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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희망원에서 탈시설한 중증·중복 발달장애인 자립 지원, 어떻게 했을까?
[2019 결산 인터뷰] 희망원대책위 김해정 대구사람IL센터 팀장, 이선희 다릿돌IL센터 팀장
‘희망원 시민마을 중증·중복 발달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 의미와 과제
등록일 [ 2019년12월30일 17시07분 ]

대구시립희망원 산하 장애인거주시설 시민마을에 거주하는 무연고 중증·중복 발달장애인 9인의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과정을 함께한 이선희 다릿돌IL센터 희망원탈시설지원시범사업팀장(왼쪽), 김해정 대구사람IL센터 발달장애인지원팀장(오른쪽)을 지난 18일, 대구사람IL센터에서 만났다. 사진 허현덕
 

2018년 11월 대구시는 대구시립희망원 산하 장애인거주시설 시민마을에 거주하는 무연고 중증·중복 발달장애인 9인의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발표했다. 그동안 많은 장애인이 탈시설-자립생활을 했지만, 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원은 처음 시도되는 일이다.

 

2018년 12월 시민마을이 폐쇄되고, 희망원 내 임시 거처에서 지내던 9명은 올해 3월부터 지역사회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대구사람IL센터),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다릿돌IL센터), 주간보호센터인 여기서함께센터(아래 함께센터) 등은 TFT를 구성해 기관 책임자와 실무자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탈시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했다.

 

자립생활 과정을 함께한 김해정 대구사람IL센터 발달장애인지원팀장과 이선희 다릿돌IL센터 희망원탈시설지원시범사업팀장을 지난 18일, 대구사람IL센터에서 만났다. 대구사람IL센터는 여성 5명의 자립을, 다릿돌IL센터는 남성 4명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1년간의 시간을 되짚으며 그동안의 변화와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어떤 질문에는 다소 머뭇거리기도 하고, 긴 시간을 들여 답변하기도 했다. 누군가의 삶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고민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시범사업이 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확산의 마중물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 끝내 답하지 않은 중증·중복 발달장애인 9인이 시설에서 나오기까지

 

- ‘중증·중복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첫 사례’이기에 마음가짐이 달랐을 것 같다. 

 

김해정 팀장(아래 김) : 부담감이 있었다. 시범사업이라 한시적이기는 했지만, 이 결과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할 수 있었다.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실무 역량 등 노고와 고민이 따르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시범사업 목표는 희망원에서 나온 분들이 그저 1년을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내시는 것이었다. 소소하지만 가장 큰 목표였다(웃음).

 

- 3개월간(1~3월) 사전 교류가 이뤄졌다. 어떤 방법으로 교류했나.

 

이선희 팀장(아래 이) : 탈시설 전, 함께센터와 2주에 한 번씩, 이후에는 1주에 한 번씩 희망원에서 나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거창한 계획보다는 동네 외출을 시작해 상점을 이용한다든가, 음식점에 가본다든가, 관계 맺기 프로그램을 한다든가, 동물원을 가본다든가 하는 식의 사소한 일상을 함께했다.

 

김 : 이때는 경험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물론 이것은 현재도 계속 반복되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잘 모르니까 알아가자는 목적도 있었다. 시설에서는 굉장히 제한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당사자 한 명당 종이 두 페이지 정도에 장애유형이나 처방약 등에 대해서만 적혀 있다. 시설 담당자에게 물어봐도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과 생각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당사자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신변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의사표현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 자립생활 지원을 시작하기 전에 고려한 점은 무엇인가.

 

김 : 물론 당사자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 구성이다. 기본적으로 주거뿐 아니라 후견인, 안전, 건강 관련 문제와 제도를 확인하고 미리 연계할 서비스를 고르는 것,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살아갈지 삶을 디자인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고민했다.

 

시설 관찰일지에는 이분들의 도전적 행동이나 응급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것만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따라서 도전적 행동과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 그리고 안전과 건강 문제를 가장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안전과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부각되다 보니 자립생활 지원이라기보다 요양기관에서의 지원이 연상되기도 했다. 실제로 요양 관련 기본서식을 많이 참고했다.

 

이 : 이 과정에서 기관끼리 네트워크 협의체를 형성해서 과정을 함께 논의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네트워크에는 우리와 같은 실무자뿐 아니라 기관 결정권자가 함께했다. 그리고 대구시에 네트워크의 결정과 의견을 전달하며 지원을 요청했다. 희망원 내에는 희망원탈시설지원팀이 꾸려져 있어 원활한 협조가 되었다.

