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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국회 농성 2년… 지하철역 캐노피 위에 오르다
형제복지원 피해에만 관심, 진상규명에는 무관심한 사회
“진화위법 통과될 때까지 고공농성 계속하겠다”
등록일 [ 2019년11월08일 21시23분 ]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최승우 씨가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캐노피에 올라 고공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바로 뒤로 국회가 보인다. 사진 허현덕

 

농성장을 찾기 전 필요한 게 있느냐는 물음에 한종선 씨는 “법 통과”라고 대답했다. 그는 그것 외에는 필요한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일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앞 농성장을 찾았다. 농성장 밖에 걸린 원색에 가깝던 빨갛고 파랬던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하라!’는 글씨는 가을볕 아래서 더욱 빛깔을 잃은 듯 보였다. 농성장 앞에서 반려견 법이가 반겨주었다. 두 명이 겨우 수그리고 앉을 수 있는 농성장 안에서 한종선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농성장을 찾은 날은 형제복지원 피해당사자 한종선, 최승우 씨가 농성장을 차린 지 2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최승우 씨가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캐노피에 올라 고공 단식 농성을 벌인 지 2일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이날 최 씨와는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한 씨의 전화기를 통해 ‘법 통과가 될 때까지 내려오지 않겠다’는 말만을 전해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 농성 2년, 사회지도층 사과 이끌어냈지만… “진정한 사과는 진상규명으로부터”

 

지난 2017년 11월 7일부터 한종선, 최승우 씨는 국회 앞 농성을 시작했다. 한종선 씨는 그 이전부터(2012년) 국회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담요 한 장으로 버티며 1인 농성을 벌였다. 장장 8년의 시간을 국회 앞에서 그는 줄곧 한 가지만을 요구해왔다. 그것은 바로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이다.

 

그 첫 단추는 진상규명을 위한 법안 마련이다. 그러나 지난 19대 국회에서 형제복지원특별법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형제복지원특별법이 발의됐으나 문재인정부가 포괄적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형제복지원 문제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법(아래 진화위법) 개정안에 포함시켜 논의가 진행됐다. 따라서 진화위법 개정안 통과가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시작이 된다.

 

국회 앞 형제복지원 농성장에 있는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하라’ 문구. 지난 2년 사이 빛바랜 모습이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위에는 2017년 12월 19일에 찍은 사진, 아래는 농성 2주년인 지난 11월 7일의 모습. 사진 허현덕
 

진화위법개정안은 지난 10월 22일 국회 행정안정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자유한국당은 조사위원 구성 관련 조항을 수정하지 않으면 법안 처리에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장을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당사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를 불과 몇 개월 남기고 최승우 씨가 캐노피 위에 올라간 이유이기도 하다. 20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좌절되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기약이 없다.

 

2년간 농성을 벌이는 사이 두 명의 정부 관계자의 공식 사과가 있었다. 지난 2018년 9월 16일 오거돈 부산시장, 같은 해 11월 27일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과거 형제복지원 울주작업장에 대한 특수감금죄 무죄판결은 잘못된 것이라며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부산시도 조례제정을 통해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저는 피해당사자로서 두 사람의 사과를 사과로 인정하고 있지 않아요. 검찰총장이나 부산시장의 사과가 진심 어린 사과가 되려면 진상규명을 위한 법이 마련되어야 하는 거죠. 진상규명을 통해 우리가 사과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인지 밝혀낸 이후에야 피해당사자로서 사과를 받을지 안 받을지에 대해서도 선택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거고요.”

 

피해당사자들이 2년 전에 설치한 현수막과 피켓은 ‘넝마’가 되었다. 한 씨는 현수막과 피켓을 가리키며 저 모습이 피해당사자들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피해당사자들 속사정이 저렇게 너저분해진 거예요. 저렇게 색이 바래고 찢어질 저 지경이 되도록 국회가 얼마나 무능했는지도 보여주는 거죠.”

