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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한 최중증 발달장애인 9명, 어떻게 살고 있을까?
‘탈시설지원법’ 제정 촉구 릴레이 기고 ①
등록일 [ 2019년11월25일 15시50분 ]

[편집자 주] 지난 7월, 장애인 탈시설 지원 방안을 담은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021386, 윤소하 정의당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에 발의되었습니다. 개정안은 장애인이 집단 거주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 보편적 주거공간에서 통합되어 사는 삶이라고 규정하면서, 탈시설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에 관한 책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탈시설은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요원한 일입니다. 탈시설은 단순 거주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장애인거주시설 중심의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이기 때문입니다.

 

20대 국회의 끝자락에 발의되어 이번 국회에서 제정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장애인 탈시설 법안의 중요성과 의미를 짚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입니다. 이에 장애인 탈시설과 관련한 릴레이 기고를 연재합니다. 이번 논의를 통해 21대 국회에서 진전된 논의와 성과를 바라봅니다.


지난 7월, 국회에 탈시설 지원 내용을 담은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윤소하 정의당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되었다. 개정안은 시설 거주 장애인이 시설을 나와서 지역사회의 보편적 주택에서 사생활과 자유를 보장받으며 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담고 있다. 꼭 통과되길 바라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이해와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자신이 원하는 거주지에서 자유롭게 살 권리는 헌법에서 정한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러나 시설 거주 장애인들은 이 당연한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유지되는 이유 중 하나는 ‘중증발달장애인들은 지역사회보다 시설에서 더 안전하고 질 높은 삶을 살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과연 그러할까?

 

우리나라보다 수십 년 앞서 탈시설을 추진한 서구국가들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제기되어,  탈시설 이후 발달장애인의 삶의 변화를 추적한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이 연구들은 탈시설 이후 발달장애인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보고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필자는 지난 9월 이 분야 최고의 연구자인 미국의 성과연구소(Center for Outcome Analysis, 아래 COA) 소장 제임스 콘로이 박사와 공동으로 대구 희망원에서 탈시설한 최증증 발달장애인 9명의 삶의 변화를 추적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콘로이 박사는 1970년 미국 최초로 폐쇄된 주립시설 펜허스트에서 지역사회로 이주한 발달장애인 1,154명의 삶의 변화를 20년 동안 추적한 이 분야 최고의 연구자다.

 

대구시립희망원 전경. 빨간색으로 테두리 친 곳까지가 시립희망원 건물이다. 사진 박승원
 

희망원은 2016년 직원들에 의한 상습적 거주인 폭행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시설 폐쇄가 추진됐다. 대구시는 희망원 폐쇄를 추진하며 장애인거주시설 시민마을에서 거주하던 무연고 최중증 발달장애인 9명을 대상으로 ‘자립 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이에 따라 9명은 올해 3월 지역사회 아파트로 이전했다. 이들은 1주택당 2명이 거주하며 활동보조서비스, 주간보호센터, 사례지원서비스를 받으며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당초 대구시는 이들을 기존 관행대로 다른 장애인거주시설로 전원조치하려고 했다. 그러나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대구사람센터) 등 대구시 시민단체들의 강한 반대와 제안으로 국내 최초 시설 거주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시범사업이 시행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추진된 시범사업 성과를 검증하고, 지원과제를 찾으려는 대구사람센터의 의뢰로 실시되었다.

 

우리 연구팀은 COA가 개발하여 40년간 세계 전역에서 사용된 ‘거주서비스에서의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 추적을 위한 성과 측정 도구(PLQ)’를 사용하여 ‘시설 거주 당시 또는 퇴소 직후’와 ‘자립 후 6개월이 경과된 조사시점’의 삶의 변화를 측정하고, 탈시설의 의미와 변화 내용에 대한 간략한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과연 대규모 시설에서 지역사회 아파트로 이전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과 6개월 만에 건강 상태, 적응행동과 도전행동 등 행동 특성, 삶의 질, 사회통합, 자기결정, 가까운 관계 등 인간의 삶의 질을 이루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놀라운 개선이 이뤄지고 있었다. 다음은 이번 조사 결과를 간략히 요약한 것이다.

