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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부] 계도 대상이 아닌 자립 주체로서의 탈가정 청소년
빈곤의 젊은 얼굴, 탈가정 청소년
등록일 [ 2019년11월06일 10시53분 ]

흔히 ‘가출 청소년’이라고 불리는 탈가정 청소년들은 비행 청소년으로 비친다. 그러나 이들이 집을 나온 주된 이유는 원가족의 폭력과 방치 때문이다.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어떠한 법적 주체도 될 수 없으며, 빈곤에 시달리다가 생존의 방법 중 하나로 성매매를 택하게 된다. 청소년 쉼터는 이들을 자립의 주체로 보기보다는 계도의 대상으로 본다. 탈가정 청소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이러한 실태를 2부에 걸쳐 보도한다. _ 편집자 주

 

[①부] 탈가정 청소년들의 거리 생존 분투기

[②부] 계도 대상이 아닌 자립 주체로서의 탈가정 청소년

 

 

탈가정 청소년, ‘계도 대상’으로 여기는 청소년쉼터

 

청소년 쉼터의 문제는 일단 너무 적다는 거다. 전국에 시군구가 262개인데 쉼터는 134개소밖에 없다. 그리고 대도시에 몰려 있다 보니 쉼터가 없는 시군구도 많다. 가령, 경북에서 탈가정 청소년 수가 제일 많은 경산시에는 아직 청소년 쉼터가 없다. 그래서 쉼터 입소를 원하는 경산시 청소년이 대구나 멀리 안동까지 보내진다. 한 개 쉼터의 평균 수용인원이 10명 안팎이고, 남자쉼터와 여자쉼터가 분리되어 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134개 쉼터 수는 수요 인원에 비해 턱없이 적다.

 

쉼터의 존재 여부를 알고 있는 청소년 자체도 적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2018년 1만 5,594명의 청소년 중 청소년 쉼터를 알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38.2%,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3.2%에 불과하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거리 청소년을 찾아다니기 위해 만든 것이 버스 형태의 이동형 쉼터다. 여성가족부가 위탁한 버스형 이동쉼터가 13개 있고, ‘움직이는 청소년센터 엑시트(EXIT)’처럼 민간에서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있다.

 

신림 엑시트 버스 사진. 제공 움직이는청소년센터 엑시트

 

운영상의 문제점도 있다. 실효성 있는 지원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나, 쉼터 수는 느는데 사업비는 줄었다. 2019년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청소년 쉼터 사업비 예산이 2015년 대비 2018년에 쉼터 1개소당 1,340만 원이 감축됐다고 밝혔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 없이 의식주만 지원하는 쉼터가 많다.

 

2017년 11월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청소년쉼터 유형별, 퇴소사유별 인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한해 청소년쉼터를 찾은 2만 9256명의 청소년들 중 55.9%인 1만 6352명이 무단이탈, 자의퇴소, 무단퇴소 등 제 발로 쉼터를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가정 및 학교복귀(31.4%), 관련시설 의뢰(8.1%), 보호기간 만료(0.9%), 대안학교입학(0.1%), 취업연계(0.6%) 등 쉼터에 입소한 청소년들이 퇴소 후 진로추적이 가능한 경우는 1만 2022건으로 41.1%에 그쳤다. 이는 청소년쉼터가 탈가정 청소년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탈가정 청소년의 욕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이 쉼터의 가장 큰 문제다. 청소년쉼터에서 탈가정 청소년은 욕구의 주체가 아니라 계도의 대상이다. 청소년쉼터는 기본적으로 가정 복귀를 목표로 삼으며, 사회복귀를 위해 규칙과 금기를 훈육시킨다. (▷관련 기사 : 탈가정 청소년에게 보호가 아닌 권리를, 변미혜) 네이버 만화 베스트 도전에 올라온 정하람 작가의 ‘쉼터에 살았다’는 작가의 쉼터 생활 경험을 솔직하게 담아낸 웹툰으로, 쉼터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8화 ‘규칙’ 편에 묘사된 쉼터의 규칙들(9시 기상, 기상 후 출근이나 등교를 하지 않는 입소생은 거실에 나와 있어야 함, 외박은 부모님과의 만남 외 금지, 외출은 하루 한 번, 반드시 목적지를 기록해야 함, 11시에는 와이파이가 꺼짐 등)은 쉼터가 주거 공간이 아니라 훈육, 교정시설임을 말해준다.

 

곰곰: 구미, 경기도, 시흥, 안산, 의정부 쉼터에 있어 봤어요. 구미 같은 지방은 예산이 없어선지 프로그램이 거의 없어요. 가정복귀가 원칙이라, 자립 준비 프로그램은 특히 없어요. 회복도 부모와의 관계회복이나 본인의 심신안정 위주에요. 대부분의 쉼터가 심리치료, 봉사활동 같은 프로그램을 해요. 사회복지학과 실습생이 와도 프로그램 없이 그냥 같이 있기만 했어요. 상담교사가 따로 없고, 생활교사도 주로 행정 일을 하세요. 쉼터에서 별로 한 게 없어요.
기상시간, 취침시간, 식사시간이 정해져 있고, 부모님과의 만남 외 외박 금지, 외출은 되고, 용돈도 주는데 같이 사는 언니들한테 ‘삥’을 많이 뜯겼죠. 시흥에 있는 쉼터에서는 한 이불패드에 두 사람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규칙이 있었어요. 동성애 방지 규칙이에요.

