지원 예산을 줄여서 건강보험공단의 ‘보험’에 기대려고 하고 있다”며 “서비스 형평성을 운운하며 서비스 하향식 정책을 펼치겠다는 주장은 ‘무책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법률 개정 촉구를 위한 정책 토론회 ‘65세 OUT’이 8일 2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사진 허현덕
 

- “시대적 흐름에 맞춰, 노인복지정책·자립생활 정책 견고히 다져야 할 때”

 

장기적인 대안으로 노인요양 급여량 자체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인요양을 받는 대상자는 65세 이하인 노인성질환자와 65세 이상 노인으로,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노인요양 대상자도 활동지원에 준하는 서비스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경자 밝은내일IL종합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노인요양을 받는 사람들 대부분이 적은 서비스로 신음하고 있다”며 “그런데 장애인이 만 65세가 됐다고 노인요양을 받으라는 것은 형평성이 아니라 억지로 서비스 기준을 낮추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노인요양 급여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점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 정책 방향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커뮤니티케어는 자신이 본래 살던 곳에서 모든 복지 서비스가 이뤄지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그러나 정부는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을 둠으로써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가로막고 있다.

 

우주형 교수는“만 65세가 됐다고, 활동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반인권적’이고, 나이를 이유로 활동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의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통합이라는 국제 기준에서도 역행하고 있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장애인활동지원법이 개정되어 활동지원에 만 65세 연령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20대 국회에는 만 65세 연령 제한 폐지를 담은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총 3개(김명연 의원, 정춘숙 의원, 윤소하 의원) 올라가 있다. 내년 4월 20대 국회가 끝나기에 올해 하반기 국회에서 반드시 개정안이 통과해야 한다.

 

한자총은 토론회가 열린 8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중증장애인 6명이 삭발하며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폐지’를 주장했다. 이들은 11월 말까지 1인 시위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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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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