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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코다의 장애학: 소수자가 자기를 긍정하는 법
『우리는 코다입니다: 소리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에서』, 이길보라·이현화·황지성 지음
등록일 [ 2020년01월07일 16시31분 ]

책 『우리는 코다입니다』 표지, 이길보라·이현화·황지성 글 ⓒ교양인


이 책의 저자는 코다(CODA)들이다. 코다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영어 첫 글자를 딴 말이다. 농인 부모 밑에서 자란 청인 자녀를 의미한다. 자전적 다큐멘터리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만든 이길보라, 수어통역사이자 언어학자인 이현화, 장애인 인권 활동가이자 여성학 연구자인 황지성이 이 책의 저자이다.

 

먼저,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청인 세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코다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 코다 대부분은 농인 부모에게서 수어를, 청인 사회로부터 음성언어를 습득한다. 수어와 한국어 두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이들은 어린 나이부터 농인 부모와 청인 사이에서 수어통역을 하기도 한다. 이현화는 집 계약과 같은 통역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부모님과 함께 그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34쪽)고 말한다. 이길보라는 동생의 일로 학교에 온 부모를 통역하며 “‘누나’가 되어야 할지 ‘통역사’가 되어야 할지 혹은 ‘딸’이 되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던 그 순간. 그건 단순히 나만의 경험이 아니었다”(123쪽)고 말한다. 코다는 자신의 농인 부모의 언어와 문화를 부정하는 청인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길보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엄마는 스스로를 농문화에 속한 농인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장애’라고 불렀고 때로는 ‘병신’, ‘귀머거리’라고 부르며 비웃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122쪽). 코다로서 겪은 어려움은 농인 부모가 자신을 타자로 인식하는 것에서도 목격된다. 이현화는 ““너는 청인이라 내 마음을 몰라.” 자식이기 때문이 아니라 청인이기 때문에. 그럴 때면 나는 나를 왜 청인으로 낳았는지 격하게 되물었다“(67쪽)고 말한다.

 

저자들은 이와 같은 자신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다. 그 원동력이 된 것은 ‘코다 코리아’나 ‘코다 인터내셔널’ 등과 같은 코다 모임에서 또 다른 자기 자신을 만났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농인은 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다. 농인은 청인 사회에 흩어져 살아간다. 이러한 농인의 삶의 방식은 자신의 청인 자녀에게로 이어진다. 농인 부모가 자신의 청인 자녀를 농사회에 적극적으로 데려가지 않는 한 청인 자녀는 자신과 같은 존재를 만나지 못한 채 성장한다. 이들은 농인 부모 밑에서 성장한 다른 청인 자녀를 만나 자신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코다’라는 이름을 획득하게 된다. 코다라는 이름을 획득한다는 것은 농인도 아니고 청인도 아닌 코다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코다들은 누가 더 농인 부모가 내는 독특한 발성을 잘 따라 하는지 경합을 벌이면서 웃을 수 있게 된다(299쪽). 그리고 농인 부모로 물려받은 수어와 문화는 청인 세계에 사는 자신이 농인 세계로도 들어갈 수 있다는 “다문화적 정체성”(77쪽)이라는 자산이 된다.

 

다른 코다와의 연대를 통해 코다로서의 정체성을 획득해 가는 과정은 장애인, 여성, 성적 소수자와 같은 다른 소수자들이 집단적 정체성을 획득해 가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의 가치는 코다로서 자신을 긍정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들의 사적인 이야기는 사회적’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데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코다로서 겪어 온 정체성의 혼란이라는 사적인 경험을 꺼내 놓으면서 농인 부모와 자신들을 둘러싼 사회와 마주하고 있다. 이현화는 한국 사회에 팽배한 ‘단일 민족’이라는 신념의 문제를 지적한다. 이현화는 “결국 다양성이 공존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주류에서 밀려난 농인은 취약층이 된다”(85쪽)고 말한다. 다양성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농인 부모뿐만 아니라 코다의 삶도 부정된다는 것을 꿰뚫고 있다(85-86쪽). 이길보라는 유럽에서의 경험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동기들과 선생님 모두 각자의 언어와 문화, 이야기를 지니고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그 누구도 ‘다수’ 혹은 ‘소수’가 될 수 없었다. 모두가 달랐고 그래서 고유했다. 나는 더는 ‘외계인’이 되지 않아도 되었고, ‘소수자’가 될 필요도 없었고, 소수자를 ‘지킬’ 필요도 없었다.”(219쪽).

 

나아가, 이 책은 ‘신체와 언어의 다양성’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와 마주한 자신들의 인식을 실천에 옮겨 코다 내부의 차이를 수용하고 드러낸다. 황지성은 이른바 ‘전형적인 코다’가 아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농인이지만 홈사인을 사용한다. 홈사인은 가족과 주위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는 몸짓에 기반한 의사소통이다. 어머니는 지체장애가 있는 청인이다. 자신도 수어를 모른다. 황지성은 “아버지와 나, 가족들은 농문화에 소속되지 못한 완전한 이방인”(276쪽)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녀는 자기 자신과 자신의 가족 또한 신체와 언어의 차이를 용인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배제의 규칙을 따르고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황지성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언어와 의사소통이라는 기준에 의해 인간에서 실격당하는 일은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환경과 함께 ‘가족’ 안에서도 일어났고 나는 거기에 의도치 않게 가담했다. 그런 폭력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로. 그만큼 소리 없는 세계와 소리의 세계는 철저히 단절되었다.”(279-280쪽). 농사회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일 수 있는 황지성이 저자로 함께함으로써 이 책은 “언어와 의사소통이라는 기준”(279쪽)이 어떻게 인간을 구분 짓고 배제하고 있는지를 일깨워 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러한 비판에 농사회 역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다만, 황지성 뿐만 아니라 이현화, 이길보라의 글에서도 코다가 목격한 농인의 삶과 농문화의 긍정적인 단면은 구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것을 기대한 독자라면 농사회와 보다 긴밀한 접점을 가지면서 살아온 또 다른 코다의 이야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얼마 전, 다문화 학생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이중언어 교육을 실시하려고 하는데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한국에서는 한국말만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자신은 수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모르면서,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을 불쌍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필독서가 될 것이다. 끝으로, 장애를 만드는 사회적 조건, 신체와 언어의 다양성, 언어와 언어가 아닌 것의 경계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연대 의식을 선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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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란 강남대학교 특수교육·재활연구소 연구원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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