 

알로에: 쉼터에 들어가면 부모님한테 연락해서 허락을 받아야 해요. 그런데 저는 가정폭력 피해자잖아요. 한 쉼터에서 제가 그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숙직 선생님의 실수로, 잘 몰라서 부모님한테 전화를 한 거예요. 그래서 부모님한테 욕 한 바가지 들었어요. 다행히 쫓아오시지는 않았지만, 내가 어디 있는지 아시게 된 거니까 불안했죠. 그게 제일 안 좋은 거 같아요. 가출 청소년이 집을 나올 때는 저마다 이유가 있어요. 이유 없이 굳이 집을 나오지는 않잖아요. 안 좋은 일이 있으니까 나오는 건데, 쉼터에서 무조건 부모님 허락을 받는 게 저는 불만이에요.
그리고 제일 불만인 게 통금이에요. 9시까지 들어와야 했어요. 어기면 일주일 외출금지. 노래방이나 PC방도 10시까지 허용되는데 왜 쉼터는 통금이 9시냐고요. 그게 의문이었어요. 어떤 쉼터는 취침시간 되면 핸드폰을 다 내놓게 했는데, 일주일에 딱 하루만 허용했어요. 그런데 취침시간 이후 와이파이를 선을 뽑아놓은 거예요. 저희들 핸드폰은 ‘공기계’를 개통한 거라 와이파이가 없으면 안 되거든요. 가위바위보 해서 한 명이 와이파이 선 꼽고 왔는데, CCTV에 걸려서 벌칙 받았어요.
안 좋았던 쉼터는 외출할 때 일주일 전이나 3일 전에 허락을 받게 했어요. 또 입소생끼리 같이 외출해서 만나는 것도 금지했어요. 어기면 벌칙으로 외출금지. 보통 흡연자가 있는데 안 좋았던 쉼터는 아침 먹고 1개비, 점심 먹고 1개비, 저녁 먹고 1개비 담배만 줬어요. 조금 더 좋은 쉼터는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1시간 30분마다 필 수 있게 했어요. 중장기 쉼터에 갔는데 흡연이 안 된다며 저를 안 받아줬어요.  

 

‘통제’가 지배하는 쉼터 NO, 새로운 주거지원이 필요하다

 

2019년 8월 7일 여성가족부는 제19차 청소년정책위원회를 열어 기간별(일시, 단기, 중장기)로 나뉜 쉼터를 기능별(아웃리치, 쉼터, 자립지원)로 개편하고, 아웃리치 활동과 자립지원을 확대하기로 의결했다. 그에 따라 현재 90명 수준의 거리상담 전문요원을 내년까지 124명으로 늘리고, 청소년자립지원관을 현재 6개소에서 2020년까지 16개소로 확충하기로 했다. 현재 6개 자립지원관 중 주거지원을 하는 곳은 서울, 인천 두 곳뿐이다.

 

곰곰: 쉼터의 목표와 운영 방식이 바뀌어야 해요. 거리 생활을 오래 한 청소년들은 쉼터의 규칙에 적응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들의 생활습관이 건강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통제하는 방법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중장기 쉼터는 주거공간으로서 자립지원을 해야 하는데, 단기 쉼터와 기간만 다를 뿐 운영방식은 똑같아요. 단기 쉼터에서 모범적으로 생활한 친구들은 선발되어 그룹홈으로 가요. 그룹홈은 수도 적고, 생활규칙도 정해져 있어요. 대안적인 주거공간이 늘어나야 해요.
단기 쉼터를 전전하다 지금의 짝꿍이 소개해 줘서 ‘청소년자립팸 이상한 나라’에 들어갔어요. 4~5명이 공동 생활하는데, 그이들이 어떤 성향인가에 따라 ‘앨리스의 집’(‘이상한 나라’에 사는 청소년을 ‘앨리스’로 부름) 분위기가 결정돼요. 일방적으로 정해진 규칙이나 프로그램 대신 가족회의를 통해 ‘약속’을 정하고 프로그램도 선택해요. 청소년의 주도성이 높은 주거공간이자, 완벽한 대안가정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서 2년 살다가 짝꿍이랑 독립했어요. 독립할 때 ‘들꽃청소년세상’에서 보증금을 대출해 줬어요. 짝꿍과 둘이 살다가 주거가 불안정한 친구들이 오면 ‘셰어하우스’ 했어요. 많게는 4명까지 같이 살았어요. 청소년들이 여럿 사는 것에 대해 주변 시선이 좋지 않아요. 이사할 때 여럿이 산다 하면 계약하기 힘들기도 해요. 그래서 일단 둘이 살다가 나중에 친구들 초대했어요. 탈가정 청소년들이 공동생활하는 곳에 사회복지사를 파견한다든지 그런 대안적인 방식도 생기면 좋겠어요. 탈가정 청소년들의 상황과 스토리와 욕구가 다양한데, 지원은 획일적이에요. 선택지가 많아져야 해요.