 

김 : 시간이 많지 않아 당사자와 함께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립생활주택에서의 방 배치, 가구 배치 등은 기관과 센터의 판단으로 진행되어 당사자의 입장이 사실상 배제되었는데, 만약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을 시작하는 곳이 있다면 당사자와 함께 모든 과정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면 좋겠다.

 

김해정 대구사람IL센터 발달장애인지원팀장. 사진 허현덕
 

- 자립생활에서 주택 마련이 관건인데, 주택 마련은 어떻게 했나.

 

김 : 대구시는 한 가구당 2억 원, 추가 주택 개조에 2천만 원을 지원했다. 주택 계약은 대구시가 맡아서 하지만, 집을 알아보는 것은 고스란히 지원 담당자들의 몫이었다. 주택을 고를 때는 지역사회의 접근성도 고려해야 하지만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가 가능한지도 매우 중요했다. 너무 오래된 건물은 주택개조가 불가능하거나 제한되는 경우도 있어서 주택을 선택하는 게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1층이 아니라면, 엘리베이터 설치 여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대구시는 서울시처럼 지원주택 모델이 없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주거지원 모델도 대구시에 요구할 예정이다.

 

이 : 발달장애인이 계속 머무를 수 있는 주택 공급은 정말 중요하다.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분들도, 현재 체험홈에서 생활하는 분들 모두 결국은 공공임대주택으로 거주지를 옮기게 된다. 겨우 지역사회에서 적응했는데, 외부 환경이 바뀌면 혼자서 할 수 있었던 것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이 탈시설한 후 정착한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주거지원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 어떤 의사결정 지원이 좋은 의사결정 지원일까

 

- 지난 10월 31일에 열린 희망원 1년 보고대회에서 의사결정 지원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의사결정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나.

 

김 : 사전 교류 때에는 외출해서 밥 먹고, 차 마시고 하는 사소한 활동을 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 집중했다. 여러 상황에 노출되어 선택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자립생활 초반에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하반기에는 그림카드를 주고받으며 여럿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의사결정을 하도록 했다.

 

하지만 의사결정이 선택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 않나?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면서 표현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그 표현을 조력인들이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활동지원사가 옷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스스로 선호하는 옷을 고르거나 가져와서 의사를 표현하기도 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휠체어 방향을 틀거나 직접 손으로 가리키기도 한다. 눈을 깜박이거나 냄새를 맡아보기도 한다. 의사표현 방식이 천차만별이라 계속 알아가는 과정이다.

 

의사결정 지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어보는 태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어떤 동의를 받기 전에 정보를 자세히 제공하고, 묻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당사자들은 몸으로 표현을 하거나 손짓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를 표시한다. 물론 여전히 관심 없는 분도 계시다(웃음). 의사결정 지원을 하면서 조력인이 취하는 태도, 뉘앙스를 당사자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표현이 결정적일 수 있다는 것을 미세하게 발견하는 게 중요한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서로 쌓아가는 시간’이라고 밖에 설명하기 힘들다.

 

- 의사결정 지원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은 무엇인가.

 

이 : 활동지원사 중에는 당사자를 아이 대하듯 하는 분도 있는데, 당사자의 연령에 맞게 성인 대하듯 존중해야 한다. 당사자들이 타인의 도움을 받아 신변처리를 하고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아이처럼 대하면 안 된다. 조력인들이 먼저 욕구나 의사를 섣불리 판단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김 : 무엇보다 사전에 단정 짓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사전 정보로 당사자들을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 어떤 분은 이름을 쓸 수 있었는데 우리가 한동안 그걸 몰라서 통장 개설할 때도 항상 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성과분석 연구 참여자 동의서를 받는데, 이름을 쓰라고 펜을 쥐어드렸더니 이름을 쓰셔서 모두 깜짝 놀랐다. 시설에서 준 정보를 배제해서도 안 되겠지만, 너무 신뢰하지도 말아야 한다.

 

- 일상적인 의사결정 지원 이외에 금전 관리, 병원 이용 등에서 법적 대리인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였나.

 

김 : 성년후견제도는 의사결정을 조력하는 게 아니라 의사결정을 대신한다는 지점에서 비판이 있다. 그래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공공후견인제도를 선택하게 됐다. 공공후견인은 현재 당사자 2명당 1명씩 배정돼 있다. 월 2회 정기적으로 공공후견인이 피후견인을 방문하는데, 말일에는 한 달 동안의 금전 관리 기록을 검토하고 법원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공공후견인이 배정되는 데까지 6~7개월이 걸리는 만큼, 탈시설이 예정된 분들은 미리 신청하기를 권한다. 센터와 담당자는 법적 대리인이 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어서 대구시에 직접 후견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안으로 대구시의 통합사례관리사가 맡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지만, 통합사례관리사도 법적 권한을 지니고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실현되지 못했다.

