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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벽에 걸린 우동민의 얼굴과 이름, 그리고 목소리
인권위의 ‘비인권적’ 행태로 사망한 우동민 열사, 9주기와 함께 동판 제막식 열려
최영애 위원장 “동판 설치로 인권위 본연의 책임과 의무 더 충실할 것”
등록일 [ 2020년01월03일 16시25분 ]

권순자 씨가 고 우동민 활동가의 동판을 어루만지고 있다. 사진 박승원

 

우동민 열사를 기리며...
 
2010년 12월, 우동민 열사와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해 인권위의 독립성 확보와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반대 등을 외쳤습니다. 그러나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을 동원한 출입통제 및 엘리베이터 운행 제한, 난방 미제공 등 중증장애인 활동가에 대한 인권침해를 자행함으로써 우동민 열사 등이 병원에 응급 후송되었습니다. 이후 우동민 열사는 병세가 악화돼 폐렴으로 결국 사망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어떠한 국가기관보다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대한 감수성과 민감성을 가져야 하지만, 당시 인권옹호자인 장애인 농성자에 대한 적극적 보호조치가 미흡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와 같은 반인권적인 행위로 인권기관으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성찰하며, 장애인과 사회적 소수자,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투쟁한 우동민 열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 등판을 설치합니다.

2020. 1.2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보고 뒤도 보고 그렇게 함께 갑시다.”  _ 우동민 열사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벽면에 우동민 열사의 얼굴과 이름이 새겨졌다. 인권위 투쟁 당시 인권위의 ‘비인권적’ 조치로 인해 우동민 열사가 사망한 지 9년 만이다.
 
2일 오후 5시 30분 인권위 10층에서 우동민 열사 동판 제막식이 열렸다. 이날 인권위는 우동민 열사 추모 동판 제막식에서 인권보호뿐 아니라 장애인차별 시정기구로서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더욱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오후 4시 30분에는 인권위 1층 로비에서 100여 명의 장애인 활동가들이 우동민 열사 9주기 추모제를 지내기도 했다.

 

- 인권위의 ‘비인권적’ 행태로 우동민 열사 사망, 9주기에 현판식 열려 

 

2010년 11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등 장애인 활동가들은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올바른 제정과 현병철 당시 인권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며 인권위 건물(당시 금세기빌딩 11층)을 점거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인권 보호는커녕 농성장에 난방과 전기 공급을 끊고 활동지원사의 출입과 식사 반입을 제한하는 등 인권 침해를 자행했다. 이로 인해 우동민 활동가는 농성 도중 고열과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011년 1월 2일 급성폐렴 악화로 끝내 사망했다. 이후 장애계는 인권위에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 우동민 열사의 죽음에 관한 책임을 끊임없이 부인해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10월, 인권위 혁신위원회(아래 혁신위)가 꾸려졌다. 혁신위는 인권위에 우동민 열사 및 장애인운동 활동가의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이에 관여한 고위 간부의 책임을 묻기 위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를 수용해 2018년 7월부터 11월 초까지 약 4개월간 자체 진상조사를 진행하였다. 그해 12월, 인권위는 우동민 열사 사망에 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1월 2일, 우동민 열사 8주기 추모제에는 최영애 인권위원장이 직접 참석해 우동민 열사와 유족, 그리고 장애인 활동가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2일 오후 5시 30분 인권위 10층에서 우동민 열사 동판 제막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최영애 인권위 위원장, 권순자 씨, 박명애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이원교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 활동가, 박김영희 장애해방열사_단 대표다. 사진 박승원

 