 

형제복지원 실상을 알리기 위해 농성장에 세워진 형제복지원 알림 피켓들. 위에는 2017년 12월 19일에 찍은 사진, 아래는 농성 2주년인 지난 11월 7일의 모습. 색이 하얗게 바래고 피켓 여기저기가 뜯어져 있다. 사진 허현덕

 

- 농성장 아래서나 위에서나 원하는 것은 단 하나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이날 한종선 씨에게는 최승우 씨의 고공농성에 관해서 걸려오는 전화가 많았다. 식사를 하러 들른 국회 직원도 이 상황에 대해 조심스럽게 묻기도 했다. 그러나 한 씨는 지금까지의 농성과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피해당사자가 하는 농성이 누군가에게는 과격하거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아래에서나 위에서나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 단 한 가지밖에 없다는 것만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고공농성 소식을 듣고서 걱정스러움에 농성장을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바로 국가폭력피해자들이다. 한 씨는 그들에게 “우리가 밑에서 건강하게 버텨줘야지 위에서도 건강하게 농성을 할 수 있다”고 이들을 안심시키며 돌려보냈다.

 

“농성장에 국가폭력피해자들이 많이 찾아와요. 서로 아픔을 나누다 보면 괴로움에 대해서 공감하고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재확인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나 트라우마는 어느 순간 부지불식간에 찾아와요. 어떤 상황, 소리, 감각, 냄새 등 여러 자극에서 트라우마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요.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이런 트라우마 치료는 민간에서는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없어요. 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 거죠.”

 

한 씨는 여러 국가폭력피해자들, 그리고 형제복지원을 비롯해 ‘내무부 훈령 410호’ 부랑인 단속 지침에 의해 운영됐던 전국 36개 부랑인 시설에 있었던 피해당사자들은 여전히 스스로 아픔을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폭력은 말뿐인 사과로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렇게 피해당사자 운동을 하면서 얼굴에 침 뱉고 멱살 잡히고, 욕도 먹고 많이 했어요. 자신들이 낸 세금을 마치 ‘삥 뜯으려고 하는 사람’쯤으로 여기는 거죠. 이것은 그동안 국가가 국가폭력피해자에게 ‘배상(賠償)’이 아닌 ‘보상(補償)’을 해왔기 때문이에요. 국가가 국가폭력피해자들에게 ‘이거 먹고 떨어지라’는 식으로 대했던 것이, 국가의 인식이 국민에게도 전달돼 ‘시체 팔이’니 ‘한몫 잡으려는 떼쓰기’로 인식하는 사람도 생기는 거죠.”

 

‘배상’은 ‘남의 권리를 침해한 사람이 그 손해를 물어 주는 일’을 뜻하고, ‘보상’은 단순히 ‘재산상의 손실을 갚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승우 씨의 고공농성을 걱정하며 농성장을 찾은 국가폭력피해자와 한종선 씨가 대화하는 모습. 사진 허현덕

 

한 씨는 국가가 국가폭력피해에 대해서 인정하고, 진실을 밝혀내고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바탕에서 국가폭력피해자들이 피해자다움을 강요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야 치유 받을 수 있다고 그는 힘줘 말했다.

 

최 씨의 고공농성이 시작되고 날씨가 갑자기 영하로 떨어졌다. 한 씨가 가장 싫어하는 혹독한 농성장의 겨울이 시작되려고 한다. 그가 형제복지원에서 한겨울 발가벗겨진 채로 몽둥이로 매질을 당했던 그때 이후로 추위는 두려움 그 자체다. 그런 기억을, 트라우마를 벗어날 수는 없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그저 익숙해질 뿐이라고. 그래서 최근에는 3D 펜으로 형제복지원을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는 형제복지원을 표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트라우마에 익숙해지려는 또 다른 방법이다.

 

“형제복지원에는 분명 3,500명이라는 사람이 붙잡혀 들어왔어요. 저는 그 피해당사자들이 그저 살아 있는 그 자체가 당사자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법이 통과되고, 진상규명이 되고, 피해당사자들이 나서서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피해당사자 운동을 계속할 거예요. 그리고는요? 그저 삶을 살아가는 거죠. 그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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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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