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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맞춤형 서비스=지원주택’, 장애인자립생활의 새 모델 될까?
서울시 전국 최초로 지원주택 시작, 프리웰 탈시설 장애인 지역주민으로 첫발
자립생활의 새 주거 모델로 주목받는 ‘서울시 지원주택’ 점검
등록일 [ 2019년12월19일 11시23분 ]

[편집자 주] 지난 2일,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장애인 지원주택을 선보였습니다. 지원주택은 기존에 공공에서 주택만 제공하던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공임대주택에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는 새로운 주거모델입니다. 지원주택으로 장애계는 최중증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실제 이번 서울시 지원주택으로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산하 향유의집에 있던 장애인 32명이 탈시설했습니다. 2009년 같은 시설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문제를 고발한 ‘마로니에 8인’의 투쟁으로 탈시설 제도의 초석을 놓은 지 10년만입니다.

 

비마이너는 두 차례에 걸쳐 서울시 지원주택 제도를 살펴봅니다. 탈시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주택 제도를 점검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에 사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충현복지관 지원주택 시범사업을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물리적 주거 제공을 넘어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뿌리내리고 살기 위해 우리 사회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논의하고자 합니다.

 

① ‘주거+맞춤형 서비스=지원주택’, 장애인자립생활의 새 모델 될까?
②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어떻게 ‘잘’ 지원할 수 있을까?

 

지난 2일 서울시 장안동 주택가는 10명의 새 입주인을 맞이했다. 새 입주인 10명은 길게는 33년, 짧게는 11년간 김포 소재 향유의집에서 서울시 ‘지원주택’으로 거처를 옮긴 탈시설 장애인들이다. 장안동 지원주택 입주자를 환영하고 있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의 모습. 사진 허현덕
 

“장안동 뉴 페이스, 환영합니다!”

 

지난 2일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 주택가는 10명의 새 입주인을 맞이하느라 떠들썩했다. 이들은 길게는 33년, 짧게는 11년간 김포의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산하 향유의집(구 석암재단 베데스다요양원, 아래 프리웰)에서 살다가 이날 서울시 지원주택으로 거처를 옮긴 탈시설 장애인들이다. 같은 날, 구로구 오류동(10명), 양천구 신정·신월동(12명)에 있는 지원주택에도 탈시설 장애인들의 입주가 이뤄졌다. 총 32명이 24호의 지원주택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입주 날, 서울시는 장안동 지원주택에서 설명회를 열고 전국 최초로 선보인 지원주택의 시작을 알렸다. 지원주택은 육체적·정신적 장애로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안정적 독립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저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공급되는 주택에 주거상담, 일상생활관리, 의료지원, 심리정서치료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결합한 공공임대주택이다. 주거 제공과 함께 복지서비스를 지원하여 최중증장애인도 지역사회에 거주할 수 있는 탈시설 주거모델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12월 안에 장애인 지원주택 44호를 추가 공급하고, 오는 2022년까지 278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날 장안동 지원주택에 입주한 지체장애인 이규석(56) 씨는 누구보다 이사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는 “모든 것이 좋다”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자립생활 ‘반대파’였던 그는 33년간 머물렀던 향유의집을 고향이라 여기며 살았기에 떠나기 싫어했다. 그러나 지원주택에 대한 사업설명회를 듣고 ‘찬성파’로 돌아섰다. 지원주택 입주가 결정된 후부터는 들뜬 마음에 만나는 사람마다 언제 이사 가는지 물을 정도였다. 이 씨는 이사 첫날 전입신고를 마치고 장안동 주민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는 이제 근처 교회도 가고, 마음껏 노래도 부를 수 있다며 기뻐했다.

 

지난 2일 이규석 씨(주황색 모자)가 행정복지센터에서 전입신고를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 허현덕
 

- 지원주택, 장애인 당사자 명의로 계약하고 맞춤형 서비스 지원까지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주택이다. 시설에 있던 장애인 대부분은 무연고자이거나 가족 관계가 단절된 경우가 많아 원가정으로의 복귀는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제까지 탈시설 장애인들의 주거는 ‘자립생활체험홈(자립생활주택)’을 중심으로 제공됐다. 그러나 체험홈은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임시 거주공간’일 뿐이다. 거주기간이 한정되어 있어(체험홈 3년, 자립생활주택 7년) 이후에는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이주해야 한다. 또한, 계약주체가 지자체에서 체험홈 운영사업을 위탁받은 기관이기에 거주하는 장애인 명의의 주택이 아니다.

 

서울시 지원주택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주거 불안정성을 보완했기 때문이다. 지원주택은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주거 계약을 체결하여 계약 주체가 되며, 거주기간은 최장 20년까지 보장하고 있다. 또한, 본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도 자택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단, 지원주택에 입주하는 장애인 당사자는 집 보증금과 월세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가 탈시설 장애인에게 주는 자립정착금(1,200만 원)으로 보증금을 해결할 수 있다. 보증금은 사람에 따라 300~3000만 원까지 다양하며, 일부 입주인의 경우 부족한 보증금은 대출을 받거나 원가정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월세는 보증금에 따라 다른데 최대 월 40만 원까지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입주인 대부분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생계급여와 주거급여에서 생활비, 월세 등을 부담할 예정이다.

