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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도 못 받는데 초과노동은 밥 먹듯이… “인권운동, 지속할 수 있을까?”
인권활동가 평균 월급 168만 원, 상근활동가 절반이 하루 9시간 이상 근무
‘인권활동가’라는 무거운 타이틀, 제도권에서는 소용 없어 한숨만
등록일 [ 2019년11월29일 20시07분 ]

28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인권중심사람 다목적홀에서 인권재단사람 등은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한 활동가 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발표회를 열었다. 사진 이가연

 

지난 7월에 열린 박종필 감독 2주기 추모포럼 ‘활동가 건강권 포럼’ 이후 활동가의 건강권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최근 인권활동가들이 열악한 임금과 초과 노동에 처해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권재단사람과 평등과연대로!인권운동더하기는 공동으로 기획단을 구성하여 활동가의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한 필요한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2019년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한 활동가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2015년, 인권재단사람이 진행한 ‘인권활동가 활동비 처우 및 생활실태 연구’에 이어 두 번째로 이뤄진 인권활동가 조사이다. 

 

이에 28일, 인권재단사람 등은 서울 마포구 인권중심사람 다목적홀에서 결과보고회를 열고, 설문조사를 통해 밝혀진 인권단체 및 인권활동가들의 현황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도출된 결과를 발표하고 이에 대한 고민을 함께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번 조사는 2019년 6월부터 총 10명으로 구성된 기획단이 71개의 인권단체와 125명(상근 108명, 반상근 17명)의 인권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로 이뤄졌다. 이와 더불어 개개인의 구체적인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20명의 인권활동가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했다.

 

오정민 인권재단사람 활동가가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활동가 평균 월급은 168 , 인권단체 44% 최저임금 미만 지급

 

설문조사 결과는 암담했다. 많은 인권단체가 적은 인력과 부족한 재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활동가는 4대보험 없이 최저임금 미만의 저임금으로 초과근무를 하는 등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고 있음이 밝혀졌다. 

 

조사에 응답한 단체 중 절반 이상이 2인 이하의 상근활동가가 근무하고 있지만, 월평균 정기후원금은 약 334만 원이었다. 후원금 외에 부가적인 수익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금액 안에서 활동비, 운영비, 공간임대료 등 큰 비용을 해결해야 한다. 

 

오정민 인권재단사람 활동가는 “인권단체들은 활동 인력이 적어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는데 그중 가장 특징적인 점은 상근·비상근활동가 외 △비상근 상임활동가△자원활동가△활동회원”이라며 “조사대상 인권단체 중 62%가 비상근 상임활동가와 함께 활동하고 있으며, 70%가 자원활동가와 활동회원을 통해 인력을 보충하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비상근 상임활동가는 단체에서 상근 또는 반상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단체 운영을 공동으로 책임지고 그에 맞는 역할을 하는 활동가이다.     

 

인권단체가 지급하는 활동비도 굉장히 적었다. 설문에 응답한 인권단체 중 약 44%가 여전히 최저임금 미만의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오 활동가는 “2015년 조사에서는 최저임금 미만의 활동비를 주는 단체가 69%에 육박했을 만큼 열악했지만, 그동안 인권단체들이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하여 활동비를  최저임금 미만으로 하는 단체들이 전보다 줄었다”고 분석했다.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활동가의 월평균 활동비는 약 168만 원(상근활동가 약 181만 원, 반상근활동가 약 80만 원)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오 활동가는 “활동가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최소 활동비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45%가 약 200~250만 원 정도를 측정했다”라며 “최저임금 전후의 활동비가 지급되고 있는 현실에서 활동가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활동비와의 간극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활동가들에게는 저임금뿐만 아니라 초과 근무도 일상이 되어버렸다. 상근활동가 중 하루 평균 실제 근무시간이 ‘9시간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1%에 달했다. 나아가 상근활동가 응답자 중 약 31.5%가 일주일에 6일을 근무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상근활동가의 절반 이상이 초과 근무를 하고 있으며, 30% 이상은 주말까지 반납하면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인권단체는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0.7%)을 차지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60% 이상의 단체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있지 않은 점도 확인되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이유에는 △근무활동가가 없어 작성할 필요를 못 느껴서 △대표와 고용 관계가 아닌 활동가 중심의 단체라서 필요를 못 느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대부분의 인권단체들은 열악한 재정을 대신해 복지제도로서 안식년이나 안식월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오 활동가는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안식년 및 안식월 제도가 있다 해도 그 기간에 실상 쉬지 못하거나 쪼개서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가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활동가, 최저임금도 받는데월평균 기부금은 대한민국 국민의 3 이상

 

한편, 단체 재정이 불안정하고 최저임금에 준하는 활동비와 같은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활동가들은 5년 후에도 계속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냐는 질문에 76%가 지속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인권운동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고 응답한 활동가 중에는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정도의 수입’을 이유로 꼽은 경우가 36.7%로 가장 많았으며, ‘노동시간이 길고 개인 시간의 부족’(33.3%), 그리고 ‘장기적으로 활동의 전망이 보이지 않아서’(30.3%) 순으로 그 이유를 택했다. 

