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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이 오면 장애인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리슨투더시티 재난대비 워크숍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시즌 2 열려
재난 시 상황 배우고, 직접 체험했지만… 근본적 대안은 여전히 물음표
등록일 [ 2019년11월22일 12시25분 ]

지난 15일 리슨투더시티 재난대비 워크숍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시즌 2에서 마련한 재난대비 훈련 모습. 연기를 뚫고 도착한 노들야학 교사와 학생이 안도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재난은 결코 친절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재난 전문가들은 “재난 시 대피에 정답은 없다. 훈련을 한다고 해도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일 뿐, 완벽한 구조는 없다”고 단언한다. 특히 장애인의 재난 대책에 대해서는 매뉴얼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친다. 그렇다고 장애인들은 재난이 일어나면 그저 대책 없이 죽어야만 하는가? 우리가 장애인의 재난 대책을 고심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국가가 재난 시 매뉴얼 등 재난시스템 구축을 제대로 마련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스스로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재난 시의 상황을 예상하고 나름의 대책을 마련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김동훈 라이프라인코리아 대표는 “고베대지진 당시 생존자를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 혼자서 살아났다는 답변이 68.4%, 친구와 가족 등의 도움을 받았다는 답변이 28.6%였다”며 “국가의 구조라는 답변은 1.7%에 그쳤다”고 제시했다. 개인의 재난대처 방법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재난대피 방법도 비장애인 중심으로 되어 있어 장애인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본 정보조차 알 수 없다. 이에 장애인이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 11일, 15일 양일간 노들장애인야학(아래 노들야학)에서 리슨투더시티의 재난대비 워크숍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가 2018년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올해는 라이프라인코리아, 한국아웃도어안전연구소에서 함께 참여했다.

 

11일에는 화재를 포함한 재난 시 대피 요령에 대해서 시연을 곁들여 설명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15일에는 이론적 토대를 바탕으로 노들장애인야학 교사와 학생들이 직접 재난 시 대피하는 연습을 했다.

 

- 불 끄기, 대피하기, 버티기 중 최우선은 대피하기

 

 

전문가들은 화재가 났을 때는 불을 끄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김동훈 대표는 화재를 대비해 늘 소화기가 사용 가능한지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사용이 편리한 투척식 소화기, 분무기 형태의 디자인 소화기, 소방포 등 어린이 등 노약자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방용품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불을 끄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불을 끄려다 자칫 목숨을 잃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대피할 수 없을 때는 안전하게 버텨야 한다. 이를 대비해 유리창을 깰 수 있는 망치, 방독면, 피난손수건, 눈에 붙이는 스티커 등을 구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러한 용품들은 고작 10분 정도밖에 우리를 지켜줄 수 없다. 김동훈 대표는 “10분이 골든타임인데, 무조건 버티는 수밖에 없다”며 “검은 연기가 보였을 때는 호흡 세 번만으로도 정신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전한 대피가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다.

 

11일 리슨투더시티 재난대비 워크숍 ‘누구도 남겨두지 않는다’ 시즌 2에서 대피의자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휠체어 이용자들은 어떻게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도 이에 대해서 완벽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화재 시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엘리베이터가 불길의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완강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완강기는 몸통만 고정이 되어 하체 힘이 없는 휠체어 이용자는 중심을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요양병원이나 비행기 등에서 이용하고 있는 ‘터널식 대피로’와 최근 건물에 설치되기 시작한 ‘수동식 이동기’, 대피의자, 수동휠체어를 이용하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제시한 방법도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다. 터널식 대피로는 경사식 구조로 미끄럼틀 타듯이 내려올 수 있는데, 도달 지점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면 다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동식 이동기는 이미 지어진 건물 밖에 별도로 설치할 수 있지만, 벽을 뚫어야 하고,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다. 현시점에서 고려해볼 수 있는 것은 대피의자와 수동휠체어를 이용한 대피 방법이다. 그러나 대피의자와 수동휠체어를 이용한 대피 방법은 운반할 수 있는 사람이 2~4인 구성되어야 하고, 한꺼번에 대피시킬 수 있는 방법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휠체어 이용자가 고층 건물에서 수직 대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수평대피를 추천했다. 지난 김포요양병원 화재 시에도 60여 명이 긴급하게 대피할 수 있었던 것은 수평대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김포요양병원은 건물 옆에 주차타워가 세워져 있어 병상에 누워 있던 사람들도 쉽게 대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건물마다 상황이 다르기에 이를 일반화하여 적용할 순 없다.

