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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2020년에도 장애인과 가난한 자들 위한 투쟁 이어갈 것” 선포
권리 중심의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장애등급제 및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등 외쳐
고용노동부에 동료지원가 제도 개선 요구했지만…“기재부가 인정하지 않는다”며 책임 회피
등록일 [ 2020년01월02일 19시59분 ]

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오후 2시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2020년 새해를 맞아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을 선포하는 신년음악회를 열었다. 최영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와 정명호 장애인노동조합 위원장이 신년음악회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2020년 새해를 맞아 장애인 단체들이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장애인차별철폐를 외치며 투쟁을 선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은 2일 오후 2시,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신년음악회를 열고 2020년의 투쟁을 알렸다. 서울고용노동청은 장애인들이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로 일하다가 숨진 고 설요한 씨에 대한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과를 촉구하며 1월 1일부터 점거를 시작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번 투쟁선포 신년음악회는 새벽의집 밴드가 함께했다. 

 

전장연은 보도자료를 통해 “2020년은 21대 총선이 예정되어 있고 장애등급제의 단계적 폐지 1년 및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의 수립이 이뤄지는 중요한 해”라고 강조하며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이날 신년음악회에서 박명애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투쟁을 통해 장애등급제도 폐지시켰지만 아무것도 없는 빈 봉투와 마찬가지”라며 “정도가 심한 장애인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을 만들어 갈라놓기만 하고, 여전히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나아가 박 대표는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전환되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제한되는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나는) 올해 1월 7일이면 만 65세가 되는 생일이지만 그날부로 활동보조서비스를 깎이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6월까지 유예기간을 주었지만, 이 기간조차 정부가 동정과 시혜의 관점에서 마음대로 정해버린 처사”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나는 47살에 장애인야학에 가면서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날부터 따지자면 내 나이는 20살과 다름없다”라며 활동보조서비스 연령제한을 강력히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장연에 따르면 이른바 ‘현대판 고려장’인 장애인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문제는 올해 겨우 5억 원에 불과한 시범사업 예산만 반영되었을 뿐, 실질적인 법률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는 장애인 자녀와 함께 살며 겪는 고충을 토로했다. 김 부대표는 “오늘 장애인 부모들이 많이 참석하지 못했다”라며 “학교와 복지관의 방학으로 부모들이 장애인 자녀를 돌보느라 나올 수 없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주간활동서비스가 필요한 발달장애인이 8만 명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주간활동서비스 대상자를 2천 명에서 5천 명 만드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통탄해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는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어려운 장애유형이기 때문에 2020년에도 더욱 목소리 높여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이 발언을 하고 있고 조아라 장애인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가 ‘장애인거주시설 폐쇄법 제정!’이라고 적혀 있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한편,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이날 장애인의 탈시설을 위해 2020년에는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장애인이 시설에서 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시설에 사는 장애인들을 불쌍하게 대상화시켜 모금만 하려는 사회가 대한민국”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획재정부가 장애인을 철저하게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보고 배제하느라 여전히 많은 시설에서 장애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이사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서 중증장애인들이 독립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설명한 내용을 읽으며 “여전히 시설에 방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시설을 하나의 대안으로 여기는 대한민국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위반하고 있다”며 정부를 규탄했다.

 

- 고용노동부에 동료지원가 제도 개선 요구했지만…“기재부가 인정하지 않는다”며 책임 회피

 

박대희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여수IL센터) 소장은 지난해 12월 5일, 여수IL센터에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다가 과중한 업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설요한 씨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며칠 전, 설 동지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위해 경찰서에 갔더니, 경찰이 설 동지가 쓰고 있던 수첩에 ‘실적이 부족하다’는 문구가 여러 군데 적혀있었다고 알려줬다”며 무거운 마음을 토로했다. 이어 “설 동지를 지켜주지 못했던 동료들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일자리 사업의 개선을 요구했지만 서류를 조금 간소화하는 것 말고는 아직도 아무런 확답을 듣지 못했다”며 분노했다. 

 

이에 대해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고용노동부의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와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일자리 사업을 비교해 설명하며, 실적 위주의 고용노동부 정책이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일자리사업은 그 어떠한 실적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의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은 기획재정부의 눈치를 보며 무리한 실적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적성,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발굴하는 장애인일자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른 일자리로는 △전일제·시간제 일반형 일자리 △참여형·연계형 복지일자리 △장애특화형 일자리(시각장애인 안마사 파견사업,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사업)가 있으며 모두 실적을 요구하지 않는 월급제이다. 

 

새벽의집 밴드가 투쟁선포 신년음악회에서 노래와 연주를 하고 있다. 특히 이날 설요한 동료지원가를 위한 추모곡인 ‘가시방석에 꽃자리 하나’를 선보였다. 사진 이가연
 

참가자들은 신년음악회를 마친 뒤, 2020년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을 외치며 기획재정부가 건물주인 나라키움 저동빌딩 농성장까지 행진을 이어나갔다. 

 

한편, 이날 오후 4시에는 중증장애인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 및 고 설요한 동료지원가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관련한 고용노동부 측과의 면담이 있었다. 이날 면담에 참여한 장애계는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전면 개편 △권익옹호, 문화 및 예술활동, 장애인식개선교육 사업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명시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적용제외 폐지 △고 설요한 동료지원가에 대한 고용노동부 장관의 공식적인 조문 및 사과 등을 요구했다. 

 

특히 면담에서 장애계는 동료지원가 사업에 대해 △실적에 따른 수당이 아닌 월급제 방식 △수퍼바이저 인건비 책정 △참여자 수당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고용노동부 측은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기획재정부가 인정하지 않는다”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문화예술 및 권리옹호 활동을 급여방식의 일자리로 인정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동료지원가 방식으로 설계는 어렵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논의하고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겠다”라고 밝혔다.

 

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오후 2시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2020년 새해를 맞아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을 선포하는 신년음악회를 열었다. 사진 이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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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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