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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21대 국회에서는 제정될 수 있을까?
심상정 의원, “21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차별금지법’ 발의하겠다”
혐오의 정치에 굴복하고 방조한 여당의 책임 커… 21대 국회 대비할 구체적 전략 필요해
등록일 [ 2019년12월05일 18시54분 ]

4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및 심상정 의원실 등은 오전 9시 30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의 추진 방안을 논의하는 ‘2019 차별금지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이가연

 

21대 국회에서는 과연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수 있을까? 멈춰버린 차별금지법 시계 앞에서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국회에 모여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했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되었다. 이후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강한 반발로 성적 지향, 병력, 학력, 가족형태 등 7개의 차별금지 사유가 삭제된 채 재발의 되었지만 해당 법안마저도 17대 국회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2008년, 2011년 그리고 2012년에도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자진 철회되었다. 현재 임기가 끝나가는 20대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이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게다가 차별금지법 제정의 지연이 장기화하는 와중에 최근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등 44명의 국회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는 등 성소수자를 노골적으로 차별·혐오하는 내용의 개악안을 발의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차별금지법이 오랜 기간 제정되지 못한 주된 이유에는 바로 ‘성적 지향’이 있다. 기독교 단체들은 ‘성적 지향’이 차별금지사유에 포함되는 것을 경계하며 이 같은 사유가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야를 막론하고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마저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기독교 단체들의 극렬한 반응에 눈치를 살피며 철회한 전례도 있다.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심상정 의원, “21 국회 1 법안으로차별금지법발의할

 

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하는 가운데 4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아래 차제연) 및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 등은 오전 9시 30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의 추진 방안을 논의하는 ‘2019 차별금지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20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발의조차 되지 못한 점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부터 21대 총선을 앞둔 현 상황에서 앞으로의 전략을 고민하는 논의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토론회를 주최한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한 이유로 ‘국회의 잘못’을 꼽았다. 심 의원은 “주변의 반대가 있다고 해서 법안을 철회해서는 안 됐었다”라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의당에는 21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차별금지법을 발의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또한 “차별금지법은 인권에 관한 보편적이고 당연한 법안이지만 발의도 못 하고 있다”라며 “단순히 발의나 상징적인 조치에 의미를 두는 것보다는 입법을 위한 구체적이고 정치적인 노력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현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보수개신교 성향의 엘리트 지식인들, 혐오를 합리적 지식처럼 포장

 

뒤이어 이어진 발제에서는 김현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이 ‘보수개신교의 차별금지법 반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나갔다.

 

김 연구원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하는 이유는 보수개신교가 구조적으로 폐쇄되고 그 안에서 혐오문화를 확대·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조직화된 단체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교단체나 지역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공동체에서 가지고 있는 담론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 연구원은 혐오 선동조직과 더불어 종교 엘리트 및 지식인들이 혐오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일상의 암묵적인 차별과 혐오를 마치 합리적인 지식처럼 극우-보수 개신교가 언어화하고 있으며, 보수개신교 성향의 연구학술지를 통해 재생산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이와 같은 혐오 담론은 연구학술단체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의 세련된 형식의 발언으로도 퍼져나간다. 국회의원과 혐오 선동에 앞장서는 시민단체가 함께 차별금지법에 반대하거나 반동성애에 관한 포럼을 국회에서 개최하는 등 종교와 정치가 긴밀하게 담론을 교류하며 논리를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야당 국회의원의 주관으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토론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버젓이 열려 여론의 지탄을 받은 바 있다. 2일, 송의경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의 주최로 ‘바른인권여성연합’의 창립을 기념하는 토론회에서는 교수, 시민단체 등이 참가해 ‘동성애 탓에 에이즈가 확산된다’는 거짓정보를 공유하거나 다양한 성정체성을 부정하는 발언들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포럼장에서는 성소수자 혐오에 대한 비판 기사를 작성한다는 이유로 ‘오마이뉴스’, ‘뉴스앤조이’ 기자의 출입을 공개적으로 저지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성평등 상당히 듣기 거북" 국회에서 벌어진 '혐오' 포럼)

 