 

알로에: 저는 어릴 때 보육 시설에 있었기 때문에 시설보다 자취가 좋아요. 가출팸이냐고요? 각자 할 일 하면서 동거하는 거예요. 자립이죠.

 

사단법인 ‘들꽃청소년세상’을 운영하는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를 이상적인 대안주거라고 칭찬한 곰곰은 ‘왜 다른 청소년 쉼터나 그룹홈은 그러지 못할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곰곰: 겁이 나서 그래요. 그들은 통제하는 입장이거든요. ‘앨리스의 집’ 활동가들은 통제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입장에서 저희들을 돌봐 줬어요. 쉼터는 통제하고 가르치는 위치에서 저희들을 관리했어요. 원래 사람들은 ‘다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잖아요. 다른 시도를 하기 힘든 거죠. 자유를 주면 사고 칠 거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해요. 그 생각 안에 갇힌 거죠.

 

청소년자립팸 ‘이상한나라’ 출국 비정상회담 모습. 제공 움직이는청소년센터 엑시트

 

탈가정 청소년, 자립을 위한 필요조건

 

자립하려면 일을 해야 하는데 탈가정 청소년은 부모동의서를 구하기 어렵고, 주거지와 연락처가 불안정하며, 고용주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게 특히 어렵다. 최근 들어 청소년이 접근 가능한 일자리 자체가 많이 줄었다.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음식점, 주유소 등지를 둘러봐도 청소년을 찾기 힘들다. 이제 그곳은 생활고에 내몰린 청·장년들로 채워지고 있다. 고용 형태도 변해서 수요가 많은 시간대나 계절에만 일시적으로 고용하는 형태가 늘었다. 남은 일자리는 책임을 물을 고용주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간접고용, 내일 일이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일일 고용, 특수고용 등 불안정한 일자리들로 대체되고 있다. 더 적은 돈을 벌기 위해 더 열심히, 더 큰 위험을 감수하며 일해야 하는 것이다.

 

알로에: 미성년자가 일할 때는 부모동의서가 필요한데 저희 경우는 할 수가 없잖아요. 저는 아는 선생님한테 써 달라고 했어요. 고깃집에서 하루 5~7시간, 일주일에 4일 이상 근무하면서 최저시급이나 100원 더 받았어요. 서빙도 하고, 물건도 나르고, 설거지도 했어요. 기름기가 많아서 고깃집 설거지 힘들어요. 저희 같은 경우는 핸드폰을 개통할 수 없잖아요. 알바를 구할 때 핸드폰이 없어서 힘든 경우가 많아요.
‘관악늘푸른교육센터’라고 저 같은 애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있는데 거기 다녔어요. 거기는 수업을 들으면 그 시간만큼 최저임금 기준으로 돈을 줘요. 올해 9월부터 공정무역 커피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에서 인턴쉽으로 일하고 있어요. 한국타이어 나눔재단이 청소년을 위한 인건비 지원 사업을 청소년 쉼터에 위탁했는데 저도 거기서 돈 받고 일하는 거예요.

 

가정 밖 거리 생활의 경험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곰곰: 저는 뭐든 나쁜 것도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나쁜 일도 많았지만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가정과 학교의 울타리 안에서 살았다면 소위 ‘좋은 어른들’을 만나지 못했을 거예요. 거리생활하면서 활동가들을 만나고, 그들과 부대끼면서 세상과 사람을 보는 시야와 가치관의 폭이 많이 넓어졌어요. 
좋은 단체를 만나고, 좋은 활동가들을 만나 좋은 관계를 만들면서 저도 당사자 활동가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시민단체에서 활동도 해 봤어요. 어쨌든 삶의 한 마디를 완성한 거 같아요. 지금은 뭐랄까,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는 단계, 새로운 꿈을 꾸는 시간이에요.

 

알로에: 별다른 계획은 없고, 일단 돈을 모아야 해요. 내년이면 성인이 돼요. 제가 생일이 빠르거든요. 성인이 되면 제 이름으로 집을 구해 계약하고 싶어요.

 

곰곰은 ‘어쨌든’이라는 부사어를 말머리마다 두는 버릇이 있다. 그 ‘어쨌든’은 지나온 길 위의 고단한 시간을 껴안으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는 힘겨운 땅띔처럼 느껴졌다. 알로에는 인생의 힘겨운 순간들을 정확한 날짜 ‘○월 ○○일’로 기억하는 버릇이 있다. 겨우 4살 때부터 낯선 사람들 틈에서 자기가 아니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못할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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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lizom@hanmail.net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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