 

-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진단’부터 재난대비는 시작
 
따라서 재난 시에 자신이 있는 건물에 대해 알아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노들야학 건물 자체가 화재에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1층과 연결된 주차장이 연소하기 쉬운 소재로 덮여 있어 화재 시에는 대피로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더욱이 노들야학은 6층 건물 중 지상 2층에 있어 휠체어 이용자들의 대피가 어렵다. 물론 위에서 제시했던 비상시 대피로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건물 내부도 화재에 무방비한 상태였다. 노들야학에는 스프링클러와 비상유도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교실 바닥이 마룻바닥인 점도 화재 시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압력 게이지가 아래로 가 있어 무용지물인 소화기, 소화기 점검표의 부재 등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방화문은 사실상 출입문으로 쓰이고 있어 ‘세이프존’을 형성할 수 없는 구조였다.

 

김낙현 부천여성청소년센터 부장은 “비상유도등을 대신해 야광띠를 바닥에 붙여 놓아야 화재 시에 바닥을 보고 대피할 수 있다”며 “소화전 문이 열릴 수 있도록 바닥라인 테이프를 붙이고 그 안에는 물건 등을 적치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소방서 등 비상시에 연락할 유관기관 연락처를 반드시 준비해 놓아야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다며 기본적인 정보에 대한 준비를 강조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화재 알람등을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김낙현 부장은 자체 소방 매뉴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방 매뉴얼은 지휘통제반, 초기진화반, 연락반, 피난유도반 등으로 조직을 나누고 명목상으로라도 소방대장을 지정해 비상시에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매일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의 수를 정확하게 체크해야 재난 시 구조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노들야학의 경우 상근자가 적어, 체계적인 조직을 꾸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복수 리더’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두 명씩 짝을 이루어 재난 시에 서로 챙기는 버디 시스템을 제시했다.

 

건물에 어떤 장애유형의 학생이 있는지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애유형별로 부상시, 위기시 운반법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휠체어 장애인의 경우 폐가 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깨 위로 들쳐 매거나 팔을 잡아당기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업고 가더라도 띠를 이용해야 한다. 몸을 세울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장애유형을 파악했다면 장애유형별로 탈출순서를 정해놓는 것도 좋다. 전문가는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긴급한 상황에 몸이 굳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장 먼저 탈출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재난 시에는 장애인의 몸을 만져도 된다는 약속을 미리 해놓는 것, 구조자끼리 비슷한 힘을 지닌 사람들과 조를 이루는 것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5일 노들장애인야학 계단에서 수동휠체어 대피 요령에 대한 실습이 이뤄졌다. 사진 허현덕
 

- 재난 대피 훈련 직접 해봤지만… 근본적 물음은 해소되지 않아

 

이러한 이론적 내용을 바탕으로 15일에는 노들야학 교사들이 노들야학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대피의자와 수동휠체어를 이용한 대피요령을 익혔다.

 

네 명씩 짝을 이루어 대피의자와 수동휠체어를 계단 아래로 옮기는 연습을 했다. 그러나 계단 7개를 오르내리는 것도 매우 힘겨웠다. 처음 접해보는 것이기도 했지만 대피의자와 수동휠체어를 드는 데 많은 힘이 필요했다. 한 명을 대피시키는 것도 매우 힘겨워보였다. 교사들은 서로 호흡이 맞지 않았고, 긴급한 순간에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보였다.

 

노들야학 학생들은 마로니에 공원에 천막을 치고 그 안에 연기를 채우고 비상구를 따라서 대피하는 연습을 했다. 천막 안이 어두웠고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어 학생들은 대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진짜 화재 상황처럼 불길이 치솟지는 않았지만, 어둠만으로도 두려워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천막을 빠져나오자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이날 화재 체험에 참가한 이호연 노들장애인야학 학생은 “비상구가 글씨로만 표시돼 있어서 글씨를 모르는 사람들은 비상구인지 잘 몰랐을 것 같다”며 “그림이나 화살표 등으로 비상구를 표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비상 상황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 일을 계기로 화재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생긴 것 같다”며 “정말 화재가 났을 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걱정했다.

 

화재 체험이 끝난 후 학생들은 고층 아파트에서는 어떻게 대피를 해야 하는지, 화재 시 응급 알리미 버튼을 어떻게 누를 수 있는지, 글씨를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재난문자를 읽을 수 있는지 등등 걱정거리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 물음에 전문가들은 선뜻 답변하지 못했다. 전문가들도 ‘장애인에 닥친 재난’은 여전히 답을 찾을 수 없다고, 함께 찾아가자고 했다.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겠노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재난 시 장애인을 위한 대피방법을 찾는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의 관심도 부족하다고 했다. 여전히 장애인들은 남겨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은 유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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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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