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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1월 28일 인천 아암도, 그날의 진실
최인기의 두 개의 시선
등록일 [ 2019년11월20일 17시11분 ]

 

겨울을 알리는 진눈깨비가 거리를 적시고 있었다. 삐삐가 요란하게 울렸다. 1995년 11월 28일 오전 10시경, 인천 아암도 농성자 중 한 명이 망루에서 어통소 쪽 50m 정도 떨어진 바닷가에서 시신을 발견하였다는 것이다. 망루에서 농성하던 장애인 노점상 이덕인의 실종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장애인이었던 그에게 세상은 삶의 기회를 열어주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선택한 길은 노점상이었다. 그러나 너무도 가혹한 단속과 멸시에 시달리자, 그는 인천 아암도 바닷가에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한다. 하지만 실종된 지 사흘 후, 온몸에 밧줄이 묶이고 피멍이 든 채 바닷가에 떠오른다.

 

그는 상의와 신발이 벗겨진 채 물속에 엎어져 있었으며, 뒷모습은 죄수를 호송할 때 양 손목과 양팔을 함께 묶는 방법으로 포박당한 상태였다. 시신을 뒤집어 똑바로 눕히자 양 손목에는 밧줄이 느슨히 묶여 있었다. 얼굴과 뒷머리, 양쪽 어깨, 팔 등에는 상처와 피멍이 수두룩하였고, 두 눈은 부릅뜨고 있었다. 시신의 손목에 포박된 줄은 노점상이 천막을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 10mm 두께의 줄로써, 어통소 초소와 철망 주변에 흔히 널려 있는 것이었다.

 


 

이덕인 열사는 현재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 안장되어 있다.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이덕인 사건에 대하여 “대규모의 공권력 동원과 통제로 헌법상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신체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여, 공익보다 침해되는 사익이 현저히 큰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였으며, 국민기본권의 확립을 위해 항거하는 과정에서 사망에 이르렀다”는 요지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직접적인 사인과 관련해서는 ‘경찰에 폭행당한 후 실신 상태에서 물에 던져졌음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죽인 자는 공권력이나, 당시 권력의 하명을 받아 자리를 지키고 있던 경찰이 ‘직접적으로 죽였는지는 모르겠다’는 이상한 결론을 낸 것이다. 이후 진상규명은 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국가폭력에 의한 사망’이라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2008년 ‘민주화운동 명예회복 보상심의위원회’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사망으로 볼 수 없다는 ‘불인정 결정’을 내려 열사의 명예회복마저 거부당하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오래된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열사의 부모는 진상규명을 위해 여전히 거리를 헤매고 있다. 자식의 죽음을 가슴에 품고 눈 감을 수 없다고 절규한다.

 

오늘날 그의 죽음은 진보적 장애인 운동과 노점상·빈민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제 남은 자들이 그의 죽음을 둘러싼 진상규명을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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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기 takebest@nave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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