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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체육선수 5명 중 1명은 폭력과 학대 경험
10명 중 1명은 한 가지 이상 성희롱·성폭력 피해
폭력·성폭력 신고해도 67.3%는 2차 피해로 이어져
등록일 [ 2020년02월14일 17시11분 ]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의 장애인 체육선수 실태조사 결과 폭력과 학대 피해를 당한 적이 있는 선수가 5명 중 1명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1명은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폭력을 신고해도 2차 피해로 돌아오는 경우가 67.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선수학생들은 시합과 연습 등으로 학습권·건강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해 9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초·중·고생, 대학생, 실업 선수 1,554명을 대상으로 장애인 체육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아래 실태조사)를 시행했다. 실태조사는 건강권과 재생산권, 학습권과 폭력·성폭력 피해경험을 비롯한 관련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와 직접 면담 등으로 진행됐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수행했다.

 

- 장애인 체육선수 5명 중 1명은 폭력과 학대 경험

장애인 체육선수 폭력 및 학대 피해 경험. 인권위 보도자료 캡처

 

장애인 선수 중 구타 및 욕설, 비하 등을 비롯한 13가지 폭력 및 학대 유형 중에 하나라도 피해경험이 있다고 답한 장애인 선수(중복 제외)는 모두 354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22.2%에 이른다. 5명 중 1명이 폭력과 학대를 경험했다.

 

13개 폭력 항목 중 가장 높은 비율은 △협박이나 욕,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나의 신체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훈련을 강요받았다 △기합이나 얼차려를 받았다 순이었다. 빈 공간에 갇힌 경험도 1.5%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장애유형을 크게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로 나누고 장애정도를 교차로 분석했을 때, 정신적 장애이면서 경증인 경우는 45.5%이고, 신체적 장애이면서 경증의 경우는 21%였다. 정신적 장애이면서 경증인 경우 다른 장애유형보다 2배에 달하는 폭력을 경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폭력·학대 가해자로는 감독과 코치(50%)가 가장 많았고, 폭력이 벌어진 장소로는 △훈련장 59.4% △경기장 30.7% △합숙소 13.3% 순으로 나타났다. 주로 체육활동이 행해지는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 10명 중 1명은 한 가지 이상 성희롱·성폭력 피해

 

응답자들은 △언어적 성희롱 6.1% △시각적 성희롱 6.0% △강제추행과 강간을 포함한 육체적 성희롱 5.7% △기타 성희롱 2.6% △디지털(온라인) 성폭력 0.8%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를 당했다고 답변했다. 이 중 한 가지 이상의 성희롱·성폭력 피해경험자는 143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9.2%다. 10명 중 1명 꼴이다. 

 

이러한 수치는 2019년 특별조사단이 시행한 타 분야 성폭력 피해 경험 관련 조사결과 초등학생 2.4%, 중학생 5.0%, 고등학생 4.0%, 대학생 9.6%, 성인선수 11.4% 등과 비교해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지난 2012년 대한장애인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장애인 체육선수 직권조사에서 모든 선수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없다’고 답변한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인권위는 “내부의 문제를 발설하지 못하는 체육계의 구조적 폐쇄성과 내부의 자정작용을 통한 인권침해 구제의 한계가 드러난다”고 진단했다.

 

장애인 체육선수 성폭력 유형별 피해 경험률. 인권위 보도자료 캡처
 

- 폭력·성폭력 신고해도 67.3%는 2차 피해로 이어져

 

문제는 폭력·성폭력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막혀 있다는 것이다. 폭력 가해자들이 감독이나 코치(50%), 선배선수(32%)여서 내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게 쉽지 않았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로 △보복이 두려워서 △선수생활에 불리할까 봐 등이 꼽히는 이유다.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신고한 경우는 15.5%에 불과했다.

 

장애인 체육계의 구제 절차 장치도 매우 미흡했다. 내·외부에 신고를 하더라도 67.3%는 불이익 처분을 받는 2차 피해를 당했다. 2차 피해는 △내부 기관에서 가해자가 운동부 지도자 및 동료들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말로 피해 상황을 다르게 알렸다(19.2%) △내외부 기관에서 오히려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화해나 합의를 유도(13.5%) △가해자가 직접 혹은 동료들을 통해 나를 따돌리거나 불이익을 주도록 했다(13.5%) 순으로 나타났다.

 

- 경기출전과 훈련을 위한 학습권·건강권 침해

 

장애학생의 경우 대회출전이나 시합 준비를 이유로 학교 수업에 빠진다는 응답자는 66.7%였다. 이들 중 81.6%는 스스로 선택한 결정이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중·고등학생의 45.1%, 대학(원)생의 60.0%가 수업 결손을 스스로 보충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인권위는 “대학(원)생의 87.6%, 중고등 학생의 81.8%가 자신의 장래 진로나 기본적 소양을 위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과반이 넘는 장애학생들이 스스로 또는 학부모가 학습 자료를 이용하여 수업을 보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학습권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시했다.

 

경기출전과 훈련에서 장애여성 선수들은 건강권과 재생산권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여성 선수의 28.9%가 생리 중에 몸 상태를 이유로 경기출전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거부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18.9%는 경기나 중요한 시합을 위해 피임약을 먹고 생리일을 미룬 적이 있다고 답했다.

 

- 장애를 이유로 체육시설 이용 차별과 거부 경험

 

장애인 선수들 상당수는 체육시설 이용에서도 차별을 경험하고 있었다.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서 거절한 경우는 공공 체육시설 이용자의 24.9%, 민간 체육시설 이용자의 21.4%에 이른다. ‘장애 정도가 심하다’이유로 거절한 경우는 공공시설 이용자의 15.6%, 민간시설 이용자의 17.0%로 나타났다.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 이용자 중 35.7%는 운동기구, 장비, 샤워시설이 미비해서 불편하다고 답변했다. 공공·민간 체육시설의 경우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 체육시설 이용자 중 29.1%, 민간 체육시설 이용자의 32%가 장애인화장실, 엘리베이터 등이 없어서 접근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조사 수행기관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실태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장애인 체육선수 지도자에 대한 장애 감수성 및 인권 교육 의무화 △이천훈련원 및 지역 장애인체육회 내 인권상담 인력 보강 및 조사 절차의 독립성 강화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 및 공공 체육시설에 대한 장애영향평가 실시를 통한 시설 이용·접근의 장애요소 점검 및 장애친화적 시설환경 조성 등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인권위는 추후 이러한 내용으로 정책개선 권고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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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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