 

- 시설에서는 한 달에 한 번도 안 했는데… 이제 ‘일상이 된 외출’

 

이번 조사에 참여한 9명(남성 4명, 여성 5명)의 연령대는 40대 4명, 50대 3명, 60대 2명이었다. 장애 특성은 세부적인 장애유형표를 활용하여 확인한 결과, 중증의 지적장애와 언어장애 이외에도 모두 13가지에 해당하는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중복하여 가지고 있었다.

 

사회통합의 변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식료품점, 식당, 쇼핑센터 등 일반 대중들이 가는 16가지 장소에 당사자가 한 달 평균 얼마나 자주 가는지’를 질문하여 비교했다. 분석 결과 시설거주 당시 0회에서 탈시설 이후 41.8회로 크게 증가했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당사자의 삶에 관한 선택과 자율성’을 비교 분석하기 위해 ‘쇼핑할 때 어떤 음식을 살 것인지? 옷가게에서 어떤 옷을 살 것인지? 저녁식사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 휴식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지?’ 등 27가지 일상생활의 결정목록을 지원자와 당사자 중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비교하였다. 분석결과 시설거주 당시 0에서 지역사회 이전 후 24.7로 증가했다.

 

‘삶의 질’ 측정은 ‘건강, 행복, 관계 등 16가지 삶의 영역에서의 질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질문했다. 그 결과 시설거주 당시 19.6에서 지역사회 이전 후 70.5로 크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응행동은 움직임, 개인의 위생, 위험 대비 등 인간이 자신의 필요를 돌보는 능력으로 사회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능력이다. 적응행동의 정도는 시설 퇴소 직후 13.5에서 조사당시 18.0로 증가했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발달장애인의 도전행동은 흔히 이유 없는 울음, 자해, 공격행동 등 자신과 타인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을 말한다. 도전행동으로 분류되는 20개의 행동 변화를 측정한 결과, 시설 퇴소 직후 11.7점에서 조사당시 7.4점으로 낮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난 3월, 세종시 보건복지부 건물 앞에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법’ 제정을 촉구하는 초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사진 박승원
 

- 탈시설, 잃어버린 나의 이름을 찾는 시간

 

당사자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하는 활동지원사와 자립생활센터 주거 코디네이터들은 당사자들에게 탈시설은 ‘환생’과 같다고 했다. 탈시설 이후 강민(가명) 씨는 자신의 본명을 찾았고, 어려서 헤어진 가족에 관한 기억을 되살려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강민 씨는 희망원에서 거주해온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성과 이름으로 불렸다. 나영 씨는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었지만 아무도 나영 씨가 이름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지원자들은 ‘탈시설 이후 모든 당사자들의 건강이 개선되고, 표정이 밝아졌으며, 싫고 좋음 등 의사 표현 능력과 사회성이 향상되었고, 가벼운 일상생활 및 가정생활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밝아진 표정과 심리적 안정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당사자들의 변화에 관한 지원자들의 이야기 중 몇 가지를 추린 것이다.

 

“처음엔 거실에서 주무시다가 이제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주무세요. 희망원에서는 아무 데서나 소변을 누셨는데 이제는 화장실에서 소변처리를 합니다.” (연구참여자 5 활동지원사)

 

“공격적 행동이 지금은 전혀 없어지고 인사를 하시기 시작했어요.” (연구참여자 6 활동지원사)

 

“처음에는 많이 울고, 낯선 사람에 대해 경계심이 심했고 자신의 몸을 터치하는 것을 싫어하셨으나 지금은 울음, 터치, 싫어하는 것이 없어졌어요.” (연구참여자 2 활동지원사)

 

“말씀을 못 하셨다가 ‘영미’, ‘친구’라는 단어를 사용하시고, 지시단어를 빨리 알아차리셔요. 예전에는 지시를 따르는 것이 어려우셨어요.” (연구참여자 1 후견인)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서구에서 이뤄진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탈시설 이후 변화가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란 점을 말해준다. 서구에서의 연구와 이번 희망원 연구결과가 말해주듯, 탈시설은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보편적인 친구를 사귀는 것, 관계를 형성하는 것, 주변 공동체의 ‘한 부분’이 되는 것, 의미 있는 일상생활을 하는 것,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할 약간의 돈을 갖는 것, 선택과 결정을 하는 것, 보다 독립적으로 그 자신의 삶을 사는 것 등을 의미한다.

 

이 당연한 권리를 시설에 거주하거나 시설에 가야 할 위기에 있는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우리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며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이를 위해 탈시설지원법이 꼭 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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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경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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