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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철폐의 날, 가난한 나의 목소리를 들고서
최인기의 두 개의 시선
등록일 [ 2019년10월13일 18시14분 ]





매년 10월 17일 즈음이면 가난한 이들이 모여 자신의 사회적 요구를 내걸고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일정이 전개된다. 올해 ‘빈곤철폐의 날 퍼레이드’는 12일 청계천 광교에서 개최되어 광화문을 거쳐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다.

 

1999년, 시혜가 아니라 권리로써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만들어졌지만, 장애인 노점상 최옥란 씨의 죽음(2002년)에서 알 수 있듯이 가난한 이들의 삶의 조건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후 10월 17일 UN이 정한 ‘세계 빈곤퇴치의 날’을 기점으로 빈곤퇴치가 아니라 ‘철폐’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로 가난한 사람들이 뭉쳤다. 이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등 다섯 가지 요구를 중심으로 토론회, 기자회견, 그리고 빈곤철폐 퍼레이드 등 실천과 투쟁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여전히 가난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 정부는 ‘포용적 복지국가’, ‘혁신적 포용국가’를 주장하지만 현실은 전혀 혁신적이지 못하다. 2019 빈곤철폐의 날 조직위원회는 “한국의 빈곤과 불평등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최저생계비 이하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층이 400만 명, 중위소득의 50% 이하로 살아가는 상대 빈곤층은 85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준 중위소득 3년간 인상률은 평균 2.06%에 그쳐, 기초생활보장수급자들은 죽지 않을 만큼의 수준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보건복지부는 내년 ‘기초생활보장제도 2차 기본계획’에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담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는 ‘단계적 폐지’라는 핑계로 시행 속도만 조절되고 있을 뿐 포용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장애인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7월부터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었다고 알려졌지만, 정작 장애인들은 기존 관습적으로 유지되어온 장애정책과 체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여전히 장애인 복지예산은 OECD 가입국 평균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충분한 예산 반영 없이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탈시설 정책을 이행한다는 것은 그저 말장난에 불과한 듯싶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의 ‘혁신적 포용복지’는 시작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주택, 교육 문제가 사회문제로 지적된 지 오래다. 가난은 굳어지고 탈출의 통로는 보이지 않는다. 빈곤이 경제적 결핍이라는 단일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배제와 더불어 문화와 심리적 소외까지 결합 된 다차원적 문제로 확대되는 시점에 반빈곤, 빈민운동 진영은 2019년 ‘1017 빈곤철폐의 날’을 준비하며 다시 뭉쳤다. 가난은 누가 구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렇게 피켓을 들고 모였다. 포용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를 앞세우며 싸우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권력의 폭력에 맞서 빈곤 없는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내디딘다.

 

2019년 1017 빈곤철폐의 날 구호

 

- 부양의무자기준, 장애등급제, 장애인 수용시설 완전 폐지!
- 노점상강제철거·노점관리대책 중단, 용역깡패예산 전면삭감!
- 선대책 후철거, 순환식개발 시행!
- 고시원‧쪽방 등 비적정 거처에 대한 주거, 안전 대책 마련!
- 사회복지 공공인프라 확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 노동기본권 쟁취! 노동개악 저지! 비정규직 철폐!
- 공공임대주택 확대! 전월세 상한제 도입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 누구도 배제하지 말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 반인권적 공공개발 중단! 강제퇴거 전면 중단!
- 상가법 개정으로 임차상인 생존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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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기 takebest@nave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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