그리고 1년이 지난 2020년 1월 2일 우동민 열사 9주기, 인권위 10층에서는 우동민을 기리는 동판 제막식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2010년 장애인 활동가들의 인권위 농성 당시, 인권위 조치가 인권보호기관으로서 부적절했을 뿐 아니라 인권침해에 이르렀다”라면서 “인권위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인권보호기관이 아니라 인권침해기구도 될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삼기 위해 인권위 건물에 이 사건을 기록하는 동판을 설치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최 인권위원장은 “우동민 활동가 추모 동판 설치를 계기로 향후 인권위가 인권보호뿐 아니라 장애인차별 시정기구로서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더욱 충실히 이행하겠다”라며 “이제야 동판을 세우게 되어서 정말 죄송하다. 오늘 우리 모습이 인권 운동사에 하나의 장으로 기록되리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우동민 열사 어머니 권순자 씨(75)도 참석했다. 권 씨는 “오늘 동판 제막식이 있다고 해서 와보니 우리 동민이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도 “그렇게 말해도 우리 아들이 죽은 것은 사실이다. 동민이는 억울하게 죽었다. 따뜻한 계절이 아니라 동지섣달 얼어 죽었다는 생각에 엄마 된 마음으로는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아프다. 아들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고 우동민 활동가 어머니 권순자 씨가 인권위 1층 고 설요한 분향소 뒤쪽에 마련된 농성 텐트 앞에서 우동민 활동가의 일기를 읽고 있다. 사진 박승원
 

- 잘못된 정부 정책으로 죽어간 동료들에 대한 사과 받아내는 것, 살아남은 자의 몫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 활동가는 인권위 혁신위에 참여해 우동민 열사 죽음에 관한 인권위 책임을 조사했다. 명숙 활동가는 당시 “제대로 기억하는 것은 무엇인가. 장애인 활동가들의 명예회복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나 고민했다”라면서 “고인이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요구했고 어떻게 죽었는가 밝히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동판 제막식은 기록을 통해서 우동민 열사를 기억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인권위 농성 점거 당시 함께 투쟁한 활동가 중에는 문애린 서울장차연 공동대표가 있었다. 매년 우동민 열사 추모제에 빠지지 않고 참여한 문 공동대표는 이날 우 활동가 묘역이 있는 마석모란공원에는 찾아가지 못했다. 1일부터 전장연 소속 활동가 20여 명과 함께 서울고용노동청을 기습 점거했기 때문이다.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다 사망한 고 설요한 활동가의 죽음에 대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의 사과와 중증장애인 맞춤 일자리 촉구를 위해서다.

 

인권위 농성 점거 당시 고 우동민 활동가와 함께 투쟁한 문애린 서울장차연 공동대표가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올 한 해도 지금까지 죽어간 많은 동지에게 정부가 사과할 수 있도록 동지들과 함께하면 좋겠다”라며 애써 웃음 지어 보였다. 사진 박승원

문 공동대표는 “중증장애인의 노동문제를 요구하기 위해 항의 방문을 하느라 그곳에서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라면서 “정말 매섭게 추워서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그때부터 눈이 말똥말똥해지면서 9년 전 12월에 동민이 형과 인권위에서 추운 겨울을 보낸 게 떠올랐다”라고 말했다. 문 공동대표는 우동민 열사가 응급실에 실려 간 이틀 뒤인 12월 8일 우 열사와 같은 증세인 폐렴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이송됐다.
 
문 공동대표는 “9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인권위가 잘못을 인정하고 우동민 이야기를 담아서 동판 제막식을 진행했다”라며 그 의미를 되새겼다. 이어 “동민이 형뿐 아니라 얼마 전에 중증장애인 노동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설요한 동지, 이동하다가 지하철 역사에서 떨어져 죽은 많은 동지, 장애등급제라는 악법에 갇혀 활동지원서비스로 불타 죽고 얼어 죽고 호흡기가 빠져서 죽은 동지, 그리고 부양의무제 때문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동지가 떠오른다. 정부는 언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우리 동지들의 죽음에 사과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죽어간 많은 동지, 정부가 앞서서 사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게 살아가는 우리의 몫 아닌가 싶다”라면서 “마음이 매우 무겁다. 하지만 무거운 마음 안고 올 한 해도 동지들과 함께하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2일 오후 4시 30분 인권위 1층 로비에서 100여 명의 장애인 활동가가 고 우동민 활동가 9주기 추모제를 지냈다. 박준 노동가수가 노래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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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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