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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등’ 숫자는 줄어드는데 비주택 가구 수는 늘고 있다?
노숙인 커뮤니티케어는 가능할까 ③
등록일 [ 2020년01월07일 16시06분 ]

문재인 정부는 2026년까지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돌봄이 필요해 거주시설에 들어간 사람도 시설에서 나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올해 6월부터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를 위한 선도사업을 시작했지만, 노숙인은 없었다. 노인이면서, 장애인이고, 정신질환자이면서,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노숙인. 시설에서 살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순간 노숙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 이유와 대안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_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

 

① 휠체어 탄 장애인이 왜 노숙하냐고요?
② 노숙인을 위한 커뮤니티케어는 없다

③ ‘노숙인 등’ 숫자는 줄어드는데 비주택 가구 수는 늘고 있다?

 

지난 12월 20일,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에서 진행한 “노숙인 요양, 재활시설 생활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통합돌봄 욕구조사(2019,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결과가 발표됐다. SH공사와 지원주택제도화추진위원회가 주최한 제3회 지원주택 컨퍼런스에서다.

 

복지부는 2019년 9월 6일부터 10월 11일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2019년 1월에 이미 ‘지역사회통합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하였음을 감안할 때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에서 처음으로 노숙인 분야 탈시설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국 노숙인 재활‧요양시설 생활인 7,175명(2018년 말 기준) 중 430명을 표본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시설이 아닌 일반주거에서 자립해서 살고 싶다’는 응답은 약 13%에 그쳤다. 이는 복지부 ‘2016년 노숙인 등 실태조사’의 자립생활 욕구(12.7%)와 거의 동일한 결과다. 

 

그런데 같은 날, 연이어 발표한 대구희망원의 탈시설 욕구는 달랐다. 대구시에서 2018년과 2019년에 두 차례 나누어 실시한 “대구시립희망원 생활인 탈시설 욕구조사”에 따르면 총 응답자 546명 중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응답은 약 43%에 달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 “시설 퇴소하고 싶지 않다” 통계 속 가려진 비밀

 

시설에서 퇴소하고 싶지 않은 이유 (출처: 보건복지부 “노숙인 요양, 재활시설 생활인 탈시설 욕구조사”) ⓒ 보건복지부
 

복지부의 탈시설 욕구조사로 다시 돌아가자. ‘시설에서 퇴소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복수응답으로 물었을 때, ‘이곳(시설)에서 사는 것이 좋아서’라는 응답은 37.3%에 불과했다. 반면, ‘나가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법을 몰라서’라는 응답이 48.5%, ‘혼자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65.8%였다. ‘시설에서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도 12.6%나 됐다.

 

앞서 퇴소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경우라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방법을 마련해준다면’ 50~60% 정도는 탈시설 욕구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아래 종민협)에서 진행한 탈시설 욕구조사 결과(2019)가 그에 대한 예증이다. 자활·재활·요양시설 입소인 102명을 대상으로 단순히 퇴소의향을 물었을 때 ‘퇴소의향이 없다’라고 응답했던 38명 중 15명(약 40%)은 ‘국가에서 주택을 제공하고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면’ 탈시설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같은 기준으로, 복지부 탈시설 욕구조사에서 퇴소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 중 40%만 ‘일정한 지원이 갖춰질 경우 탈시설 할 의향이 있다고’ 봐도 전체 탈시설 욕구는 13%에서 48%로 늘어난다.

 

복지부 13%, 대구희망원 43%, 종민협 63.6%(요양·재활시설만 포함할 경우). 천차만별로 보이는 이 수치에 숨겨진 비밀이다.

 

복지부의 연구보고서 역시 표면적으로 탈시설 욕구가 적게 나오는 이유는 “지역 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지역 거주를 지원하는 다양한 서비스 옵션에 대해 정보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탈시설과 지역독립생활을 위한 지원체계로 시설 운영을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 ‘노숙인 등 복지법’에는 시설 정원 제한조차 없어

 

알코올중독이 있는 홈리스 남성을 위한 서울시 지원주택 외관. 노숙인 재활시설에 입소했던 분들이 탈시설하여 생활하고 있다. ⓒ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
 

대형 노숙인 시설의 폐쇄 및 기능전환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대안적 서비스 체계로 임대주택과 사회복지서비스가 결합된 지원주택(Supportive Housing)이 제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주장이다.

 

1970~80년대, 인권유린의 현장이었던 부산 형제복지원에는 4,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격리’되어 있었다. 현재도 노숙인 요양·재활시설은 대부분 대형 시설이다. 가장 큰 시설은 공식적으로 ‘인정된’ 정원이 1100명, 실제 거주인원은 750명이다(2019년 7월  기준, 사회복지시설 정보시스템).

 

국고보조 요양·재활시설 41개 중 사회복지사업법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300인 이상 시설만 7개, 100인 이상 시설은 22개다. 50인 이하 시설은 없다. 인원 비율로는 7개 초대형 시설이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장애인과 정신장애인 영역은 법률과 시행규칙을 통해 생활시설 정원을 각각 30인과 50인 이하로 제한하고 있지만, 노숙인 등 복지법에는 아직 시설 정원 제한조차 없다. 아니면, 정원의 제한을 1100명까지로 둔 셈인가. 

