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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애 당사자이자 전문가, 겉과 속이 같은 ‘인간다운 정치’ 하고파
4·15 총선 정의당 장애인 비례대표 후보 점검 인터뷰
박종균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
등록일 [ 2020년02월25일 14시25분 ]

4·15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 장애인 비례대표 경선이 치열하다. 이번 경선에 출마 선언을 한 후보는 박종균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 이영석 정의당 유엔장애인권리협약특별위원회 위원장, 배복주 정의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이다. 박종균·이영석 후보는 정의당에서 토대를 닦아온 인물인 반면, 배복주 후보는 외부 영입 인재로 셋 중 유일한 장애여성이다.

 

당내 비례대표 경선 최종 후보만이 4·15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 나갈 수 있다. 정의당은 장애인 후보에게 여성의 경우 7·17번, 남성의 경우 8·18번을 배정할 예정이다.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에 앞서 비마이너는 후보 검증을 위한 인터뷰를 진행한다.

 

비마이너는 개인별 질문과 함께 공통질문으로 △장애인 노동권 △탈시설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정치인 장애인 비하 발언 대책 △주요 법안 △나의 강점에 대해 질의한다. 현재 모든 예비후보들이 지체장애인인 점을 고려해 다른 장애유형에 대한 정책 입장도 물었다.

 

① 배복주 정의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
② 박종균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
③ 이영석 정의당 유엔장애인권리협약특별위원회 위원장

 

19일, 박종균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비례대표 경선 후보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날, 박 후보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이가연

 

“오늘 이 자리에서 인터뷰하게 되는 과정도 힘들지 않았나요?” 

 

지난 19일, 박종균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이 광화문의 한 카페에 들어서면서 말했다. 박 후보도 이미 여러 번 만남의 장소가 바뀐 이유를 알고 있었다. 광화문에서 휠체어 접근이 되고 장애인 화장실을 갖춘 곳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정부나 언론이 장애인 정책이 잘 되어 있는 것처럼 보도하지만, 직접 휠체어를 타고 활동하다 보면 접근성 때문에 힘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연구를 위해 방문했던 여러 나라에서 자신의 장애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장애의 ‘사회적 모델’을 몸소 체험했기에, 한국에서의 불편이 더 크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1991년, 28살에 산업재해 노동자가 되었다. 지하 840m의 막장에서 광산붕괴 사고가 났다. 28년 동안 비장애인으로 살다 중증·중도 척수장애인이 된 그는 산재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동료장애인들과 함께 협회를 조직하여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장애를 숨죽이며 살던 그에게 협회활동은 인간으로서의 삶을 다시금 느끼게 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는 장애인 단체 활동을 하며 스스로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느껴 나사렛대학교에서 장애인복지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2014년, 마침내 그는 나사렛대학교에서 재활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현재는 장애인 당사자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중도 장애인 당사자로서 장애수용을 가르치고자 ‘중도장애인재활론’이라는 과목을 개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박 후보가 관심을 둔 것은 정치다. 그는 정치와 생활은 분리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2002년,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활동을 시작으로 꾸준히 정당 활동을 해온 그는 현재 정의당에서 장애인위원회 위원장과 장애평등교육 단장을 맡아 정의당의 장애정책 및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박종균은 2020년, 마침내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에 도전한다.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비례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박 후보를 광화문에서 만났다. 

 

# “내게 국회의원은 더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한 도구” 

 

- 박 후보는 현재 나사렛대학교에서 재활학과 외래교수(강사)로 강의를 하고 있다. 연구를 하며 어떤 계기로 정당정치, 나아가 비례대표 경선에 도전하게 되었나?

 

나는 전업정치인은 아니었지만 정치를 떠난 적도 없었다.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지금까지 장애당사자들의 정치 참여 방식을 보면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당정치는 철학이나 가치관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정권을 취하고 정치적 힘을 모아서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이지 않나. 그런데 지금까지 장애인의 정치 참여 방식은 평소 정치 활동을 안 하다가 선거철만 되면 외부 영입되어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여의도에 초선 비례의원이 힘을 얼마나 쓰겠나. 거기에 당내 기반도 없고 철학도 없으면 홍보 효과에 불과할 뿐, 어떤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장애를 가진 지 거의 30년이 다 되어간다. 학교에서 10년 동안 후배를 양성하고 장애 관련 현장에서 강의를 했지만 잘 안 바뀌더라. 그래서 좀 더 빨리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정치라는 힘을 동원하는 게 낫지 않나 싶었다. 내게 국회의원은 더 좋은 세상으로 바꾸기 위한 도구이지 내 최종 목표는 아니다. 

