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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지향형 둘째 언니, 한국 정치의 구도를 바꾸다
[김원영 인터뷰]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
느슨하지만 오래 연결된 사람들과 정의당의 외연 확장을 꿈꾸다
등록일 [ 2020년02월25일 23시55분 ]

지난 18일, 김원영 변호사가 4·15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 청년 비례대표 경선에 도전하는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탈시설을 외치는 유튜버 ‘생각많은 둘째언니’로 친숙했던 장 위원장의 정치 도전기는 이미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었습니다만, 비마이너는 장애인 정책에 대한 보다 꼼꼼한 검증을 위해 인터뷰 요청을 드렸습니다. 그날의 현장을 김 변호사의 언어로 전합니다. _편집자 주


김원영 변호사와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위 위원장이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장혜영은 발달장애인 동생 장혜정의 ‘둘째 언니’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현재 정치인으로서 그의 사회문화적 자원 중 상당 부분 역시 동생의 탈시설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정치인 장혜영에 대해서는, 자신이 주장하는 탈시설 등 장애인정책에 관해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장혜영을 만난 후에, 나는 오히려 그의 등장이 2020년 네트워크 시대에 정당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새삼스럽지만 다시 묻는 중요한 계기를 던져 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정보화 시대에 정당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논의는 이미 많았지만, 현실에서는 그리 큰 변화가 있지 않았다. 여전히 한국의 정당은 특정한 신념을 지닌 정치인들의 중앙집권적인 지도체제와 그들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조직체(Parties as Organization)로서의 성격이 강하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사람들이 선거 시즌 ‘인재영입’으로 잠시 들어왔다가 사라지는 조직으로 남아있다.

 

장혜영 역시 심상정 대표의 주도하에 ‘인재영입’으로 정의당에 진입했지만, 그는 이미 유튜브를 중심으로 단지 대중적 유명세가 아닌 그만의 ‘정치 세력’을 일정 부분 지니고 있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사람들은 장혜영이 지역에서 발로 뛰고 조직에서 일하여 만든 끈끈한 정치적 신념공동체가 아니다. 이들은 장혜영의 이야기를 1인 미디어로 시청하면서 공감하고, 동생 장혜정을 탈시설시키고 이를 영화로 만들고 책을 쓰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의 개인적, 사회적 프로젝트에 후원금을 보냈다. 얼마간 장혜영이라는 1인 크리에이터의 팬덤에 가까운 면도 있지만, 또한 사회정치적 신념을 공유하는 느슨한 정치공동체 같기도 하며, 다른 한편 10~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공통 경험과 감수성을 공유하는 정체성 집단이기도 하다. 이는 기성 정치인들이 유튜브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와는 다르다(장혜영은 더불어민주당에서 금태섭 의원의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하며 논란이 된 김남국 변호사의 경우와도 다르다. 그 역시 구독자가 다수인 유튜브 채널을 지닌 청년 정치 신인이지만, 그는 기성정치 프레임 안에서 기성정치세력의 지지자들에 기반하고 있다).

 

장혜영은 자신을 통해 정의당 당원이 최소 1000명 정도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장혜영은 정당의 외연을 넓히고, 자신을 계기로 정의당에 유사한 지향을 가진 (다소 느슨한 경우도 포함하는) 사람들이 다수 참여해서, 기존 정치세력들이 허용하지 않았던 청년/장애인/여성 정치인이 활약할 공간을 넓히려고 시도한다. 정당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서, 정치인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지에 따라 장혜영의 이러한 시도는 여러 논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장혜영을 서울 홍대 근처에 그가 선거 운동을 위해 마련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마블영화의 여성슈퍼히어로처럼 나온 팸플릿을 내게 보여주면서 인사했다. 막상 만나보니 그는 슈퍼히어로 같은 팸플릿과 다르게 약간 외로워 보였지만, 선명했다.

 

장혜영 정의당 미래정치특위 위원장. 사진 박승원
 

# 권력지향형 둘째 언니 시즌1

 

- 선거를 치르고 있습니다. 근황이 어떤가요.

 

(결과가 어떨지 예측불허한) 깜깜이 선거 중입니다(웃음).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기탁금(1500만 원)이 잘 모여서 놀랐어요. 처음으로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만큼 있구나, 하는 증거를 본 셈이죠.

 

- 발로 뛰시나요? 당적을 가진 지 얼마 안 됐으니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다만 장혜영이라는 사람이 지닌 대중적 지지와 열광이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6만 명의 구독자가 있는 유튜버죠?