 

“이 법은 노숙인 등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호하고 재활 및 자립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여 이들의 건전한 사회복귀와 복지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노숙인 등’ 복지법의 목적이다. 법이 바라보는 ‘노숙인 등’은 재활 및 자립이 되지 않은 미생(未生)의 존재다. 시설에서 최소한의 보호를 받으며 ‘건전한 사회복귀’를 준비해야 하는 존재다. 장애인의 ‘장애’를 개인의 몸/정신의 문제로 보는 것처럼 노숙인의 ‘노숙’을 온전히 개인의 책임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 ‘노숙인 등’의 숫자는 줄어드는데 비주택 가구 수는 늘고 있다?

 

연도별 노숙인 등 현황 (출처: 보건복지부 "노숙인 요양, 재활시설 생활인 탈시설 욕구조사") ⓒ 보건복지부

 

그러나 ‘노숙인 등’이라는 말은 진실을 은폐한다. 보건복지부의 ‘노숙인 등 현황’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거리노숙인은 895명, 일시보호쉼터를 포함해도 1942명이다. 반면, ‘노숙인’ 생활시설의 입소인은 8,859명이다. ‘노숙인 등’에서 ‘등’을 담당하는 쪽방주민은 5664명이다.

 

복지부 통계를 보면 ‘노숙인 등’의 숫자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데, 2015년 이후 쪽방주민의 수도 함께 줄고 있다. 이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파악하는 비주택(고시원, 쪽방, 여인숙 등) 가구 현황과는 정반대다. 2019년 10월 24일 발표한 국토부의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에 따르면 비주택 가구는 2015년 36.4만 → 2016년 37만 → 2018년 43만(통계청)으로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복지부와 국토부의 셈법은 왜 이리 다를까. 복지부는 전국 5개 시(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에만 쪽방이 존재한다고 본다. 그것도 지역별 쪽방상담소가 위치한 ‘쪽방밀집 지역’의 인구만 계산한다. 실제로 ‘쪽방촌’의 인구는 줄고 있다. 재개발로 쪽방촌에서마저 쫓겨나 흩어지기 때문이다.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대구지역 재건축·재개발로 철거된 쪽방 건물만 모두 22채, 이주민은 171명에 이른다(매일신문, 2019.12.06). 최근 서울시의회에선 남대문 쪽방촌의 6개 동, 250여 개 쪽방을 철거하는 ‘양동 정비계획’이 통과됐다. 주민이 재정착할 수 있는 주거대책은 없었다. 한쪽에선 커뮤니티케어를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커뮤니티 자체를 말살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2월 18일, 남대문 쪽방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재개발 주거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 2019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

 

- ‘노숙’은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한 여러 형태 중 하나일 뿐

 

결국 진실은 이렇다. ‘노숙인 등’이라고 묶인 약 44만 명의 주거빈곤계층 중 99%는 이른바 ‘(거리)노숙인’이 아니다. 복지부 조사결과(2019)를 보면, ‘노숙인’ 요양·재활시설 입소인 중 73%는 거리노숙 경험조차 없다.

 

과거에 거리노숙 경험이 있다고 언제까지고 ‘노숙인’이라고 불릴 이유도 없다. 2018년 서울시 쪽방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144명 중 52.6%가 쪽방 거주 전 노숙 경험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노숙인’이라 부를 것인가? 아니면 노숙인 ‘등’으로 부를 것인가. 마찬가지로 정부 용어인 ‘시설노숙인’이라는 말도 틀린 말이다. 집이 필요한 사람을 시설로 보내고 ‘노숙인’이라는 딱지를 붙였을 뿐이다.
 
장애학에서는 단순히 절단된 다리를 ‘장애’로 보지 않는다. 휠체어로 넘을 수 없는 ‘문턱과 계단’, ‘사회적 낙인’이 진짜 ‘장애’를 만든다. ‘노숙’도 마찬가지다. 주거권이 박탈된 사람에게 재활과 자립을 강요하고, 집 대신 노숙인 시설로 보내는 사회. 그 사회가 ‘노숙인’을 생산해내고 있다.
 
‘노숙인’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야말로 커뮤니티케어의 시작이다. 노숙인 커뮤니티케어가 주거취약계층(홈리스) 커뮤니티케어로 확장돼야 하는 이유다.

 

‘노숙’은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한 여러 형태 중 하나일 뿐이다. 2년마다 한 번씩 집에서 쫓겨날 걱정을 해야 하는 ‘을’이라면, 당신도 어느 정도 ‘홈리스’ 상태에 놓여 있다. ‘노숙’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주거권의 문제로 바라볼 때, 역설적이지만 가장 취약한 ‘노숙인’을 위한 커뮤니티케어도 가능하리라 믿는다.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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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 간사 wbga4438@hanmail.net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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