 

- ‘출마의 변’에서 강의와 연구를 위해 주요선진국 15개국 이상을 방문한 경험을 통해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한계와 대안을 준비했다고 들었다. 후보자가 생각하는 한계와 대안은 무엇인가?

 

먼저 한국 사회에서는 장애를 여전히 시혜적 관점으로 보는 한계가 있다. 외국에서는 비장애인이 갈 수 있는 곳은 모두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고, 화장실이 한 개만 있다면 그 화장실은 무조건 장애인화장실이다. 한국에서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삶을 살 권리가 있다고 말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지방은 더욱 열악하다. 

 

두 번째로 한국은 장애인 정책 서비스가 공급자 중심이다. 몇 년 전, 대전에서 저상버스 한 대를 도입했는데 언론에서는 ‘이제는 장애인도 시내버스를 타고 생활할 수 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고작 저상버스 한 대 가지고는 불가능하지 않나. 예를 들어, 발달장애인지원법이 만들어지고 나서 센터가 많이 설립되었다. 그런데 공급자 중심에서 법과 센터를 만들어도, 법 제정 이후에 발달장애인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당사자 중심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세 번째로 한국에서는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매우 저조하다. 특히 주요 결정권에서 많이 배제된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활동처럼 집회나 농성을 하는 경우,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직접 내기는 하지만 실제 정책과 체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이 전문가가 되어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이 들어온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애 당사자가 주류사회 결정권을 가진 자리로 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전달체계다. 최근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커뮤니티 케어 정책 중 지역사회중심재활사업(아래 CBR)을 보건소에서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장애를 의료, 재활, 치료의 대상으로 생각한 결과다. 원래 CBR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관은 장애인복지관이다. 장애인복지법에도 장애인복지관은 의료, 사회, 직업재활기관으로 정해져 있는데, 뒤늦게 CBR을 보건소가 해야 한다는 이런 정책은 (장애에 대한) 철학의 부재고 전달 체계상의 문제다. 

 

- 장애인단체에서의 투쟁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언제, 어떤 투쟁을 주요하게 했었는지,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투쟁을 알려 달라. 

 

사실 투쟁이라고 하기가 민망하다. 그러나 나름대로 내 장애를 수용하고 장애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투쟁했다. 또 우리나라는 중앙 집권적 사고로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활동하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있다.

 

나는 산업재해 노동자이기에, 제일 먼저 산재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많이 했다. 2000년도부터 국회 앞에서 지방에서 상경해 투쟁했고, 근로복지공단도 점거했다. 그리고 일단락될 때쯤 2005년도에 우연히 장애인전국체전에 테니스 선수로 출전했다. 선수로서 후원금도 받았는데 대회가 끝나자 관계자들이 돈을 횡령했다. 그 상황을 보면서 다른 장애인들이 떠올랐다. 수년간 얼마나 당했을까 싶었다. 게다가 시합이 끝나고 테니스장에 가려 했더니, 시합 때까지만 쓸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시청을 상대로 투쟁하고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제소하면서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투쟁은 혼자만의 힘으로만 싸우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06년도부터 5년 가까이 장애인체육회를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많은 이해당사자를 설득한 끝에 충주시 장애인체육회를 만들게 되었다. 

 

19일, 박종균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이 야외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 노동과 사회적 약자 존중하는 정의당에 공감, 겉과 속이 같은 인간다운 정치하고파 

 

- 충청도에서 장애인 단체와 정의당 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것으로 안다. 혹시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구로 출마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침묵) 나는 우리나라 정치와 성향이 안 맞는다. 나는 상담과 강의를 주로 해왔다. 남의 말을 잘 듣는 건 잘하지만 사실 정치는 경청만 해서는 안 되지 않나. 강의할 때는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만, 정치는 짧고 간결하게 자기주장을 해야 한다.  

