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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센터 죽이기’ 개악 발표한 경기도, 거주시설에는 예산 펑펑
경기도 ‘IL센터 자부담 5% 못 내면 예산 안 줘’ 지침 발표했다가 뭇매
예산 동결로 IL센터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데… 거주시설에는 예산 퍼주기
등록일 [ 2019년12월02일 14시20분 ]

경기도가 2021년부터 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IL센터)에 5% 자부담을 의무화하고 이를 부담하지 못하는 IL센터에는 지원 자체를 끊어버리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 장애인단체는 최근 면담에서 이러한 내용의 지침을 보류하고 협의체를 꾸려 함께 논의하기로 했으나, 장애계는 ‘단지 대화할 테이블이 꾸려진 것일 뿐’이라며 경계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문제의 기저에는 장애인복지의 중심축이 여전히 거주시설에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장애인복지예산의 상당 부분을 거주시설에 흘려보내며, 그 과정에서 자립생활 예산은 자연스레 억제하며 깎아내고 있었다.

 

- 전국에서 장애인거주시설이 가장 많은 경기도

 

경기도에는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장애인거주시설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경기도에는 214개(전국 대비 20.70%)의 장애인거주시설이 있다.

 

경기도는 시설이 제일 많은 지역인 만큼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을 위한 IL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해 설립·운영되는 IL센터는 재가장애인 및 탈시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정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또한 ‘탈시설’을 국정과제로 내세울 만큼 탈시설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그러나 최근 경기도에서 이러한 흐름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지난 10월 25일 ‘장애인자립생활지원 사업설명회’에서 경기도는 △2020년 IL센터 보조금 동결 △2021년부터 5% 자부담 의무화 △인건비와 운영비에 대한 상한선 책정 △센터장 퇴직적립금 지급 불가 등을 담은 지침을 발표한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경기도 장애인단체들은 ‘이는 사실상 IL센터 죽이기’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경기도가 지난 10월 25일 '2020년도 경기도 장애인자립생활지원 사업설명회'에서 센터 보조금의 5%를 자부담으로 책정할 것이라고 밝힌 내용. 2020년에는 자율로 하고 2021년부터는 자부담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가장 문제시됐던 것 중 하나는 올해 새로 등장한 ‘IL센터 자부담’이다. 올해 센터 1개소당 경기도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은 1억 5548만 원. 여기서 5%면 777만 원이다. 그런데 경기도는 2021년부터 IL센터가 이를 부담하지 못하면 예산 전체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기존에 없던 내용으로 올해 경기도가 처음 내세운 조건이었다.

 

이에 대해 권달주 경기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경기협의회) 대표는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비영리단체인 IL센터는 공모사업을 통해 매년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어 자산형성이 불가능하고 수익금조차 만들기 어렵다”며 자부담을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 왜 갑자기 자부담 의무화인가?

 

경기도는 갑자기 어떤 근거로 IL센터에 대한 자부담 의무화를 내세운 것일까? 이에 대해 천성수 경기도 장애인복지과 팀장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2015년에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을 따르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2015년 12월 29일에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제54조 제3항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IL센터에 예산의 범위에서 운영비 또는 사업비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2016년 5월 17일, 경기도도 ‘경기도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조례’ 제7조 제1항을 “도지사는 인건비 등 운영비와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에서 “도지사는 예산의 범위에서 운영비 또는 사업비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로 개정했다. 경기도는 ‘일부’라는 단어가 들어갔기에 현재처럼 ‘예산 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자부담 의무화와 예산 동결을 주장하는 또 다른 이유는 IL센터가 바로 ‘민간단체’라는 점이다. 경기도는 사업설명회에서 IL센터가 사회복지법인의 장애인거주시설이 아닌, 자체재원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민간단체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정안전부의 ‘2019년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지침에서 자부담 확보 기준을 준용하여 자부담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은별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경기도에서 예로 들은 비영리민간단체의 사업은 2~3천만 원 단위의 일회성 사업이지만, IL센터는 이와 달리 10년째 연속성을 가지고 진행되는 사업”이라며 사업의 성격 자체가 다르기에 동일 기준 적용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실제 경기도는 행정안전부 지침을 근거로 자부담 의무화를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전국에서 이를 근거로 IL센터 자부담을 의무화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경기도 IL센터들은 경기도가 갑작스럽게 전례에도 없는 사업설명회를 열어가면서 지침을 발표한 이유는 ‘예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조 사무국장은 “2016년도에 경기도청을 점거 농성하면서 IL센터에 대한 예산을 국비 수준(1개소당 1억 5천만 원)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점점 예산의 파이가 커지다 보니 경기도는 센터 평가를 근거로 자부담 및 인건비 등에 제재를 걸어 관리 감독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달주 대표 또한 “작년에 경기도가 사업평가를 한 뒤 갑자기 자부담과 보조금 집행 규정을 들이댔다”라며 “IL센터들이 보조금 인상에 대한 요구를 많이 하니 압박을 통해 더는 보조금을 올려주지 않으려는 꼼수가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이어 “경기도는 IL센터들이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자립생활 이념을 알지 못하니 단지 IL센터들을 관리·지시만 할 뿐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 자립생활 예산 동결로 IL센터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데… 거주시설에는 예산 펑펑

