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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 공약 이행 요구하며, 청와대 앞 농성 돌입
가난한 사람들, “빈곤과 불평등 없는 세상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
1017빈곤철폐의날 맞아 가난한 사람들 연대 투쟁 기자회견 열려
등록일 [ 2019년10월17일 18시54분 ]

17일 오전 11시, 1017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는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을 둘러싼 현실과 정부의 무관심을 규탄했다. 사진 허현덕
 

1017빈곤철폐의날을 맞아 장애인, 노점상, 철거민, 임차상인, 홈리스 쪽방주민이 가난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을 요구하며 모였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에 대한 공식 답변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 농성에 돌입했다.

 

17일 오전 11시, 1017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는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을 둘러싼 현실과 정부의 무관심을 규탄했다. 이들은 한국사회가 빈곤과 불평등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더욱 힘겨워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 주거지, 일터에서 쫓겨나는 가난한 사람들

 

최근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전주여인숙 화재 참사’ 등으로 비적정주거에 사는 주거빈곤층 문제가 언론을 통해 집중 보도됐다. 가난한 사람들은 이처럼 ‘집다운 집’에 살지 못하고, 설령 ‘집다운 집’에 산다고 하더라도 불평등한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2년마다 이사를 가야 한다.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임대차 계약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개정된 후, 30년째 임차인은 2년마다 보증금을 올려주지 못하면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월세 세입자 가구의 평균 계속거주기간이 3.4년으로 자가 가구의 10.2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원호 주택임대차보호법개정연대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같은 주거지에서 2년 이내 거주자가 60%에 달했다. 우리나라 주거 이동률이 세계 1위로, 임차인들은 쫓겨나 떠돌아다니는 유목민과 다름이 없다”며 “‘전월세인상률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내용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임차인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이 ‘상가법 개정으로 임차상인 생존권 보장하라!’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개발과 도시환경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가난한 사람들은 삶의 터전에서도 설 곳을 잃고 이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계속해야 한다. 현재 노량진 수산시장, 경의선공유지, 청계천·을지로 등에서 이러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윤원주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노량진수산시장 지역장은 “그동안 많은 상인들이 현재 이뤄지는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가 잘못됐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했는데, 서울시와 국회는 수협과 결탁해서 80명의 상인을 거리로 내쫓았다”며 “재개발, 재건축이라는 명목으로 언제든 내쫓길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대변해서라도 우리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철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정책팀장은 “경의선 공유지는 2012년 이랜드에 사용권이 넘어갔는데 7~8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해도 정부는 수수방관하면서,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나가라는 말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청계천 상인들 중 가든파이브로 이주한 사람들은 거리로 나앉았고, 성동구 옥탑방 청년은 세간살이도 없이 쫓겨났다. 가난한 사람들이 계속 쫓겨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정부와 자치구는 이들을 전혀 보호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계천 을지로 일대의 소규모 제조공장들도 도시개발로 신음하고 있다. 현욱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는 “청계천을 떠날 수 없어 남은 사람들도 폐업 위기에 내몰렸고, 소음과 진동 분진 등 그리고 여전한 퇴거 종용으로 우울증에 걸려 정상적으로 일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서울시가 조속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17일 오전 11시, 1017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는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을 둘러싼 현실과 정부의 무관심을 규탄했다. 사진 허현덕
 

- “문재인 대통령,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 약속 지켜라”

 

이날 모인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 공약이 ‘헛된 약속’에 그칠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모으며,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난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폐지 공약을 내세웠고, 이후 100대 국정과제에도 담았다. 그러나 현재 주거급여에서만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었고,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는 완화조치만 이뤄졌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공공연히 내세웠지만, 실상은 제2차 기초생활종합계획(2021~23)에도 생계급여에 대해서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급여에서는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 참가자가 ‘부양의무자기준, 장애등급제, 장애인수용시설, 완전 폐지하라!’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지 않는 한 관악구 탈북모자 사망 사건, 강서구 치매노인과 장애인 친족 살해 사건 등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죽음을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정권이 바뀌면 금방이라도 부양의무자 폐지가 될 줄 알았는데, 여당이나 야당이나 앵무새처럼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만 하고 있다”며 “바뀌지 않는 세상에 나도 헛된 약속을 하는 게 죽기보다 싫다. 그래도 죽기 전에는 정부가 말하는 복지국가, 포용국가에서 살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복지부의 공약파기에 대한 입장’과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에 대한 의지와 계획’을 담은 공개 질의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들은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폐지될 때까지 계속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담아, 기자회견이 열린 장소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폐지될 때까지 계속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담아, 기자회견이 열린 장소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사진 허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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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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