 

상담업무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겉과 속이 다른 이유로 힘들어한다. 본인은 실제로 능력이 10개 밖에 없는데 겉으로는 100개를 보이고 싶어 한다. 정치인들도 겉과 속이 같은 인간다운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주변에서 겉과 속이 다른 우리나라 정치 현장에서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많이 걱정한다. 그런데 어차피 시작한 것이니 그 상처는 나의 몫이다. 

 

- 왜 정의당인지 궁금하다. 정의당의 어떤 가치에 공감하고 지지하는가. 

 

먼저 정의당은 노동을 존중한다. 나는 장애인도 할 수만 있다면 노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을 통해 이익을 얻고, 세금을 내고, 당당한 시민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북유럽에서는 세금을 많이 거두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잘 산다고 하지만, 스웨덴의 장애인들은 2시간이든 4시간이든 대부분 일을 하고 모자란 부분을 공적급여를 통해 보존한다. 인간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때 인간다움을 느낀다. 그런 측면에서 장애인의 노동은 매우 중요하다. 정의당은 바로 그 노동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두 번째로 정의당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한다. 국민소득이 6만 불이 되어도 사회적 약자가 불행한 사회는 선진국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대한민국은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절대 선진국이 아니다. 

 

# ‘근로연계정책’으로 저소득 장애인도 일하며 세금 내는 떳떳한 사람 될 수 있어

 

-장애인 노동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런데 장애인은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라 최저임금 적용에서도 제외되어 노동 불가능한 존재로 낙인찍힌다. 이 조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대안이 있다면 알려 달라. 

 

산업혁명 이후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면서 그 생산라인에 함께 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나뉘었다. 이 중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장애인이 되어버렸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생산성에서 떨어질 수 있다. 그럴 때는 그만큼 국가에서 보장해야 한다. 기업은 철저히 자본주의 논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공공의 개입이 필요하다. 물론 장애인의 최저임금 제외 조항은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 방금 ‘공공의 개입’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사실 고용노동부에서 이러한 공공성을 살리기 위해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동료지원가 제도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지난해, 설요한 장애인 동료지원가의 사망으로 장애계에서는 ‘권리중심의 공공일자리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대안이 있다면 이야기 해달라. 

 

(국가는) 장애인 정책을 통해 얼마나 삶의 질이 높아질까에 대한 고민보다는 실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공공일자리 사업은 사실 그 일자리가 필요 없는데 장애인 고용을 위해 만들어낸 자리일 수 있다. 그런 자리에 들어가서 실적내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것 아닌가. 노동의 영역에 있어 국가는 중증장애인, 발달장애인을 책임져야 한다. 그 외의 장애인들은 경쟁고용으로 들어가도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현재 민간에만 의존하며 국가가 책임지고 있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

 

- 많은 장애인들이 기초생활수급자이다. 이렇듯 장애문제는 빈곤문제와도 긴밀히 닿아있다. 그리고 소득 보장의 문제 중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것 중 하나가 기초생활수급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장애인의 빈곤과 부양의무자 기준에 관한 생각을 알려 달라.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가 있는 사람 중 저소득층이 많은 것이지 ‘장애=저소득층’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간혹 누군가는 기초생활수급권을 가진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문제시한다. 이는 과거 17세기 영국에서 ‘구빈법’에 따라 빈곤한 사람을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으로 취급했던 역사와 닿아있다. 

 

학계에서는 장애인이 일을 해도 수급이 끊기지 않도록, 일할 동기부여가 될 만큼 수급을 보존할 수 있는 정책 연구가 이미 이루어져 있다. 이 ‘근로연계정책’을 제대로 만들어 시행하면, 저소득 장애인도 일하고 세금 내서 떳떳할 수 있으며, 국가와 사회도 수급에 예산이 적게 들어갈 수 있어 양쪽이 서로 이익이고 좋은 제도이다. 

 

부양의무제는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과거 국가의 재원이 부족하고 동양적 유교사상이 있을 때는 가족 공동체가 책임지던 시대도 있었으나 오늘날처럼 국가 예산이 있고, 사회적 모델의 법과 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부양의무제는 있을 수 없는 제도이다. 

