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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명 걸리면 다 죽어” 코로나19 속 쪽방 주민들
마스크에 가려진 쪽방주민의 삶
취약한 주거 환경, 건강 좋지 않은 고령자가 대부분… ‘고위험군’에 속해
등록일 [ 2020년03월17일 15시24분 ]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동자동사랑방과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사무실 임시 휴무를 알리는 안내문 ⓒ동자동사랑방
 

끊이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의 확산 소식에 쪽방에서 살고 있는 이들의 불안은 누구보다 크다. 휴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들렀던 장소들은 입장을 제한하고, 아픈 몸을 추스르기 위해 기다렸던 무료진료가 중단되었고, 주민들을 위한다던 크고 작은 나눔의 발길들이 끊겼다. 쪽방주민들은 어쩌면 외부보다 감염에 안전할 수 없는 작은 공간에 갇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었던 급식소들과 도시락 나눔마저 중단 되다 보니 근근이 살아가던 날에 배고픔이 더해졌다. 스스로 끼니를 해결 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급식에 의존하며 생활해야 했던 이들에게는 굶주림을 감당해야 하는 고통마저 따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주민들이 마스크를 제공 받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이들이 일상으로부터 더욱 고립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여름에는 더위, 겨울에는 추위가 관심사였듯 재난으로까지 표현되는 이 위기 상황에서 더욱 고립되어 있는 쪽방주민들의 삶은 마스크에 가려져 버렸다.

 

얼마 전 동자동에서 활동하던 봉사자가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질병에 방치되다시피 살고 있는 주민들 걱정에 쪽방지역의 방역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이와 관련하여 구청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는데 구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소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전체적으로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쉬지 못하고 일하고 있는 자신들의 처지에 대한 이해를 부탁했다. 이와 관련되어 몇 번의 통화가 더 이뤄졌고 이후 방역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만큼 달라지긴 했지만 이것으로 전염병과 마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안전이 보장됐다는 것이 실감 되지는 않는다.

 

구청 직원과의 통화 내용 중 전체 소독이 아닌 일부 소독으로 인한 감염 확산을 걱정하는 질문에 그는 감염예방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위생적인 환경과 개인의 위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쪽방주민들은 밀집되어 있는 이 좁은 주거 공간을 벗어날 수 없으며, 비위생적인 공동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고 개인위생을 꼼꼼히 챙길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지 못하다. 그러니 더 많은 방역이 필요한 것이고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콜센터 직원들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확인되면서 좁은 공간에 밀착되어 일하는 근무환경이 원인으로 제기되었다. 언론에서는 그들의 근무환경과 근무조건에 대한 염려까지 이야기하며 감염확산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병든 몸으로 좁은 공간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 대한, 우리 쪽방 주민들에 대한 염려의 소리는 작기만 하다.

 

쪽방의 취약한 주거 환경은 전염병이 지배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여기에 연령이 높고 건강마저 좋지 못한 주민들은 전염병 관리 대상 중 ‘고위험군’에 속한다. 쪽방의 특성상 별도로 관리해야 할 만큼 지원과 대책이 필요한 위험 상황임에도 동자동쪽방촌의 경우 여전히 2명의 간호사가 천 명이 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분주하게 일하고 있으며 방역 횟수가 늘었다는 것 외에 특별한 조치 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어느 주민이 말했다. 우리는 한 명 걸리면 다 죽는다고. 아픈 사람들이 이렇게 다닥다닥 모여 사는 데 누구 하나 걸리면 다 죽을 수밖에 없다고. 국가적 재난이라는 표현까지 쓰이는 지금 시점에서 쪽방주민들이 먼저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의 문제는 불을 보듯 뻔히 오래전부터 내재되어 왔음에도 언제나 그렇듯 지금도 뚜렷한 조치와 대책은 없다.

 

원론적인 이야기로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의 현실을 위험에 처하게 하지 말기를. 쪽방주민들을 살필 수 있는 인력이 충원되어 꼼꼼히 확인하고, 자신의 처지를 더욱 뚜렷하게 확인하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민들의 최소한의 일상이 챙겨지길 바란다. 코로나19 감염 위기 상황에서 고위험군에 속하는 쪽방주민들에 대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 이 글은 쪽방신문 2호에 실렸습니다. 쪽방신문은 2020홈리스주거팀이 쪽방 재개발 문제 대응을 위해 쪽방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매체입니다. 필자의 허락을 받아 비마이너에 공동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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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민 동자동사랑방 상임활동가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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