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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탈시설-자립생활 설립 취지 망각한 시설장 규탄
거주인 탈시설 길 열리자 시설장이 탈시설-자립생활 방해
탈시설-자립생활 보장, 담당 사회복지사 업무 배제 등 긴급구제 진정
등록일 [ 2020년03월19일 17시37분 ]

기자회견 참가자가 ‘도란도란 원장님! 저희의 탈시설을 막지 말아주세요!’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장애계가 ‘장애인거주시설 도란도란 시설장의 방해로 거주인들의 탈시설-자립생활이 지연되고 있다’고 규탄하고,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등 5개 장애단체는 19일 오후 2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란도란 거주인의 탈시설-자립생활을 방해하는 시설장에 대한 조사와 피해를 받고 있는 거주인과 직원의 긴급구제를 호소했다.

 

도란도란(서울시 관악구 소재)은 거주인 대다수가 학대 피해당사자로, 2009년 설립 당시부터 탈시설-자립생활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당시에는 쉼터 설립 근거가 없어 장애인생활시설로 등록되었다. 도란도란의 시설정원은 20명이고, 그동안 지속적인 탈시설-자립생활로 현재 11명의 거주인이 있다. 직원은 8명이다.

 

지난해 12월 18일, 허 아무개 씨를 비롯한 진정인 5명은  SH서울주택도시공사(아래 SH) 전세 임대주택에 선정됐다. 오는 3월 31일까지 집 계약을 마치면 자립생활을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다른 거주인 3명도 탈시설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계획대로라면 도란도란에는 4월부터 탈시설에 대한 의사가 불명확한 3명의 거주인만 남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부터 장애인거주시설 신규 입소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도란도란의 정원이 3명으로 줄어들 경우를 대비해 시설의 기능변환, 직원의 고용승계 등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도란도란에서는 김치환·강자영 사회복지사 두 명을 제외하고는 거주인의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지 않다.

 

이 시설장이 지난 12월 23일 거주인의 가족과 후견인에게 보낸 편지. 사진 진정인들 제공
 

두 명의 사회복지사는 거주인의 탈시설-자립생활을 방해하는 중심인물로 이 아무개 시설장을 지목했다. 도란도란의 운영법인은 대한성공회서울교구 사회복지재단(아래 성공회재단)으로 이 시설장은 지난해 3월에 부임했다. 사회복지사들은 거주인들이 SH전세 임대주택에 선정된 이후부터 이 시설장의 탈시설-자립생활 업무 방해가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시설장이 지난해 12월 23일 거주인의 가족과 후견인에게 보낸 편지를 증거로 제시했다. 편지에는 △당사자 의사 미확인, 정확한 욕구조사 필요 △가족과 후견인의 충분한 정보와 동의하에 자립 추진 △시설의 정상적인 업무 속에서 탈시설이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관악구의원들에게도 ‘거주인들이 탈시설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아닌지, 투쟁의 명분이나 수단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라는 글을 보내기도 했다.

 

현재 김치환·강자영 사회복지사는 탈시설-자립생활 업무에 대한 조직적 방해와 압박에도 지원업무를 이어가고는 있으나,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거주인들의 탈시설-자립생활이 지연되는 것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강자영 사회복지사는 “도란도란 거주인들은 10년이나 같은 지역에 살면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은행, 커피숍에 이르기까지 지역사회에서 관계망을 형성해왔다. 그런데 이러한 관계망 형성은 거주인들이 시설에서 계속 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며 “이제 거주인들이 자립해서 보다 나은 삶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시설장과 일부 직원들이 자신의 잣대로 본인의 의사 없음, 퇴소 절차 강화 등을 내세우고 자립 후 지원마저 부정하고 있다. 나아가 탈시설한 당사자를 골칫거리 취급하고 문전박대를 하며 거주자 간에 상처를 주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치환 사회복지사는 “거주인의 탈시설-자립생활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이 아무개 사제(시설장)는 성직자의 양심을 운운하고 있다. 탈시설-자립생활 업무를 담당하며 고군분투했던 실무자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따돌리고 숨어서 직원을 이간질하는 게 성직자의 양심인가?”라며 “이번 인권위 진정이 우리 사회복지사들의 구제뿐 아니라 거주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끝까지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5개 장애단체는 19일 오후 2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란도란 거주인의 탈시설-자립생활을 방해하는 시설장 조사와 피해를 받고 있는 거주인과 직원의 긴급구제를 호소했다. 사진 허현덕

 

이들 사회복지사들은 성공회재단에 시설의 탈시설-자립생활 방해에 대해 진정했지만, ‘시설장의 권한으로 해결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장애계는 시설장이 성공회재단이라는 종교단체의 존재 의미와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의 진정한 의미를 망각했다고 비판하며, 인권위의 엄중한 권고를 촉구했다.

 

서기현 서울장차연 공동대표는 “도란도란이 탈시설-자립생활을 목적으로 세워진 시설인데도 시설장과 직원들이 이를 방해한다고 하는데, 믿을 수가 없다”며 “누구나 시설에서 나와 사회에서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시설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장애인의 권리를 단순히 일자리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를 막지 말라”고 비판했다.

 

문애린 서울장차연 공동대표는 “성공회재단은 시민들이 보편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종교단체임에도 오히려 거주인들의 탈시설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종교단체라면 거주인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인권위도 이러한 취지에 맞는 엄중한 권고를 내리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이들은 인권위에 긴급구제 진정서를 접수했다.

 

진정인들이 인권위에 긴급구제 진정서를 접수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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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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