 

# 탈시설은 발달장애인 정책과 함께 가야… 준비 안 됐다면 급격하게 할 순 없어

 

- 지난 16일, 개인 페이스북에 “탈시설은 해야 할까, 말까의 문제가 아닌 당연히 해야 하는 가치의 문제”라고 했다.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이자 비례대표 후보자로서 탈시설과 자립생활에 대한 박종균의 정책은 무엇인가. 

 

탈시설 정책은 발달장애인 정책과 같이 가야 한다. 지금 시설에 있는 장애인의 약 90%가 발달장애인이다. 따라서 탈시설은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이느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단, 발달장애인인데 지역사회와 거주시설 중 어디서 살지의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야 한다. 그러면 그다음은 어떻게 할까. 일부 단체나 사람들은 급격한 탈시설을 요구하기도 한다. 나는 준비만 된다면 급격하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준비가 안 되었다면 급격하게 안 했으면 좋겠다. 탈시설 정책은 정부가 탈시설지원센터 몇 개를 더 만들고 목표하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보다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들의 삶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장애가 없는 사람들도 환경이 갑자기 바뀌면 어려움을 겪지 않나. 오랫동안 거주시설에 살던 장애인들도 어려울 수 있다. 

 

내가 탈시설 발달장애인 정책 대안으로 생각하는 건 ‘캠프힐’이다. 187개국에서 하는 발달장애인 공동체인데, 그 안에서는 발달장애인에게 사회적 역할을 주고 가족공동체처럼 살아간다. 예를 들어, 중증 발달장애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어항에 먹이를 주는 일이라면, 이 역할도 공동체에서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주말마다 공동체에서 시장도 보고, 야외파티와 레크리에이션을 하며 어울리는 삶을 추구한다. 그런데 이는 시골을 모델로 하므로 지역사회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발달장애인의 경우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프라운하이머 모델’을 제안한다. ‘프라운하이머 모델’은 상담, 돌봄, 주간보호센터, 직업, 여가를 포함해 도심과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한군데에서 한다. 일하는 공간과 기숙사는 일부로 30분 정도 떨어지도록 분리해놓는다.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출퇴근을 하며 다른 사람도 만나고 시장을 보며 집에 올 수 있도록 말이다. 이런 외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탈시설과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을 함께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 어떤 사람들은 ‘탈시설’이라는 용어 대신 ‘거주전환’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어떤 용어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어떤 용어를 쓰는 것보다는 본질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사실 ‘탈시설’이라는 용어는 시설 종사자들로부터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그분들도 나름 오랫동안 장애인을 위해 평생을 희생했는데 인제 와서 인권을 침해하고 학대하는 사람으로 취급되는 것에 속상해한다. ‘탈시설’이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자신들은 하지 못할 짓을 하는 것처럼 여겨져 분노와 억울함이 있는 것 같았다. 이 부분은 (침묵) 단순히 거주지만 옮기는 것이 아닌 발달장애인의 정책과 맞물렸으면 한다. 

 

# 장애등급제는 ‘폐지’ 아닌 ‘변경’된 수준… 개별 서비스마다 분류체계 필요해

 

- 지난해 7월 1일, 장애등급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됐다. 현시점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며 그에 따른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장애등급제는 폐지가 아닌, 6등급에서 2등급으로 변경되었다고 생각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예산이 더 들까 봐 겁이 나지만, 장애당사자들은 그동안 받아왔던 서비스를 못 받거나 적어질까 봐 두려움이 크다. 실제로도 그랬고. 그런데 장애등급제 폐지의 핵심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장애등급제가 없고 직업재활 정책이 있다. 직업재활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는 ‘유자격’ 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무자격’ 장애인으로 나뉜다. 여기서 ‘유자격 장애인’은 직업재활서비스를 통해 직업을 가질 의지가 있는 사람으로, 이 사람에게는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직업을 가질 의사가 없는 사람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은가. 사실 필요한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장애등급제 폐지 핵심은 서비스마다 분류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종류의 서비스에 동일하게 활동지원서비스 판정기준을 적용하면 장애등급제를 없애는 의미가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이미 외국에는 적용기준이 있고 국내에는 연구가 있기에 국내 기준에 맞추기만 하면 된다. 이런 방식은 오히려 예산이 적게 들고 장애인 입장에서는 필요한 만큼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박종균 후보의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 활동 모습. 정의당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장애평등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화면에는 ‘2019 정의당 활동가 기본교육: 일상적 혐오, 비하 발언과 장애 감수성 장애인관련 OECD 국가들과 한국의 차이’라고 적혀있다. 사진제공 박종균