 

유튜브와 트위터 등 채널을 모두 합하면 7만쯤 돼요. 사실 이전까지는 창작자의 영역이랄까? 그냥 한 시민으로서 장애인권 운동에 연대해 온, 활동가라고 한다면 활동가의 삶을 살았잖아요. 그렇지만 이제는 정치를 시작하였으니 내가 가진 뜻에 공감한다면 나를 돕는 방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알리고 있어요. 예를 들어 시민선거인단에 가입해 달라, 후원금을 여기로 이렇게 내 달라 이런 식으로요. 당원들을 만날 자리는 생각보다 잘 없지만, 지역위원회 등에서 강의나 영화상영을 요청하시면 당원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 유튜브에 들어가 봤더니 ‘권력지향형 둘째언니 시즌 1’ 이런 걸 봤어요. 저는 그게 너무 재미있었거든요. 시즌2는 뭘까 궁금하기도 하고. 시민들이 권력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시기도 했고, 정치 도전을 공표하기 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도 “권력을 가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는 사실 동생 혜정을 데리고 아무 준비도 안 된 사회에 나온다는 각오를 했었을 때 진짜로 굶어 죽을 각오를 하고 나왔어요. 모든 게 잘 안 돼서, 거지가 된다면 유명한 거지가 되겠다(웃음), 장혜정 하나는 책임지겠다. 그런 마음으로 뭐든지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왔었기에 필요하다면 정치를 하겠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완전히 인생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심상정 대표의 정치참여 제안을 받고 생각해보니, 제가 정치를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웃음). 음흉한 사람들이 하는 거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그런데 해야 할 이유가 있는데, 그 누구라도 시민이 더 큰 뜻을 펼치기 위해 정치한다고 하면 나는 박수를 칠 텐데, 왜 그게 나에 대해서는 아니지?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면 권력의지를 갖는 것 자체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게다가 제 (유튜브) 채널의 주된 구독자들은 10대20대예요. 절대적으로 여성이고요. 권력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 같은 것들을 이들에게 제시하고 싶기도 했어요. 

 

-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어요. 왜 유권자들이 정치인 장혜영을 지지해야 하나요?

 

삶에서 증명해왔기 때문에요. 혜정의 탈시설을 결심했었을 때도 그냥 저의 24시간과, 제 주변에 몇 명의 친구들이 있었을 뿐이었지만, 장혜정이라고 하는 한 사람을 지역사회로 다시 함께 나와서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어요. 그 약속을 지켰기에 더 많은 기회들이 저에게 왔고, 이제 더 많은 자원과 힘을 가지고 변화를 만들어 보이겠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정치인으로서는 이런 변화를 위해 결국 집권이 필요한데, 정의당은 확장성이 필요하지요. 저는 실제로 없던 사람들을 불러서 만들어온 사람이고요. 4만 6천 명의 채널 구독자들이 됐든 만 7천 트위터 팔로워들이 됐든, 영화제작에서 5천만 원이 넘는 펀딩을 해준 사람들이든, 사람들 마음을 움직여서 행동을 이끌어내고,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소속감을 만들어 왔어요. 이 점이 제가 정의당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 ‘구독자/팔로워가 많은’ 장혜영이 정의당원으로 활동하는 것, 이것이 정의당의 실질적인 확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죠. 예를 들어, 제 구독자를 분석해보면 정의당의 인구학적 구성과 정반대예요(정의당은 남성 중장년층이 많은 반면, 구독자는 여성 청년들이 많다). 세대교체가 필요한데 단순히 생물학적인 교체에 그치지 않습니다. 생활공간에서 감수성의 측면에서 교체가 필요해요. 예를 들어 저는 아무리 87년 민주화에 대해 공부한다고 해도, 그 시대를 실제로 살았던 사람만큼 그게 뭐였는지, 뭐를 위해서 그렇게 싸웠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는 윗세대들이 저의 삶을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장애 인권, 성소수자 인권, 트렌스젠더 인권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다원화된 삶에 대한 감수성은 완전히 그걸 체화하고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이 가지는 것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 장애인 정책에 관하여

 

- 장애인 관련한 활동으로 알려졌는데요, 왜 장혜정이 아니고 장혜영이어야 하나요? 물론 혜정 씨가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전제로.