 

활동가들은 최저임금에 가까운 활동비에도 대한민국 국민 월평균 기부액보다 3배 이상 높은 기부금을 지출하고 있었다. 활동가 응답자 125명 중 단 한 명을 제외한 99.2%가 현재 기부를 하고 있으며, 월평균 기부금액은 약 9만 원이라고 답했다. 이는 월평균 활동비 168만 원 중 5.4%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통계청이 집계한 2017년 국내 기부자의 월평균 기부액보다 3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활동가들의 기부금 지출 현황 조사를 듣고 이날 참석한 많은 활동가들이 크게 공감하며 탄성과 한숨을 쏟아냈다. 정민석 인권재단사람 사무처장은 “활동가들은 서로의 어려움을 더 잘 알고 있기에 많은 단체에 후원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씁쓸함을 표현했다.

 

인권활동가라는 무거운 타이틀, 제도권에서는 아무 쓸모 없었다  

 

민선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올해 7월부터 진행된 20명의 개별 심층인터뷰 결과를 발표했다. 민선 활동가는 “인권활동가라는 이름의 무게 때문에 인터뷰 참여를 주저한 사람들이 많았다”라고 밝히며 “인터뷰에서도 인권활동가로서 평생을 몸 바쳐 윤리적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는 강박감을 토로한 경우가 많았다”라고 전했다. 

 

민선 활동가는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어렵게 하는 개인적 요인에 건강을 꼽았다. 그는 지난 7월 박종필 감독 2주기를 맞아 열린 ‘사회운동 활동가 건강권 포럼’을 언급하며 “이번 심층 인터뷰에서도 활동가들은 건강과 소진에 관한 어려움을 많이 토로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인터뷰 사례 중에는 건강에 적신호가 와서 그만둘지를 고민 중이거나, 곁에서 활동하던 동료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단체 내부적으로 활동가들의 건강을 되돌아본 경우도 있었다. 

 

또한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어렵게 하는 조직적 요인에는 열악한 재정구조가 있었다.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결국 단체의 재정구조 개선이 필요하나, 대부분의 인권단체는 고용-피고용 관계로 설명될 수 없기에 활동가 스스로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인터뷰에서 활동가들은 “활동도 해야 하고 돈도 벌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다. 실제로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많은 응답자가 인권활동가로서 ‘회원 확대와 재정마련을 위한 모금 역량’을 갖추고 싶어 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활동가들이 청중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인권단체의 특수성에 따라 어려움도 달랐다. 인터뷰에 참여한 청소년 인권단체 활동가의 경우, 청소년 운동이 일시적이고 한때 하는 운동으로 치부되는 문제로 인해 지속가능한 청소년인권운동을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난다 활기 활동가도 비슷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10대부터 청소년인권운동을 시작했는데 20살이 되었을 때 언제까지 청소년운동을 할 거냐는 질문을 받았다”라며 “청소년 운동을 미성숙하다고 여기는 인식으로 인해 관심이 적고, 활동가 당사자가 청소년인 경우가 많아 경제적 능력이 없으며, 심지어 자기 명의의 계좌조차 없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편, 이날 발표에서는 인권단체가 제도적 지원을 받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도 제기되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서울시에는 공익활동가를 지원하는 조례(서울시 시민사회 공익활동가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있지만, 인권의 영역에서는 이러한 제도와의 딜레마가 생길 수 있다”라고 회의감을 내비쳤다. 박 상임활동가는 “최근 인권과 관련한 의무 교육이 많아져서 강의하려 해도 활동가로서의 나의 경력은 제도권에서 증명되지 않아 아무 쓸모가 없었다”며 “유일한 자격증은 운전면허증밖에 없었다”고 자조했다. 이어 “인권활동이 경제적으로 열악하고 어려운 문제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인권활동가로서 역량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제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인권재단사람 등은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인권운동의 특수성을 고려한 지원 △인권활동가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과 네트워크 확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살피고 조직문화를 점검할 필요성 △인권활동가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의 확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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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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