 

이선희 다릿돌IL센터 희망원탈시설지원시범사업팀장. 사진 허현덕
 

# 자립생활 후 지역사회에서의 삶

 

-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은 활동지원사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이들에 대한 조력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이 : 자립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오리엔테이션을 열어 활동지원사들에게 시범사업의 의미를 전달했다. 월별로 면담도 진행하고 있다. 다릿돌IL센터는 당사자 1명당 활동지원사 4~5명이 배치되는데, 오전, 오후, 밤에 모두 다른 활동지원사가 투입된다. 이들에 대한 역할 분담은 미리 다 해 놓았지만, 역할과 관계에 대한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때마다 코디네이터가 개입을 하지만, 모두 아우를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김 : 자립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도 활동지원사이고, 걸림돌도 활동지원사라고 생각한다. 활동지원사가 어떻게 지원하는가에 따라 당사자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 센터가 활동지원사를 어떤 식으로 지원하고 조력할 수 있을지는 풀리지 않는 고민 중 하나다. 현재는 코디네이터가 활동지원사의 지원 모습을 실시간으로 피드백하고 있다. 피드백은 지속적이고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효과적이다.

 

-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9명의 일과가 궁금하다. 조력 과정에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이 : 함께센터에서 주 4일(월, 화, 목, 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낮활동을 하고 있다. 원래 주간보호센터(이들은 ‘낮활동지원센터’라고 칭했다)는 주 5일을 이용하는 게 원칙이지만, 함께센터와 협의해 주 4일로 줄였다. 4시 이후에는 자유 시간이다. 이때를 이용해 시장이나 상점에 간다. 그런데 사실 누군가는 밤에 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싶을 수 있다. 활동지원사는 밤 10시까지만 함께한다. 밤 10시 이후에는 야간순회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활동지원사의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는 있지만, 세심하게 지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일과가 구성되다 보니 병원을 가거나 개인적인 용무는 수요일에 몰아서 할 수밖에 없다. 안정적이고 계획적인 생활과 활동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요구와 요청이 힘든 환경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생활의 패턴화’가 조금 우려되기도 한다.

 

김 : 낮활동지원센터가 한 곳이어서, 희망원에서 탈시설한 분들끼리만 만나고 단체로 움직이는 것도 고민이다. 이런 점을 최소화하려고 현재는 노래·볼링 자조모임에 참여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더 다양한 개인 활동을 지원하려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 있는 낮활동이 당사자에게도 의미 있는 낮활동인지도 여전히 고민이다. 그러나 시간이나 선택이 제한적이라도 은행 가서 도장 찍고, 시장 가서 물건을 직접 고르고 사는 행위를 하는 것으로 사회 참여 활동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물론 다양한 지역사회 연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 중증중복장애인의 경우, 건강 돌봄도 중요하다. 의료지원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김 : 대부분 정신과약과 내과·외과·비뇨기과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다양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한 명의 의사가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은 성인이 아니라 아동과 학생 중심으로 이뤄지고, 대기자가 많아 이용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건강주치의제도와 발달장애인 거점병원은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에서 그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건강이라는 이슈를 정책에 처음 담았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대구사람IL센터는 대구의료원을 지정병원으로 정해서 한 달에 1~2번씩 방문하고 있다. 대구의료원을 지정병원으로 정했던 것은 가장 가깝기도 했고, 여러 가지 진료를 함께 받을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특히 고려되었던 것은 정신과도 함께 있다는 거였다. 정신과약은 오래 복용한 경우에 한꺼번에 끊는 게 부작용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사들의 의견이 있어서 현재 약 종류는 그대로 유지하되, 양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과·외과·비뇨기과 약의 경우는 진단을 통해서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김해정 팀장과 이선희 팀장이 시범사업 이후의 자립생활 지원에 대해서 소통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 자립생활 이후 바뀐 것들, 앞으로의 기대

 

- 박숙경 교수의 ‘희망원 산하 장애인거주시설 폐쇄에 따른 중증·중복 발달장애 탈시설 자립지원 시범사업 성과분석 연구’에 따르면 9명의 삶이 긍정적인 쪽으로 변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담당자로서 체감하는 이들의 변화는 어떠한가.