 

혜정은 진짜 안 하고 싶을 텐데(웃음) 하고 싶다면 장혜정이어도 된다고 생각해요. “장애인을 위한 정책은 장애인이 더 잘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얘기를 한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제가 저를 생각하는 방식은 나는 ‘장혜정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사람’이고, 그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부분에서 분명 장애당사자로서 가질 수 있는 더 큰 감수성과 자기대표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예를 들어 저는 비장애인들이 얼마나 장애에 무지할 수 있는지, 지금까지 무지와 무례함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조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2019년 7월 1일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가 시행되는 날, 장애계는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한 투쟁을 선포하며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서울역까지 ‘잠수교 행진’을 벌였다. 당시 행진을 이끄는 트럭 위에 올라 발언하고 있는 장혜영 위원장. 사진 강혜민
 

- 활동지원제도 24시간 보장과 탈시설이 주요 공약입니다. 이 두 문제가 왜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명확하게 우선순위와 의지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산을 집행할 의지가 없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시행 등 장애인 관련 예산이 대폭 늘었는데도, 그 안에 활동지원 24시간 서비스를 위한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은 것도. 오히려 탈시설이 아니라 신규시설 예산이 잡혀있는 것도. 

 

- 20대 국회에서도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해 장애인단체들이 제시한 법안을 발의했거나 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장애 관련 정책은 법안을 발의할 의원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이를 결국 법률로 통과시키고, 통과 이후 시행령·시행규칙을 만드는 관료들의 작업 등에 어떻게 개입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지점에서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래서 정의당이 잘 되는 것이 21대 총선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그러면 완전히 달라지리라 생각해요. 국회 내 새로운 세력이 생기면, 분명 지금까지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해온 많은 종류의 협상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겁니다. 권력 재배열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정의당이 잘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편 생활동반자법처럼 발의조차 못하는 법도 있었습니다. 발의하지 못한 것과 한 것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 탈시설기본법에 관해서는, 큰 틀에서 동의하더라도 세부사항에서 많은 논쟁이 있습니다. 많은 저항이 있을 텐데,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유치원 3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통과되었는가를 볼 필요가 있어요. 워낙 사립유치원 협회가 강력했기에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했지만, 제대로 문제를 걸었고 여론이 응답했고 그게 형성되어서 결국 통과된 거잖아요. 그런 형태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사립유치원 문제보다는 더 섬세한 프레이밍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대중들이 장애당사자와 가족에 관한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시설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24시간 활동지원이라던가,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보는 거예요. 지역사회에 나와서 잘 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요.

 

- 탈시설에 대한 반대를 그저 ‘기득권의 저항’으로 치부하기에는 세부적인 쟁점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거기서 일하는 사회복지 근로자들은 직장을 잃는 거잖아요? 이에 대한 대책 없이 급격하게 탈시설이 이뤄지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면 사실 풀 수 있는 게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문제를 추상화시켜서 이것도 어렵고 저것도 어렵고 그러니까 우리의 답은 오직 현상유지라고 하는 식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지난 2년 반 동안 강연을 다니고 활동하면서 시설에서 종사하는 분과 실제 이런 이야기 많이 나눈 것 같아요. 섬세하게 대화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시설에서 만난 종사자께서는 탈시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이에요. 하지만 내가 시설 내에서 돌보던 분이 탈시설을 한다면 그를 시설 밖에서도 계속 돌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예를 들어 뉴질랜드에서는 그런 것을 금지하고 있어요. 시설 안에서의 위계관계가 밖에서도 이어질 수 있기에 탈시설 후에는 돌봄제공을 다른 사람이 하는 게 좋다고 판단하고 제도적으로 섬세하게 접근하는 거죠. 문제는 사회적으로 충분히 대화하고, 그 내용이 퍼지는 계기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김원영 변호사. 사진 박승원
 

# ‘구독자’와 함께 정치를 확장하기?

 

- 장혜영은 장애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는 사람인데 그 밖에 청년정치나 미래정치 등 여러 포지션이 겹치기도 합니다. 인위적인 구별이긴 하지만 유권자들이 장혜영에 대해 생각할 때, 어떤 역할, 어떤 집단을 주로 대변하는 사람으로 기대해야 할까요. 

 

저는 정치 변화 없이 정책 변화는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치 변화를 이끌어 낼 각오를 하고 정의당에 들어온 것입니다. “장애인의 삶을 낫게 만들기 위해서 정의당에 들어갑니다”가 아니에요. 그것만으로는 지지를 얻기 어려울 겁니다. ‘배복주 후보가 더 잘할 것 같은데?’라고 분명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지닌 스스로의 소명은 ‘정치를 바꿔서 정책을 바꾸겠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 삶을 바꾸겠다’는 겁니다.