이어서 김 연구원은 “극우-보수개신교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은 차별이 아니며 오히려 차별금지법이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며, “성소수자를 단순히 혐오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사회적 억압을 계속 반추해 본 결과 고통의 원인이 성소수자 혹은 좌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보수개신교 내에서도 중간자적인 입장이 존재한다. 김 연구원은 “차별금지법을 이야기 할때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동성애=죄’라는 교리 때문에 성적지향에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라며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위해) 온건적 입장을 취하는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차별금지법 제정이 어려워진 책임은 민주당에 있어혐오의 정치에 굴복하고 방조한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발제를 통해 “극우 보수세력은 동성애 혐오를 통해 정치적 결집을 하는 와중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들의 혐오를 방조한 채 오히려 굴복하는 입장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압승이 예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평등’이라는 단어는 금기시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당시, 기독교 인사와의 만남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의사를 피력했고, TV 토론회에서는 동성애 반대 의사를 표현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2017년 12월 여성가족부는 제2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대해 보수 기독교 단체가 항의하자 “양성평등과 성평등을 혼용하고 있으며 성소수자나 동성애자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관련 기사 : '양성평등→성평등' 바꾸려 하자…일부 기독교계 반발) 지난 9월에는 국가인권위원장조차 2020년 총선 때까지 차별금지법을 거론하지 말라고 해 큰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혐오의 정치가 확산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어려워진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라며 “이 와중에 그 부메랑은 여성과 성소수자가 감내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하나은행이나 서울메트로와 같은 수많은 공기업과 사기업에서 여성의 능력이 월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을 조작해 여성을 떨어뜨리는 사례가 있었다”면서 “벌금은 고작 300만 원에 불과했다”라고 탄식했다. 채용절차 상의 성차별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남녀고용평등법상 ‘채용상 차별 금지조항 위반’으로 최고 벌금 500만 원 부과에 그친다. 그러나 이마저도 채용절차 서류를 폐기하여 증거를 은폐하면 3년간 서류보존의무 위반으로 과태료 300만 원에 불과한 금액만 내면 된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2월 ‘성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하였지만 반대의 목소리로 인해 철회된 바 있다. 반동성애를 주장하는 단체는 ‘성차별 금지법’ 또한 소위 ‘동성애 차별금지법’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며 반대했다.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해 이 대표는 “여성 및 성소수자 등의 연대에 기초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 없이 개별적 성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오히려 비현실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혜 뉴스앤조이 기자가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차별금지법 제정, 패배주의를 넘어 21 국회에 대비할 구체적인 전략 필요해

 

뒤이어 이어진 발제에서 김만권 연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차별금지를 법률의 수준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구현해야 한다고 보았다. 김 연구원은 “현재 우리 헌법 상 평등조항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채 그 내용에서 소수자에 차별적이거나 모호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헌법 제36조의 ‘양성평등’ 규정은 의도치 않게 성평등, 가족 형태에 있어 차별적인 규정이 되고 있다”면서 “헌법 개정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언젠가 개헌의 절차가 다시 찾아온다면 소수자의 기본권을 명백하게 헌법에 명문화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조광수 정의당 차별금지법추진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토론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앞으로의 기대를 밝혔다. 김조 위원장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너무 패배적인 시각을 가진 것은 아닌지 고민이 든다”면서 “발의조차 되지 않았던 20대 국회를 겪은 탓에 법 제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지만, 패배주의를 넘어 21대 국회에서는 어떻게 법을 제정할지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여론의 형성도 중요하지만,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21대 국회를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국회에서 교섭단체를 만든다면 정의당 혹은 민주당 중심이 될지, 그리고 어느 국회의원과 어떤 준비를 할 것인지 등 이후의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날 토론에서는 차별금지법을 다루는 언론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오갔다. 이은혜 뉴스앤조이 기자는 “한국 개신교계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이 있을 때마다 기독교 계열의 언론은 확인 없이 목사들의 말을 그대로 싣는 ‘따옴표 저널리즘’을 실천했다”라며 “허위·왜곡된 정보들이 목사의 입에서 나오면 교계 언론이 이를 그대로 받아 적었다”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차별금지법 이슈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똑같이 목소리를 실어주는 것이 사회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라며 “누군가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뉴스앤조이’는 2016년 이후 반동성애 세력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그대로 싣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따라서 그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안에서 기계적 중립은 겉으로만 공정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와 같은 보도는 누군가의 삶을 볼모로 한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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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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