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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가난한 가족’ 죽이는 문재인 정부 정책에 장례식 퍼포먼스
기초법공동행동, 64일 만에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청와대 농성 마무리
“정상 가족 중심의 복지는 끝났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하라”
등록일 [ 2019년12월19일 19시21분 ]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은 19일 오후 1시, 청와대 사랑채 분수 앞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위한 청와대 앞 농성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활동가들이 ‘시효만료 정상가족 중심복지’라고 적힌 액자 피켓을 들고, 이른바 ‘정상 가족’을 뜻하는 가족 동상의 모습을 액자에 담으려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이날 주최 측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 설치된 이른바 ‘정상 가족’을 뜻하는 가족 동상에 검은색 천을 씌우려 했지만 경찰과의 실랑이 끝에 저지됐다. 사진 이가연


“가난은 개인의 책임도, 가족의 책임도 아닙니다. ‘부양의무’라는 허구 속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라는 덫에 한국의 가족들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제 가족에게 떠넘기는 복지제도는 끝내야 합니다. (분수대 앞 가족 동상을 가리키며) 저 동상은 가난한 가족을 절대 대표하지 못합니다. 저 동상이 상징하고 있는 중산층·정상가족 중심의 복지제도는 이제 완전히 시효가 만료했습니다. 저희는 가난한 가족을 죽이는 이 복지정책에 대한 장례식을 치르고 싶습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아래 기초법공동행동)과 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은 19일 오후 1시, 청와대 사랑채 분수 앞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위한 청와대 앞 농성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0월 17일, ‘빈곤철폐의 날’ 문재인 정부에 부양의무자 기준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농성에 돌입한 지 64일 만이다. 이날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한국의 가난한 가족을 죽이는 복지정책에 대한 항의의 메시지로 근조 피켓을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어서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 설치된 이른바 ‘정상 가족’을 뜻하는 가족 동상에 검은색 천을 씌우려 했지만 경찰과의 실랑이 끝에 저지됐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은 19일 오후 1시, 청와대 사랑채 분수 앞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위한 청와대 앞 농성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이가연
 

‘사회적 합의’ 뒤에 숨는 문재인 정부

 

기초법공동행동 등은 기자회견문에서 “처음 농성을 시작한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공약이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계속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17년 8월, 직접 광화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농성장에 찾아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하며,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도 반복해서 그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정부 약속과 달리, 지난 9월 5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기초생활보장제도 2차 종합계획(2020~23)’에서는 ‘의료급여’를 제외한 ‘생계급여’에서만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의 계속되는 말뿐인 선언에 분노한 시민단체들은 10월 17일 청와대 앞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외치며 농성에 돌입했다.   

 

김영국 동자동 사랑방 주민과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기초법공동행동 등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조차 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1인 가구가 30%가 넘는 현재 ‘정상 가족’을 가정한 복지는 철저히 실패하고 있다”라며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64일 만에 농성을 중단하는 이유에 “더 이상 대화할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는 우리의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지난 12일, 두 달이 걸려 돌아온 답변에는 ‘재정적 뒷받침’과 ‘사회적 합의’를 운운했다”라며 “사회적 합의라는 말 뒤에 숨는 대통령의 태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이기에, 빈곤층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 의지가 단 한 명도 없는 청와대를 떠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전히 폐지되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아직도 가난 때문에 배고파 빵 훔치고, 아사로 죽는데…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올해를 마무리하는 가운데 장애인과 가난한 자들이 처한 현실에 비통한 심정을 표했다. 문 대표는 “가난해서, 장애인이라서 돈이 없다는 이유로 기본적인 생명권조차 존중받지 못한다면 과연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최근 인천의 한 부자가 슈퍼에서 빵을 훔쳤다가 주변의 도움을 받은 사연과 서울 관악구에서 모자가 아사로 죽은 사건 등을 언급하며 “한국에서는 아직도 배가 고파 빵을 훔치고, 아사로 죽고, 동생이 장애인 형을 죽이는 일이 생긴다. 이런 일은 결국 가난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홍정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또한 인천의 부자 사연을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건을 듣고 단순히 시민들의 미행을 포장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제도개선을 마련하라고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라며 “제도개선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터무니없이 낮은 수급비를 올리고, 그 부족한 수급비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수급비 인상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기자들이 많이 물어보는데, 우리는 이 중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 적이 없다. 한정된 예산안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저울질하며 권리를 제약하는 것은 바로 정부”라고 꼬집었다.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사회적 합의를 내세우는 정부의 의견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여러 차례 폐지를 약속했다. 그런데 인제 와서 아무런 비전이나 로드맵 없이 사회적 합의를 내세운다”라며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 고민해야지, 정책의 기본 방향을 부정하는 핑계로 써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올해 11월 CBS가 의뢰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응답자의 55.5%가 기초생활보장법 상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동의했다”라며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국정 지지율보다 높은 상황에서 대체 어떤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정부를 비판했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정상가족 중심의 복지는 시효를 다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라”고 촉구하며 청와대 앞에 있는 동상에 검은 천을 씌우는 퍼포먼스를 시도했으나 경찰 저지에 가로막혔다.

 

가족 동상에 검은 천을 둘러싸려는 활동가들을 저지한 경찰들이 동상을 에워싸 지키고 있다. 사진 이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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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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