 

입주인의 맞춤형 서비스 지원을 위한 주거코디네이터 배치도 지원주택만의 특이점이다. ‘2019 서울시 장애인 지원주택 운영가이드’에 따르면 주거코디네이터는 △입주인의 입주지원 및 상담 △주택시설관리 지원 △공과금 및 월세 연체 관리 △입주인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사회복지서비스 지원 △의료 및 건강관리지원 △취업상담 및 자립지원 △지역사회 커뮤니티 연계 △각종 공공·사회복지서비스 등에 관한 전반적 업무를 맡게 된다. 서울시는 “주거코디네이터는 중증장애인의 지원서비스를 위해 설거지, 분리수거 등의 일상생활 지원과 투약관리, 은행업무, 금전관리를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주거코디네이터는 지원주택 내에 별도로 마련된 ‘커뮤니티 공간’에서 낮에는 업무를 보고, 심야에는 입주인의 응급 상황에 대비해 머무른다. 현재 장안동 지원주택은 4명의 주거코디네이터가 일하고 있다. 서울시 지원주택 서비스제공 기관인 프리웰이 인력과 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한다.

 

장안동 지원주택은 휠체어 이용자의 접근성과 사용 편리성을 고려해 공간 수리도 이미 마쳤다. 현관과 욕실 문턱은 제거했으며 화장실 변기, 세면대, 샤워기 등의 위치도 변경했다. 미닫이문으로 휠체어이용자도 쉽게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으며, 블루투스를 이용해 자동으로 여닫을 수도 있다. 리모콘을 이용해 전등도 켜고 끈다. 거실 모서리에는 킥플레이트를 설치해 휠체어가 벽에 부딪히더라도 충격을 완화하도록 설계했다.

 

-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어떻게 지원하지?’ 고민에서 시작한 지원주택

 

그동안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은 당면 과제인 ‘거주지 해결’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점차 탈시설한 장애인이 늘어나면서 활동지원서비스와 같은 1:1 대인서비스가 자립생활 여부를 판가름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장애인거주시설에 있는 3만여 명의 장애인 중 78%가량이 발달장애인인데, 발달장애인은 활동지원 시간을 필요한 만큼 충분히 받을 수 없다.

 

이런 고민 속에서 지난 2015년 6월부터 SH공사와 프리웰은 프리웰 산하 누림홈에 사는 발달장애인 3명에게 지원주택 시범사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1년여의 시범사업이 끝난 후 활동지원, 소득 등 공적지원의 부족으로 2명은 다시 시설 내 체험홈으로 돌아가고 1명만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시가 발달장애인 주거모델로 지원주택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발달장애인 부모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지난 2016년 5월 서울장애인부모연대가 서울시청 앞에서 42일간 노숙농성을 벌이며 서울시에 발달장애인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중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주거 모델 개발’로 지원주택을 요구했다. 서울시가 이를 수용하면서 2016년 11월부터 프리웰이 15명의 장애인 지원주택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2017년에는 충현복지관에서 재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주거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이처럼 발달장애인 주거모델로서의 지원주택은 서울시의 ‘제2차 장애인거주시설 탈시설화 추진계획(18~22)’과 맞물리면서 대상자를 넓혀 장애유형과 무관하게 ‘탈시설 장애인’을 우선 입주인으로 선정하게 됐다. 제2차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5년 이내에 장애인 800명을 탈시설 시킬 예정이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장애인 거주시설 신규 입소를 금지하고 있지만, 2017년 기준으로 서울시 장애인 거주시설에는 2,657명이 살고 있다.

 

장안동 지원주택 입주자들이 활동지원사들과 바깥바람을 쐬고 있다. 사진 허현덕
 

- ‘지역과 주거지 제한’ 과제로 남아… 주거 선택권 보장한 주거모델 개발해야

 

지원주택이 새로운 주거모델로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한계점도 존재한다.

 

장안동 지원주택에 입주한 10명의 입주인들은 두 개의 빌라 단지에 나뉘어 산다. 주거코디네이터는 다른 빌라 단지에 상주하며 각종 서비스를 지원한다. 언뜻 보면 변형된 그룹홈(장애인공동생활가정)의 형태를 떠올릴 수 있는 구조다.

 

그럼에도 지원주택이 그룹홈과 다른 점은 공동생활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룹홈은 2~3인이 공동생활을 하기에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이 정해져 있고, 단체로 외출을 하거나 여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사실상 규모만 축소된 거주시설이다. 실제 지난 2011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그룹홈은 ‘장애인거주시설’로 인정되어 활동지원사도 쓸 수 없다. 반면, 지원주택 입주인들은 2명이 함께 산다고 해도 개인 공간을 보장받으며, 기상, 취침, 식사 시간 등을 본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물론 활동지원사도 쓸 수 있다.

 

김정하 프리웰 대표이사는 “시설이 점점 소규모화되면서, 일각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지원주택도 비슷하게 보일 여지가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원주택이 기존의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지원방식보다는 맞춤형 서비스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지금까지와는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현재로서는 주거 선택권이 극히 제한되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서울시 지원주택의 경우 네 곳의 지역에 장애인, 노숙인, 정신장애인 등이 입주해있다. 반면, 외국의 경우 입주인이 직접 원하는 지역과 주택을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이사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어릴 적부터 살았던 곳이나 기존 거주지에서 살아가는 게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고, 공동생활보다는 3인 이하의 가정에서 살아갈 때 안정감을 찾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지원주택이 새로운 주거모델을 제시했지만, 앞으로는 이들의 주거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주거모델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며 남은 과제를 제시했다.

 

향유의집에서 장안동 지원주택으로 옮겨진 이삿짐을 옮기고 있는 모습. 사진 허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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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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