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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어떻게 질병이 되는가
[칼럼] 안희제의 말 많은 경계인
등록일 [ 2020년03월03일 11시54분 ]

코로나바이러스-19 ⓒ픽사베이

코로나바이러스-19(아래 코로나19)로 전국이 혼란스럽다. 그런 와중에 중국인이나 신천지 등 특정 집단을 지목하며 그들만 사라지면 문제가 해결될 듯이 공포 혹은 혐오를 부추기는 이들이 있다. 그것은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길일지 몰라도, 질병에는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방법이다.

 

‘사이보그 선언’으로 유명한 과학철학자 도나 해러웨이는 ‘질병을 물리친다’, ‘질병과 싸운다’와 같은 전쟁의 비유가 실제 생물학적인 과정을 왜곡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질병은 병원체와 몸이 ‘협력’한 결과다. 바이러스를 질병으로 만드는 과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질병은 바이러스와 바이러스를 둘러싼 환경의 관계를 보여준다. 그래서 도나 해러웨이가 “질병은 관계”라고 말한 것일까.

 

의심 환자를 찾고, 확진자를 걸러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지만, 이는 질병관리본부 등을 포함한 보건당국과 의료계의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 바깥 언론과 시민들까지 모두 확진자 색출에만 골몰하고 있다. 확진자를 찾아내고, 격리하고, 치료하면 이 모든 문제는 해결되리라는 착각이다. 이는 확진자와 관련된 모든 요소의 제거와 회피로 이어진다. 확진자와 같은 시간에 동선이 겹치지 않았다면 동선은 큰 의미가 없음에도, 감염 위험이 사라진 장소조차 며칠씩 폐쇄된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공포를 키웠고, 모든 것을 ‘바이러스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환원시켰다.

 

놀랍게도, 이 과정에서 질병은 사라졌다. 남은 건 바이러스의 전파 과정뿐이다. 정작 전파와 감염 이후 발생하는 질병의 과정과 결과는 확진자, 사망자, 의심 환자의 숫자로만 드러나고 있다. 바이러스가 곧 질병은 아니다. 바이러스가 유기체에 들어간 후, 그 안에서 일어나는 반응에 따라 질병이 생길지 아닐지가 결정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사실 ‘바이러스’가 아니다. 치사율이 보여주듯, 많은 경우에 코로나19는 사망으로 곧 이어지지 않는다. 감기처럼, 왔다가 쓱 지나가는 일이 많다. 바이러스의 전파와 감염보다 심각한 문제가 따로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질병과 죽음에 협력하는 사회다.

 

청도 대남병원 ⓒ뉴스민
 

앞서 말했듯, 질병은 관계이며, 협력 속에서 발생한다. 어떤 몸에 질병이 발생했다면, 그가 왜 그런 질병에 걸렸는지 그의 환경을 살펴보아야 한다. 기저질환 여부를 넘어 식사 구성, 신체적·정신적·사회적 활동의 여부, 그가 받을 수 있는 의료적 조치, 그의 삶을 지탱하는 사회 기반 시설과 복지 제도 등을 모두 알아야 한다. 질병은 몸에 생기지만, 몸이 질병에 취약해지게 하는 원인은 몸 바깥에도 있다. 누군가가 질병으로 사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확진자에서 사망자로 명칭이 바뀌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확진이 곧 사망이 아니라면, 무엇이 확진자를 죽게 했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의 정신장애인 중에서 그렇게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칠곡 밀알사랑의집이 새로운 ‘집단 감염원’으로 지목될 만큼 그곳의 사람들이 코로나19에 취약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면역력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러나 장애인이 지낼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없다면 장애인은 질병에 취약해진다. 면역력을 충분히 기를 수 있는 환경에 있었다면, 몸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는 질병으로 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필요한 정보와 의료적 조치가 빠르게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질병은 빠르게 진정되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의 대부분은 암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나처럼 면역계에 이상이 있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사람, 혹은 기저질환자에게 확진이 반드시 사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중국에서는 당뇨가 있는 98세의 기저질환자가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사례가 있다. 그는 후베이성 우한 거주자로, 1월 초에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집중적인 치료와 간호를 받았다. 입원 당시부터 증상이 심했지만, 약물치료와 영양 지원 등을 통해 완치되고 생존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그 사례가 특수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은 몰라도, 시스템은 운에 기대면 안 된다. 98세의 기저질환자가 생존한 사례는 특정한 환경이 질병에 가장 취약한 몸도 살릴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바이러스의 전파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느 전문가는 바이러스의 변종이 생기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변종이 생길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장 바이러스의 전파를 어떻게 차단할지만 고민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모든 순간에 마스크를 끼고, 손이 멸균 상태로 유지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온 이후를 고민하고, 바이러스를 둘러싼 사회를 살펴야 할 것이다. 누구에게도 확진 혹은 격리가 사망과 동의어가 아닌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2020년 1월 말, 중국에서는 의심 환자가 된 가족과 격리된 장애인이 활동지원을 받지 못하여 사망했다. 그가 살던 마을은 그를 충분히 돕기에 역부족이었다. 이 사망자가 코로나19로 인해 죽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생존을 위해 활동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6일 동안 홀로 방치되어 사망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한국의 사망자 중에는 자가격리 중이던 환자와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의심 환자도 포함된다. 적절한 의료적 조치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구에는 장애인이 들어갈 수 있는 격리 시설이 없어서, 확진자라도 자택에서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초점을 바꿔야 한다. 바이러스가 아니라 질병이다. 적절한 시스템을 갖춘다면, 확인된 질병을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질병으로, 질병이 사망으로 이어진 배경에는 특정한 사람들을 더 취약하게 만드는 사회가 있다. 그러나 언론은 청도대남병원과 밀알사랑의집에서 발생한 문제를 ‘흡연실’이나 ‘폐쇄병동 건물 구조’라며 사실을 왜곡했다. 청도대남병원에 ‘희망’이 보인다는 기사조차 오직 새로 배치된 공무원과 구비된 약에 초점을 맞출 뿐, 정작 집단감염과 최고 치사율을 불러온 구조는 외면한다.

 

문제는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여 바이러스를 질병으로 만드는 사회이며, 의료 기반시설의 부족이고, 격리 이후의 대책이 없어서 격리와 사망을 동의어로 만드는 사회이며, 아프면 모든 걸 잃기에 아프다는 사실을 숨기게 하는 사회다. 그런 걸 외면한 채 신천지 해체나 중국인 입국 금지만을 부르짖는 것은 바이러스가 질병이 되고, 질병 혹은 격리가 곧 죽음이 되는 구조에 협력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아닌 질병이라는 관계를 볼 때다.

 

[ 안희제의 말 많은 경계인 ]


관해기(증상이 일정 정도 가라앉아 통증이 거의 없는 시기)의 만성질환자. 장애인권동아리에서 활동하고 노들장애학궁리소에서 수업을 들으며 크론병과 통증을 정체성으로 수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몸의 경험과 장애학, 문화에 관심이 많고, 앞으로도 그것들을 공부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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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제 dheejeh@nave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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