 

이번 선거를 겪으면서 장혜영 때문에 정의당 들어와 당원이 되는 사람이 천 명은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걸 가지고 정치를 하는 거죠. 당내에서 당 밖에서. 제가 시민분들을 지지자로 만드는 이 관계를 얼마나 견고하게 쌓아나가느냐가 당내에서 제 위치를 결정할 것이고 그게 바라건대 원내에서 제 위치를 결정할 것이기에, 착실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 장혜영이 장애인 분야에서 가장 잘 활동할 것 같아서 혹은 청년으로서 무엇인가를 잘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네, 장혜영이 정치를 잘할 것 같아서지요. 룸이 있어야 그 룸 안에서 활동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까지는 정의당이 가지는 룸은 너무 작았어요. 이것이 작으면 우리가 아무리 탈시설을 다루고 생활동반자법을 다루고 동성애 관련 법제를 다루고 싶어도 다룰 수 없습니다. 정의당이 그 룸을 열기 위한 대중적 지지를 받는데 제가 지금까지 사람들 마음 얻는 데 써 온 모든 힘을 쏟아 보려 합니다.

 

- ‘룸’이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정의당 자체가 일종의 플랫폼처럼 기능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는지요?

 

룸은 실제로 (국회에서) 권력의 ‘사이즈’를 말한 것입니다. 정의당이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인가는 별도로 이야기해야 할 중요한 문제예요. 저는 정의당을 더 많은 시민의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도 반드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정의당을 당 내부에서 2~30년씩 진보운동을 해온 분들의 정당이라고 한다면, 이는 제가 생각하는 방식과 많이  다릅니다. 입당할 때 고민이 되었던 부분 중 하나가, 단적으로 말하면 ‘내가 정의당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데, 정의당이 가지는 모든 생각이 나와 같지는 않은데 정의당에 들어가도 될까?’였어요(웃음). 신념의 결사체로 똘똘 뭉친 진성 당원제 정당, 이라고 한다면 그 안으로 들어간다는 건 개인으로서의 내가 희석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내가 나여도, 동시에 정의당원일 수 있다’라는 느낌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다소 불편한 질문일 수 있지만, 혹여라도 아쉽게 국회의원이 되지 못해도 정치인 장혜영을 계속 볼 수 있나요?

 

(웃음) 제가 시간을 바라보는 방식에서는, 4월 15일 이후의 인생은 아직 없어요. 오직 저에게는 하나의 시나리오, ‘4월 15일 이후 나는 당선자가 된다’라는 방식으로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번에 된다라고, 그런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제가 그런 사람이에요.

 

김원영 변호사가 장혜영 위원장에게 첫 인터뷰 질문으로 ‘요즘 어떤 삶을 살고 계신가요?’라고 물었다. 김 변호사는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구두를 벗고 휠체어 위에서 책상다리했다. 그의 정장 바지 밑단이 벗어 놓은 갈색 구두 위에 얹혀있다. 이날 장 위원장도 정장을 입고 나왔지만, 신발은 흰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사진 박승원

 

장혜영은 정의당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까? 그가 창작자로서 사람들의 지지를 모아 성취해온 프로젝트처럼, 정의당 외부에 있는 ‘기존에 없는 사람들’을 장혜영이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끌어모아 정의당의 확장을 일궈낼 수 있을까? 지역을 발로 뛰며 사람들을 만나고 부대끼면서 조직을 해오던 기존의 정치 관념에서는 불가능해 보이거나, 적어도 너무 순진한 정치세력화의 방법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점에서 나는 장혜영의 활동이 궁금하다. 대중에게 인기를 얻어 정당의 지도부에서 간택되어 4년을 상징적으로 소비되는 정치인이 아니라, 느슨하게 연결된 지지자들(그것도 그동안 우리가 보지 못했던, ‘구독’과 ‘팔로워’로 연결되어 있으나 오랜 시간 연결되어 그 마음과 정치적 지향을 잘 아는 사람들의 네트워크)과 함께 정치 현장을 생중계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어떨까? 이것이 한국의 정치발전, 정당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에 관한 각자의 신념에 비추어 어떤 논쟁을 불러일으킬까.

 

(녹취 박승원)

 

원영 비마이너 출범부터 함께했지만 1년에 글 두 개 쓰는 게으른 칼럼니스트.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등을 썼다. 법, 장애, 예술에 관심을 두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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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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