 

# 장애 유형별로 서로 다르듯, 남녀 장애인도 서로의 다름 인정해야 

 

- 자유한국당 및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장애인 비하 발언이 지난해부터 문제시되고 인권위에 진정되기도 했다.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정의당에서의 지난 활동과 앞으로의 당내 활동이 궁금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반복적으로 그런 발언이 나오는 건 그분의 가치관과 신념, 인식이 그런 것이다. 정의당은 장애평등교육이 의무인데, 지난해 9월 장애인 혐오 및 비하 발언을 주제로 교육했다. 강의 준비하며 인권위 자료를 보니, 3년 전 지방선거에서 혐오비하 발언을 한 후보들이 거의 다 떨어졌다. 이 발언 하나 때문에 떨어진 건 아닐 수 있지만, 정치생명이 장애비하발언 때문에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훨씬 조심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정의당처럼 정치를 하는 모든 분들이 장애인식개선교육 및 인권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형식적 교육이 아닌 실질적 교육, 그리고 거기에다 시험까지 본다면 더욱 좋겠다.   

 

- 최근 페미니즘 물결이 일어나면서 정의당에서도 여성들의 정치참여가 더욱 활발해진 것 같다. 장애남성의 입장에서 장애여성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장애여성이 겪고 있는 교차적 어려움이나 차별에 대한 후보자의 생각과 고민을 알려 달라.

 

대학원에서 ‘중도장애인재활론’ 과목을 처음 만들어 수업했는데, 학생 중 일부는 경수손상 장애인, 일부는 발달장애인 부모님이었다. 그런데 서로 생각이 너무 달랐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들은 경수손상 장애인에게 생각도 잘하고 공부도 하러 오는데 무슨 장애인이냐고 이야기했지만, 반대로 경수손상 장애인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잘 뛰어다니고 화장실 잘 가는 발달장애인들을 부러워했다. 남녀 장애인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장애를 가진 사람도 장애유형별로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하듯이, 남성장애인과 여성장애인들은 서로가 모르고 다른 것을 인정해야 한다. 

 

여성장애인은 여성과 장애인으로서의 차별이 중복된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남성장애인이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없지 않나. 여성장애인 정책은 여성장애인만의 특수성이 있기에 당연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국가유공자, 산업재해, 지체장애인, 시청각, 뇌병변, 발달, 정신, 중복장애와 같은 흐름이 있다. 우리도 여성장애인과 중복장애, 정신장애 영역이 대두되는 시기라고 본다. 또한 (여성장애인 문제 중) 가장 심각한 지적 여성장애인과 관련한 성폭행 문제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  

 

# 제1호 법안은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 재난, 안전보장 및 지원법’

 

- 출마 기자회견에서 제1호 법안으로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 재난, 안전보장 및 지원법’을 꼽았다. 법안 내용은 무엇이며 제1호 법안으로 꼽은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와 같은 장애인이 지진이나 화재 등의 재난에서 스스로 대피할 수 없다면, 그리고 시·청각 장애인처럼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어 화재경보를 듣거나 볼 수 없다면,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이번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 대책에는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가 빠져있다. 노인, 임산부 등 모든 사회적 약자에게 필요한 재난 안전 지원책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박종균의 강점과 매력은 무엇인가.

 

나의 가장 큰 강점은 ‘당사자 전문가’이다. 오랫동안 전문가와 당사자와의 분리가 있었는데 당사자가 전문가가 되어서 주류사회로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연구와 현장 경험이 있고, 외국을 다니며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에 대한 구체적 대안도 알고 있다. 이를 입법화 시켜 장애를 가진 사람도 동등한 삶을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19일, 비마이너와 인터뷰하는 박종균 정의당 장애인위원회 위원장. 사진 이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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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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