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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 시민단체 “성소수자 차별 담은 인권위법 개악안, 철회하라”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에 개악안 재발의 의사 밝힌 안상수 의원
“정치권은 ‘성적 지향’ 삭제 아닌 ‘혐오’를 삭제해야” 분노
등록일 [ 2019년11월20일 13시49분 ]

20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을 포함한 5개의 단체가 모여 안상수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인권위법 개정안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이가연
 

안상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지난 12일 대표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아래 인권위법) 개정안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성별이분법을 강화한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아래 무지개행동)을 포함한 5개 단체는 20일 오전 9시 30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인권위법 개악안 발의에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개정안에 대해 “인권의 마지막 보루라고 볼 수 있는 인권위법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성별이분법을 강화하려는 개악안”이라며 “그야말로 기가 막힌다”고 분노했다. 나아가 “이번 개악안이 더욱 참담한 이유는 20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으로 두 번째 발의된 법안에 여야를 막론하고 혐오에 동참한 의원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 9월 19일에 발의된 같은 내용의 인권위법 개정안은 자유한국당 의원 17명이 서명했다. 반면 지난 12일에 발의된 개정안에는 자유한국당뿐만 아니라 우리공화당,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소속 40명의 국회의원이 골고루 참여해 발의한 것이다. 

 

안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서는 인권위법의 차별금지 사유에 ‘성적 지향을’ 삭제하고 ‘성별’에 대한 규정을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리적, 신체적 특징으로서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를 말한다’로 정의한 내용이 추가됐다.

 

이번 개정안이 공개되자마자 시민단체를 포함한 여론의 거센 항의와 공천 배제 요구가 빗발쳤다. 최영애 인권위원장 또한 19일, 성명을 통해 인권위법 차별금지 사유에는 ‘성적 지향’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현재의 개정안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에 역행하는 시도라며 엄중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개정안이 논란에 휩싸이자 법안 발의에 동참했던 이개호·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철회의사를 밝혀 해당 개정안은 현재 잠시 철회된 상태이다. 그러나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안 의원은 곧 재발의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개정안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 중이다.   

 

무지개행동 등은 “철회를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철회 이유를 단순 ‘실무진의 착오’라거나 ‘동성애는 반대하나 차별행위를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라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들을 공천해서 안 되며 여당으로서 차별금지법안도 발의하지 못한 무책임이 빚은 사건임을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라고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들 단체는 “성소수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헌법상의 기본권을 위임받아 제정된 것이 인권위법인데 조항을 삭제한다는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공고히 하겠다는 선언”이라면서 “저들의 성별 정의 조항은 트랜스젠더퀴어의 존재를 지워버리려는 시도이자, 여성에게 가해지는 젠더억압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에 참여한 활동가들이 기자회견문을 함께 낭독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전날(19일) 저녁 8시에 방영된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성소수자 차별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차별에 반대하나, 동성혼을 합법화하기에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발언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박한희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바로 그 사회적 합의 때문에 성소수자 차별 문제는 계속 밀리다 지금의 사태까지 왔다”고 비판하며 “나중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기진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의장 또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정치권에 난무하는 와중에 국회와 대통령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몇 년째 묵묵부답”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자회견이 진행된 이 날(11월 20일)은 ‘국제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DoR)’이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발언 전 차별에 희생당한 트랜스젠더들을 추모하며 묵념했다. 김 공동대표는 “개정안은 국제인권규약을 명백히 위반하고 한국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라며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이 일부러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을 앞두고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면 이는 악의적이며, 만일 몰랐다면 국제적 인권 감각이 없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들 단체는 “정치권은 ‘성적 지향’의 삭제가 아닌 ‘혐오’를 삭제해야한다”고 외치며 △개정안의 철회 △발의자들의 사과 △발의자들에 대한 공천 배제와 즉각 사퇴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차별금지법제정을 요구했다. 

 

한편,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안상수 의원은 기자회견이 열린 20일 오전 인천투데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오늘(20일) 중에 재발의를 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안 의원은 “개정안은 성소수자 혐오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동성애와 동성혼 쪽으로 성적 지향을 자유롭게 하면 에이즈 등 부작용이 있으며, 미국 같은 곳에서는 아들과 엄마, 동물과 사람도 결혼하는 경우”가 있다고 발언해 또다시 논란이 예상된다. (관련 기사 : 안상수, "개정안, 성소수자 혐오 아니다. 오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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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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