 

하지만 정작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에 관한 경기도 예산은 수년째 동결된 상태다. 이 때문에 현재 IL센터들은 인건비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 권 대표는 “경기도가 2017년부터 보조금 예산을 동결하여 IL센터 활동가들은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다. 경기도는 이러한 사정을 다 알고 있으면서 앞장서서 노동법 위반을 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는 물가 인상으로 인한 자연증가분조차 반영하지 않은 채, 내년도 IL센터 보조금 예산을 또다시 동결시켰다. 그리고 전체 예산에서 사업비 비중을 15% 이상 책정하도록 했다. 나머지 85% 내에서 인건비와 운영비를 해결해야 하니, 내년에도 IL센터 활동가들은 최저임금조차 받을 수 없다.

 

그런데 경기도는 정말 돈이 없는 것일까? 2019년 경기도의 장애인복지과 예산을 살펴보면 장애인복지예산 상당 부분이 장애인거주시설로 흘러 들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기준으로 거주시설 관련 예산은 16.28%(약 718억 원)를 차지하는 반면, 탈시설-자립지원 예산은 3.15%(약 138억 9천만 원)에 불과하다. 거주시설에 관한 예산이 탈시설-자립지원 예산보다 약 5배 이상 높다. 이에 대해 조현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국장은 “경기도는 여전히 시설 중심의 장애인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탈시설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약과는 상반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2019년 경기도 장애인복지과 주요 예산 내역
 

경기도의 거주시설에 대한 방만한 운영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경기도 오산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성심동원 산하 장애인거주시설에서는 인권침해가 반복되어 발생했지만, 최근 5년간 해당 법인에 국비 109억 5천만 원이 지원된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당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애인 인권침해의 현장에 국민의 혈세가 대규모로 쓰인다는 것은, 행정당국이 장애인 인권침해를 방조하고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기도는 성심동원 시설 폐쇄와 탈시설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계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거액의 국비가 흘러 들어가게 방치하면서, 정작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 지원을 위한 IL센터의 숨통은 조이고 있는 것이다.

 

거주시설에 대한 경기도의 ‘너그러운 태도’는 과거 ‘개인운영신고시설 법인설립 기준 완화’ 정책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과거에는 자산 10억 원이 있어야 거주시설 운영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으나, 지난 2017년 10월 경기도는 장애인 20인 이하 시설은 3천만 원, 21인 이상 시설은 5천만 원의 자산만 있으면 법인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대폭 완화했다. 법인  시설이 되면 운영비 전액을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당시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사회복지법인 설립 허가 완화는 시설을 양산하고 탈시설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며 격렬히 반대했다.

 

- 협의체 구성 약속했지만 낙관할 수 없어, 벌써 내년 자립생활 예산 싹둑

 

지난 11월 25일, 경기도와 경기협의회 등 지역 장애인단체는 논란이 된 지침과 관련해 협의체 구성을 논의했다. 권 회장은 “경기도는 문제가 된 지침 내용은 보류하기로 했으며 향후 협의체에서 논의 및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지침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고 전했다. 권 회장은 총 12명으로 구성될 협의체 중 과반수는 IL센터 측 당사자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경기도 장애인복지과, 도의원, 경기도복지재단, 전문가 등으로 채워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12월 20일 경기도의회 예결위가 열리기 전에 첫 모임을 한 뒤 분기별로 한 차례씩 만나 논의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권 회장은 ‘협의체는 단지 대화를 위한 테이블 구성’에 불과하다며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기뻐할 순 없다고 정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협의체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중앙정부에서도 장애등급제 폐지 등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였지만 결국 ‘말장난’에 그치지 않았나. 그렇게 진행된다면 아무 의미 없다. 협의체 진행은 IL센터 예산 확대를 전제하고서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은 결국 ‘예산 문제’라며 경기도가 탈시설 흐름에 맞춰 과감하게 장애인자립생활을 위한 예산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권 회장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IL센터에 서울시비와 자치구 예산을 합해 최대 2억 4천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2016년에 ‘경기도 IL센터 지원은 국비에 준한다’고 장애계와 협의하면서 현재 1개소당 1억 5천만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중앙정부 예산이 동결되니 자연스레 경기도비 예산도 여기에 묶인 것이다. 권 회장은 “IL센터 사업은 다 똑같은데 어떻게 지역별로 이렇게 차등을 둘 수 있느냐”면서 갑갑해 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내년 상황도 낙관할 수 없다. 권 회장은 “현재 경기도의회에서 예산을 심의 중인데 자립생활 예산이 줄줄이 삭감되고 있다”면서 “내년에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막막한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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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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