 

김 : 우선 당사자들의 요구가 늘었다. 요구했을 때 수용되지 않으면 크게 화를 내기도 한다. 활동지원사의 관점에서는 고집이 세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담당자 입장에서는 욕구와 요구가 많아지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본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할 때는 ‘그게 변화야?’라고 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눈 맞춤이 된다거나 서로 바라보고 웃는다거나 휠체어로 가고 싶은 방향으로 몸을 일으킨다거나 표현이 거의 없었던 분이 팩 토라진다거나 이런 것들이다. 개인적으로 토라지는 감정 표현이 좋다(웃음). 원래 감정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게끔 드러나게 된 것이고, 이제는 알아챌 수 있게 됐다는 것. 사소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변화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이 : 예전의 기억을 최근에 떠올리는 분도 계시다. ‘엄마, 아빠, 술’ 이렇게 유년의 기억에 근거한 것 같은 말을 자주 한다.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안전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몰라도 그런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분은 현재 희망원에서 쓰이던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을 말하고 있다. 원래 알고 있던 이름에도 대답하고,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대답을 하신다.

 

그리고 반향어가 많이 줄었다. 최근에는 ‘기분이 좋으세요?’라고 물으면 ‘좋다, 싫다’라고 정확하게 답변할 때가 많다. 정신과 전문의에 따르면 반향어가 줄어든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한다. 또 그 전보다 약이 많이 줄었다. 기저귀를 사용했던 분이 이제는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 조력자와 지역사회 구성원의 변화는 없나.

 

김 :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하는 활동지원사와 코디네이터가 가장 많이 바뀌었다. 시범사업이 끝난 이후에는 다시 시설로 돌아가야 하는 일이 생기는 게 아닐지 가장 우려했던 분들이다. 시범사업 초기에 장애인들의 시설 밖에서의 삶이 지니는 의미와 권리에 대해 전달했지만, 사실 당시에는 공감하기 힘들었을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 의미를 몸소 깨닫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당사자들의 변화를 느끼면서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 대한 자부심으로 작용되기도 하는 것 같다.

 

공무원들은 인식개선이 됐다기보다는 지난 10월에 열었던 보고대회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특히 당사자 발언과 성과분석연구가 큰 역할을 했다. 논쟁 없이 시범사업이 종결되고 본사업으로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 : 다릿돌IL센터의 경우 특정 아파트에 자립생활주택이 있는데, 지역주민들이 집값이 떨어진다, 시끄럽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모두 지역사회에서 사소한 갈등은 지니고 있지 않나. 그게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여길 수도 있고, 갈등도 변화라면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풀어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김 : 맞다. 지역사회에서 긍정적인 시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그분들이 시설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가 이제는 지역사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것으로서의 의미는 매우 크다.

 

- 지역사회 관계 형성에 대해서는 어떤 계획이 있는가.

 

이 : 지역주민으로서 살아가고 있지만, 주변이웃과 우호적인 관계인 것만은 아니다. 사실 현재도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층간 소음이나 야간 소음이 발생한다는 것인데,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당사자와 함께 사과를 하거나 대화로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계속 시도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지역사회에서 사는 분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김 : 어려운 점이 많지만 지역사회 인식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지역사회에 역할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픈된 방식으로 노출되는 것이 당사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지만, 센터에서 하는 자립생활프로그램에 담당자, 활동지원사뿐 아니라 후견인, 코디네이터, 그동안 다녔던 미용실과 마트 직원 등의 지역사회 주민도 함께 자립 지원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주민들과 책임감을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지원서클 체계다.

 

- 시범사업 막바지다. 초기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하나.

 

이 : 개인적으로는 목표 달성보다 과제가 더 생겼다. 우리가 했던 지원이 그분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는지 나쁜 영향을 미쳤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어서 더 그런 것 같다. 그저 앞으로의 당사자들의 삶 자체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는 것만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다른 것은 사실 모호하다.

 

김 : 맞다. ‘잘했다’라는 기준이 모호하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은 그분들의 삶이 그전보다는 나아졌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나의 기준으로 바라봤을 때의 판단일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본사업으로 되면서 서비스 총량은 유지되겠지만, 기관에서 투입하는 인력은 줄어들게 되는 부분이 조금 걱정이다.

 

- 시범사업이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를 바라는가.

 

김 : 이미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웃음).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에서 계속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은 발달장애인의 의사표현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기관이 있다고 하니 관심이 모아지는 것 같다. 시설 폐쇄 과정에서 요구되어지는 발달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근거, 그 요구에 부응할 만한 하나의 사례를 남기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단순히 중증·중복 발달장애인 자립 지원이 이렇게 이뤄질 수 있고, 실제 지원했다는 것만으로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사실 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지역은 대구시와 서울시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시범사업을 계기로 다른 지역에서도 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에 대한 논의가 확산하기를 기대한다. 이미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은 IL센터의 영역을 벗어난 만큼 정부와 지방정부의 관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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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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